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등 대응책 필요"
원화의 나 홀로 강세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 1월만 놓고 보면 스위스의 프랑을 제외하고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가치(달러 대비)가 높아졌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금리를 낮추면서 자국의 화폐가치 절하에 나서는 게 주요 원인이다. 엔저로 국내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자칫하다가는 한국이 환율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88원48전으로 지난해 12월(1,103원60전)보다 가치가 1.37% 올라갔다.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강세를 보인 것은 고정환율제를 전격 폐지한 스위스프랑(3.21%)이 유일했다. 엔화는 달러 대비 0.85% 절상되는 데 그쳤으며 위안화는 0.48% 빠졌다. 유로는 화끈한 양적완화 조치로 5.59% 급락했으며 파운드도 3.03% 하락했다.
각국 통화들은 달러 강세에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까지 맞물리며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17%에서 15%로 기습 인하했고 같은 날 덴마크도 예금금리를 -0.5%까지 내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캐나다·터키·인도·페루 등 대륙을 넘나들며 총 9개국에서 통화완화책이 나왔다. 유럽·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자국 화폐가치 절상 압력을 차단하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는 동시에 국내 경기도 부양하자는 취지다.
경기가 고꾸라지고 있는데도 원화는 강세다. 다른 나라와 달리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하기 때문이다. 또 유가하락으로 경상흑자가 불어나 국내에 달러 유동성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유로·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입, 원·엔 동조화도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환율전쟁에서 한국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만 강세를 보여 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쓰는 다른 나라에 맞춰 우리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한은이 무턱대고 금리를 낮출 수도 없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뇌관인 탓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아져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기사 출처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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