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만날 수 있는 야생화 이야기
'너에겐 봄 냄새가 나 따뜻한 봄 냄새가 나'
'너에겐 꽃향기가 나 향긋한 꽃향기가 나'
'빨간의자' 밴드가 부른 '봄냄새'란 노래 가사다. 봄꽃 소식은 봄 냄새, 봄꽃 향기와 함께 2월 말, 3월 초에 지인들의 SNS를 통해 진즉부터 전해져왔다.
도대체 어떤 봄꽃들이 우리의 들과 산야를 수놓을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대표적인 봄꽃들을 소개한다.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들썩이면 아름다운 야생화를 찾아, 지금 당장 떠나볼 일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내가 보기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꽃이 사람보다 아름다울 때가 훨씬 더 많다. 손이 꽁꽁 발이 꽁꽁 쌩쌩 부는 찬바람, 혹독한 겨울 추위 이겨내고 이른 봄에 고개를 쏙 내미는 봄꽃들 바라보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신비하고 경이로울 따름이다.
어떻게 저 여린 몸으로 저리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까? 언제 저렇게 쑥 올라와 꽃대를 내밀고 꽃까지 피웠을까.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아주 이른 봄에 피는 변산바람꽃을 보며 든 생각이다.
변산바람꽃은 전라북도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바람꽃의 속명은 아네모네(Anemone)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네모네는 꽃의 여신 플로라의 시녀였다. 미모가 뛰어난 플로라는 바람의 신 제프로스를 사랑했다. 하지만 제프로스의 아내 플로라는 이 사실을 눈치 채고 아네모네를 멀리 떨어진 포모노 궁전으로 쫓아 보냈다. 그러나 제프로스는 아내의 눈을 속이며 아네모네가 있는 포모노 궁전으로 찾아가 사랑을 나누곤 했다.
'간통죄'로도 도저히 그들을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 플로라는 시녀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렸고, 바람의 신 제프로스는 꽃이 된 플로라를 잊지 못해 해마다 봄이 되면 부드러운 바람을 보내 꽃이 피게 했다고 한다. 바람꽃이 탄생하게 된 유래다.
아주 이른 봄 바람처럼 피었다가 지는 꽃이 변산바람꽃이다. 꽃 이름은 금강초롱, 동강할미꽃처럼 처음 발견된 곳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경우도 있고, 꽃이나 잎의 모양이 가지는 특징을 그대로 살려서 붙이는 경우도 있다.
바람꽃 종류는 18종 정도 되는데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부터 DMZ에 이르기까지 전국 어느 곳에서나 다양한 종류의 꽃을 피운다. 그 중 변산바람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 식물이다.
변산바람꽃은 전국적으로 분포하긴 하지만, 서식지가 한정적이라 만나기가 어렵다. 반면에 노루귀는 제법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꽃이 먼저 피고 난 후 잎이 나오는데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서 노루귀라 불린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잎이 말려서 나오는 모습이 하얀 솜털 가득한 노루의 귀를 닮았다. 눈을 헤치고 나와 작은 꽃을 내밀며 봄소식을 알리는 꽃이라 파설초, 설할초라고도 한다. 색깔도 아주 다양하다. 분홍색, 청색, 흰색, 연분홍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운다.
얼레지는 '바람난 처녀'란 별명을 가진 꽃이다. 여느 봄꽃처럼 꽃잎을 활짝 벌리며 피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뒤로 젖혀지면서 꽃잎 뒷면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꽃이 피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청초하고 단정한 산골 처녀 이미지가 파격적인 도시 처녀 이미지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외국에서 들여온 꽃인 줄로 안다. 하지만 얼레지는 순수 토종 우리 꽃이다. 꽃이 피기 전에 나오는 잎에 얼룩무늬가 얼룩얼룩 보여서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이른 봄에 제일 처음 먹을 수 있는 나물이 얼레지 잎이라고 하는데 약간 시큼한 맛이 난다.
꽃도 예쁘고 잎을 나물로도 해 먹을 수 있어서 그런지 군락지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은 식물이다. 뒤집혀진 처녀 치마에 현혹돼 포기 째 캐려고 했다가는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다. 얼레지는 씨앗이 떨어져 꽃을 피울 때까지 7년이나 된다. 그만큼 땅속 비늘줄기가 땅 위로 올라와 자라난 줄기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가 있어 쉽지 뽑히지 않는다.
