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생 살며 숨이 막힐 정도의 비경을 볼 기회는 몇 번이나 있을까? 빛이 투명하고, 공기가 바삭거리는 그 곳,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서는 매 순간이 탄성의 연속이었다. 며칠 있다 보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그 비현실적인 광경들은 떠나는 날까지도 계속 등장했다. 레몬색으로 빛나는 중세 건축물 사이를 걷기, 잉크 블루의 지중해 바다에 뛰어들기, 잘 익은 고조섬 와인과 소박한 지중해식 요리를 앞에 놓고 카메라 셔터 누르기…. 비현실적인 그 곳에서의 비현실적인 일상은 그렇게 황홀하고 풍요로웠다. 그런 곳에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떤 일에도 관대해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중해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나라
‘몰타(Malta)’는 지중해의 정가운데에 위치한 섬나라다. 정식명칭은 몰타공화국(Republic of Malta)으로 몰타, 코미노, 고조 등 세 개의 섬과 작은 무인도들까지 합쳐 총 6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제주도 면적의 6분의 1인 이 나라는 지도상에서 보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쪽으로 93km, 북아프리카 튀니지아에서 동쪽으로 284km상에 위치한다. 몰타공화국(이하 ‘몰타’)의 세 개의 섬 중 가장 큰 몰타(Malta)섬은 문화, 상업, 행정의 중심지이며 수도인 발레타(Valletta), 옛 수도인 임디나(Mdina) 등의 도시가 있는 곳이다. 두번째로 큰 섬인 고조(Gozo)는 몰타섬에 비하면 덜 붐비며 물가도 저렴하다. 코미노(Comino)섬은 두 섬 가운데 위치한 가장 작은 섬으로 인구가 단 4명뿐. 평화롭고 한적하다.
얼마 전 시칠리아 여행을 길게 할 기회가 있었다. 간 김에 몰타에 가보기로 작정했다. 가까우니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시칠리아에서 93km, 페리로 90분 정도 거리라니 얼핏 생각해 보아도 쉬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큰 괴리가 있었다. 시칠리아가 세상에나, 생각보다 커도 커도 너무 컸다. 페리 출발지인 남쪽의 항구를 찾아가는 데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다. 결론은 항공이었다. 현지에서 조사해 보니 로마, 파리, 런던, 베니스, 프라하, 아부다비,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몰타국제공항까지 운항하는 에어몰타(Air Malta)가 빠르고 싸고 편했다. 에어몰타 외에도 라이언 에어, 이베리아항공 등 다양한 유럽의 항공사들이 몰타에 취항한다. 결국 시칠리아의 카타니아 공항에서 몰타까지 편도, 몰타에서 로마까지 편도를 약 150유로(약 21만원)에 구매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론은 페리 가격보다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했고 그만큼 시간도 절약했으니 그만하면 선방이다. 시칠리아에서 배편을 이용해 몰타에 가겠다고 한다면 뽀짤로(Pozzallo)라는 남쪽의 항구도시로 가면 된다.
하가르 임 거석사원
▶7000년의 역사, 고대부터 현재까지가 공존하는 시간
몰타는 고대부터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어 유럽 역사의 많은 페이지에서 언급된다. 주요 문명의 대부분은 몰타제도를 지나갔거나 정착했었고, 이를 증명하듯 섬 전체가 문화유산이라 해도 될 만큼 만은 유적들이 곳곳에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1㎢ 당 가장 많은 유적지가 있는 곳이 바로 몰타라하니, 7000년의 역사가 남긴 고고학적 유적들을 둘러보는 것만 해도 흥미로울 것이다. 몰타에선 주변 여러 나라들의 냄새가 난다. 스페인,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비잔틴, 아랍 등 많은 민족의 문명들이 거쳐가면서 다양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몰타는 ‘기사단의 나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1530년부터 200년이 넘게 성요한기사단이 머물렀다는 기록이 근거다. 1798부터는 나폴레옹이 점령했고, 1814년부터 약 150년간은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오랜 식민지 시대에서 벗어난 때는 1964년. 이후 영국연방으로 남아있다 2004년에 EU에 가입, 비로소 완전한 독립을 이뤘다. 유로화가 통용되고 공용어는 영어와 몰타어다. 영국령이었던 흔적이 남아서인지 몰타에는 어학원들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 해 몰타에 방문하는 2000여 명이 어학연수생들이라는 것도 현지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몰타 여행 중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는 유럽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인 성요한기사단(몰타기사단)이 아닐까 싶다. 원래는 십자군원정 때 순례자와 병사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곧 예루살렘 성지와 순례자들을 보호하는 군사조직으로 변한 성요한기사단은 오스만투르크와 싸우며 키프로스섬, 로도스섬, 크레타를 거쳐 당시 스페인령이었던 몰타까지 들어왔다. 당시 3만 명 오스만투르크 군대를 300명의 성요한기사단과 몰타인들이 물리친 성요한기사단 이야기는 지금도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로 유명한 일화다. 성요한기사단의 상징인 십자가는 몰타를 여행하는 동안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웬만하면 기념품 쇼핑만은 기피하는 나도 결국엔 은으로 만든 몰타 십자가 팬던트를 구입하게 되었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십자가 상품이 널려있었다.
