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살고 있는 30대 가장 김진우(가명)씨.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인근에 있는 한 대형마트를 이용한다. 한 곳에 포인트를 모으면 이득이라는 생각에 벌써 2년 넘게 한 곳만 집중적으로 이용해 왔다. 갈 때마다 적게는 5만원부터 많게는 10만원씩 결제를 하곤 하는데 어느 날 문득 영수증을 보다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그동안 꽤 많은 돈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간 모인 포인트가 고작 5000포인트도 안됐던 것(1포인트당 1원). 적어도 수백만 원은 쓴 거 같은데 고작 모인 포인트가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값보다도 못하다니….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 포인트 적립률 0.1%…만 원 쓰면 10원꼴
이유는 터무니없이 낮은 적립률이다. 기본 적립률이 결제 금액의 0.1%에 불과했던 것. 1만원을 사용하면 10원, 10만원은 써야 100원 상당의 포인트가 쌓인다.
그럼 제법 포인트가 모인다 싶을 정도가 되려면 얼마를 써야 할까?
4인 가족이 매주 1번꼴로 대형마트를 들르고 갈 때마다 평균 10만원을 결제한다고 가정해봤다. 한 달이 4번이니 1년에 48번 정도다. 여기에 10만원을 대입하면 480만원, 2년 동안 960만원을 쓰게 된다.
이걸 포인트로 계산해봐도 9600원, 즉 만원도 안된다. 짜장면 두 그릇(한 그릇당 약 4500원) 또는 치킨(1만7000원) 반마리 가격 정도이다.
이같은 적립률을 마트별로 비교해봤다. 대상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3사다.
앞서 말한 0.1%포인트는 이마트와 롯데에 적용된다. 별도의 제휴카드를 쓰지 않는 이상 0.1%로 출발한다.
다만 롯데는 사용 금액에 따라 적립률이 달라진다. 최저 적립률은 0.1%지만 6개월간 60만원 이상 쓰게 되면 0.5%, 150만원 이상은 0.75%, 300만원 이상을 쓰게 되면 1%까지 적립률이 올라간다. 매달 50만원씩을 롯데마트에 결제(6개월간 300만원)하면 1%를 적립해주는 셈이다.
기본 적립률이 가장 낮은 이마트도 제휴카드를 쓰기에 따라 최대 7배(직불카드의 경우 10%까지)까지 높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신용카드마다 1만~3만원 상당의 연회비와 수십만원에 이르는 전월 실적(전달에 얼마 이상을 써야하는 실적)을 채워야 한다.
그렇다면 힘들게 모은 포인트는 언제까지 쓸 수 있는 걸까? 이마트는 2년이 지나면 한 달 단위로 포인트가 소멸한다. 홈플러스는 최근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2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롯데만 12월부로 종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 홈플러스 ‘적립률’·롯데 ‘제휴사’ 강점…이마트는?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사용하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우선 적립률이 가장 높은 곳은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기본적으로 결제금액의 0.5%를 적립해줘 타사보다 5배 높았다. 포인트 유효기간이 짧아졌지만 2000포인트가 넘을 때마다 1000원짜리 쿠폰으로 만들어 우편이나 이메일로 고객에게 전송하는 점도 특징이다.
롯데는 유통업의 강자답게 범용성이 강점이다. 마트에서 쌓은 포인트는 백화점, 면세점은 물론 영화관, 외식업체, 테마파크, 호텔, 편의점 등에서 모두 쓸 수 있다. 다른 계열사에서 적립한 모은 포인트와도 함께 쓸 수 있다.
이마트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이나 조선호텔, 신세계면세점이 있지만 몇천원에 불과할 포인트를 내밀기에 적당치 않아 보인다. 그나마 쓸만한 곳은 커피숍 정도다.
이 같은 결과를 보여주자 경기 일산에 사는 20대 직장인 이형석(가명)씨는 "적립률이 그것밖에 안 됐냐"며 "어쩐지 그간 쌓이는 포인트가 너무 적다 싶었다"고 말했다.
40대 주부 강진주(가명)씨도 "동네카페도 쿠폰에 도장을 10장 찍으면 아메리카노 한 잔은 준다"며 "떠올려보면 마트에서 쌓은 포인트로 별로 혜택을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 “제휴카드로 적립률 높일 수 있어” vs “전형적인 눈속임 마케팅”
대형 마트의 입장은 어떨까? 한 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는 것이 대형마트인 특성상 포인트 적립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용실적이나 제휴 카드에 따라 할인이나 적립 혜택을 따로 주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허울뿐인 포인트 제도를 손보거나 포인트 사용에 관한 고객 안내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포인트제도를 따져보면 눈속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며 "기업이 포인트 제도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만큼 고객에게 이용방법도 안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포인트 제도는 기업이 주는 일종의 보상(reward) 개념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포인트 사용을 권장하는 것에)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잊어먹기 쉽다"며 "까다로운 포인트제도 대신 할인을 더 해주거나 기업이 포인트 보상에도 나설 수 있도록 공적 영역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KBS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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