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직원 55% "대체공휴일에 정상 출근"
서울의 한 광고회사에 다니는 A씨는 추석 다음 날인 28일 오후 고향에서 부랴부랴 귀경길에 올랐다.
대체공휴일까지 포함하면 연휴는 하루 더 남아있지만, 지난 광복절 임시공휴일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휴일 적용을 받지 못한 그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다음날 출근할 채비를 해야 했다.
A씨는 "남들 다 쉬는데 출근할 생각 하니 짜증이 난다"며 "사장님이 결정하신 사안이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지만 다른 직원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매일 같이 야근에 쫓기던 직장인 한모(29)씨도 이번 대체공휴일에 출근 지시를 받아 울상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IT 회사 개발자인 그가 29일 출근할 수밖에 없는 건 최근 이 회사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술 개발을 의뢰한 제작사에서 먼저 이번 대체공휴일에 정상 근무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갑'인 제작사가 정상 근무하는 동안 기술 개발사에서 직원들에게 대체공휴일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한씨는 "이날은 우리에게 휴일이 아니고 그냥 평범한 화요일일 뿐"이라며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체휴일이라는 헛된 희망이나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은평구의 한 제과점에서 근무하는 김모(20·여)씨 역시 지난 광복절 임시공휴일과 이번 추석 대체공휴일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심지어 이번 연휴 기간엔 단 하루의 휴일만 주어져, 부모님과 동생이 내려가는 동안 홀로 집을 지켜야 했다.
그는 "대체공휴일 안 지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혼자서 문제를 제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가 쉰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더 언짢았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절반만 대체공휴일 즐길 수 있어
이처럼 대체공휴일에도 상당수의 직장인이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개정된 대통령령이 규정한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이 제한적인 까닭이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3조에 따르면,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 공휴일 등이 토요일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날까지 쉬도록 돼 있지만, 그 기준은 공무원에 그친다.
여기에 민간기업 중 기업 규모가 크고 노조 가입률이 높은 일부 사업장이 이 규정을 사규로 지정해 따르고 있는 것.
하지만 사업장이 작거나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경우 이같은 혜택에서 제외되기 다반사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대체공휴일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기업(종업원 수 1000명 이상)에 다니는 이들 중 이번 대체공휴일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은 72%였던 반면, 중견기업(종업원 수 300~999명)은 62%, 중소기업(종업원 300명 미만)은 55%의 직장인만 쉴 수 있었다.
◇ "사규 개정하거나, 현행법 개정하는 수밖에"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선 사규를 개정하거나 현행법 자체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이승욱 교수는 "민간기업에서 대체공휴일의 혜택을 보기 위해선 사규를 개정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흔쾌히 바꿔주지 않는다면 노조를 만들어서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심재진 교수는 "지난번 임시공휴일 때나 이번 대체휴일 때나 휴일을 못챙기는 건 노조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들인 경우가 많다"며 "대체공휴일도 근로자의날처럼 아예 유급휴일로 지정하도록 현행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휴일을 꼭 같은 날로 특정하기보다는 근로자들이 탄력적으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전체 휴일 일수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CBS노컷뉴스>
<기사 출처 : CBS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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