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6일 일요일

갈라진 강진만 바다가 ‘출렁다리’로 이어지자… 사람들의 가슴도 출렁였다


전남 강진군 도암면 가우도와 도암면 망호리를 잇는 716m 길이의 출렁다리. 섬과 육지를 잇는 보도교로는 국내 최장이다. 가우도에는 대구면 저두리를 잇는 438m의 출렁다리 등 2개의 다리가 있다. 강진군 제공
섬 동·서편과 뭍잇는 다리 건설
강진관광 시너지… 관광객 급증
올 6월현재 작년동기比 107%↑
차량통행 금지돼 교량낚시 ‘제맛’
전망대 공사… 집트랙 설치 계획
‘함께海길’ 2.5㎞ 남짓 걷다보면
숲·바다 향기 물씬… 힐링 ‘절로’


전남 강진만에 떠 있는 강진군 도암면 가우도(駕牛島)는 수년 전만 해도 관광객이 거의 없는 ‘이름 없는’ 섬이었다. 32만여 ㎡(9만7000평) 면적 중 농토가 많지 않아 14가구 31명의 주민은 주로 낙지, 바지락 등 해산물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가우도에 대구면 저두리(동쪽)와 도암면 망호리(서쪽)를 각각 잇는 ‘출렁다리’가 2011년과 2012년 잇달아 생기면서 방문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남도답사1번지’의 필수 코스로 인식되면서 강진 관광산업에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유명 관광지인 다산초당·백련사 등 권역은 망호 쪽 출렁다리로, 청자박물관·민화뮤지엄·마량놀토수산시장 등 권역은 저두 쪽 출렁다리로 가우도와 연결돼 있다. 더욱이 이 섬은 전남도 브랜드 시책 ‘가고 싶은 섬’ 대상지로 올해 선정됐다.

지난 3일 오후 건너본 양쪽 출렁다리는 폭이 2.2m로 애초부터 차량 통행을 못 하도록 설계됐다. 저두 쪽 438m, 망호 쪽 716m 등 총 1154m 길이로 섬과 육지를 잇는 보도교(步道橋)로는 국내 최장이다. 실제로는 출렁거리지 않는데 출렁다리로 명명한 이유에 대해 안내를 맡은 강진군 전혁(36) 주무관은 “출렁거리는 강진만의 너울을 보며 걷다 보면 다리가 출렁거리는 느낌이 들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폭염 특보가 내릴 정도로 기온이 높았지만 다리 위를 걷는 내내 불어온 남동풍은 흐르는 땀을 식힐 만큼 시원했다. 목포에서 왔다는 범모(61) 씨가 다리 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입질을 기다리는 것은 시원한 바람 덕분에 가능한 듯했다.

가우도란 이름은 풍수지리학상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러나 가우도의 형상은 소의 머리에 해당하는 강진읍 보은산 우두봉과 연결된 멍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섬과 양쪽 출렁다리까지 합쳐서 보면 멍에 모습과 비슷하다. 수백 수천 년 뒤에 세워질 출렁다리까지 예견해 섬 이름을 지은 옛 조상들의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섬의 둘레길은 총 2.5㎞로 쉬엄쉬엄 1시간~1시간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양쪽 출렁다리를 모두 건너보고 숲길을 찾아 더 걷는다면 1~2시간은 더 걸린다. ‘함께해(海)길’로 명명된 둘레길은 나무덱길, 흙길, 시멘트길 등 세 구간으로 나뉜다. 나무덱길에는 정자와 편의점, 영랑나루쉼터 등이 있다. 영랑나루쉼터에서는 관광객들이 영랑 김윤식 선생의 동상 옆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다. 덱길 위로 해풍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흙길은 대부분 나무 사이로 바다가 언뜻언뜻 보이는 숲에 있다. 섬의 정상 부분(해발 80여 m)에는 내년 3월 완공될 25m 높이의 전망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망대에서 저두 쪽 육지까지 와이어를 타고 느리게 하강할 수 있는 국내 최장(843m) 집트랙도 함께 설치된다고 한다. 

무인계수기 측정 결과,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가우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13만9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7%나 늘었다. ‘가고 싶은 섬’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진 탓이라고 한다. 전남도는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 올해 초 가우도 등 6곳을 선정했다.

강진청자축제 (1~9일) 기간인 지난 1일과 2일에는 하루 평균(1300여 명)의 3배가 넘는 4550명과 4048명이 가우도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섬 주민의 15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부 관광객은 유료 낚시공원(30여 명 동시 수용)에서 가족과 함께 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섬 안에 식당과 카페가 없고, 숙박시설도 한옥펜션 5개 동과 일반 펜션 1개 동이 있으나 요즘 같은 휴가철에는 예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남도와 강진군은 올 하반기부터 5년간 추진할 ‘가고 싶은 섬’ 사업 기본계획에 이런 실정을 보완할 대책을 포함시켰다. 우선 마을 공동창고를 개조해 주민들이 음식점(가칭 ‘가우도 밥상’)을 운영하기로 했다. 해물 밥상, 바지락 회무침, 갑오징어 먹물찜 등이 주메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빈집 3개 동을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또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특산물 판매점과 색다른 힐링공간 ‘용천수 족욕장’ 조성도 추진한다.
<기사 출처 : 문화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