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 철도·전력·통신 등 진출
거침없는 ‘유럽 사들이기’ 행보 보여
중국·홍콩서 4조원 부동산 매각 등
자산 잇달아 팔고 홍콩증시 퇴장
시진핑 주석과 불화설 등 해석 분분
‘탈아입구.’ 일본 개화기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일본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으로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요즘 중국 언론은 이 말을 사용해 아시아 최대 부호 리카싱 시케이허치슨(CKH)홀딩스(전 청쿵그룹) 회장이 중국·홍콩 자산을 팔고 유럽 자산을 대거 사들이는 행보를 묘사하고 있다.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그중 5센트는 리카싱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표적인 홍콩 재벌이자 아시아 최고 부자 리카싱의 ‘탈중입구’(중국을 벗어나 유럽으로 간다) 행보가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리카싱의 아들 리처드 리가 소유하고 있는 홍콩 통신사(PCCW)가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텔레콤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데일리 모션’ 지분 49% 매입을 위해 단독 협상에 들어갔다고 13일 전했다. 또 유럽의 통신사업을 통합하려 하는 리카싱 휘하의 허치슨왬포아가 러시아 이동통신사 빔펠콤과 이 회사의 이탈리아 사업자인 윈드 이탈리아를 합병하려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치슨왬포아는 이미 오렌지 오스트리아와 통신사 O2(오투)아일랜드를 매입했으며, 올해 O2영국을 102.5억파운드(약 153억달러)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다.
리카싱의 거침없는 ‘유럽 사들이기’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영국이다. 홍콩 <명보>는 16일 리카싱이 “영국 전체를 사려 한다”는 영국 언론들의 최근 보도를 소개했다. 리카싱은 최근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영국의 수도, 발전, 부동산, 유통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허치슨왬포아가 보유한 영국 4위 통신사인 3(스리)는 이미 영국에 8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제2통신사인 O2의 2400만 가입자를 더하면 영국 통신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영국 최대의 통신회사로 변신하게 된다.
리카싱은 영국 3대 철도차량 임대회사의 하나인 에버숄트 레일그룹 매입도 추진하고 있다. 통신과 철로 외에도 이미 영국에서 여러 부문의 민영화된 공공서비스 사업을 운영한다. <명보>는 리카싱이 이미 영국 수도, 전기, 가스 산업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리카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외 인수·합병에 쏟아부은 금액이 34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과 홍콩의 자산은 잇따라 팔아치우고 있다. 2013년 슈퍼마켓 체인 ‘바이자’를 매각하고, 상하이 오리엔탈파이낸셜센터, 베이징 잉커센터를 잇따라 처분했다. 2013년 이후 매각한 중국·홍콩 부동산만 250억위안(약 4조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6억5000만 홍콩달러(약 920억원) 상당의 홍콩 신계지역 상업부동산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8일에는 리카싱의 대표적 기업인 청쿵그룹이 홍콩 증시에서 42년간의 역사를 마무리하고 퇴장했다. 지난 1월 초 발표한 사업 개편안에 따른 것이다. 현지 언론들이 ‘세기의 합병’이라 부른 사업 개편안 내용은 청쿵그룹과 허치슨왬포아를 합병한 뒤 다시 부동산 사업체인 시케이(CK)부동산(프로퍼티)홀딩스와 비부동산 사업체인 시케이허치슨(CKH)홀딩스로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신규 법인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등록하기로 해 큰 논란을 불렀다.
논란이 커지자 리카싱은 “홍콩에서 새로 상장되는 회사들은 대부분 케이맨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언론들은 홍콩 상장회사의 단지 40%만이 본부 주소지를 케이맨에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경제의 규모는 방대하고 리카싱의 본토 투자는 단지 바닷속 물방울 하나에 불과하다”며 “(리카싱은) 더 이상 중국인의 이상적 모델이 아니다”라고 보도해, 중국 당국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수십년 동안 베이징의 관리들은 리카싱을 ‘초인’이라고 찬양했지만 이번에는 수많은 중국 매체를 동원해 돌아가며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카싱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덩샤오핑과 여러차례 만나 대륙과 손을 잡고 발전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 결단으로 리카싱은 중국에서 많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었고, 홍콩의 많은 기업가들이 중국 반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홍콩에 남게 됐다.
현재 리카싱의 사업체 개편과 ‘탈중입구’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 그룹 재편을 통해 저평가된 지주사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 후계 구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등이 그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홍콩의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불편한 관계설 등도 흘러나온다. 2012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렁춘잉 후보 지지를 당부했지만 리카싱이 거부해 사이가 벌어졌다는 얘기도 돌았고, 지난해 홍콩 민주화시위 때 리카싱이 침묵을 지킨 것도 구설에 올랐다. 시 주석과의 불화설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일국양제’ 원칙이 2047년이면 종료된다는 것이다. 홍콩 <봉황재경>은 “이제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점차 홍콩의 특수한 지위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리카싱의 최근 움직임은 이런 상황의 결과로 보인다”라는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의 분석을 전했다.