민들레나 제비꽃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아파트 화단, 도심 공원 주변이나 논·밭 가장자리에서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간다. 민들레의 강인함은 단연코 뿌리에서 나온다. 뿌리 길이가 땅 위에 올라온 줄기의 15배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토종민들레는 서식지가 많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서양민들레가 대신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민들레꽃은 사실은 수십 개의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꽃무리라는 것이다. 훅 불면 흩어지면서 바람타고 날아가는 씨앗이 되기 위해 민들레꽃은 무리짓는 지혜를 발휘한다.
민들레 꽃을 보면서 '그런데 왜 요즘 민들레는 시도 때도 없이 피는 것일까?'란 의문을 가져 본 꽃이 있다면 그건 분명 토종 민들레가 아니라 서양민들레다. 서양 문물, 서양 민들레, 서양 사람들은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민들레도 이런 서양 문화의 특성을 빼닮았다.
할미꽃이나 산자고는 주로 무덤가에서 볼 수 있다. 따뜻한 봄날 무덤가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운이 좋은 경우, 할미꽃이나 산자고 꽃을 만날 수 있다.
주말에 교외로 야외로 나가서 주변 야생화 찾아보는 재미를 붙이면 시간이 가는 줄, 세월 가는 줄 모를 수도 있다. 대신 희귀한 야생화든 아주 흔한 야생화든 '사람보다 아름다운 꽃'을 자자손손 영원히 볼 수 있도록 보호하고 보존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명심해야 한다. 봄도 행복도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내 마음 속, 지금 여기에 있다.
"봄처럼 야생화처럼 바라만 보아도, 생각만 해도 기쁜 그런 존재. 야생화 닮은 존재로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너에겐 봄 냄새가 나 따뜻한 봄 냄새가 나'
'너에겐 꽃향기가 나 향긋한 꽃향기가 나'
▲ 진달래꽃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핀 진달래꽃 |
ⓒ 윤병렬 |
'빨간의자' 밴드가 부른 '봄냄새'란 노래 가사다. 봄꽃 소식은 봄 냄새, 봄꽃 향기와 함께 2월 말, 3월 초에 지인들의 SNS를 통해 진즉부터 전해져왔다.
도대체 어떤 봄꽃들이 우리의 들과 산야를 수놓을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대표적인 봄꽃들을 소개한다. 마음이 움직이고 몸이 들썩이면 아름다운 야생화를 찾아, 지금 당장 떠나볼 일이다.
▲ 수선화 식당 앞 화단에서 만난 수선화 |
ⓒ 윤병렬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내가 보기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꽃이 사람보다 아름다울 때가 훨씬 더 많다. 손이 꽁꽁 발이 꽁꽁 쌩쌩 부는 찬바람, 혹독한 겨울 추위 이겨내고 이른 봄에 고개를 쏙 내미는 봄꽃들 바라보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신비하고 경이로울 따름이다.
어떻게 저 여린 몸으로 저리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까? 언제 저렇게 쑥 올라와 꽃대를 내밀고 꽃까지 피웠을까.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아주 이른 봄에 피는 변산바람꽃을 보며 든 생각이다.
▲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가족 |
ⓒ 윤병렬 |
변산바람꽃은 전라북도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바람꽃의 속명은 아네모네(Anemone)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네모네는 꽃의 여신 플로라의 시녀였다. 미모가 뛰어난 플로라는 바람의 신 제프로스를 사랑했다. 하지만 제프로스의 아내 플로라는 이 사실을 눈치 채고 아네모네를 멀리 떨어진 포모노 궁전으로 쫓아 보냈다. 그러나 제프로스는 아내의 눈을 속이며 아네모네가 있는 포모노 궁전으로 찾아가 사랑을 나누곤 했다.
'간통죄'로도 도저히 그들을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 플로라는 시녀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렸고, 바람의 신 제프로스는 꽃이 된 플로라를 잊지 못해 해마다 봄이 되면 부드러운 바람을 보내 꽃이 피게 했다고 한다. 바람꽃이 탄생하게 된 유래다.
▲ 꿩의바람꽃 숲 속에 꿩의 바람꽃이 가득 피어있다. |
ⓒ 윤병렬 |
아주 이른 봄 바람처럼 피었다가 지는 꽃이 변산바람꽃이다. 꽃 이름은 금강초롱, 동강할미꽃처럼 처음 발견된 곳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경우도 있고, 꽃이나 잎의 모양이 가지는 특징을 그대로 살려서 붙이는 경우도 있다.