한편 몰타엔 큰 돌을 쌓아 만든 ‘거석사원’들이 곳곳에 분포한다. 이들은 피라미드나 스톤헨지보다도 시대가 앞서는,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몰타섬에는 하가르 임(Hagar Qim), 므나이드라(Mnajdra), 타르젠(Tarxien), 스코르바(Skorba), 타하그라트(Ta’Hagrat) 등 5개의 신전이 있는데 모두 유네스코에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나는 그 중 대표 신전인 ‘하가르 임’을 찾았다. 기원전 2500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돌 신전의 내부엔 부조가 새겨진 제단, 별과 태양을 새긴 돌 조각 등이 출토됐다. 20톤이 넘어가는 거석들이 어떻게 그 곳에 쌓여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고조섬의 칼립소 동굴에는 트로이 전쟁 때 오디세우스가 9년간 거주했다는 동굴과 증축 시기가 BC 3600년으로 추청되는 거석사원, 간티아(Ggantija) 신전도 있다. <트로이>, <글래디에이터>, <다빈치코드>, <뮌헨> 등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몰타에서 촬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마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몰타만의 이런 신비스런 분위기도 한몫했을 거라 생각해 본다.
그랜드 하버와 쓰리시티즈를 내려다보는 관광객
▶도시전체가 문화유산 발레타(Valletta) & 쓰리시티(The Three Cities)
몰타의 보석, 유적지 탐방 일정은 수도인 발레타(Valletta)부터 시작된다. 발레타는 1565년 성요한기사단이 오스만의 3만 대군을 물리친 이후 1566년부터 계획적으로 만든 요새도시다. 이탈리아인 건축가 프란체스코 라파렐리(Francesco Laparelli)의 설계를 바탕으로 지롤라모 카사르(GirolamoCassar)가 참여했고, 르네상스의 건축법과 당대 도시계획의 첨단기술을 결합하여 도시 전체를 성벽과 보루로 둘러싸고 내부 구간 정리를 했다. 당시 기사단의 우두머리였던 장 파리소 드 발레트(Jean Parisot de Valette)의 이름을 따서 발레타라 이름지었고, 곧 수도도 임디나에서 발레타로 이전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요새도시 발레타는 건너편에서 보면 길고 큰 군함이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행 성수기는 아니었지만 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 성수기인 축제 기간 때는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많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한다. 발레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아마도 ‘Open-airMuseum’일 것이다. 발 닿는 곳이 모두 유적지이고 박물관이다. 발레타의 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이 도시가 특별한 이유는 아마도 많은 고대도시들이 그저 유적지로만 남아있는 것에 비해, 이 곳은 현재가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발레타의 ‘성요한공동대성당’(St John’s Cathedral Valletta Malta)은 ‘보석 중의 보석’이다. 16세기 성요한기사단들이 남긴 대표적인 유산으로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다. 아치형 천장에는 성 요한의 일생이 그려져 있고, 바닥에는 400여 명의 기사들이 묻혀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리석 묘비들이 깔려 있다. 금색으로 치장된 화려한 내부와 정교한 조각들, 기도실에 걸려 있는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지오의 오리지널 페인팅 작품들은 넋을 잃고 바라볼 만 하다. 이 밖에도 7000년의 역사를 아우르는 국립고고학박물관, 대통령의 집무실과 의회로 사용되고 있는 성요한기사단장의 궁전(Palace of theGrand Master), 항구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옥상정원(Upper BarrakkaGardens) 등이 주요 관람 포인트들이다.
