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철버거를 다시 채워주세요. 영철버거는 고대 가족입니다.’
고려대 학생들이 ‘영철버거’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철버거가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지원 자금을 마련하자고 학생들이 나선 것이다.
2010년 1월 고려대 앞 '영철버거’에서 주인 이영철씨가 활짝 웃으며 햄버거를 팔고 있다.
영철버거는 1000원짜리 버거로 인기를 끌면서 고려대 명물로 불렸던 패스트푸드점. 이영철(47) 대표가 2000년 고려대 앞 노점상으로 시작해 고려대 후문에 매장을 마련할 정도로 키웠다. 학생들을 위해 매년 2000만원의 장학금을 고려대에 기부할 만큼 잘나가던 음식점이었다. 2009년에는 정부의 유망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영철 대표가 “학생들과의 약속”이라며 1000원짜리 버거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적자가 났다. 프랜차이즈 사업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후 활로를 모색하다가 일부 메뉴를 고급화하며 가격을 올렸는데, 학생들의 수요가 줄면서 지난 7월 결국 문을 닫았다.
영철버거의 폐업 소식에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 7월 말부터 ‘영철버거 살리기’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고대 가족으로 불리던 영철버거의 몰락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최근 고려대 학생 사이트인 ‘고파스’에 펀딩 소식을 알리고,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모금 진행을 시작했다. 영철버거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붙였다.
고려대 학생들이 영철버거를 살리겠다며 만든 크라우드펀딩 포스터.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 제공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장 설동연(23)씨는 “영철버거 폐업 소식에 학생들이나 교직원, 지역 주민들도 안타까워했다”며 “영철버거가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 해온 일이 있는데 그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라도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목표 금액은 800만원. 지난 15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 달간 모금을 진행한다. 만약 마감 시한까지 목표액을 모으지 못하면 모금액은 돈을 낸 사람에게 전액 환불되고 펀딩은 취소된다.
이 펀딩을 기획한 고려대 정경대 학생 이승주(22)씨는 “처음 목표로 잡았던 금액은 2000만원이었다”고 했다. 고려대 학생이 약 2만명인데 1000원짜리 버거를 모두 한 개씩 사먹는다고 계산해서 나온 금액이다. “영철버거 사장님이 매년 2000만원의 장학금을 학교에 기부했는데 그 정도는 교우들과 지역주민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2010년 1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건물 앞에 선 영철버거 사장 이영철씨.
하지만 모금 기간이 짧아 목표액을 줄였다. 이씨는 “펀딩업체 자문을 받은 결과 800만원이 모금 가능한 액수였다”며 “그냥 버거집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추억을 함께한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영철버거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다”고 했다.
반응은 뜨겁다. 16일 오후 1시까지 1281만5000원이 모였다. 펀딩 하루 만에 목표 모금액을 웃도는 돈이 모였다. 326명이 5000원부터 30만원까지 돈을 냈다고 한다. 고대 정경대 학생회 측은 “이렇게 빨리 펀드자금이 모일줄 몰랐다”며 “목표액을 2000만원까지 올려 계속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정기 고연전이 시작되는 오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영철버거 1000개를 배포하는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이영철 대표는 “힘든 시기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학생들이 너무 고맙다”며 “자금이 모인다면 다시 가게를 열어 영철버거와 제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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