바람꽃 종류는 18종 정도 되는데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부터 DMZ에 이르기까지 전국 어느 곳에서나 다양한 종류의 꽃을 피운다. 그 중 변산바람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 식물이다.
▲ 노루귀 분홍 노루귀꽃이 숲 속 요정을 닮은듯 보인다. |
ⓒ 윤병렬 |
▲ 노루귀 잎 뽀송뽀송한 솜털과 갈라진 잎이 진짜 노루귀를 닮았다. |
ⓒ 윤병렬 |
변산바람꽃은 전국적으로 분포하긴 하지만, 서식지가 한정적이라 만나기가 어렵다. 반면에 노루귀는 제법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꽃이 먼저 피고 난 후 잎이 나오는데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서 노루귀라 불린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잎이 말려서 나오는 모습이 하얀 솜털 가득한 노루의 귀를 닮았다. 눈을 헤치고 나와 작은 꽃을 내밀며 봄소식을 알리는 꽃이라 파설초, 설할초라고도 한다. 색깔도 아주 다양하다. 분홍색, 청색, 흰색, 연분홍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운다.
▲ 얼레지 얼룩이 많아 이름 붙여진 얼레지꽃 |
ⓒ 윤병렬 |
얼레지는 '바람난 처녀'란 별명을 가진 꽃이다. 여느 봄꽃처럼 꽃잎을 활짝 벌리며 피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뒤로 젖혀지면서 꽃잎 뒷면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꽃이 피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청초하고 단정한 산골 처녀 이미지가 파격적인 도시 처녀 이미지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외국에서 들여온 꽃인 줄로 안다. 하지만 얼레지는 순수 토종 우리 꽃이다. 꽃이 피기 전에 나오는 잎에 얼룩무늬가 얼룩얼룩 보여서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이른 봄에 제일 처음 먹을 수 있는 나물이 얼레지 잎이라고 하는데 약간 시큼한 맛이 난다.
꽃도 예쁘고 잎을 나물로도 해 먹을 수 있어서 그런지 군락지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은 식물이다. 뒤집혀진 처녀 치마에 현혹돼 포기 째 캐려고 했다가는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다. 얼레지는 씨앗이 떨어져 꽃을 피울 때까지 7년이나 된다. 그만큼 땅속 비늘줄기가 땅 위로 올라와 자라난 줄기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가 있어 쉽지 뽑히지 않는다.
▲ 화단에 핀 민들레 이른 봄부터 피어난 민들레꽃 |
ⓒ 윤병렬 |
민들레나 제비꽃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아파트 화단, 도심 공원 주변이나 논·밭 가장자리에서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간다. 민들레의 강인함은 단연코 뿌리에서 나온다. 뿌리 길이가 땅 위에 올라온 줄기의 15배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토종민들레는 서식지가 많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서양민들레가 대신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민들레꽃은 사실은 수십 개의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꽃무리라는 것이다. 훅 불면 흩어지면서 바람타고 날아가는 씨앗이 되기 위해 민들레꽃은 무리짓는 지혜를 발휘한다.
민들레 꽃을 보면서 '그런데 왜 요즘 민들레는 시도 때도 없이 피는 것일까?'란 의문을 가져 본 꽃이 있다면 그건 분명 토종 민들레가 아니라 서양민들레다. 서양 문물, 서양 민들레, 서양 사람들은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민들레도 이런 서양 문화의 특성을 빼닮았다.
▲ 할미꽃 무덤가에 핀 할미꽃 |
ⓒ 윤병렬 |
▲ 산자고 무덤가에 핀 산자고 꽃 |
ⓒ 윤병렬 |
할미꽃이나 산자고는 주로 무덤가에서 볼 수 있다. 따뜻한 봄날 무덤가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운이 좋은 경우, 할미꽃이나 산자고 꽃을 만날 수 있다.
주말에 교외로 야외로 나가서 주변 야생화 찾아보는 재미를 붙이면 시간이 가는 줄, 세월 가는 줄 모를 수도 있다. 대신 희귀한 야생화든 아주 흔한 야생화든 '사람보다 아름다운 꽃'을 자자손손 영원히 볼 수 있도록 보호하고 보존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명심해야 한다. 봄도 행복도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내 마음 속, 지금 여기에 있다.
"봄처럼 야생화처럼 바라만 보아도, 생각만 해도 기쁜 그런 존재. 야생화 닮은 존재로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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