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마지막 샹그릴라, 부탄
3000m 절벽 위에 있는 탁상곰파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는 부탄은 여전히 여행자들에게 미지의 나라다. 부탄은 국토 대부분이 해발 2000m가 넘는 산악지대다. 고속도로도 기차도 없다. 국경이 접해 있는 인도의 시킴으로 가려면 차를 타고 수십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고립돼 외부 문명도 뒤늦게 받아들였다. 1999년에 처음으로 TV가 들어왔고 2003년에 들어서야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됐다.
부탄 사람들은 국민총생산을 논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국민총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발과 경제성장보다 전통과 평등, 행복을 중요시하는 나라. 고요하고 평화로운 은둔의 땅. 부탄으로 ‘행복’을 찾는 여정에 나섰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부탄의 사원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 팀푸
여행을 할 때 도시보다 조용한 외곽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부탄을 여행할 때는 일부러 도시를 피하지 않아도 된다. 부탄의 수도 팀푸(Thimphu)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교육의 중심지이자 인구 12만명의 팀푸는 ‘가라앉다’는 뜻의 팀과 산을 뜻하는 푸가 합쳐진 말이다. 팀푸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인적 드문 산골이 펼쳐진다.
고요한 왕국의 수도 팀푸에서는 출퇴근 시간에도 교통체증을 찾아볼 수 없다. 가장 큰 도로에는 흔한 신호등조차 없다. 인구가 늘면서 정부는 신호등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시민들이 앞장서서 신호등 설치를 반대했다고 한다.
팀푸의 거리에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다. 13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건축물 틈에 새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새 건물의 지붕과 창문은 부탄의 전통 건축양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부탄 건축의 백미는 ‘종(Dzong)’이라고 불리는 사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팀푸에는 타시쵸종이 위용을 자랑한다. 산속에 담긴 도시를 한눈에 담기 위해 팀푸의 전망대인 붓다공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불교의 나라답게 커다란 불상이 팀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산속에 포근하게 들어앉은 마을은 장난감 블록처럼 높이와 모양이 모두 닮았다. 오염되지 않은 부탄의 자연을 마주하니 혀끝에선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푸나카종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행복을 찾다
“다음 생에서 어떤 삶을 살지는 현세에서 얼마나 바르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다.” 부탄 국민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에 대해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 가지려는 욕심도, 더 누리려는 욕망도 평화로운 이 땅에선 부질없게 느껴진다. 여행객이 몰리는 곳엔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있기 마련인데 부탄은 예외다. 심지어 기념품을 사러 들른 공예품 상점에서도 주인은 파는 데엔 관심이 없는 듯 아무것도 권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여행자들의 걸음도 느릿느릿하다.
부탄이 외국인 여행객에게 관광을 허용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였다. 부탄은 비밀스러운 불교왕국이 궁금해 찾아온 여행객에게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자유여행은 할 수 없고 1인당 하루 200달러 이상의 체류비를 내야 한다. 체류비 안에는 일정에 따른 숙박과 식사, 관광이 모두 포함된다. 부탄 정부가 허가한 현지 여행사의 가이드가 모든 일정을 책임진다. 관광에 이렇게 콧대 높은 나라가 또 있을까.
부탄의 모든 건축물은 5층 이상 지을 수 없고, 도시의 건축물은 종의 높이를 넘을 수 없다. 국토의 60%는 국법에 따라 산림으로 보호해야 한다. 주말이 되면 남자는 ‘고(Goh)’, 여자는 ‘키라(Kira)’라고 불리는 전통 복식을 입어야 한다. 나라가 입는 옷까지 간섭을 하다니 싫을 만도 한데, 부탄 국민들은 평일에도 대부분 전통 복식을 입고 있었다. 그들에겐 강요가 아니라 자부심이다.
