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직원들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마련되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로, 정부가 기획하고 유통업체가 참여했다. 이마트는 전점에서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하고 한우사골, 밥솥 등 신선식품에서 가전, 패션까지 인기 생필품 1000여개 품목을 엄선해 최대 50% 할인판매한다. 2015.9.3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관 주도 일회성 행사로는 내수진작 한계
과도한 가격경쟁, 전통시장 소외 등 부작용 우려도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10월1일부터 내수진작을 위한 정부 주도의 할인행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다. 미국의 연말 재고소진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의 이름을 차용해온 이번 행사는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 온라인쇼핑몰 등 약 2만7000여개 점포가 참여해 동시에 세일을 한다.
이번 행사는 지난 8월14일부터 시작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확대한 행사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정부가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할인 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메르스로 위축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8월부터 10월말까지로 앞당겼다. 여기에 본격적인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달고 10월1일부터는 내국인에까지 행사를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관 주도의 인위적인 소비진작 행사는 실효성은 떨어지고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눈치보여 마지못해 동참, 빛좋은 개살구
우선 유통업체들이 마지못해 동참하기 때문에 실속있는 행사가 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매장들이 팔지 못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큰 할인율을 내세워 판매하는 행사다. 하지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와는 전혀 다른 정부가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주도하는 행사로 유통업체들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참여하는 모양새다. 즉 할인율이 크기 어렵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50%, 70% 할인을 내세워도 그런 제품은 극소수이거나 소비자들이 거의 찾지 않는 제품일 가능성이 많다"며 "아무리 정부의 정책에 발을 맞춘다고 해도 재고소진을 위한 것이 아닌 이상 마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할인폭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은 사실상 연중 할인 체제다. 백화점의 세일은 매년 100일이 넘고 대형마트는 매일 'OO행사'라는 이름으로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 백화점 역시 매년 진행하는 '가을 정기세일'을 이름만 바꿨을 뿐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별로 다를게 없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백화점에서 세일을 한다고 해서 가봐도 해외직구보다 비싸다"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긴 세일 기간·다수 업체 참여로 '할인 효과' 떨어져
8월부터 시작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부터 따지면 세일이 석달간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백화점 정기세일 기간에도 세일 기간 내내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세일 초반, 특별한 기획전, 그리고 세일 막판에 사람들이 몰린다. 즉 한달간 하던 세일을 석달간 한다고 매출이 세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내 한 백화점 매장 매니저는 "사실 세일기간이 길다고 고객들이 더 많이 온다고 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단기 행사를 하면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저건 사야하나보다'라는 소비심리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다양한 채널의 수많은 업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집중도도 떨어진다. 백화점부터 전통시장까지 대다수 유통업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각 업체 입장에서는 홀로 행사를 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예년처럼 백화점만 정기 세일을 할 경우 백화점은 세일 효과로 매출이 늘어나지만, 올해는 가을 세일 기간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인해 백화점도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행사로 소비가 어느정도 살아난다고 해도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침체의 근본 원인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이라며 "일회성 행사로 소비가 얼마나 살아날지도 의문이지만, 행사기간에 살아난다고 해도 이후에 더 허리띠를 졸라 소비가 더 위축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가격경쟁 '촉발', 전통시장 소외 우려
아울러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행사에 참여한다고 나서면서 무리한 가격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걸핏하면 '100원 전쟁'을 벌이는 판에 정부가 나서서 가격경쟁을 하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규제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가 있을때마다 최대한 판매를 늘려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모든 유통채널이 참여하는 만큼, 이번 행사에서 할인을 확실히 할 경우 "'A마트'의 가격이 싸더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는 앞으로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무리한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대형마트의 마진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나 농어민 등으로 전이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이는 전통시장에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과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갈등이 심각할 때도 대형마트의 할인행사 역시 큰 문제였다. 생활필수품이나 신선식품을 대형마트에서 싸게 팔면 전통시장이 죽는다는 논리다. 물론 이번 행사에 전국 전통시장들도 동참하지만 홍보 등에서 밀리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보다 더 대형마트 등에 손님을 뺏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해야할 상황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납품업자와 전통시장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다른 마트와 비교가 될 수 있으니 가격 경쟁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관 주도 일회성 행사로는 내수진작 한계
과도한 가격경쟁, 전통시장 소외 등 부작용 우려도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10월1일부터 내수진작을 위한 정부 주도의 할인행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다. 미국의 연말 재고소진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의 이름을 차용해온 이번 행사는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 온라인쇼핑몰 등 약 2만7000여개 점포가 참여해 동시에 세일을 한다.
