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게 알아낸 개별난방 비법
[오마이뉴스 고금숙 기자]
추운 겨울을 맞아 에너지도 절약하고 '우리 집 따숩게' 하는 방법들을 사부작사부작 글로 올립니다. 단열과 창호, 곰팡이와 결로 그리고 보일러에 대한 서민형 체험담을 함께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보일러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이름하여 '보일러 연비' 높이기 방법을 싣는다.... 기자말
4년간 살았던 서울 마포구 '합정 시베리아'를 떠나면서 가스비를 정산하려고 난생 처음으로 도시가스 계량기를 들여다 보았다(그 전까지는 계량기가 건물 어디메에 달려 있는지도 몰랐다). 4년 전 처음 입주한 신축빌라라 계량기를 교체한 적이 없어, 계량기에는 건물에 사는 모든 가구의 4년치 도시가스 사용량이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우리 집보다 평수가 작고 중간 층에 자리잡은 집들보다, 5층 꼭대기 층에 있는 우리 집 가스 사용량이 '단연코' 적었다. 다른 집들의 계량기 숫자가 모두 3과 4로 시작하는데 반해 우리집만 2로 시작했다. 물론 남들보다 춥게 산 덕이기도 하지만, 부단히 보일러 연비를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집 보일러 연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자동차의 경우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오랜 시간 생활하는 '집의 연비'는 대부분 관심이 적다. 물론 보일러 연비는 자동차 연비보다 복잡해서 답이 똑부러지게 정해져 있지도 않다. 보일러 종류와 집 상태, 생활습관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집 보일러는 타이머(시간예약)를 누르면 무조건 난방수 온도가 80도로 돌아가고, 외출을 누르면 동파 방지를 막기 위해 최소한만 가동되는 'D보일러'다. 전에 살던 집에 달렸던 'R보일러'는 타이머 상태에서도 원하는 대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에 달린 'L보일러'는 외출과 타이머 기능이 같아서, 다른 보일러에 있는 '타이머' 기능이 없다.
게다가 집 단열상태에 따라 보일러 사용법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타이머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다른 이는 타이머로 했더니 난방비가 더 나왔다는 소리를 한다. 또 집을 비울 때 '외출' 기능을 이용하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출'로 맞춰놨다가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이도 등장한다.
정보를 찾을수록 헷갈리고 사람마다 하는 말이 달라서 내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12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바깥 온도가 비슷한 일 주일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틀면서 정해진 시간마다 계량기 수치를 확인해 본 것(우리 집 계량기는 보기도 힘든 곳에 달려 있어서 난간에 매달려 계량기 수치를 검증했다. ㅠ.ㅠ). 그 결과 기본적으로 아래 방법들을 적절히 참고하면 되시겠다. 우리집 보일러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비법이라면, 스스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틀면서 계량기 수치와 실내온도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질문 1] 보일러 설정, 난방이 비쌀까 온수가 비쌀까?
이 질문의 답은, 온수가 비싸다! 따라서 난방수와 온수 온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는 보일러라면 온수 온도는 되도록 낮게 유지해야 한다. 난방수는 보일러 배관 안을 순환하며 계속 데워지지만, 온수는 사용 후 버려지기 때문에 빠져나간 만큼 차가운 물을 지속적으로 데워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절수기를 설치하면 물을 절약할 뿐 아니라 온수를 적게 사용하므로 난방비도 줄어든다. 온수(급탕수)와 난방 비용이 따로 기재되는 아파트 고지서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온수를 적게 쓰는 깨알같은 방법!
① 겨울철에는 샤워 횟수와 샤워 시간을 줄인다(여름처럼 날마다 샤워할 필요 없다).
② 수도꼭지가 온수에 있으면 보일러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집이 있으니, 사용 후 수도꼭지를 냉수 쪽으로 돌려놓는다.
③ 온수 사용 시 보일러를 틀어놓고 한참 뜸 들이지 말고, 바로 온수를 사용해야 에너지가 절약된다.
④ 온수 온도는 40~50도 아래로 낮게 유지한다. 온수 온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으면 '앗, 뜨거' 할 만큼 보일러를 돌린 다음 찬물을 섞어 온도를 낮추는 꼴이다. 우리집 보일러 온수 최저 온도는 37도인데, 한겨울에도 샤워할 때 몸이 뜨끈뜨끈해진다. R보일러의 경우, 한겨울에는 온수 한 칸으로는 좀 춥고, 온수 두 칸 정도가 따뜻했다.
[질문 2] 외출 시 보일러 전원은 꺼야 좋을까?
