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회사생활 언제까지…" 약전·치전·로스쿨 도전 늘어
주중엔 직장… 주말 학원으로 합격여부 장담못해 불안 여전
김성희(28·가명)씨는 3년 전 모든 취업준비생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뿌듯해 하는 부모님과 부러워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이런 회사에 다니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랬던 김씨는 최근 한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의치약선수과목 주말반에 등록했다. 약학전문대학원(약전)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김씨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약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사원증을 볼 때마다 기뻤던 신입 시절은 잠시뿐. 서른 중반까지 버티면 오래 버티는 거라며 이직을 준비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오래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자기 시간이 없는 것도 이유였다. 매일 밤 11시가 돼서야 끝나는 야근에 시달리다 보니 이렇게 젊은 시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앞이 캄캄한 취업난 속에서 약전 진학에 실패했을 경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씨는 평일은 회사에, 주말은 교육원에서 보내고 있다. 김씨는 "약전 진학도 장담할 수 없는데다 수업료도 과목당 수십만원으로 만만치 않아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도 "매일매일을 허비하는 것 같은 지금 생활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최근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 진학을 준비하는 박우진(34·가명)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수험생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직장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사표를 제출하게 만들었다. 현재 박씨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다. 이른 아침 도서관에 나가 수험 서적을 읽고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는 것이 그의 일과다. 그는 의사로서의 특별한 사명감은 사실 갖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박씨는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의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다니던 직장이 불안하니 전문직을 찾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사표를 내고 공부를 하는 지금도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합격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학비 문제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1년에 3,000만원 하는 학비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전문직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답답하지만 그래도 전문직이니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박씨는 "요즘 전문직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들 하지만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전문직인데 일반 회사원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고용 불안정성 등으로 약전이나 치전, 로스쿨 등의 전문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20~3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의 경우 응시인원이 2011년 1만47명에서 2012년 1만2,194명, 2013년 1만3,142명, 2014년 1만4,330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응시 연령도 26세 이상은 2011년 4,078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4,328명, 2013년 4,361명, 2014년 4,609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법학적성시험(LEET)도 마찬가지다. 25세 이하 응시자 수는 2013년 2,667명에서 2014년 2,964명으로 297명 늘었지만 같은 기간 26세 이상 응시자는 1,108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26~28세는 399명, 29~31세는 241명, 32~34세는 221명, 35세 이상 응시자는 247명이었다.
학원가에서도 전문대학원 진학 상담을 받는 직장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박유경 피엠디아카데미 입시정보팀장은 "31세 이상 직장인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달 상담 건수가 보통 120건을 넘고 대상을 20대 후반까지 넓힐 경우 훨씬 많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보통 수험생들이 어느 대학원을 진학할지 미리 결정을 하고 오는 반면 직장인들은 학원에서 상담을 받으며 약전·의전 혹은 편입 여부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의전의 경우 서류전형을 포함한 곳이 많은데다 수련과정도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직장인들은 점수 위주로 합격 여부가 가려지는 약전을 좀 더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원가 관계자도 "고용이 불안한 현재 젊은 층의 경우 안전망을 갖추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전문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전문직이 이전만큼 고액의 연봉을 받지 못하더라도 안정성 면에서 회사원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한국일보>
주중엔 직장… 주말 학원으로 합격여부 장담못해 불안 여전
김성희(28·가명)씨는 3년 전 모든 취업준비생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뿌듯해 하는 부모님과 부러워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이런 회사에 다니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랬던 김씨는 최근 한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의치약선수과목 주말반에 등록했다. 약학전문대학원(약전)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김씨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약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사원증을 볼 때마다 기뻤던 신입 시절은 잠시뿐. 서른 중반까지 버티면 오래 버티는 거라며 이직을 준비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오래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자기 시간이 없는 것도 이유였다. 매일 밤 11시가 돼서야 끝나는 야근에 시달리다 보니 이렇게 젊은 시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앞이 캄캄한 취업난 속에서 약전 진학에 실패했을 경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씨는 평일은 회사에, 주말은 교육원에서 보내고 있다. 김씨는 "약전 진학도 장담할 수 없는데다 수업료도 과목당 수십만원으로 만만치 않아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도 "매일매일을 허비하는 것 같은 지금 생활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최근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 진학을 준비하는 박우진(34·가명)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수험생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직장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사표를 제출하게 만들었다. 현재 박씨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다. 이른 아침 도서관에 나가 수험 서적을 읽고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는 것이 그의 일과다. 그는 의사로서의 특별한 사명감은 사실 갖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박씨는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의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다니던 직장이 불안하니 전문직을 찾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사표를 내고 공부를 하는 지금도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합격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학비 문제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1년에 3,000만원 하는 학비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전문직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답답하지만 그래도 전문직이니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박씨는 "요즘 전문직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들 하지만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전문직인데 일반 회사원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고용 불안정성 등으로 약전이나 치전, 로스쿨 등의 전문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20~3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의 경우 응시인원이 2011년 1만47명에서 2012년 1만2,194명, 2013년 1만3,142명, 2014년 1만4,330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응시 연령도 26세 이상은 2011년 4,078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4,328명, 2013년 4,361명, 2014년 4,609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법학적성시험(LEET)도 마찬가지다. 25세 이하 응시자 수는 2013년 2,667명에서 2014년 2,964명으로 297명 늘었지만 같은 기간 26세 이상 응시자는 1,108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26~28세는 399명, 29~31세는 241명, 32~34세는 221명, 35세 이상 응시자는 247명이었다.
학원가에서도 전문대학원 진학 상담을 받는 직장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박유경 피엠디아카데미 입시정보팀장은 "31세 이상 직장인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달 상담 건수가 보통 120건을 넘고 대상을 20대 후반까지 넓힐 경우 훨씬 많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보통 수험생들이 어느 대학원을 진학할지 미리 결정을 하고 오는 반면 직장인들은 학원에서 상담을 받으며 약전·의전 혹은 편입 여부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의전의 경우 서류전형을 포함한 곳이 많은데다 수련과정도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직장인들은 점수 위주로 합격 여부가 가려지는 약전을 좀 더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원가 관계자도 "고용이 불안한 현재 젊은 층의 경우 안전망을 갖추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전문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전문직이 이전만큼 고액의 연봉을 받지 못하더라도 안정성 면에서 회사원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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