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켜요 착한운전]
지난달 25일 오후 2시경 서울 노원구 중계로의 한 영어학원 앞. 이면도로 한쪽에 세워진 25인승 통학버스에 6, 7세 어린이 10여 명이 차례로 오르고 있었다. 교사 2명이 이들의 승차를 도왔다. 학원에서 나온 아이들이 통학버스에 승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 3분 남짓.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승용차와 트럭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통학버스를 추월했다. 통학버스 옆면에는 ‘STOP 어린이 하차 중’이라고 적힌 빨간색 표지판이 달려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승하차 중일 때는 날개처럼 활짝 펼쳐져야 하는데 그대로 접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내렸는데도 그대로 접혀있는 통학차 정지표시 장치.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약 30분 후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 학원차량에서 한 어린이가 내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표지판은 접혀 있었다. 비슷한 시간 이 일대를 오간 통학차량 10여 대를 확인한 결과 승하차 때 정지표지판이 제대로 작동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승합차와 버스 모두 마찬가지였다.
승용차 운전자 김모 씨(58·여)는 “통학차량으로 쓰이는 승합차나 버스는 차체가 커서 어린이들이 타고 내리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빨간색 표지판을 보고 차를 세울지 판단하는데 실제 도로에서 표지판이 작동되는 통학차량을 본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 개정된 도로교통법(세림이법) 시행으로 모든 통학차량의 ‘정지표시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일부 통학차량 운전자들이 표지판 설치를 위해 차량을 개조하면서 아무 때나 마음대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장치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15인승 통학차량을 운전하는 권모 씨(53)는 “표지판이 자주 고장 나서 아예 끄고 운행한다”며 “어차피 표지판을 작동해도 다른 차량들이 대부분 앞질러가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학차량 운전자 이모 씨(45)는 “주말에 다른 용도로 차량을 쓰는데 멈출 때마다 표지판이 튀어나와 전원장치를 달았다”고 말했다. 학원이나 체육시설의 통학차량 중에는 소유주가 따로 있는 ‘지입차량’이 많다. 주중에는 아이들을 태우고 주말에는 다른 승객을 실어 나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통학차량 정지표시장치에 전원을 설치하는 것은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이다. 어린이 통학버스 기준을 지정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정지표시장치는 문이 열리고 닫힐 때 자동으로 표시가 펴지고 접히게 돼 있다.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 박상영 차장은 “정지표시장치에 임의로 전원을 설치하면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통학차량 개조작업을 많이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법으로)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운전자들이 강력히 요구해 어쩔 수없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나 경찰은 통학차량의 ‘불법 개조’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장치 설치 여부만 점검할 뿐 실제 작동 여부까지는 일일이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다. 현재 도로를 달리고 있는 통학차량 수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교육부는 올 7월 전국의 어린이 통학차량을 7만7123대로 파악했다. 그러나 8월 말까지 신고를 마친 차량은 이미 10만 대를 훌쩍 넘겼다. 학원가에서는 전체 통학차량이 최소 15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 차량이 개조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신고를 꺼린다는 것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비용 때문에 통학차량 4대를 운행하면서 1, 2대만 신고한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수조사는 강제성이 없고 자진신고하게 돼 있어 일부 통학버스가 누락될 수 있다.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조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지난달 25일 오후 2시경 서울 노원구 중계로의 한 영어학원 앞. 이면도로 한쪽에 세워진 25인승 통학버스에 6, 7세 어린이 10여 명이 차례로 오르고 있었다. 교사 2명이 이들의 승차를 도왔다. 학원에서 나온 아이들이 통학버스에 승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 3분 남짓.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승용차와 트럭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통학버스를 추월했다. 통학버스 옆면에는 ‘STOP 어린이 하차 중’이라고 적힌 빨간색 표지판이 달려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승하차 중일 때는 날개처럼 활짝 펼쳐져야 하는데 그대로 접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내렸는데도 그대로 접혀있는 통학차 정지표시 장치.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약 30분 후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 학원차량에서 한 어린이가 내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표지판은 접혀 있었다. 비슷한 시간 이 일대를 오간 통학차량 10여 대를 확인한 결과 승하차 때 정지표지판이 제대로 작동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승합차와 버스 모두 마찬가지였다.
승용차 운전자 김모 씨(58·여)는 “통학차량으로 쓰이는 승합차나 버스는 차체가 커서 어린이들이 타고 내리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빨간색 표지판을 보고 차를 세울지 판단하는데 실제 도로에서 표지판이 작동되는 통학차량을 본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 개정된 도로교통법(세림이법) 시행으로 모든 통학차량의 ‘정지표시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일부 통학차량 운전자들이 표지판 설치를 위해 차량을 개조하면서 아무 때나 마음대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장치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15인승 통학차량을 운전하는 권모 씨(53)는 “표지판이 자주 고장 나서 아예 끄고 운행한다”며 “어차피 표지판을 작동해도 다른 차량들이 대부분 앞질러가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학차량 운전자 이모 씨(45)는 “주말에 다른 용도로 차량을 쓰는데 멈출 때마다 표지판이 튀어나와 전원장치를 달았다”고 말했다. 학원이나 체육시설의 통학차량 중에는 소유주가 따로 있는 ‘지입차량’이 많다. 주중에는 아이들을 태우고 주말에는 다른 승객을 실어 나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통학차량 정지표시장치에 전원을 설치하는 것은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이다. 어린이 통학버스 기준을 지정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정지표시장치는 문이 열리고 닫힐 때 자동으로 표시가 펴지고 접히게 돼 있다.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 박상영 차장은 “정지표시장치에 임의로 전원을 설치하면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통학차량 개조작업을 많이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법으로)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운전자들이 강력히 요구해 어쩔 수없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나 경찰은 통학차량의 ‘불법 개조’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장치 설치 여부만 점검할 뿐 실제 작동 여부까지는 일일이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다. 현재 도로를 달리고 있는 통학차량 수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교육부는 올 7월 전국의 어린이 통학차량을 7만7123대로 파악했다. 그러나 8월 말까지 신고를 마친 차량은 이미 10만 대를 훌쩍 넘겼다. 학원가에서는 전체 통학차량이 최소 15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 차량이 개조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신고를 꺼린다는 것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비용 때문에 통학차량 4대를 운행하면서 1, 2대만 신고한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수조사는 강제성이 없고 자진신고하게 돼 있어 일부 통학버스가 누락될 수 있다.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조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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