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 나에 대한 비방들이
류영준 교수는 자신에 대한 몇몇 오해를 적극 해명하고 싶어 했다. 황우석 사건 논란이 한창이던 때 황우석의 지지자들이 문제 삼은 것들이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었던 탓에 반론을 할 수 없었다. 불명예와 억울함에도 8년 동안 침묵해야 했던 것이다. 그중 몇 가지를 골라 그에게 답변을 요청했다. 그는 또 황우석 사건을 앞뒤로 그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도 공개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류영준은 황우석 연구실 생활에 적응을 못해 불성실했다.
=황우석 실험실의 생활은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나는 황 교수보다 먼저 출근해 늦게 퇴근했다. 설날과 추석 연휴에 고향인 부산에 가는 일 외에 휴가라곤 없었다. 실험을 위해 도축장과 병원을 오가는 생활만 반복했다. 일각에선 성적이 나빠 유급했다고 하는데 실험실을 떠날 당시 A학점 이상이었다.
-다른 연구원들과 불화가 많았다.
=황우석 실험실엔 배경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도 황우석 교수는 전혀 위계나 체계를 잡지 않아 실험실 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소·돼지·호랑이·개 복제팀 그리고 줄기세포팀으로 나눠져 있어 갈등과 알력도 있었다. 황 교수는 이를 활용했다. 서로 이간시켜 자신에게 잘못을 보고하도록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선임자에게는 책임만 있고 권리는 빼앗긴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류영준이 정의와 진실을 내세우는 동안 황우석의 원천기술이 외국으로 흘러갔다.
=체세포 핵이식에 대한 황우석의 특허 초안은 내가 작성했다. 국제특허를 위한 보정도 내가 도와 겨우 이뤄졌다. 나는 서류에 발명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내가 발명한 특허를 외국에 넘겨줬다는 해괴한 논리는 사실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만들어낸 소설이다.
-미즈메디병원의 주요 자료를 개인 실험노트에 적어 빼돌렸다.
=실험노트는 연구자 개인의 것이다. 개인이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적는다. 팀 안에 여러 사람이 있으면 각자의 노트에 자기가 한 일을 적는다. 우리는 팀원이 5명이라 실험노트도 5권이다. 내가 실험실을 떠날 때 실험에 대한 모든 내용을 복사해 실험실에 두고 나왔다. 황우석이 내 노트가 다시 필요했다면 당장 요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2년이 넘도록 아무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제2저자인 2004년 <사이언스> 논문도 조작으로 결론 났다. 류영준도 사기꾼 아닌가.
=2004년 논문에서 조작된 부분은 세 가지였다. 사진과 부계모계유전자동시 발현검사, 체세포와 줄기세포 유전자 비교일치검사였다. 사진은 박종혁이 잘못한 부분을 인정했고, 부계모계유전자에서 둘 다 발현돼야 함에도 실험 결과가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황우석에게 이를 사실대로 보고했지만 묵살했다. 이후 강성근 교수가 황우석의 지시하에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을 사건이 터진 뒤 알게 됐다.
-MBC < PD수첩 >이 ‘황우석 죽이기’에 협조하는 대가로 미래를 보장해준다고 약속했다.
=오히려 황우석 편에 있으면 더 이익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다. 교수도 더 빨리 됐을 것이다. MBC가 학계에 있는 나에게 어떻게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겠는가.
-배반포가 있지 않았는가.
=황우석이 실험을 통해 모양이 좋은 배반포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은 증명이다. 아무리 간단해도 남들이 다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진의 배반포가 핵이식에 의한 것이라면 증거를 대야 한다.
-황우석 사태를 거치면서 기억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의대 시절 온몸으로 기독 의사의 삶을 보여줬던 고 장기려 박사, 어린 시절부터 가까이서 정신적 가르침을 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실제 함께 황우석 사건을 겪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과 판단에 가르침을 준 황상익 서울대 인문의학과 교수, 병리과 의사로서 의사의 길을 다시 걷게 해준 김한겸 고려대 병리학과 교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박사 가족, MBC < PD수첩 > 최승호·한학수·김보슬·김현기 PD, 그리고 아직 말할 수 없지만 많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강원대 병리학교실에서 줄기세포의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에 대해 기본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싶다. 또 실험에 필요한 인체조직을 공급하는 정부 주도 연구 인프라인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올해부터 강원도 지역 단위 은행장을 맡게 됐다. 연구자들이 어려워하는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해 조언해주고 친절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 병원에서 조직·세포·분자 검사 등 환자 치료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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