아니다. 형광등처럼 보일러 전원을 껐다 켰다 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므로, 외출 시 끄지 말고 낮은 온도로 켜놓거나 '외출'로 돌려 놓으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이다. 보일러 동파까지 생각하면 어떤 집이든 '외출'로 설정하거나, 낮은 온도로 보일러를 틀어놓아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 측면에서만 보면, 단열이 안 되는 추운 집은 '외출'로 해놔도 보일러가 자주 돌아가니 차라리 끄는 게 낫다. 그러나 이런 집들도 한겨울에는 동파 방지를 위해 꺼놓기보다 '외출'로 해놓아야 한다. 난방비가 약간 더 나오더라도.
반대로 최신 아파트나 단열공사를 한 집은 보일러를 끄지 말고 '외출'로 해 놓거나 실내온도를 17도 정도로 약하게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다. 우리집의 경우, 집에 없는 낮 시간 내내 하루는 '외출'로 해 놓고 하루는 난방수 온도를 30도로 맞춰놓은 다음 가스 사용량을 비교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난방수 온도 30도가 '외출'보다 가스를 약간 적게 사용했다.
왜냐하면 우리 집 보일러는 '외출' 기능이 동파만 막을 뿐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온도가 떨어진 난방수를 데우면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듯하다. 난방수 온도 30도는 실내온도 17도 정도로 다른 보일러의 '외출' 기능에 해당한다. 이처럼 각각 다른 보일러 특징이 사용설명서나 제품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니 꼭 숙지하시길! 나 역시 이사온 지 일 년 후 보일러 사용설명서를 읽다가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질문 3] 보일러 청소는 해야 할까?
직접 할 수 있는 보일러 청소는 기빼기(에어콕) 밸브를 통해 배관을 청소하는 법과 보일러 필터를 청소하는 것, 두 가지다. 먼저 배관 청소는 배관 내 이물질(수산화칼슘)과 공기를 제거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전면난방수 교체와 부분 청소로 나뉜다. 전면난방수 교체는 업체에 맡겨 진행하는데, 가스 보일러의 경우 10년에 한 번, 기름 보일러의 경우 3~5년에 한 번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 청소는 분배기의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공기와 녹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분배기는 싱크대 아래나 보일러실에 있는, 가스밸브가 여러 개 달려 있는 장치를 말한다. 부분 청소를 하려면 가장 먼저 보일러를 끈다. 자동으로 물 보충이 되는 보일러의 경우, 분배기 위에 꼭지처럼 달려 있는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공기와 녹물을 뺀다.
수동으로 부족한 물을 채워주는 보일러의 경우, 물 보충 밸브를 먼저 연 다음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준다. 이때 분배기에서 여러 곳으로 순환되는 밸브를 하나만 열고 공기빼기 밸브 아래 대야를 받친 다은 5~10분 정도 공기와 녹물을 모두 빼낸다. 공기와 녹물이 나온 후 맑은 물만 나올 때 분배기 밸브를 잠그고, 다음 밸브를 열어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다른 방은 다 따뜻한데 한 방만 안 따뜻할 때도 이렇게 배관 청소를 해주면 좋다.
필터 청소는 보일러 통 아래 달려있는 필터를 분리해 물로 깨끗하게 씻어주면 된다. 필터 청소 전에 분배기 밸브와 직수 밸브를 모두 잠근 다음, 필터를 씻어 제자리에 끼우고 잠갔던 밸브를 열어준다. 필터와 직수밸브의 위치는 보일러 사용설명서나 제품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보일러 아래 달려 있는 호스와 분배기를 수건이나 보온재로 둘둘 싸주면 효율이 높아진다. 특히 오래된 집에는 동(구리) 재질이 사용되었는데, 분배기에서 열이 쉽게 빠져나가므로 꼭 보온해줘야 한다. 분배기를 수건으로 싼 다음 '뽁뽁이'로 봉해주면 열이 새어나가지 않는다. 우리 집은 오래된 집답게 하얀색 호스의 플라스틱(엑셀 파이프)이 아니라 금색의 동 재질이 사용되었다. 실제로 보일러 난방을 할 때 슬쩍 만져보니 열이 새서 분배기 근처가 따끈따끈해져 있었다.
[질문 4] 실내 온도? 난방수 온도? 대체 몇 도가 좋은 거지?
보일러에 따라 실내 온도와 난방수 온도 중 하나로 난방을 조절하는데, 햇볕이 잘 들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은 실내온도를 사용하고, 단열이 좋지 않은 집은 난방수 온도로 조절한다. 그런데 햇볕이 잘 들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이라도 보일러 조절기가 난방을 안 하는 방이나 추운 곳에 붙어 있다면 난방수 온도를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난방수 온도가 실내 온도보다 정확하기도 하다.
