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나모(26·여)씨는 강원도 속초에서 직장 상사인 A씨(36)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나씨는 오후 휴식시간을 이용해 사내 여직원 휴게실에서 잠시 잠을 자고 있었다. 남자 직원은 들어올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A씨는 휴게실로 몰래 들어와 나씨의 몸을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기겁을 한 나씨는 A씨를 뿌리치고 휴게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씨는 이 일을 회사에 즉각 알렸다. 사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A씨는 회사에서 사표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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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씨는 “가끔 성희롱적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외모도 멀쩡하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서 안심했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돌변할 줄 몰랐다”며 “이 사건을 겪은 뒤로는 직장 동료를 비롯해 남성들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성범죄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본지가 성인 20~30대 여성 1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예상 성범죄자의 얼굴 부위별 특징을 고르게 했다. 대상자들에게 제시한 눈·코·입 등 얼굴 부위별 항목은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서 실제로 몽타주를 그릴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항목은 짧은 머리스타일(44.3%), 좁은 이마(58.8%), 치켜 올라간 눈(29%), 좁은 귀(65.6%), 보통의 코(45%), 홀쭉한 뺨(50.4%), 얇은 입술(42.7%) 등이었다. 이를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한 결과 사나운 인상의 남성 얼굴이 그려졌다.
가상 몽타주를 제작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의 이상숙 행정관은 “답변 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응답자 대부분은 성범죄자들에 대해 날카롭고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여 년간 몽타주를 그려본 경험으로 볼 때 실제 성범죄자들의 얼굴은 일반인들의 인식과 큰 거리가 있었다”는 게 이 행정관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성범죄자들이 우락부락한 체구에 험상궂은 인상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성범죄자들이 대체로 호리호리한 체격에 준수한 외모인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들이 답한 것처럼 ‘치켜 올라간 눈’이나 ‘좁은 이마’를 가진 성범죄자들은 별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왜곡된 이미지는 성범죄자의 연령이나 직업, 결혼 여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본지가 20~30대 남녀 208명을 대상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31~40세가량의 남성(26.9%), 미혼(58.7%), 무직자(48.6%)’라는 키워드가 제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실제 통계와 작지 않은 격차가 있었다.
본지가 대검찰청 발간 ‘2014 범죄분석’에 나오는 성폭력(강간) 범죄자 2만2864명에 관한 통계를 전수 분석한 결과 비슷한 것은 연령대뿐이었다. ‘31~40세 남성(22.7%)’이 많긴 했으나 무직자(20.2%)보다 직장인(45.6%)이, 미혼보다 기혼(56.1%)이 더 많았다. 기혼자 중 범행 당시 배우자를 가진 사람이 47.7%나 됐다.
최은정 경찰청 성폭력수사계장은 “일반적으로 성범죄자에 대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실패한 사람들을 연상하지만 실제로는 정상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성범죄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성범죄자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실제가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지선 성신여대 교수는 “자극적인 일부의 성범죄만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희현 경찰청 생활안전국장도 “성범죄의 다수가 지인에 의해 저질러지다 보니 피해자들은 이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들이 저지르는 성범죄는 대부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오원춘 사건이나 박춘봉 사건처럼 살인이 동반되는 강력 성범죄는 경찰 수사 결과와 함께 사건 배경 등이 미디어에 의해 낱낱이 알려진다”며 “이렇다 보니 성범죄자는 대부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강력한 처벌의 대상이 되는 비정상적인 범죄자로 인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나씨는 오후 휴식시간을 이용해 사내 여직원 휴게실에서 잠시 잠을 자고 있었다. 남자 직원은 들어올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A씨는 휴게실로 몰래 들어와 나씨의 몸을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기겁을 한 나씨는 A씨를 뿌리치고 휴게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씨는 이 일을 회사에 즉각 알렸다. 사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A씨는 회사에서 사표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씨는 “가끔 성희롱적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외모도 멀쩡하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서 안심했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돌변할 줄 몰랐다”며 “이 사건을 겪은 뒤로는 직장 동료를 비롯해 남성들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성범죄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본지가 성인 20~30대 여성 1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예상 성범죄자의 얼굴 부위별 특징을 고르게 했다. 대상자들에게 제시한 눈·코·입 등 얼굴 부위별 항목은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서 실제로 몽타주를 그릴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항목은 짧은 머리스타일(44.3%), 좁은 이마(58.8%), 치켜 올라간 눈(29%), 좁은 귀(65.6%), 보통의 코(45%), 홀쭉한 뺨(50.4%), 얇은 입술(42.7%) 등이었다. 이를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한 결과 사나운 인상의 남성 얼굴이 그려졌다.
가상 몽타주를 제작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의 이상숙 행정관은 “답변 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응답자 대부분은 성범죄자들에 대해 날카롭고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여 년간 몽타주를 그려본 경험으로 볼 때 실제 성범죄자들의 얼굴은 일반인들의 인식과 큰 거리가 있었다”는 게 이 행정관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성범죄자들이 우락부락한 체구에 험상궂은 인상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성범죄자들이 대체로 호리호리한 체격에 준수한 외모인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들이 답한 것처럼 ‘치켜 올라간 눈’이나 ‘좁은 이마’를 가진 성범죄자들은 별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왜곡된 이미지는 성범죄자의 연령이나 직업, 결혼 여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본지가 20~30대 남녀 208명을 대상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31~40세가량의 남성(26.9%), 미혼(58.7%), 무직자(48.6%)’라는 키워드가 제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실제 통계와 작지 않은 격차가 있었다.
본지가 대검찰청 발간 ‘2014 범죄분석’에 나오는 성폭력(강간) 범죄자 2만2864명에 관한 통계를 전수 분석한 결과 비슷한 것은 연령대뿐이었다. ‘31~40세 남성(22.7%)’이 많긴 했으나 무직자(20.2%)보다 직장인(45.6%)이, 미혼보다 기혼(56.1%)이 더 많았다. 기혼자 중 범행 당시 배우자를 가진 사람이 47.7%나 됐다.
최은정 경찰청 성폭력수사계장은 “일반적으로 성범죄자에 대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실패한 사람들을 연상하지만 실제로는 정상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성범죄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성범죄자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실제가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지선 성신여대 교수는 “자극적인 일부의 성범죄만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희현 경찰청 생활안전국장도 “성범죄의 다수가 지인에 의해 저질러지다 보니 피해자들은 이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들이 저지르는 성범죄는 대부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오원춘 사건이나 박춘봉 사건처럼 살인이 동반되는 강력 성범죄는 경찰 수사 결과와 함께 사건 배경 등이 미디어에 의해 낱낱이 알려진다”며 “이렇다 보니 성범죄자는 대부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강력한 처벌의 대상이 되는 비정상적인 범죄자로 인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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