발레타의 옥상정원에서 내려다 보면 그랜드하버 저편에 더 쓰리시티즈(Three Cities)라 불리는 세 곳이 도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코스피쿠아(Cospicua), 빅토리오사(Vittoriosa), 센글리아(Senglea) 등이 그곳들로 그 중 버구(Birgu)라는 옛 이름으로도 종종 불리는 ‘빅토리오사’는 기사단이 몰타에 정착했던 곳으로 매년 5월이면 당시를 재현하는 축제인 ‘인구아디아 퍼레이드’가 열린다. 이 도시들은 워터택시인 ‘디사(dghajsa)’를 타고 수로로 돌아보는 것이 베스트다. 작고 컬러풀한 보트 ‘디사’는 몰타버전의 곤돌라라 할 수 있는데 이 ‘디사’를 타고 둘러보는 보트 여행은 꽤 낭만적이며 발레타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S자로 휘어진 임디나의 골목길, 마차를 타고 돌아보는 임디나 관광
▶과거의 도시 임디나(Mdina)
중세의 성채도시 임디나는 한때 몰타의 수도였던 곳이다. 몰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이 도시에는 옛날부터 귀족들만 살았고 지금도 상류층들이 거주한다. 천천히 도보로 봐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규모는 작다. 임디나 정문 앞에서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마차가 있어 올라탔다.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와 함께 골목을 지나면, 금세 중세의 분위기에 흠뻑 빠진다. 골목들은 하나 같이 좁고, 긴 S자 모양으로 휘어졌는데 적들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설계했다고 한다. 발레타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임디나에서 가장 큰 건축물은 성바울 성당이다. AD60년 경 사도 바울이 기독교 선교죄로 체포돼 로마로 압송되는 중 그만 몰타 인근에서 난파를 당했다. 어쩔 수 없이 몰타에서 석 달 정도를 머물렀는데 그 와중에도 바울은 몰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도 활동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그의 설득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당시 로마인 파견관이었던 보블리오가 기독교로 개종, 후에 몰타 최초의 주교가 되기도 했다. 훗날 사도 바울을 기념하기 위해 성바울 성당이 세워졌고, 지금도 예배가 이어진다.
사도행전 28장 1절에 나오는 ‘멜리데’라는 섬이 바로 몰타를 지칭한다. 성바울 성당의 내부에 들어가보면 성바울의 일생이 그림으로 표현된 천장화가 인상적인 모습이다. 성당 지하에는 성직자들의 시신이 묻혀있고 성당 내엔 사도 바울이 감금되어 있었다는 동굴도 볼 수 있다. 이 성당은 1690년 지진으로 무너졌다가 1702년에 재건된 것이다. 사도 바울이 난파해 몰타에 정박한 2월10일이면 해 마다 ‘성바울 난파 축제’가 열릴 만큼 몰타인들은 기독교 성지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다. 성바울 성당을 둘러보고 나면 몰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카페, ‘폰타넬라(Fontanella)’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가는 것도 좋겠다. 이 곳은 전망 때문이라도 가볼만 하지만 지중해에서 가장 달고 맛있다는 초콜릿 케이크 때문에 들르는 이들도 많다. 폰타넬라 외에도 임디나의 골목길에는 작고 귀여운 숍들이 많아 하나씩 들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양한 문양의 문고리, 유리공예, 몰타레이스, 몰타십자가 등 예술 작품들과 다양한 기념품들은 꽤 수준이 높았다. 특히 몰타레이스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당장 한국으로 가져다 침구를 쓰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몰타레이스 제품을 그나마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던 곳은 점심 식사를 하러 들렀던 한 어촌마을의 노천시장에서였다.
▶컬러풀한 어촌 마을 마샤슬록(Marsaxlokk)
나는 지금도 하얀 레이스가 하늘거리던 그 시장이 그립다. 이 작은 어촌의 이름은 ‘마샤슬록(Marsaxlokk)’으로 몰타섬 남동해안에 위치한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몰타 음식은 몰타 와인과 즐기라는 것이다. 몰타 와인은 내수용이 거의 대부분이라 몰타 밖에서는 맛보기 힘들다. 그 와인들이 가게에서는 2유로부터 8유로에 팔리고 있고 레스토랑에서 마시려면 10유로부터 20유로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음식값도 술값도 싼 편이고 일요일에는 해산물 시장이 열려, 신선한 씨푸드를 구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천시장에서는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어 볼거리가 가득하다. 레이스 제품을 비롯해 간식거리, 기념품 등도 시내의 어느 마켓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Isle of MTV 2015
▶나이트라이프, 쇼핑 지역 생줄리앙(St. Julian)과 슬레이마(Sleima)
몰타에 다녀온 지인들이 숙소를 잡으라고 추천한 지역이 생줄리앙과 슬레이마였다. 그 이유는 도착 첫날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은 몰타에서 가장 번화한 시내라 늦은 시간까지 카페, 펍, 바들이 성업 중이었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 거리엔 술병을 들고 고성을 지르는 청춘들이 휘젓고 다녔다. 카지노도 있었고, 클럽도, 몰타에서 가장 오래된 피자집도, 고조섬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전통식당도, 영국식 퍼브도, 시칠리안 스낵푸드를 파는 캐주얼한 카페도, 중동음식전문식당도 이곳에 있다. 한마디로 먹고 마시고 놀기 좋은 관광지의 최중심 지역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생줄리앙엔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최고급 리조트들이 줄지어 위치한다. 인터컨티넨탈, 웨스틴드래고나라리조트, 르메르디앙 등의 고급 숙소부터 하루에 30유로도 안 되는 저렴한 방도 많다. 내가 묵었던 골든튤립비발디 호텔(Golden Tulip Vivaldi Hotel)은 웨스틴드래고나라 리조트와 같은 전망을 공유하면서도 가격은 3분의 1도 안되었다.