난방수 온도가 30~50도인 경우 거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고, 55도 이상은 돼야 실내가 따뜻해진다.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는 18~20도인데, 일반적으로 난방수 온도가 55도 이상으로 보일러를 가동해야 실내온도가 18도 정도 된다. 사실 적정온도에서 가만히 있으면 약간 쌀쌀하다. 그러나 몸에 건강하고 책 읽기에도 가장 적합한 온도라고 하니, 쌀쌀할 때는 유단포를 이용하거나 10분 정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실내 체조를 해서 자가 발열하는 게 좋다.
우리집의 경우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해 보일러를 돌리면 실내온도가 19~20도가 된다. 침대 생활을 하므로 밤에 잠에 들면서 난방수 온도를 30도로 낮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돌리며 계량기를 확인한 결과, 낮에 집을 비우고 침대 생활을 하는 집의 경우, 따뜻해지면서도 난방비가 가장 적게 나오는 길이었다(단열이 안 좋은 집은 난방수 온도가 60도 이상 되어야 실내온도가 19도 이상이 된다).
그에 비해 난방수 온도가 70도일 때 열효율이 가장 높으므로, 70도로 틀어서 실내가 따뜻해지면 '외출'로 돌리고, 다시 추워지면 70도로 난방을 가동시키라는 말도 있다. 단열이 잘 되거나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는 집, 따뜻하게 사는 집의 경우 들어맞는다. 내가 일하는 직장의 경우에도 단열상태는 별로 좋지 않지만, 이 방법을 사용한다. 우리 사무실은 난방수 온도를 50~60도로 돌리면 보일러는 계속 돌아가는데 오전 내내 손이 시려 컴퓨터 쓰기가 힘들다.
게다가 늦게 따뜻해지고 오랫동안 열이 보존되는 엑셀파이프가 깔려 있어 (요새 보일러 배관은 대개 흰색의 엑셀 파이프를 사용한다), 오후 2시나 온기가 느껴지고 퇴근 때 가장 따뜻하다. 그래서 출근해서 점심 때까지 난방수 온도를 70도로 바짝 돌리고, 오후 2시~3시에 보일러를 '외출'로 해놓는다. 그래도 퇴근 때까지 정도껏 따뜻하다. 이렇게 장소나 생활방식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이 다르다(암만 가스비가 적게 나와도 실내가 너무 추우면 것도 곤란하지 않겠는가).
[질문 5] 안 쓰는 방 보일러 막아 놓을까?
보일러에 따라 30분~6시간 사이에서 '타이머(시간예약)'를 설정할 수 있다. '타이머'는 20~30분 보일러가 돌아가다 지정된 시간만큼 쉬고 다시 보일러가 가동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타이머' 사용 시 난방비가 적게 나온다고 한다. 단, '타이머' 설정 시간을 자꾸 바꾸면 보일러가 리셋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서 오히려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이 사실을 모르던 나는 작년에 하루 세 번 타이머 설정 시간을 바꾸며 날마다 깨방정을 떨다가, 난방비가 후덜덜 했다.
이번에는 차분하게 하루는 '타이머'로 돌리고, 하루는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돌리면서 가스 사용량을 비교해 보았다. 예상 외로 3시간 '타이머'로 했을 때 집은 춥고 가스는 더 많이 잡아먹는 결과가 나왔다. 왜냐면 우리집은 '타이머'로 설정하면 난방수 온도가 무조건 80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보일러가 돌아갈 때 잠깐 따뜻해지는 듯싶다가 3시간 동안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으니 으슬으슬 추워진다.
저녁시간에만 보일러를 돌리는데 잠깐 돌아가다 멈추니 뭔가 허무한 느낌이랄까. 집에 있는 저녁 시간에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3~4시간을 돌리면 집이 훈훈해지는데 그 효과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계량기를 확인해 보니 '타이머'를 돌린 날은 그 전날에 비해 약 1.5배 가스 사용량이 많았다. 그러나 보일러를 계속 돌리고 '타이머' 설정 시 온도 조절이 가능한 보일러가 달렸다면,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훈훈하게 살기 위해 계속 난방을 돌리는 집이라면, 난방수 온도는 60~70도에 2~3시간 '타이머'를 해 놓자.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방의 보일러를 닫아두면 에너지를 약간 줄일 수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빨리 따뜻해지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동파되면 인생 고달파지므로,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도 다 닫지 말고 약 1/4 정도 열어둬야 한다. 그리고 보일러를 잠근 방에서 찬 바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문을 꼭 닫고 방문에 문풍지를 바르면 좋다. 만약 보일러를 잠근 방에 곰팡이나 결로가 생긴다면 밸브를 열어 실내온도를 높이자.
