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김혜민(29·서울 성수동)씨는 매일 오후 서너 시쯤 되면 에스프레소에 데운 우유, 초콜릿 시럽을 넣고 휘핑크림을 올린 카페모카를 사 마신다. 김씨는 “나른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 농담처럼 ‘당(糖)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달콤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기분 전환이 된다”며 “케이크나 과자처럼 많이 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가 즐겨 마시는 카페모카 한 잔(330mL)에 들어 있는 당류는 25g이다. 하루 두 잔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섭취 기준치만큼 당을 섭취하는 셈이다.
커피·주스 등 가공식품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당 섭취량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02년 한국인의 총 당류 섭취량은 하루 평균 40g이었지만 2012년엔 65.3g으로 10년 만에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WHO는 4일 ‘당 섭취 가이드라인’을 내고 “조리·가공 과정에 첨가되는 당(free sugar·첨가당)은 하루에 얻는 총열량의 10% 넘게 섭취해선 안 되며, 건강을 위한다면 이 기준의 절반인 5% 미만으로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성인 1일 표준 열량(2000㎉)을 기준으로 10% 기준이라면 첨가당 50g, 5%라면 25g 미만으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WHO는 “한 해 사망자 5600만 명 중 3800만 명이 만성질환으로 숨진다”며 “과도한 당 섭취는 비만의 주범이고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당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서울백병원 박현아(가정의학과) 교수는 “당은 먹자마자 에너지로 바로 사용돼 피곤할 때 기운을 차리게 하고 기분 전환에도 도움을 준다”며 “뇌와 적혈구는 에너지원으로 당의 일종인 포도당만 사용하기 때문에 적당량은 꼭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혀의 즐거움을 좇아 과하게 먹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점. 삼성서울병원 김재현(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을 과다 섭취하면 살이 찌고 혈액 속 중성지방 농도가 높아져 심혈관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장기적으론 우리 몸의 인슐린 저항성을 떨어뜨려 당뇨병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의 경우 당 과다 섭취가 충치와 과잉행동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은 과일·유제품·곡류 등에 함유된 천연당과 식품을 가공하거나 요리할 때 첨가하는 첨가당으로 나뉜다. 마트에서 팔리는 식품 포장지에 쓰인 영양성분표상의 ‘당류’는 천연당과 첨가당을 합친 총 당류를 말한다. WHO가 경계하는 나쁜 당은 이 가운데 첨가당이다. 국내에서도 첨가당 섭취 기준이 마련됐다. 조윤옥 한국영양학회장은 “기존엔 총 당류만 따지던 학회의 기준을 최근 국제 기준에 맞춰 첨가당 위주로 바꿨다. 첨가당만 따졌을 땐 WHO와 같이 총열량의 10%, 총 당류로 따졌을 땐 20%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과일이나 곡류 등 원재료를 통해 섭취하는 천연당은 당뇨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에겐 얼마를 섭취하든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게 WHO와 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화여대 권오란(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일에도 당이 많이 들었지만 과일을 먹을 땐 식이섬유나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무기질을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인체에 흡수되는 당의 양이 얼마 안 된다”며 “과즙을 짜서 만든 주스는 오로지 당만 마시게 되니까 더 많이 더 빠르게 흡수된다”고 설명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 국민 한 명당 가공식품을 통한 하루 평균 첨가당 섭취량은 40g. 전체적으론 WHO 기준인 50g엔 못 미친다. 하지만 기준치 이상을 섭취한 사람도 29%나 됐다. 연령대별로 봤을 땐 유아(3~5세)·청소년(12~18세)층이 기준치를 넘는 첨가당을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음료류를 통한 첨가당 섭취가 많았다. 권오란 교수는 "음료 속에 의외로 당이 많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플레인 요구르트 1팩(300mL)에 초코파이 3개에 육박하는 35g의 당이 들어 있다. 유아는 주로 주스와 초코우유 같은 가공우유, 청소년은 탄산음료를 통해 첨가당을 섭취했다. 성인의 경우는 커피가 주범으로 꼽혔다.