로컬버스를 타고 약 15분 거리의 슬레이마지역으로 이동하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바다와 발레타의 전경이 기다리고 있다. 이 지역은 생줄리앙보단 조금 더 어른스러운 느낌이 풍겼다. 여유 있어 보이는 나이대의 유럽 관광객들이 바다를 보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본토보다 저렴한 자라(Zara), 망고(Mango) 등 매장 안에는 평상심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여행자들이 지갑 털리기 일보 직전의 표정으로 옷을 고르고 있었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포티나 스파리조트’(Fortina Spa Resort)는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하는 곳으로 수영장과 레스토랑도 있어서 이곳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생줄리앙보다는 슬레이마가 더 끌렸다.
깊고 푸른 바다, 잉크를 뿌린 듯한 강렬한 진파란색 지중해는 길을 걷다가도, 차를 타고 아무데나 내려도 거기 그렇게 가깝게 있었다. 아무 때고 첨벙첨벙 뛰어들 수 있는 그 바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나는 오밤중에 수영을 해 보았는데, 지중해 바다의 결은 엄마 품처럼 푹신하고 편안했다. 꼬불꼬불 만과 곶이 많아 해안선이 긴 몰타의 바다는 거친 파도가 없었고, 신기하게도 얕았고 석회암이 덮인 해안은 모래가 붙지 않아서 더 좋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바다수영을 겁내는 이들도 발레타의 성벽이 바로 눈 앞에 병풍처럼 펼쳐지는, 불꽃이 간간히 밤 하늘에 환하게 흩어지는 슬레이마의 밤바다에는 몸을 담궜다.
다이버들의 천국 몰타는 흥미로운 수상환경을 지녔다,코미노섬의 블루라군
▶깊고 검푸른 바다
블루그로또(Blue Grotto), 고조(Gozo), 코미노(Comino)
몰타의 바다 중 진짜 아름다운 파란색을 볼 수 있는 곳은 약 세 곳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몰타섬 남쪽 끝에 위치한 블루그로토(Blue Grotto, 푸른 동굴)가 그곳이다. 수영하는 사람, 일광욕하는 사람, 수중다이빙을 즐기는 사람, 본격적인 다이빙을 즐기는 이들로 꽤 붐비던 그 바다는 투명한 물빛과 해식동굴,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동굴 입구의 일부분이 바다에 잠겨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들어간다. 배가 이동하면서 동굴을 이리저리 유영할 때마다, ‘푸른 동굴’이라는 이름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보트 선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에는 난생 처음 보는 ‘잉크블루’ 컬러가 눈부신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평균수심 30m인 이곳에는 100m가 넘는 길이의 난파선이 잠들어 있어 흥미로운 다이빙 포인트이기도 하다.
푸른 창이란 뜻의 ‘아주르 윈도우(Azzure Window)’는 몰타섬에서 배로 25분 거리에 있는 고조(Gozo)섬에 위치한 절경이다. 섬의 서쪽 해안, 드웨라베이(Dwejra Bay)의 기암절벽 끝에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아치형의 거대한 바위가 서있다. 마치 창문처럼 이오니아 해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이 곳에는 마냥 아무 말 없이 앉아서 바다를 응시하는 연인들이 많았다.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들, 바위가 만들어낸 웅덩이가 자연수영장을 이루고 있는 모습, 자연이 가장 창조적인 예술작품이란 것을 느낄 수 있는 이 곳의 햇살 머금은 파란 바다도 멋지지만 붉은 태양이 비치는 바다도 할 말을 잃게 만들 만큼 멋있었다. 이런 ‘아주르 윈도우’의 아름다움을 수중에서 즐기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스쿠버다이버들이다. ‘블루홀’이라 부르는 수직동굴이 있는데 이곳으로 입수하여 헤엄쳐 나가면 어느 순간 ‘아주르 윈도우’가 물에 비치는 모습을 바다속에서 맞닥뜨린다. 이 또한 일품이다. 오직 다이빙만 하러 몰타에 오는 인구가 10%가 넘을 정도로 몰타는 다이버들의 천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다이빙포인트만 해도 60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비현실적 블루 컬러를 마주할 수 있는 곳, 코미노섬의 블루라군(Blue Lagoon)을 소개하려 한다. 코미노섬에서는 바다의 색이 완전히 달라진다. 코발트 블루와 에메랄드 빛 블루가 묘한 경계를 이룬다. 이 곳은 여름이면 비키니 군단에게 점령되곤 한다. 영화 <블루라군>과 <트로이>에 등장하는 이 바다는 몰타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바다 중의 한 곳이다. 유적지를 다니며 지친 몸을 내려놓고 한가하게 즐기기 좋은 그런 곳, 여기도 역시 다이빙포인트로도 훌륭한 곳이라 다이버들은 이래저래 몰타에서 바쁘다.