공사 전에 집을 비워 두면서 동파를 피하기 위해 한 달 내내 보일러를 '외출'에 맞춰 놓았다. 그런데 그 달 난방비는 12만 원. 헉. 가스비만 보면 40평 넘는 대궐인 줄 알겠다. 우리 집은 20년 된 15평 집이라는 거. 처음에는 멀쩡히 돌아가는 보일러를 바꿀 생각이 없었지만, 이 지경에 이르자 13년차 보일러를 바꾸기로 했다. 이왕 바꾸는 거, 일반 보일러에 비해 10~15% 효율이 높다는 1등급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했다.
도시가스의 경우 1등급인 제품으로 바꾸면 연간 약 5만7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약 2년이면 1등급을 구입한 추가 비용을 상쇄할 수 있으니 보일러 교체 시 꼭 1등급을 선택하자. 콘덴싱 보일러의 경우 보일러에 달린 호스에서 유출수가 나오므로 하수도와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 집은 보일러실 옆에 있는 베란다 공사를 하면서, 보일러 호스가 하수구로 연결되도록 미리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난방을 하면 이불이 깔린 곳은 바닥이 따뜻한데 그렇지 않은 곳은 싸늘히 식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바닥에 러그, 카펫, 담요 등을 깔아두면 보온에 좋다. 그런데 진공 청소기가 없고 2주에 한 번만 청소하는 우리집의 경우, 러그나 카펫에 먼지가 많이 쌓이고 털어내기 힘들어 침대나 소파 아래에만 깔기로 했다.
처음으로 진공청소기가 그리웠다나 뭐라나. 이 경우 두툼한 단열장판(소음방지 바닥재)을 깔면 청소하기도 편하고 난방 효과도 좋다. 덤으로 층간 소음도 줄어든다. 단열장판은 단열벽지처럼 양면테이프로 바닥에 붙여 설치할 수 있다(모양새가 러그처럼 아름답지 않아, 우리 집도 깔지는 않았다).
보일러는 보일러고, 자세는 자세다
올해에는 타이머와 외출 기능이 아니라 난방수 온도 55도로 저녁 때 보일러를 3~5시간 돌리며 살고 있다. 작년보다 실내가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인데 가스 사용량은 약간 더 적다. 1월(12월 사용량)에는 가스비가 3만3000원 나왔고, 현재까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2월(1월 사용량) 가스비를 추정해 볼 때, 약 8만 원 정도가 예상된다.
당연히 2월 가스비가 제일 많이 나오고, 1~3월에는 3만 원 정도, 그 외의 달에는 1만 원이 안 나온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년 된 15평, 방 3개의 다세대 빌라로, 겨울철 실내온도는 적정온도인 18~20도를 유지한다.
작년 도시가스 난방비는 1월만 빼고 12월~2월 사이 4만 원이 안 나왔다. 1월에는 하루에 세 번씩 타이머를 바꾸는 깨방정 덕에 11만 원이 나왔다. 타이머와 외출이 효율적이라고 주워 듣고, 그렇게 행했는데 전반적으로 약간 쌀쌀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1월(12월 사용량)이 8000원 인 것을 보니 거의 보일러를 안 돌려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난방 에너지를 줄이려면 보일러가 아니라 단열과 기밀이 먼저다! 따라서 보일러 연비에 앞서 집 단열을 꼼꼼하게 체크해서 최대한 가능한 선까지 보완해야 한다. 또한 겨울철에 예의를 다하는 자세를 갖추고 살자. 적정 온도 18~20도를 넘는 따뜻한 집일수록 실내가 건조하고 거주자가 감기에 잘 걸릴 수 있다.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내복, 수면양말, 무릎담요, 유단포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야 건강하다.
