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8일 수요일

슬픈 신조어 '청년실신'…빚더미에 허덕이는 20대

[앵커]

'청년실신'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청년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를 더해서 만든 신조어라고 합니다. 요즘 20대 대학생들의 취업난 얘기는 많이들 전해져서 알고 있는데요. 취업 재수, 삼수를 하게 되고 이처럼 벌이가 없이 몇 년을 지내야 하다 보니 적지 않은 빚을 떠안게 되는 겁니다.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빚더미를 떠안고 사회 첫발을 떼는 요즘 20대들의 현실을 박영우 기자가 전해드릴 텐데요, 그다음에는 이런 상황에서 돈 버는 건 은행밖에 없더라 하는 내용도 이어집니다.

박영우 기자입니다.

[기자]

대출 서류들이 가득합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작성한 서류입니다. 모두 9곳이나 됩니다. 

다 더해 보니 3천만원입니다.

이 돈을 빌린 엄승준 씨는 28살입니다. 신용불량자입니다.

엄씨가 처음 대출을 받게 된 건 2008년.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업만 하면 쉽게 갚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출금은 쌓여만 갔습니다.

어느새 이자는 원금보다 많아졌습니다.

이자 내는 날만 다가오면 숨통이 조여 왔습니다.

[엄승준/직장인 : 버는 돈의 60~70%가 이자로 나갔어요. 60% 차입금 빼고 나면 숨 쉴 정도, 방세 낼 정도만 빼고 다 이자로 나갔죠.]

엄씨 같은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20대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신용평가사 자료에 따르면 20대 다중채무자의 부실률은 12.2%. 

다른 연령대 대비 2배가 넘습니다. 

[엄승준/직장인 : 금융의 덫이라는 게 있잖아요.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고 돌려막다 보면 카드론을 쓰게 되고 대출을 받다가 대부업체까지 발을 들이고….]

서울 신촌거리. 대학생들에게 금전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지 물어봤습니다.

[강동훈/대학생 : 학비나 생활비 부분이 가장 부담되고 일단 기본적으로 학비가 350만원 정도 되니까 그쪽이 많이 부담되는 것 같습니다.]

[김도희/대학생 : 등록금이 아무래도 부담이 가장 크죠. 아무래도 그것(등록금) 때문에 돈을 많이 벌려고 하고, 애들이 공부보다 돈 벌려고 더 바쁜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신지원/대학생 : 아르바이트해서 생활비를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거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급 5000-6000원 수준의 아르바이트로는 역부족입니다. 

수백만원하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겁니다. 

결국 돈을 빌리게 됩니다. 

[유병수/대학생 : 학자금 대출받는 학생들이 많아요. 제 나이가 29살이기 때문에 다들 갚는 처지인데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30세 미만 청년들의 부채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조사 결과 20대 한 명당 빚이 1558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0년 936만원과 비교해 무려 66.5%나 올랐습니다.

지난해 20대의 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10명 중 4명은 학자금 대출이었습니다. 그 다음이 생활비입니다. 

[김진회 사무국장/청년연대은행 : 일단은 청년들의 현실이라는 게 통계적으로도 그렇고, 주변을 봐도 절반 정도는 학자금 대출을 끼고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라고요.]

빚더미에 허덕이다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20대도 늘고 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한 29세 이하 청년이 6671명. 지난 2012년 6809명을 기록한 이후 2013년 6098명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가 늘었습니다.

한 해 60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꿈을 펴기도 전에 인생의 낙오자가 돼버리는 겁니다. 

빚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개인 파산을 신청한 엄씨는 정상적인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합니다. 

[엄승준/직장인 : 완전히 노예였죠. 족쇄 빚의 이자의 노예.]
<기사 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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