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3일 금요일

예멘 정부, 쿠데타로 붕괴

시아파 후티 반군 무력 압박에
‘샤를리 테러’ 지시 알카에다 위치
미국·유럽 대응전략 차질 


예멘 정부가 22일 시아파인 후티 반군의 무혈 쿠데타로 무너졌다. 칼리드 바하 예멘 총리는 이날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에게 내각 총사퇴 서한을 제출했으며, 하디 대통령도 의회에 사임장을 냈다고 <예멘 타임스>와 외신들이 보도했다.

예멘의 현행 헌법은 의회가 대통령 사임을 거부하려면 3개월 안에 의원 301명 중 280명의 거부 표결이 통과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슬람 수니파 정부가 시아파 반군의 무력 압박에 쫓겨난 셈이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됐던 신헌법 제정이 물건너가고, 올해 총선과 대선 일정도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지난 20일 시아파 후티 반군은 대통령궁과 총리 공관 등 주요 시설을 무력으로 장악했다. 수니파 정부를 이끄는 하디 대통령은 21일 권력 분점과 신헌법 초안 수정 등 후티의 요구사항에 합의했으나 후티가 무장병력 철수 약속을 지키지 않자 하루 만에 전격 사퇴를 선택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아온 하디 정부의 붕괴로 급작스런 권력공백이 생기면서, 2012년 알리 압둘라 살레 독재정권이 무너진 이후 민주화 수순을 밟아오던 예멘 정국은 또다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예멘에 거점을 둔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와 시아파 후티의 패권 다툼이 격화하고, 예멘 남부의 분리독립 요구가 한층 더 거세질 우려도 나온다.

예멘을 ‘테러와의 전쟁’의 전초기지로 삼아온 미국과 서방의 전략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는 최근 프랑스 시사 주간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지시하는 등 서방에 위협적인 테러 조직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예멘의 위기는 미국의 알카에다 격퇴 능력을 약화시키고 예멘을 전면적 내전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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