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별미’ 팝콘. 극장 관람객 10명 중 9명은 팝콘을 사먹는다(2013년, 영화소비자조사). 영화 보는 동안 지루함을 덜어주고 입을 기쁘게 하는 팝콘이 영화관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시민단체는 “팝콘이 부당하게 비싸다”고 주장하고 매년 국정감사때마다 정치인들은 팝콘 가격을 문제 삼는다. 팝콘은 매번 도마 위에 오르는데, 신기하게도 극장 내 팝콘 매출은 늘고 있다. 지난 한해 관람객 1인이 극장 매점에서 지출한 돈은 평균 9287원으로, 2012년(5167원)에 비해 4000원 가량 늘었다.
영화관의 ‘효자상품’ 팝콘이 다시 이슈가 됐다. 지난달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청년유니온 등 3개 단체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팝콘을 부당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영화관 체인 3곳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영화관 측은 “제품의 특성에 적합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맞선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팝콘 전쟁’의 쟁점을 짚어봤다.
가장 큰 쟁점은 팝콘 가격의 적정 여부다. 시민단체는 팝콘 가격에 거품이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극장에서 파는 팝콘의 원가를 분석한 결과, 고소한 맛 기본(라지 사이즈)은 원가가 613원이지만 극장에서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협의회측은 이를 바탕으로 “극장 팝콘은 시중 가격과 너무 차이가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면 극장 측은 제품이 팔리는 장소와 인건비, 메뉴 개발비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주장한다. CGV 관계자는 “유명 셰프가 팝콘의 다양한 메뉴와 맛을 개발한다. 시중에서 파는 봉지 팝콘과 확연히 다르다. 또 호텔에서 판매되는 커피가 시중 커피보다 비싼 것처럼 ‘팝콘’도 제품 자체보다는 극장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판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 학계는 극장 팝콘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2009년 미 스탠포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웨슬리 허트만 박사 연구팀과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리처드 길 박사 연구팀은 “극장 팝콘값이 시중보다 비싼 것은 영화 티켓 가격을 낮추어 더 많은 고객들이 극장을 찾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단체 측은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한다. CGV, 롯데,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세 곳 모두 기본 팝콘(라지)이 5000원으로 가격이 같은데 시장지배적 기업들이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높게 형성했다는 것이다. 2014년 멀티플렉스 세 곳은 전국 극장 356개 중 82.8%를 차지하고 있다.
민변의 성춘일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상 3개의 업체가 70%를 넘으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이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우월적인 상황을 이용해서 가격을 부당하게 높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영화관 측은 동종 업계에서 같은 품목의 가격이 비슷한 수준에 형성되듯이, 시장논리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CGV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3사는 서로 경쟁관계다. 결코 입을 맞출 수가 없다. 타사 제품 가격을 보고 우리쪽 제품을 정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맛과 종류, 가격이 다른데 담합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내 극장은 2008년 공정위의 권고로 외부 음식 반입이 허용된다. 소비자의 선택은 열려있는 셈이다. 극장간 팝콘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극장 측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저가 팝콘과 차별화된 품질로 가격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CGV는 파리 요리학교에서 수학한 유명 셰프 3명이 팝콘 메뉴를 개발한다. 지난해는 다양한 가루를 뿌려먹는 쉐이크 팝콘을 출시했다. 신개념 팝콘 출시 2개월만에 CGV 팝콘 전체 매출은 5.4% 늘었다. 롯데 시네마도 초코캔디 팝콘, 치츠 팝콘 등 시즌별로 다양한 팝콘 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단순한 스낵으로 인식되던 팝콘이 하나의 ‘요리’이자 ‘음식’으로 인식되도록 정성을 쏟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가 ‘팝콘 논란’을 종식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정위 카르텔 조사과 관계자는 “가격이 똑같다고 해서 담합이라고 단정할수는 없다”면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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