◆나쁜 당 섭취를 줄이려면=식품의약품안전처 권오상 영양안전정책과장은 “가공식품을 고를 땐 영양성분표를 꼼꼼히 읽어 보고 전체 용량 대비 당이 얼마나 들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권혁상(내분비내과) 교수는 “당 자체도 문제지만 탄수화물이 분해가 되면 결국 당이 된다”며 “과자·탄산음료·빵·떡 등 탄수화물만 들어 있는 가공식품은 적당히 먹고 탄수화물과 다른 영양소가 어우러진 식품 위주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일주스보다는 과일을 먹고, 흰쌀밥보다는 단백질이 풍부한 현미밥을 먹으라는 조언이다. 빵을 먹더라도 채소나 치즈를 곁들여 먹으면 당 흡수율이 떨어진다. 요리할 때도 설탕이나 물엿 대신 배나 양파를 갈아 넣는다거나 올리고당 같은 대체 당을 쓰면 나쁜 당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원광대 손정민(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단맛에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더 단 걸 찾게 된다”며 “아이들이 너무 일찍 달콤한 음식에 맛들이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커피·주스 등 가공식품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당 섭취량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02년 한국인의 총 당류 섭취량은 하루 평균 40g이었지만 2012년엔 65.3g으로 10년 만에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WHO는 4일 ‘당 섭취 가이드라인’을 내고 “조리·가공 과정에 첨가되는 당(free sugar·첨가당)은 하루에 얻는 총열량의 10% 넘게 섭취해선 안 되며, 건강을 위한다면 이 기준의 절반인 5% 미만으로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성인 1일 표준 열량(2000㎉)을 기준으로 10% 기준이라면 첨가당 50g, 5%라면 25g 미만으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WHO는 “한 해 사망자 5600만 명 중 3800만 명이 만성질환으로 숨진다”며 “과도한 당 섭취는 비만의 주범이고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당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서울백병원 박현아(가정의학과) 교수는 “당은 먹자마자 에너지로 바로 사용돼 피곤할 때 기운을 차리게 하고 기분 전환에도 도움을 준다”며 “뇌와 적혈구는 에너지원으로 당의 일종인 포도당만 사용하기 때문에 적당량은 꼭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혀의 즐거움을 좇아 과하게 먹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점. 삼성서울병원 김재현(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을 과다 섭취하면 살이 찌고 혈액 속 중성지방 농도가 높아져 심혈관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장기적으론 우리 몸의 인슐린 저항성을 떨어뜨려 당뇨병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의 경우 당 과다 섭취가 충치와 과잉행동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일이나 곡류 등 원재료를 통해 섭취하는 천연당은 당뇨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에겐 얼마를 섭취하든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게 WHO와 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화여대 권오란(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일에도 당이 많이 들었지만 과일을 먹을 땐 식이섬유나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무기질을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인체에 흡수되는 당의 양이 얼마 안 된다”며 “과즙을 짜서 만든 주스는 오로지 당만 마시게 되니까 더 많이 더 빠르게 흡수된다”고 설명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 국민 한 명당 가공식품을 통한 하루 평균 첨가당 섭취량은 40g. 전체적으론 WHO 기준인 50g엔 못 미친다. 하지만 기준치 이상을 섭취한 사람도 29%나 됐다. 연령대별로 봤을 땐 유아(3~5세)·청소년(12~18세)층이 기준치를 넘는 첨가당을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음료류를 통한 첨가당 섭취가 많았다. 권오란 교수는 "음료 속에 의외로 당이 많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플레인 요구르트 1팩(300mL)에 초코파이 3개에 육박하는 35g의 당이 들어 있다. 유아는 주로 주스와 초코우유 같은 가공우유, 청소년은 탄산음료를 통해 첨가당을 섭취했다. 성인의 경우는 커피가 주범으로 꼽혔다.
◆나쁜 당 섭취를 줄이려면=식품의약품안전처 권오상 영양안전정책과장은 “가공식품을 고를 땐 영양성분표를 꼼꼼히 읽어 보고 전체 용량 대비 당이 얼마나 들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권혁상(내분비내과) 교수는 “당 자체도 문제지만 탄수화물이 분해가 되면 결국 당이 된다”며 “과자·탄산음료·빵·떡 등 탄수화물만 들어 있는 가공식품은 적당히 먹고 탄수화물과 다른 영양소가 어우러진 식품 위주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일주스보다는 과일을 먹고, 흰쌀밥보다는 단백질이 풍부한 현미밥을 먹으라는 조언이다. 빵을 먹더라도 채소나 치즈를 곁들여 먹으면 당 흡수율이 떨어진다. 요리할 때도 설탕이나 물엿 대신 배나 양파를 갈아 넣는다거나 올리고당 같은 대체 당을 쓰면 나쁜 당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원광대 손정민(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단맛에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더 단 걸 찾게 된다”며 “아이들이 너무 일찍 달콤한 음식에 맛들이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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