특히 아이들 키우는 집은 애들 생각해서 굉장히 따뜻하게 살고 환기도 잘 안 하는데, 오히려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실내에서도 스키장에서 리프트 기다리는 자세로 겹겹이 따뜻하게 입고 살아야 한다. '합정 시베리아' 집은 내게 <미쓰 홍당무>에서 나온 의안면 홍조증을 남겼지만, 그 덕에 웬만해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오마이뉴스 고금숙 기자]
추운 겨울을 맞아 에너지도 절약하고 '우리 집 따숩게' 하는 방법들을 사부작사부작 글로 올립니다. 단열과 창호, 곰팡이와 결로 그리고 보일러에 대한 서민형 체험담을 함께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보일러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이름하여 '보일러 연비' 높이기 방법을 싣는다.... 기자말
4년간 살았던 서울 마포구 '합정 시베리아'를 떠나면서 가스비를 정산하려고 난생 처음으로 도시가스 계량기를 들여다 보았다(그 전까지는 계량기가 건물 어디메에 달려 있는지도 몰랐다). 4년 전 처음 입주한 신축빌라라 계량기를 교체한 적이 없어, 계량기에는 건물에 사는 모든 가구의 4년치 도시가스 사용량이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우리 집보다 평수가 작고 중간 층에 자리잡은 집들보다, 5층 꼭대기 층에 있는 우리 집 가스 사용량이 '단연코' 적었다. 다른 집들의 계량기 숫자가 모두 3과 4로 시작하는데 반해 우리집만 2로 시작했다. 물론 남들보다 춥게 산 덕이기도 하지만, 부단히 보일러 연비를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집 보일러 연비, 얼마나 알고 있나요?
▲ 도시가스 계량기 읽기 계량기는 끝자리 3자리 (빨간 박스)가 아니라, 빨간박스 앞의 숫자로 읽어야 한다. 이미지의 가스 사용량은 2,753m³이다. |
ⓒ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
자동차의 경우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오랜 시간 생활하는 '집의 연비'는 대부분 관심이 적다. 물론 보일러 연비는 자동차 연비보다 복잡해서 답이 똑부러지게 정해져 있지도 않다. 보일러 종류와 집 상태, 생활습관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집 보일러는 타이머(시간예약)를 누르면 무조건 난방수 온도가 80도로 돌아가고, 외출을 누르면 동파 방지를 막기 위해 최소한만 가동되는 'D보일러'다. 전에 살던 집에 달렸던 'R보일러'는 타이머 상태에서도 원하는 대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에 달린 'L보일러'는 외출과 타이머 기능이 같아서, 다른 보일러에 있는 '타이머' 기능이 없다.
게다가 집 단열상태에 따라 보일러 사용법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타이머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다른 이는 타이머로 했더니 난방비가 더 나왔다는 소리를 한다. 또 집을 비울 때 '외출' 기능을 이용하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출'로 맞춰놨다가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이도 등장한다.
정보를 찾을수록 헷갈리고 사람마다 하는 말이 달라서 내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12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바깥 온도가 비슷한 일 주일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틀면서 정해진 시간마다 계량기 수치를 확인해 본 것(우리 집 계량기는 보기도 힘든 곳에 달려 있어서 난간에 매달려 계량기 수치를 검증했다. ㅠ.ㅠ). 그 결과 기본적으로 아래 방법들을 적절히 참고하면 되시겠다. 우리집 보일러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비법이라면, 스스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틀면서 계량기 수치와 실내온도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질문 1] 보일러 설정, 난방이 비쌀까 온수가 비쌀까?
이 질문의 답은, 온수가 비싸다! 따라서 난방수와 온수 온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는 보일러라면 온수 온도는 되도록 낮게 유지해야 한다. 난방수는 보일러 배관 안을 순환하며 계속 데워지지만, 온수는 사용 후 버려지기 때문에 빠져나간 만큼 차가운 물을 지속적으로 데워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절수기를 설치하면 물을 절약할 뿐 아니라 온수를 적게 사용하므로 난방비도 줄어든다. 온수(급탕수)와 난방 비용이 따로 기재되는 아파트 고지서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온수를 적게 쓰는 깨알같은 방법!
① 겨울철에는 샤워 횟수와 샤워 시간을 줄인다(여름처럼 날마다 샤워할 필요 없다).
② 수도꼭지가 온수에 있으면 보일러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집이 있으니, 사용 후 수도꼭지를 냉수 쪽으로 돌려놓는다.
③ 온수 사용 시 보일러를 틀어놓고 한참 뜸 들이지 말고, 바로 온수를 사용해야 에너지가 절약된다.
④ 온수 온도는 40~50도 아래로 낮게 유지한다. 온수 온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으면 '앗, 뜨거' 할 만큼 보일러를 돌린 다음 찬물을 섞어 온도를 낮추는 꼴이다. 우리집 보일러 온수 최저 온도는 37도인데, 한겨울에도 샤워할 때 몸이 뜨끈뜨끈해진다. R보일러의 경우, 한겨울에는 온수 한 칸으로는 좀 춥고, 온수 두 칸 정도가 따뜻했다.
[질문 2] 외출 시 보일러 전원은 꺼야 좋을까?