이번 행사는 지난 8월14일부터 시작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확대한 행사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정부가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할인 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메르스로 위축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8월부터 10월말까지로 앞당겼다. 여기에 본격적인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달고 10월1일부터는 내국인에까지 행사를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관 주도의 인위적인 소비진작 행사는 실효성은 떨어지고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눈치보여 마지못해 동참, 빛좋은 개살구
우선 유통업체들이 마지못해 동참하기 때문에 실속있는 행사가 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매장들이 팔지 못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큰 할인율을 내세워 판매하는 행사다. 하지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와는 전혀 다른 정부가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주도하는 행사로 유통업체들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참여하는 모양새다. 즉 할인율이 크기 어렵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50%, 70% 할인을 내세워도 그런 제품은 극소수이거나 소비자들이 거의 찾지 않는 제품일 가능성이 많다"며 "아무리 정부의 정책에 발을 맞춘다고 해도 재고소진을 위한 것이 아닌 이상 마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할인폭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은 사실상 연중 할인 체제다. 백화점의 세일은 매년 100일이 넘고 대형마트는 매일 'OO행사'라는 이름으로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 백화점 역시 매년 진행하는 '가을 정기세일'을 이름만 바꿨을 뿐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별로 다를게 없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백화점에서 세일을 한다고 해서 가봐도 해외직구보다 비싸다"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긴 세일 기간·다수 업체 참여로 '할인 효과' 떨어져
8월부터 시작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부터 따지면 세일이 석달간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백화점 정기세일 기간에도 세일 기간 내내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세일 초반, 특별한 기획전, 그리고 세일 막판에 사람들이 몰린다. 즉 한달간 하던 세일을 석달간 한다고 매출이 세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내 한 백화점 매장 매니저는 "사실 세일기간이 길다고 고객들이 더 많이 온다고 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단기 행사를 하면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저건 사야하나보다'라는 소비심리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다양한 채널의 수많은 업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집중도도 떨어진다. 백화점부터 전통시장까지 대다수 유통업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각 업체 입장에서는 홀로 행사를 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예년처럼 백화점만 정기 세일을 할 경우 백화점은 세일 효과로 매출이 늘어나지만, 올해는 가을 세일 기간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인해 백화점도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행사로 소비가 어느정도 살아난다고 해도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침체의 근본 원인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이라며 "일회성 행사로 소비가 얼마나 살아날지도 의문이지만, 행사기간에 살아난다고 해도 이후에 더 허리띠를 졸라 소비가 더 위축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가격경쟁 '촉발', 전통시장 소외 우려
아울러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행사에 참여한다고 나서면서 무리한 가격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걸핏하면 '100원 전쟁'을 벌이는 판에 정부가 나서서 가격경쟁을 하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규제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가 있을때마다 최대한 판매를 늘려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모든 유통채널이 참여하는 만큼, 이번 행사에서 할인을 확실히 할 경우 "'A마트'의 가격이 싸더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는 앞으로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무리한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대형마트의 마진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나 농어민 등으로 전이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이는 전통시장에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과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갈등이 심각할 때도 대형마트의 할인행사 역시 큰 문제였다. 생활필수품이나 신선식품을 대형마트에서 싸게 팔면 전통시장이 죽는다는 논리다. 물론 이번 행사에 전국 전통시장들도 동참하지만 홍보 등에서 밀리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보다 더 대형마트 등에 손님을 뺏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해야할 상황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납품업자와 전통시장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다른 마트와 비교가 될 수 있으니 가격 경쟁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