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9일 수요일

싱가포르 에어쇼 2014… 세계 군수업체들, 전투기보다 무인기(drone)에 열 올려

美 군수업체 수십종 선보여… 中도 '이룽' 발표하며 경쟁나서
총거래 규모 320억달러 중에서 상당수가 무인기 거래

민간인 희생 등 비판 여론도

지난 16일(현지 시각) 막을 내린 아시아 최대의 방위산업 전시회 '싱가포르 에어쇼 2014'에선 예년과 다른 생소한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대 중앙에서 집중 조명을 받던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이 구석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에 무인기(無人機)가 들어선 것이다. 미국·중국·이스라엘·호주·오스트리아 군수업체들은 전투기보다 군수용·민간용 무인기 판촉에 열을 올렸다. 173개사가 참가한 미국 군수업계는 무인기 수십 종을 선보였다. 20여 업체가 참가한 중국도 자체 개발한 무인기 '이룽(翼龍)'을 발표하며 경쟁에 나섰다. 이번 에어쇼에선 총 32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고, 이 중 상당수가 무인기 거래로 나타났다고 행사 조직위원회는 밝혔다.

최근 군수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드론(drone)'이라고 불리는 무인기 시장이다. 미국의 방산전문 컨설팅 업체 틸 그룹은 이달 초 세계 무인기 시장이 2013년 66억달러(약 7조원)에서 2022년 114억달러(약 1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누적 매출은 890억달러(약 95조원)로 추산된다.



무인기가 각광받는 이유는 인명 피해를 절감할 수 있고 정찰과 폭격 등 각종 작전에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인(有人) 전투기는 조종사의 수면 등 생리적 원인으로 최장 비행시간이 24시간으로 제한된다. 이에 비해 무인기는 40시간 이상 연속 비행도 가능하다. 드론 조종사 1명의 훈련비용은 약 5억원으로 일반 전투기 조종사 훈련비용(평균 50억원)의 약 10% 수준이다.

드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쟁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전장에 군인들이 직접 투입되는 대신 모니터와 조이스틱이 설치된 조종실에서 수천㎞ 떨어진 적을 살상하는 게이머 같은 군인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무인기 분야의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아프가니스탄·이라크·파키스탄 등에서 실행한 대(對)테러전에 빠짐없이 드론을 투입했다. 전 세계에서 드론을 7000여대 운영하는 미 정부의 관련 예산은 연간 50억달러가 넘는다.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미 국방부가 훈련시키는 드론 원격 조종사는 전투기 조종사 훈련병 수(350명)를 넘어섰다. 미 정부는 10년 내 군용기의 30%를 무인기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영국·프랑스 등 군사 강국은 모두 무인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 여론도 거세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해 10월 "지난 10년간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무인기 공격으로 3000여명이 사망했고, 이 중 900여명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기사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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