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5일 월요일

당신은 꿈을 믿으십니까?

꿈은 우리 삶의 반영물이다. 정신분석학에서의 꿈.

     당신은 꿈을 믿으십니까?
    “좋은 꿈 꾸셨습니까?”
    우리는 새해, 결혼, 임신, 첫 출근, 이사, 계약 등과 같이 의미 있는 날을 맞이할 때 이 질문을 흔히 주고 받는다. 꿈이 우리 삶에 미치는 실제 영향력을 얼마나 믿는지는 이 질문에서 중요치 않다. 그냥 관습적이고, 상투적이다. 하지만 정작 무엇인가 기억에 남는 꿈을 꾸고 나면 입장이 달라진다. 

    평소 꿈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된다. 악몽을 꾼 날이면 “꿈은 원래 반대라더라”고 말하며 좋게 해석하려 애쓴다. 또 꿈에서 가까운 사람의 불길한 모습을 보면 안부를 묻고자 슬그머니 전화기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꿈에 숫자라도 보인 날이면 남 몰래 로또 복권을 몇 장 사두기도 한다.
    꿈은 무엇인가?
    꿈으로 점을 보기도 하고, 해몽(解夢)을 믿는 사람도 많다. 꿈은 정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 있는 것일까. 이를 판단하려면 먼저 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백과사전에는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이라거나 ‘수면 중에 일어나는 일련의 시각적 심상’ 정도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눈에 보이는 꿈을 글로 묘사해낸 수준에 불과하다. 

    꿈에 대한 명쾌하지 않은 사람들의 반응만큼 정의 또한 분명하지 않다. 어느 학문 분야에서 보느냐에 따라 꿈의 정의도 원인도 해석도 달라진다. 정신분석학 측면과 분석심리학 입장에서는 꿈을 무의식이나 정신세계와 연관 지어 그 내용을 의미 있게 해석한다. 

    하지만 현대의학과 뇌(腦)과학에서 보는 꿈은 호르몬이나 약의 영향을 받는 신체의 한 반응일 뿐이다. 꿈의 내용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Chapter 1 꿈은 우리 삶의 반영물이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다른 사람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내거나 주입할 수 있다는 주제의 영화 <인셉션>이 화제를 모았었다. 꿈과 생각, 뇌에 대한 복잡한 연결고리가 주제였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다른 사람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내거나 주입할 수 있다는 주제의 영화 <인셉션>이 화제를 모았었다. 꿈과 생각, 뇌에 대한 복잡한 연결고리가 주제였다.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에서는 꿈의 내용을 의미 있게 해석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물론 보지 못하는 엄청나게 큰 무의식의 세계와 꿈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본다. 

    꿈은억압돼 있던 무의식 속 욕망의 표현이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 세계에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의미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part1 정신분석학에서의 꿈
    숙면 방해하는 게 아니라 잠 잘 자게 도와주는 것
    흔히 꿈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정신분석학 측면에서 보는 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신분석학에서는 꿈이 잠을 지켜 준다고 말한다. 
    마음 깊은 곳에 머물러 있는 이루고 싶은 소망이나 욕구 때문에 잠을 설치지 않도록, 꿈에서 대리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꿈으로 무의식을 해석하다
    정신분석학 측면에서 꿈을 말할 때 중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이 ‘정신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프로이트는 1900년, 책 《꿈의 해석》을 통해 정신분석학적 꿈 이론을 내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학자들이 반세기동안 다양한 이론을 파생시켜 왔다. 

    그는 꿈을 연구하면서 정신분석 이론의 초석을 정립했으며, 혼란에 빠질 때마다 꿈 이론을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고 한다. 또 꿈을 통해 무의식의 존재를 확신했다.
    무의식 속 잠재 욕구, 꿈을 통해 해소 꿈을 많이 꾸고 일어난 아침에는 꿈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꿈자리가 사나워서 숙면에 방해가 됐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정반대 이론을 내놓았다. 꿈은 잠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의식 속 욕구를 꿈을 통해 성취시켜 줌으로써 수면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꿈을 ‘수면의 수호자’라고 불렀다. 그는 멸치나 올리브처럼 짠 음식을 저녁에 먹고 잠자리에 들면 시원한 물을 마시는 꿈을 꾸었고, 일어나면 갈증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갈증 때문에 물을 마시고 싶은 소원이 발생했고, 꿈을 통해 그것을 성취한 것이다. 

    이를 통해 프로이트는 잠에서 일부러 깨서 물을 마시는 불편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꿈을 꾸지 않았다면 그는 잠에서 깨서 물을 마셔야 했을 것이다. 즉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 속에 눌려 있던 욕구 불만, 스트레스, 정신적 갈등이 수면을 해치지 않도록 전의식·의식 세계로 방출시키는 통로인 것이다.
    너무 고통스럽고 잔인한 욕구, 조절기능
    그렇다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울 때 꿈에서 이 욕구를 무조건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자신에게도 끔찍한 고통과 불안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나친 고통과 불안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고, 잠에서 깨게 만든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지나치게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무의식적 욕구는 꿈에서 통제하는 기관이 있다고 믿었다. 낮에 의식이 있을 때는 이 기관이 잘 작동하다 잠이 들면 꿈으로 발현되는데, 이때 이 기관이 지나친 욕구를 다른 형태로 왜곡시켜 수위를 조절한다. 

