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왼쪽)와 올리브 열매. 최근 위염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한 올리브유의 항균 작용에 관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
올리브유가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 준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이와 관련된 국내외 연구 결과도 차고 넘친다. 그래도 한번 다시 정리해 보자. 올리브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 유익할 수 있는 것은 올리브의 지질구성 때문이다.
지질엔 포화지방, 단일불포화지방, 다가불포화지방이 있다.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을 구분하는 기준은 탄소와 수소가 나란히 결합된 지방산 구조에서 탄소와 탄소만의 이중결합(불포화)이 있는지 여부다. 이중결합이 없으면 포화지방이다.
그리고 이중결합이 있어도 탄소 사슬의 끝에서 세 번째 탄소에 이중결합이 있으면 오메가3, 여섯 번째 탄소에 이중결합이 있으면 오메가6다. 오메가3와 오메가6는 이중결합이 여러 개 존재하기 때문에 다가불포화지방이라 불린다. 그러나 오메가9은 탄소사슬의 아홉 번째 탄소에 이중결합이 단 한 개 있기 때문에 단일불포화지방이라 부른다.
그런데 우리 몸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것이 바로 단일불포화지방과 다가불포화지방이다.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의 수치를 높여주는 반면, 혈관을 막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의 수치는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올리브유에는 이 같은 단일불포화지방의 하나인 올레산이 무려 지질의 76.5%를 차지하고 있다(표 참조).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낮은 것도 올리브유를 통해 오메가9 지방인 올레산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리브유에는 비타민E도 풍부한데 이 성분 역시 동맥경화를 차단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감소시켜 준다. 오메가9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는 셈이다. 국내에서 올리브유가 건강 식품으로 주목을 받는 것도 육류 소비가 늘어나는 서구형 식습관이 자리잡으며 심혈관 질환 유발 빈도가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런데 최근 올리브유가 위염이나 위궤양 등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의 제거에도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해외에서의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올리브유의 페놀계 성분들이 위장 내부와 마찬가지로 산성이 매우 높은 조건 속에서도 수 시간 동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강한 항균작용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올리브유에 함유된 페놀 성분들이 헬리코박터균이 유발한 소화성 궤양이나 위염 또는 위암에 대해서 효과적인 물질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으로 향후 이어질 연구가 기대된다.
한편 올리브는 잎과 과육에도 기름 못잖게 좋은 성분들이 많이 들어있다. 올리브잎의 올러유러핀은 항균·항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에서는 위염 치료제로 올리브잎을 쓰기도 했다. 천연항생제였던 셈이다.
올리브 열매는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올레산 등 불포화지방이 풍부하게 들어있으면서도 칼로리가 낮아 저지방 다이어트 식단을 찾는 이들에게는 올리브유보다 더 추천되고 있다. 올리브유 100g은 921㎉로 열량이 높지만 올리브 과육 100g의 열량은 72㎉로 기름의 10분의 1도 안 된다.
한편 올리브유는 짜내는 단계에 따라 등급이 나눠지는데, 화학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을 최고로 친다. 반면 정제올리브유는 저급 올리브유를 탈산, 탈색 및 탈취하는 등의 정제과정을 거친 올리브유이다. 그리고 퓨어 등급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정제올리브유를 섞어서 제조한 올리브유이다. 엑스트라 버진의 경우 폴리페놀 성분이 그대로 잔존하지만 등급이 낮은 정제올리브유는 정제과정에서 유효 성분인 폴리페놀이 제거된다. 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가열하면 연기가 발생하고 영양소가 파괴되므로 가열 요리에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생으로 섭취할 수 있는 샐러드 드레싱 등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정문웅 우석대 외식산업조리학과 교수><기사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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