아주르 윈도우 낮과 노을지는 전경
에필로그 몰타에 가기 전, 나는 그곳을 그저 예쁘게 잘 꾸며진 지중해의 휴양지 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와서 보니 이 나라는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랍의 문화들이 골고루 녹아 있는 인류 문화와 역사의 전시장이었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덤인지, 역사와 문화탐방이 덤인지는 모른다. 매년 7월엔 MTV가 여는 대형 무료 컨서트가 이 곳 몰타에서 열려 수만 명이 운집하기도 한다. 성수기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천혜의 휴양지이지만, 아직까지 중국인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지…. 물론 이 곳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그리 많지는 않다. 몰타는 단연 몰디브보다 아름다운 바다와 흥미로운 자연환경, 수상 절경을 품고 있는 지중해의 숨겨진 보석이다. 모든 사람에게 관대하고 부드러웠던 지중해의 바다와 태양은 몰타를 언젠가는 꼭 한 번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든다.
Travel Tips
가는법 유럽 대도시에서 에어몰타 등 몰타 직항편이 연결하면 된다(www.airmalta.com). 몰타 공항의 이름은 루카(Luqa)이다. 배편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언어 영어와 몰타어. 몰타어는 아랍어와 비슷하고 라틴어 문법과 어휘가 섞여있다.
인종 다수가 몰타인이지만 미국인, 영국인, 이탈리아인, 인도인, 아랍인, 동유럽인들까지 다양한 인종이 섞어 산다.
통화 유로 섬 내 교통 발레타 버스터미널에서 각 지역으로 가는 버스(ARRIVA버스)에 탑승하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몰타에서 고조섬은 45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페리가 운항된다. 시간은 유동적이다. 고조섬과 코미노섬을 갈때 버스와 페리를 타고 개별적으로 갈 수도 있지만, 슬리에마에서 출발하는 여행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가장 편리하다.
관광지
성요한 대성당 St. John’s Co-Cathedral 1573년에 지어진 성당으로 바로크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발레타의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로 까르바지오의 작품을 눈여겨 볼 것.
입장료 6유로, 09:00-16:30 일요일은 휴관, 토요일은 12:30까지만.
성조지광장 St. George’s Square 발레타의 세인트조지광장은 팰리스광장이라고도 불리며 중앙에 위치한 현대적인 분수와 조화를 이루는 건물 모습이 인상적이다.
까사로카피콜로 Casa Rocca Piccola 발레타의 귀족인 De Piro 가족의 집으로 1850년에 지어졌다.지금은 작은 뮤지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후손들이 아직도 이 집에 살고 있다. St John’s Co-Cathedral
먹거리와 식당
라노스트라 패드로나 La Nostra Padrona 어촌인 마샤슬록에 위치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이다. 몰타와인과 음식을 전경과 함께 즐길 수 있다. tel: 2766 7720
음식
누가: 호두, 아몬드 등 너츠와 과일을 넣은 엿 질감의 부드러운 캔디. 선물로 인기가 높다.
몰타 전통 과자: 라밧에 유명한 파루찬 제과점의 허니링이 유명하다. 임아렉은 밀가루, 대추, 견과류와 함께 튀겨낸 빵으로 달콤하고 고소하다.
토끼고기: 몰타의 전통음식으로 보통 튀긴 후 와인, 마늘, 향신료 등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해산물 요리: 마샤슬록 피시마켓 주변에 시푸드 레스토랑이 많이 있으며 가자미 튀김, 해산물 파스타 등을 즐길 수 있다.
팀파나: 파이 속에 고기 파스타가 들어있다. 한 조각이면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와인: 해마다 여름이면 몰타와인페스티발이 열린다. 대표적인 와인생산지는 고조섬이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