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7일 수요일

줄어드는 작고 싼 집… 30대, 점점 멀어지는 ‘내 집’



ㆍ소형 저가 전세 갈수록 감소

ㆍ월세 전환 땐 자금 축적 못해 젊은층 집 살 여력 계속 급감

ㆍ집값도 올라 2억 이하 ‘품귀’ 전세→자가 ‘사다리’ 끊어져

싼 전세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주택시장에 갓 진입한 30대가 전세로 시작해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주택 사다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연령별 소형주택(60㎡ 이하) 거래량에서는 30대 이하의 구입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2006년 30대의 소형주택 구입은 10만여건이었지만 점점 줄어들어 지난해엔 7만건으로 31% 감소했다. 20대까지 포함하면 2006년 15만건에서 2014년 8만8000건으로 감소세(41%)가 더 뚜렷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의 소형주택 구입은 2만8000건에서 4만7000건으로 늘었다. 자녀를 독립시킨 50대 부부가 소형주택으로 이사하는 일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형주택은 전통적으로 어린 자녀를 둔 30대가 주요 구매층이다. 2006년엔 전체 거래된 소형주택 중 절반 이상을 30대 이하가 샀다. 하지만 지난해엔 그 비중이 40%로 떨어졌다. 

30대의 소형주택 구입이 줄어드는 것은 구매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주택 경기가 나쁘다면서 집을 사지 않고, 저소득층은 집을 살 여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30대가 사기 쉬운 저가 주택은 집값이 오르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2억원 이하의 저가 전세가 줄어들면서 돈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했다. 30대가 직장에 취업하고 결혼한 후 전세로 살면서 목돈을 모아 소형주택을 사고, 40대 이후에 자녀가 성장하면 중·대형주택으로 옮겨가는 ‘주택 사다리’가 밑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전체 전세주택 중 보증금 1억원 이하의 비중이 3년 만에 43%에서 33%로 줄어들었다. 1억~2억원인 전세주택도 소폭 감소했다. 반면 보증금이 2억~4억원인 전세는 1.5배 늘어났다. 집주인들이 저가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바꾸거나 보증금을 올려받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목돈을 받지 못하고, 고임금을 받는 직장에 취직하지도 못한 젊은층은 보증부 월세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의 최근 조사 자료를 보면, 월세에 사는 20대는 아파트의 경우 매달 평균 44만원, 아파트가 아니어도 35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목돈도 없는데, 목돈으로 모아야 할 돈을 월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젊은층이 소형주택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40~50대가 됐을 때 중·대형주택을 구매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래에서부터 ‘주택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감정원 채미옥 부동산연구원장은 “정부가 고가 전세를 지원할 필요는 없지만, 주택시장에 처음 들어온 30대가 월세로 돈을 없애지 않고, 소형 전세에 살면서 자금을 축적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서민형 전세주택을 공급하는 집주인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은 전날 내놓은 ‘2015년 부동산시장 전망’에서 올해 주택 매매가격이 전년에 비해 2.3% 상승하고, 주택 거래량은 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올해 수도권의 전세 가격이 3.4%(전국적으로는 2.2%)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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