▲ 직장 보일러 사용법 보일러 직장에서는 퇴근 3시간 전에 꺼주세요~ |
ⓒ 신주욱 |
아니다. 형광등처럼 보일러 전원을 껐다 켰다 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므로, 외출 시 끄지 말고 낮은 온도로 켜놓거나 '외출'로 돌려 놓으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이다. 보일러 동파까지 생각하면 어떤 집이든 '외출'로 설정하거나, 낮은 온도로 보일러를 틀어놓아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 측면에서만 보면, 단열이 안 되는 추운 집은 '외출'로 해놔도 보일러가 자주 돌아가니 차라리 끄는 게 낫다. 그러나 이런 집들도 한겨울에는 동파 방지를 위해 꺼놓기보다 '외출'로 해놓아야 한다. 난방비가 약간 더 나오더라도.
반대로 최신 아파트나 단열공사를 한 집은 보일러를 끄지 말고 '외출'로 해 놓거나 실내온도를 17도 정도로 약하게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다. 우리집의 경우, 집에 없는 낮 시간 내내 하루는 '외출'로 해 놓고 하루는 난방수 온도를 30도로 맞춰놓은 다음 가스 사용량을 비교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난방수 온도 30도가 '외출'보다 가스를 약간 적게 사용했다.
왜냐하면 우리 집 보일러는 '외출' 기능이 동파만 막을 뿐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온도가 떨어진 난방수를 데우면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듯하다. 난방수 온도 30도는 실내온도 17도 정도로 다른 보일러의 '외출' 기능에 해당한다. 이처럼 각각 다른 보일러 특징이 사용설명서나 제품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니 꼭 숙지하시길! 나 역시 이사온 지 일 년 후 보일러 사용설명서를 읽다가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질문 3] 보일러 청소는 해야 할까?
직접 할 수 있는 보일러 청소는 기빼기(에어콕) 밸브를 통해 배관을 청소하는 법과 보일러 필터를 청소하는 것, 두 가지다. 먼저 배관 청소는 배관 내 이물질(수산화칼슘)과 공기를 제거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전면난방수 교체와 부분 청소로 나뉜다. 전면난방수 교체는 업체에 맡겨 진행하는데, 가스 보일러의 경우 10년에 한 번, 기름 보일러의 경우 3~5년에 한 번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 청소는 분배기의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공기와 녹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분배기는 싱크대 아래나 보일러실에 있는, 가스밸브가 여러 개 달려 있는 장치를 말한다. 부분 청소를 하려면 가장 먼저 보일러를 끈다. 자동으로 물 보충이 되는 보일러의 경우, 분배기 위에 꼭지처럼 달려 있는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공기와 녹물을 뺀다.
수동으로 부족한 물을 채워주는 보일러의 경우, 물 보충 밸브를 먼저 연 다음 공기빼기 밸브를 열어 준다. 이때 분배기에서 여러 곳으로 순환되는 밸브를 하나만 열고 공기빼기 밸브 아래 대야를 받친 다은 5~10분 정도 공기와 녹물을 모두 빼낸다. 공기와 녹물이 나온 후 맑은 물만 나올 때 분배기 밸브를 잠그고, 다음 밸브를 열어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다른 방은 다 따뜻한데 한 방만 안 따뜻할 때도 이렇게 배관 청소를 해주면 좋다.
필터 청소는 보일러 통 아래 달려있는 필터를 분리해 물로 깨끗하게 씻어주면 된다. 필터 청소 전에 분배기 밸브와 직수 밸브를 모두 잠근 다음, 필터를 씻어 제자리에 끼우고 잠갔던 밸브를 열어준다. 필터와 직수밸브의 위치는 보일러 사용설명서나 제품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보일러 아래 달려 있는 호스와 분배기를 수건이나 보온재로 둘둘 싸주면 효율이 높아진다. 특히 오래된 집에는 동(구리) 재질이 사용되었는데, 분배기에서 열이 쉽게 빠져나가므로 꼭 보온해줘야 한다. 분배기를 수건으로 싼 다음 '뽁뽁이'로 봉해주면 열이 새어나가지 않는다. 우리 집은 오래된 집답게 하얀색 호스의 플라스틱(엑셀 파이프)이 아니라 금색의 동 재질이 사용되었다. 실제로 보일러 난방을 할 때 슬쩍 만져보니 열이 새서 분배기 근처가 따끈따끈해져 있었다.
[질문 4] 실내 온도? 난방수 온도? 대체 몇 도가 좋은 거지?
보일러에 따라 실내 온도와 난방수 온도 중 하나로 난방을 조절하는데, 햇볕이 잘 들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은 실내온도를 사용하고, 단열이 좋지 않은 집은 난방수 온도로 조절한다. 그런데 햇볕이 잘 들고 단열이 잘 되는 집이라도 보일러 조절기가 난방을 안 하는 방이나 추운 곳에 붙어 있다면 난방수 온도를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난방수 온도가 실내 온도보다 정확하기도 하다.