    그래서 꿈에 왜곡이 생기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드러난 내용(Manifest ontent)과 숨겨진 내용(Latent Content)으로 구분했고, 후자야말로 무의식에 대한 주요 단서를 제공한다고 보았다.
    신경과학의 발달로 입증되는 프로이트 꿈 이론
    약 15년 전부터 새로운 신경학적 발견과 함께 프로이트 이론은 재조명되고 있다. 정신분석 그리고 신경과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신경정신분석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고 ‘실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과 뇌의 조직, 생리학, 해부학, 화학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탐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 시대에는 미비했던 신경과학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프로이트의 꿈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예를 들어 ‘꿈은 수면의 수호자’라는 가설에 대해 마크 솜즈는 ‘꿈이 중단된 환자들은 수면의 질이 저하된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꿈의 해석
    
 헬스조선
     헬스조선
    정신분석학 측면에서 무의식이 꿈의 형태로 드러나는 방법은 여섯 가지다. 
    응축(Condensation), 전치(Displacement), 대체(Substitution), 표상(Representation), 이차개작 (Secondary Revision), 상징(Symbolize) 등이 그것이다. 

    이 여섯 가지를 잘 이해하면 꿈에서 드러나는 무의식을 해석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예가 있다.

    ➊ 시험에서 실수하거나 낙제하는 꿈시험과 관련된 꿈은 전형적인 꿈의 한 종류이다. 예를 들어 꿈에서 시험을 보는데 펜이 나오지 않거나, 답을 밀려 쓰거나, 답안지를 제출하고 보니까 시험지 뒷면의 문제를 전혀 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엄청난 좌절과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시험을 앞두고 이런 꿈을 꾸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프로이트도 대학졸업 시험에 낙제하는 꿈을 종종 꾸었다고 한다. 물론 그는 대학졸업 시험에 낙제한 적이 없다. 이 꿈의 목적은 꿈에서 깨어나면서 경험하는 안도감에 있다. ‘이건 꿈이니까 실제로는 붙을 수 있을 거야’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종류의 시험에서 실수하거나 떨어지는 꿈은 우리가 또 다른 시험이나 책임이 막중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꾸게 된다. 그 의미는 ‘예전에도 잘 했으니까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우리의 무의식적인 불안을 달래 주기 위한 것이다.

    ➋ 쇠창살 감옥에 갇혀 있는 꿈
    쇠창살 감옥과 같은 곳에 갇혀 있는 꿈도 많이 꾼다. 이에 관한 꿈의 예시를 들어 본다. 직장인 박모(45)씨는 감옥 혹은 쇠창살 뒤에 갇혀서 부품을 조립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이는 실제 직장에서 하는 일이었다. 이런 꿈을 그는 꽤 자주 꾸고 있었다. 박씨는 “직장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꿈은 탈출의 의미라고 보기 어렵다. 쇠창살은 가두기도 하지만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씨가 이런 종류의 꿈을 계속 꾸는 것은 무엇인가 불안하고 우울하다는 반증이다. 

    이럴 때는 박씨를 섣부르게 감옥에서 끌어내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 그에게는 쇠창살처럼 자기가 나올 수도 없지만, 누가 들어올 수도 없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➌ 죄책감에 시달리는 꿈
    또 다른 꿈의 예시를 소개한다. 한 중년 남성은 꿈에서 조카들과 이모들을 태운 승합차를 운전하고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차량이 정지하더니 고장이 났다. 그는 이를 고치기 위해 가족들에게 등산을 하고 오라고 했다. 가족은 금방 돌아와서 언제 다 고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짜증을 내며 그들에게 다시 등산을 하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이모가 흰 천에 감긴 채 들려 왔고, 그는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왠지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이 꿈은 과도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한 미국인의 꿈이다. 

    이 사람의 언어표현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꿈에서 등산 혹은 하이킹을 지시한 부분이다. 영어로 ‘take a hike’라는 관용구는 ‘등산하다’의 문자 그대로의 뜻도 있지만 ‘엿 먹어라’, ‘영영 돌아오지 마’ 등을 의미한다. 분석가는 피분석가에게 ‘엿 먹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최근에 친한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절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며칠 전 그 친구가 만나자는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바빠서 볼 시간이 없으니 너의 모든 앞길에 행운을 빈다’라고 답장을 했다. 즉, 그 친구와 다시 볼 생각이 없었고 엿이나 먹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대신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이 꿈은 자신이 친구에게 표출하고 싶었으나 꾹 참은 공격성과 그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➍ 끌려가다가 도망치는 꿈

    얼마 전 첫 아이를 출산한 여성의 꿈이다. 그녀는 꿈에서 고대 로마시대의 병정들에게 잡혀 끌려가고 있었다.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밧줄을 풀어 달라고 했고 이 틈을 타서 절벽아래 흐르는 강물로 뛰어들었다. 강물을 따라가다 보니 좁은 동굴이 나왔고, 물속에는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펄떡거리며 헤엄치고 있었다. 

    다음 장면에서 친구와 만났는데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 친구는 몇 주 후 결혼을 앞둔 친구다. 도망치는 꿈은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그녀의 꿈에는 다양한 상징이 등장했다. 물에 빠지는 것은 ‘출생’이다. 이 꿈은 출생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출산(물에 뛰어들다), 자궁(좁은 동굴), 정자(수만 마리 물고기), 그리고 결혼을 앞둔 친구의 모습까지 역순으로 꿈에서 등장한다. 이 꿈을 통해 현재의 결혼과 육아가 마치 밧줄로 묶여 있는 것처럼 힘들게 느껴지며 여기서 벗어나고픈, 다시 결혼 이전의 싱글 생활로 돌아가고픈 소원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준호
     이준호
    이준호

    ●미국 보스턴 정신분석대학원 정신분석학 박사
    ●한신대학교 정신분석대학원 교수
    ●광화문 심리치료센터 소장
    ●미국 NAAP, SMP 정신분석가
    ●미국 버몬트주 정신분석가
     


    / 글 이준호 
    / 글,기획 김현정 헬스조선 편집장 
    / 사진 조은선 기자 
    / 일러스트 유사라
    <기사 출처 :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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