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WHO권장량 배이상 섭취
김치찌개·육개장·부대찌개 등
나트륨 범벅 국민건강 적신호
국없이 밥 못먹는 문화 바꿔야
한국인은 짜도 너무 짜게 먹는다. 간을 맞춘다는 건 그만큼 짜게 만든다는 의미다.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4831㎎(2011년 기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권고량 2000㎎의 2배를 훨씬 넘는다. 나트륨과다 섭취는 고혈압 등 뇌혈관 질환의 주원인이다. 암에 이어 한국인의 사망원인 2위다.
짜게 먹는 식습관이 죽음을 앞당기는 셈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짜게 먹는 것일까. 본지가 맛집으로 이름난 대박식당 취재를 통해 짜게 먹는 한국인들의 식생활을 엿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간이염도측정기(염도기)로 음식의 염도를 측정했다. 짠 정도의 기준은 서울시와 함께 저염식단을 꾸려 제공하는 음식점으로 삼았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유명 김치찌개 집. 값도 싸고 맛 또한 기가 막혀 점심때면 인근 직장인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라면 사리가 익어 가면 그것부터 건져 먹고, 익은 김치의 신묘한 맛을 담은 빨간 국물을 하얀 쌀밥 위에 얹어 먹는다. 국물이 졸아들면 남은 밥을 쏟아 넣어 남김없이 긁어 먹는 그런….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치찌개가 테이블 앞에 대령됐다.
염도기를 살짝 담갔다. 순간 1.8%까지 치솟은 염도기 수치는 몇 초가 지나자 1.4%에 멈춰서며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맛있게 식사 중인 옆 테이블 손님들에게 “짜지 않느냐”고 슬쩍 물었다. 이구동성, “김치찌개가 원래 그렇죠. 입맛에 딱이에요”라고 대답한다.
식약처의 ‘식품영양성분데이터베이스’와, ‘나트륨 섭취량 주요 급원 식품표’에 따르면 이날 김치찌개의 나트륨(찌개김치 1962.14㎎+반찬김치 278.86㎎)은 최소한 2200㎎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의 1일 권장 나트륨 섭취량 2000㎎을 한 끼로 넘겨 버렸다.
이번에는 종로의 유명 순댓국집을 찾았다. 30대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들어선다. 기본 반찬이 먼저 놓이고 순댓국이 뚝배기에 담겨 온다. 숟가락으로 국물 맛을 확인한 남자는, 새우젓 한 스푼을 순댓국에 넣는다. 다시 맛을 본 남자, 쩝쩝거리며 다시 새우젓 한 스푼을 더 넣고서야 만족한 표정이다.
식사 막바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던 남자는, 뚝배기를 들고 들이킨다. 남자가 일어난 자리에는 바닥을 드러낸 뚝배기가 기울어진 채 놓여 있다. 기자 역시 순댓국을 하나 주문했다. 염도기로 측정한 순댓국은 0.5%, 다진양념을 넣고 새우젓까지 타니 염도는 점점 올라가 0.7%에 멈춘다. 컵라면 염도와 같은 수준이다.
굳이 맛집이 아니더라도 짜기는 마찬가지다. 용산구의 고깃집에서 함께 파는 된장찌개, 인근 분식집의 부대찌개, 그리고, 종로구에 있는 육개장의 염도는 모두 0.8%씩으로 라면의 염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찬까지 먹으니 나트륨 섭취량은 더 많다. 된장찌개 2456.29㎎(찌개 2021.0㎎+김치 278.86㎎+깍두기 156.43㎎), 부대찌개 3099.5㎎(찌개 2664.21㎎+김치 278.86㎎+깍두기 156.43㎎), 육개장 3288.38㎎(육개장 2853.09㎎+김치 278.86㎎+깍두기 156.43㎎)이나 된다.
한국인들의 1일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2년 4583㎎이다. 2010년 4878㎎, 2011년 4831㎎에서 매년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강백원 식약처 영양안전정책과장은 “WHO 권장량까지 맞추는 것이 현재 최종 목표”라면서 “국물이 곁들어져야 하는 식습관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저염식단은 생명을 연장하는 지름길이다.
<기사 출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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