부탄 각 지역의 사원에서 명절 때마다 열리는 성대한 축제
절벽에 핀 하얀꽃, 탁상곰파
중국의 만리장성,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처럼 부탄을 상징하는 곳이 있다. 새가 둥지를 튼 것처럼 높은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사원, ‘탁상곰파’다. ‘곰파’는 절벽이나 산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은둔의 사원을 뜻한다. 워낙 해발고도가 높은 나라여서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 해발 2200m나 된다. 첫걸음부터 숨이 찰 수밖에 없다. 가는 길은 그리 가파르거나 위험하지 않지만 체력 안배에 신경써야 한다. 산허리 곳곳에 걸려 있는 오색경전 ‘룽다’가 바람에 펄럭이며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그 누구도 서둘러 산을 오르려 하지 않는다. 천천히 부탄의 자연을 감상하며 오르다 보면 제비집처럼 작았던 탁상곰파가 점점 눈앞에 선명해진다.
불교 최고의 성지인 탁상곰파는 부탄불교를 탄생시킨 파드마삼바바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암호랑이를 타고 날아온 파드마삼바바가 탁상곰파가 있는 바위산의 동굴에서 석 달간 명상을 했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이 비밀스러운 절벽사원은 호랑이 둥지로도 불린다. 절벽 위에 핀 하얀 꽃처럼 사원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향기가 나는 듯하다.
여행 팁
인천에서 부탄까지는 직항이 없다. 방콕을 경유할 경우 9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부탄의 국영항공사인 드룩에어(DrukAir)와 민간항공사인 부탄에어라인을 통해 입국할 수 있다. 개별 자유여행이 금지돼 있어 사전에 부탄 전문 여행사를 통해 부탄왕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부탄 입국 10일 전에 발급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고속도로와 철로, 국내선 항공편이 없어 여행사를 통해 운전사가 딸린 차량을 빌리는 것이 좋다. 택시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 3~5월은 꽃이 만발하는 계절, 9~11월은 하늘이 맑고 기온이 적당해 트레킹하기에 알맞다. 6~8월은 몬순 기간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기사 출처 : 한국경제>
3000m 절벽 위에 있는 탁상곰파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는 부탄은 여전히 여행자들에게 미지의 나라다. 부탄은 국토 대부분이 해발 2000m가 넘는 산악지대다. 고속도로도 기차도 없다. 국경이 접해 있는 인도의 시킴으로 가려면 차를 타고 수십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고립돼 외부 문명도 뒤늦게 받아들였다. 1999년에 처음으로 TV가 들어왔고 2003년에 들어서야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됐다.
부탄 사람들은 국민총생산을 논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국민총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발과 경제성장보다 전통과 평등, 행복을 중요시하는 나라. 고요하고 평화로운 은둔의 땅. 부탄으로 ‘행복’을 찾는 여정에 나섰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부탄의 사원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 팀푸
여행을 할 때 도시보다 조용한 외곽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부탄을 여행할 때는 일부러 도시를 피하지 않아도 된다. 부탄의 수도 팀푸(Thimphu)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교육의 중심지이자 인구 12만명의 팀푸는 ‘가라앉다’는 뜻의 팀과 산을 뜻하는 푸가 합쳐진 말이다. 팀푸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인적 드문 산골이 펼쳐진다.
고요한 왕국의 수도 팀푸에서는 출퇴근 시간에도 교통체증을 찾아볼 수 없다. 가장 큰 도로에는 흔한 신호등조차 없다. 인구가 늘면서 정부는 신호등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시민들이 앞장서서 신호등 설치를 반대했다고 한다.
