SK플래닛이 자사 전자지도 정보를 무단 사용했다는 증거로 제시한 내비게이션 지역 명칭. 올바른 지명은 '황룡/남면'인데 T맵에서는 '황룔/남면'(원내)으로 나와있다. 김기사에서도 이 오기(誤記)가 그대로 사용됐다. [자료 SK플래닛]
2일 플래닛에 따르면 회사는 2011년 당시 벤처기업이던 록앤올과 T맵 지도정보를 최저 수준의 가격에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따라 김기사는 T맵 지도정보를 활용해 내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두회사는 지난해 2월 계약을 종료했고, 플래닛은 록앤올이 지도정보 교체작업을 할 수 있도록 13개월의 유예기간을 줬다. 그러나 이후에도 록앤올이 T맵 지도를 계속 사용해왔다는 게 플래닛의 주장이다.
T맵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의 디지털 워터마크(불법복제 시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삽입한 디지털 정보)가 다수 발견됐다는 게 그 증거다. 예컨대 지도상 ‘황룡’이라는 명칭을 ‘황룔’으로 일부러 오기(誤記)했는데, 김기사에서도 ‘황룔’이라고 나온다는 것이다. 플래닛 관계자는 “공문을 보내 계약에 따라 지도정보 사용을 중지하라고 요청했으나, 김기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됐다”며 설명했다.
하지만 록앤올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한국공간정보통신으로부터 DB를 구매해 독자적으로 지도를 제작·제공하고 있으며, T맵과는 구성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록앤올 관계자는 “플래닛의 주장은 오타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것인데, 이는 자체 지도 제작 중 다른 지도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이라며 “워터마크를 운운하면서 마치 DB를 도용한 것 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소장을 받은 후 카카오와 함께 공식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둘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김기사를 업데이트 하지 않은 일부 고객이 T맵 지도정보를 이용하자 플래닛은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라며 록앤올을 압박했다. 이에 록앤올은 “고객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서비스를 강제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맞서기도 했다. 양측은 강제 업데이트 조건으로 합의를 봤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O2O(온·오프라인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시장을 두고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플래닛-카카오 간 자존심 싸움이 소송전으로 비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가 모바일 상품권 사업에 직접 나선 이후 플래닛과 기프티콘 판매 계약을 중단해 갈등이 일었다. 올 들어서는 플래닛이 ‘카카오택시’를 겨냥해 ‘T맵택시’로 맞불을 놓은데 이어 최근에는 사전 주문 서비스, 모바일 쿠폰 등 다른 O2O 서비스로 양사는 전선(戰線)을 넓히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사실 카카오보다 먼저 플래닛에서 록앤올을 인수하려 했지만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며 “그때 생긴 해묵은 감정이 카카오-플래닛의 경쟁구도와 맞물려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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