난방수 온도가 30~50도인 경우 거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고, 55도 이상은 돼야 실내가 따뜻해진다.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는 18~20도인데, 일반적으로 난방수 온도가 55도 이상으로 보일러를 가동해야 실내온도가 18도 정도 된다. 사실 적정온도에서 가만히 있으면 약간 쌀쌀하다. 그러나 몸에 건강하고 책 읽기에도 가장 적합한 온도라고 하니, 쌀쌀할 때는 유단포를 이용하거나 10분 정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실내 체조를 해서 자가 발열하는 게 좋다.
우리집의 경우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해 보일러를 돌리면 실내온도가 19~20도가 된다. 침대 생활을 하므로 밤에 잠에 들면서 난방수 온도를 30도로 낮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일러를 돌리며 계량기를 확인한 결과, 낮에 집을 비우고 침대 생활을 하는 집의 경우, 따뜻해지면서도 난방비가 가장 적게 나오는 길이었다(단열이 안 좋은 집은 난방수 온도가 60도 이상 되어야 실내온도가 19도 이상이 된다).
그에 비해 난방수 온도가 70도일 때 열효율이 가장 높으므로, 70도로 틀어서 실내가 따뜻해지면 '외출'로 돌리고, 다시 추워지면 70도로 난방을 가동시키라는 말도 있다. 단열이 잘 되거나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는 집, 따뜻하게 사는 집의 경우 들어맞는다. 내가 일하는 직장의 경우에도 단열상태는 별로 좋지 않지만, 이 방법을 사용한다. 우리 사무실은 난방수 온도를 50~60도로 돌리면 보일러는 계속 돌아가는데 오전 내내 손이 시려 컴퓨터 쓰기가 힘들다.
게다가 늦게 따뜻해지고 오랫동안 열이 보존되는 엑셀파이프가 깔려 있어 (요새 보일러 배관은 대개 흰색의 엑셀 파이프를 사용한다), 오후 2시나 온기가 느껴지고 퇴근 때 가장 따뜻하다. 그래서 출근해서 점심 때까지 난방수 온도를 70도로 바짝 돌리고, 오후 2시~3시에 보일러를 '외출'로 해놓는다. 그래도 퇴근 때까지 정도껏 따뜻하다. 이렇게 장소나 생활방식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이 다르다(암만 가스비가 적게 나와도 실내가 너무 추우면 것도 곤란하지 않겠는가).
[질문 5] 안 쓰는 방 보일러 막아 놓을까?
▲ 보일러 타이머 기능 타이머 기능이 좋을까? 외출 기능에 해 놓을까? |
ⓒ 신주욱 |
보일러에 따라 30분~6시간 사이에서 '타이머(시간예약)'를 설정할 수 있다. '타이머'는 20~30분 보일러가 돌아가다 지정된 시간만큼 쉬고 다시 보일러가 가동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타이머' 사용 시 난방비가 적게 나온다고 한다. 단, '타이머' 설정 시간을 자꾸 바꾸면 보일러가 리셋되면서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서 오히려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이 사실을 모르던 나는 작년에 하루 세 번 타이머 설정 시간을 바꾸며 날마다 깨방정을 떨다가, 난방비가 후덜덜 했다.
이번에는 차분하게 하루는 '타이머'로 돌리고, 하루는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돌리면서 가스 사용량을 비교해 보았다. 예상 외로 3시간 '타이머'로 했을 때 집은 춥고 가스는 더 많이 잡아먹는 결과가 나왔다. 왜냐면 우리집은 '타이머'로 설정하면 난방수 온도가 무조건 80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보일러가 돌아갈 때 잠깐 따뜻해지는 듯싶다가 3시간 동안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으니 으슬으슬 추워진다.
저녁시간에만 보일러를 돌리는데 잠깐 돌아가다 멈추니 뭔가 허무한 느낌이랄까. 집에 있는 저녁 시간에 난방수 온도를 55도로 3~4시간을 돌리면 집이 훈훈해지는데 그 효과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계량기를 확인해 보니 '타이머'를 돌린 날은 그 전날에 비해 약 1.5배 가스 사용량이 많았다. 그러나 보일러를 계속 돌리고 '타이머' 설정 시 온도 조절이 가능한 보일러가 달렸다면,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훈훈하게 살기 위해 계속 난방을 돌리는 집이라면, 난방수 온도는 60~70도에 2~3시간 '타이머'를 해 놓자.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방의 보일러를 닫아두면 에너지를 약간 줄일 수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빨리 따뜻해지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동파되면 인생 고달파지므로,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도 다 닫지 말고 약 1/4 정도 열어둬야 한다. 그리고 보일러를 잠근 방에서 찬 바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문을 꼭 닫고 방문에 문풍지를 바르면 좋다. 만약 보일러를 잠근 방에 곰팡이나 결로가 생긴다면 밸브를 열어 실내온도를 높이자.