팀푸의 거리에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다. 13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건축물 틈에 새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새 건물의 지붕과 창문은 부탄의 전통 건축양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부탄 건축의 백미는 ‘종(Dzong)’이라고 불리는 사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팀푸에는 타시쵸종이 위용을 자랑한다. 산속에 담긴 도시를 한눈에 담기 위해 팀푸의 전망대인 붓다공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불교의 나라답게 커다란 불상이 팀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산속에 포근하게 들어앉은 마을은 장난감 블록처럼 높이와 모양이 모두 닮았다. 오염되지 않은 부탄의 자연을 마주하니 혀끝에선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푸나카종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행복을 찾다
“다음 생에서 어떤 삶을 살지는 현세에서 얼마나 바르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다.” 부탄 국민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에 대해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 가지려는 욕심도, 더 누리려는 욕망도 평화로운 이 땅에선 부질없게 느껴진다. 여행객이 몰리는 곳엔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있기 마련인데 부탄은 예외다. 심지어 기념품을 사러 들른 공예품 상점에서도 주인은 파는 데엔 관심이 없는 듯 아무것도 권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여행자들의 걸음도 느릿느릿하다.
부탄이 외국인 여행객에게 관광을 허용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였다. 부탄은 비밀스러운 불교왕국이 궁금해 찾아온 여행객에게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자유여행은 할 수 없고 1인당 하루 200달러 이상의 체류비를 내야 한다. 체류비 안에는 일정에 따른 숙박과 식사, 관광이 모두 포함된다. 부탄 정부가 허가한 현지 여행사의 가이드가 모든 일정을 책임진다. 관광에 이렇게 콧대 높은 나라가 또 있을까.
부탄의 모든 건축물은 5층 이상 지을 수 없고, 도시의 건축물은 종의 높이를 넘을 수 없다. 국토의 60%는 국법에 따라 산림으로 보호해야 한다. 주말이 되면 남자는 ‘고(Goh)’, 여자는 ‘키라(Kira)’라고 불리는 전통 복식을 입어야 한다. 나라가 입는 옷까지 간섭을 하다니 싫을 만도 한데, 부탄 국민들은 평일에도 대부분 전통 복식을 입고 있었다. 그들에겐 강요가 아니라 자부심이다.
부탄 각 지역의 사원에서 명절 때마다 열리는 성대한 축제
절벽에 핀 하얀꽃, 탁상곰파
중국의 만리장성,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처럼 부탄을 상징하는 곳이 있다. 새가 둥지를 튼 것처럼 높은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사원, ‘탁상곰파’다. ‘곰파’는 절벽이나 산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은둔의 사원을 뜻한다. 워낙 해발고도가 높은 나라여서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 해발 2200m나 된다. 첫걸음부터 숨이 찰 수밖에 없다. 가는 길은 그리 가파르거나 위험하지 않지만 체력 안배에 신경써야 한다. 산허리 곳곳에 걸려 있는 오색경전 ‘룽다’가 바람에 펄럭이며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그 누구도 서둘러 산을 오르려 하지 않는다. 천천히 부탄의 자연을 감상하며 오르다 보면 제비집처럼 작았던 탁상곰파가 점점 눈앞에 선명해진다.
불교 최고의 성지인 탁상곰파는 부탄불교를 탄생시킨 파드마삼바바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암호랑이를 타고 날아온 파드마삼바바가 탁상곰파가 있는 바위산의 동굴에서 석 달간 명상을 했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이 비밀스러운 절벽사원은 호랑이 둥지로도 불린다. 절벽 위에 핀 하얀 꽃처럼 사원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향기가 나는 듯하다.
여행 팁
인천에서 부탄까지는 직항이 없다. 방콕을 경유할 경우 9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부탄의 국영항공사인 드룩에어(DrukAir)와 민간항공사인 부탄에어라인을 통해 입국할 수 있다. 개별 자유여행이 금지돼 있어 사전에 부탄 전문 여행사를 통해 부탄왕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부탄 입국 10일 전에 발급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고속도로와 철로, 국내선 항공편이 없어 여행사를 통해 운전사가 딸린 차량을 빌리는 것이 좋다. 택시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 3~5월은 꽃이 만발하는 계절, 9~11월은 하늘이 맑고 기온이 적당해 트레킹하기에 알맞다. 6~8월은 몬순 기간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기사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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