<기사 출처 : 한겨레>
거침없는 ‘유럽 사들이기’ 행보 보여
중국·홍콩서 4조원 부동산 매각 등
자산 잇달아 팔고 홍콩증시 퇴장
시진핑 주석과 불화설 등 해석 분분
‘탈아입구.’ 일본 개화기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일본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으로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요즘 중국 언론은 이 말을 사용해 아시아 최대 부호 리카싱 시케이허치슨(CKH)홀딩스(전 청쿵그룹) 회장이 중국·홍콩 자산을 팔고 유럽 자산을 대거 사들이는 행보를 묘사하고 있다.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그중 5센트는 리카싱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표적인 홍콩 재벌이자 아시아 최고 부자 리카싱의 ‘탈중입구’(중국을 벗어나 유럽으로 간다) 행보가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리카싱의 아들 리처드 리가 소유하고 있는 홍콩 통신사(PCCW)가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텔레콤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데일리 모션’ 지분 49% 매입을 위해 단독 협상에 들어갔다고 13일 전했다. 또 유럽의 통신사업을 통합하려 하는 리카싱 휘하의 허치슨왬포아가 러시아 이동통신사 빔펠콤과 이 회사의 이탈리아 사업자인 윈드 이탈리아를 합병하려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치슨왬포아는 이미 오렌지 오스트리아와 통신사 O2(오투)아일랜드를 매입했으며, 올해 O2영국을 102.5억파운드(약 153억달러)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다.
리카싱의 거침없는 ‘유럽 사들이기’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영국이다. 홍콩 <명보>는 16일 리카싱이 “영국 전체를 사려 한다”는 영국 언론들의 최근 보도를 소개했다. 리카싱은 최근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영국의 수도, 발전, 부동산, 유통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허치슨왬포아가 보유한 영국 4위 통신사인 3(스리)는 이미 영국에 8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제2통신사인 O2의 2400만 가입자를 더하면 영국 통신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영국 최대의 통신회사로 변신하게 된다.
리카싱은 영국 3대 철도차량 임대회사의 하나인 에버숄트 레일그룹 매입도 추진하고 있다. 통신과 철로 외에도 이미 영국에서 여러 부문의 민영화된 공공서비스 사업을 운영한다. <명보>는 리카싱이 이미 영국 수도, 전기, 가스 산업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리카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외 인수·합병에 쏟아부은 금액이 34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과 홍콩의 자산은 잇따라 팔아치우고 있다. 2013년 슈퍼마켓 체인 ‘바이자’를 매각하고, 상하이 오리엔탈파이낸셜센터, 베이징 잉커센터를 잇따라 처분했다. 2013년 이후 매각한 중국·홍콩 부동산만 250억위안(약 4조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6억5000만 홍콩달러(약 920억원) 상당의 홍콩 신계지역 상업부동산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8일에는 리카싱의 대표적 기업인 청쿵그룹이 홍콩 증시에서 42년간의 역사를 마무리하고 퇴장했다. 지난 1월 초 발표한 사업 개편안에 따른 것이다. 현지 언론들이 ‘세기의 합병’이라 부른 사업 개편안 내용은 청쿵그룹과 허치슨왬포아를 합병한 뒤 다시 부동산 사업체인 시케이(CK)부동산(프로퍼티)홀딩스와 비부동산 사업체인 시케이허치슨(CKH)홀딩스로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신규 법인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등록하기로 해 큰 논란을 불렀다.
논란이 커지자 리카싱은 “홍콩에서 새로 상장되는 회사들은 대부분 케이맨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언론들은 홍콩 상장회사의 단지 40%만이 본부 주소지를 케이맨에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경제의 규모는 방대하고 리카싱의 본토 투자는 단지 바닷속 물방울 하나에 불과하다”며 “(리카싱은) 더 이상 중국인의 이상적 모델이 아니다”라고 보도해, 중국 당국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수십년 동안 베이징의 관리들은 리카싱을 ‘초인’이라고 찬양했지만 이번에는 수많은 중국 매체를 동원해 돌아가며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카싱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덩샤오핑과 여러차례 만나 대륙과 손을 잡고 발전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 결단으로 리카싱은 중국에서 많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었고, 홍콩의 많은 기업가들이 중국 반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홍콩에 남게 됐다.
현재 리카싱의 사업체 개편과 ‘탈중입구’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 그룹 재편을 통해 저평가된 지주사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 후계 구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등이 그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홍콩의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불편한 관계설 등도 흘러나온다. 2012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렁춘잉 후보 지지를 당부했지만 리카싱이 거부해 사이가 벌어졌다는 얘기도 돌았고, 지난해 홍콩 민주화시위 때 리카싱이 침묵을 지킨 것도 구설에 올랐다. 시 주석과의 불화설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일국양제’ 원칙이 2047년이면 종료된다는 것이다. 홍콩 <봉황재경>은 “이제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점차 홍콩의 특수한 지위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리카싱의 최근 움직임은 이런 상황의 결과로 보인다”라는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의 분석을 전했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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