공사 전에 집을 비워 두면서 동파를 피하기 위해 한 달 내내 보일러를 '외출'에 맞춰 놓았다. 그런데 그 달 난방비는 12만 원. 헉. 가스비만 보면 40평 넘는 대궐인 줄 알겠다. 우리 집은 20년 된 15평 집이라는 거. 처음에는 멀쩡히 돌아가는 보일러를 바꿀 생각이 없었지만, 이 지경에 이르자 13년차 보일러를 바꾸기로 했다. 이왕 바꾸는 거, 일반 보일러에 비해 10~15% 효율이 높다는 1등급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했다.
도시가스의 경우 1등급인 제품으로 바꾸면 연간 약 5만7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약 2년이면 1등급을 구입한 추가 비용을 상쇄할 수 있으니 보일러 교체 시 꼭 1등급을 선택하자. 콘덴싱 보일러의 경우 보일러에 달린 호스에서 유출수가 나오므로 하수도와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 집은 보일러실 옆에 있는 베란다 공사를 하면서, 보일러 호스가 하수구로 연결되도록 미리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난방을 하면 이불이 깔린 곳은 바닥이 따뜻한데 그렇지 않은 곳은 싸늘히 식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바닥에 러그, 카펫, 담요 등을 깔아두면 보온에 좋다. 그런데 진공 청소기가 없고 2주에 한 번만 청소하는 우리집의 경우, 러그나 카펫에 먼지가 많이 쌓이고 털어내기 힘들어 침대나 소파 아래에만 깔기로 했다.
처음으로 진공청소기가 그리웠다나 뭐라나. 이 경우 두툼한 단열장판(소음방지 바닥재)을 깔면 청소하기도 편하고 난방 효과도 좋다. 덤으로 층간 소음도 줄어든다. 단열장판은 단열벽지처럼 양면테이프로 바닥에 붙여 설치할 수 있다(모양새가 러그처럼 아름답지 않아, 우리 집도 깔지는 않았다).
보일러는 보일러고, 자세는 자세다
올해에는 타이머와 외출 기능이 아니라 난방수 온도 55도로 저녁 때 보일러를 3~5시간 돌리며 살고 있다. 작년보다 실내가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인데 가스 사용량은 약간 더 적다. 1월(12월 사용량)에는 가스비가 3만3000원 나왔고, 현재까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2월(1월 사용량) 가스비를 추정해 볼 때, 약 8만 원 정도가 예상된다.
당연히 2월 가스비가 제일 많이 나오고, 1~3월에는 3만 원 정도, 그 외의 달에는 1만 원이 안 나온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년 된 15평, 방 3개의 다세대 빌라로, 겨울철 실내온도는 적정온도인 18~20도를 유지한다.
작년 도시가스 난방비는 1월만 빼고 12월~2월 사이 4만 원이 안 나왔다. 1월에는 하루에 세 번씩 타이머를 바꾸는 깨방정 덕에 11만 원이 나왔다. 타이머와 외출이 효율적이라고 주워 듣고, 그렇게 행했는데 전반적으로 약간 쌀쌀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1월(12월 사용량)이 8000원 인 것을 보니 거의 보일러를 안 돌려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난방 에너지를 줄이려면 보일러가 아니라 단열과 기밀이 먼저다! 따라서 보일러 연비에 앞서 집 단열을 꼼꼼하게 체크해서 최대한 가능한 선까지 보완해야 한다. 또한 겨울철에 예의를 다하는 자세를 갖추고 살자. 적정 온도 18~20도를 넘는 따뜻한 집일수록 실내가 건조하고 거주자가 감기에 잘 걸릴 수 있다.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내복, 수면양말, 무릎담요, 유단포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야 건강하다.
특히 아이들 키우는 집은 애들 생각해서 굉장히 따뜻하게 살고 환기도 잘 안 하는데, 오히려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실내에서도 스키장에서 리프트 기다리는 자세로 겹겹이 따뜻하게 입고 살아야 한다. '합정 시베리아' 집은 내게 <미쓰 홍당무>에서 나온 의안면 홍조증을 남겼지만, 그 덕에 웬만해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개별 보일러 사용 시 알뜰난방법(중앙난방에는 해당 사항 없음) |
ⓒ 고금숙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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