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수백 명이 아침마다 벌이는 탁발행렬은 장엄하고 경건하다.
'루앙프라방에서의 시간은 사람이 걷는 속도로 천천히 흘러간다. 여행자들은 최대한 게을러지기 위해,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루앙프라방에 머물다보면 모든 욕망은 덧없어진다. 그래서 어떤 여행자들은 당초 계획보다 라오스에 더 머물고, 어떤 여행자들은 서둘러 라오스를 떠난다.' 루앙프라방은 나에게 특별한 스폿이다. 오죽하면 '루앙프라방'만으로 단행본을 냈을까. 그 책에 써놓은 루앙프라방에 대한 단상이다. 뉴욕타임스가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꼽았을 때, 가장 짜증이 났던 사람이 나다. 이 보석 같은 곳, 나만 딱 알고 싶은 곳. 그곳에 여행객들이 들끓게 되는 게 싫어서였다. 라오스의 국토 면적은 23만6000㎢. 남북한 면적의 1.1배다. 하지만 인구는 6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3000달러 수준이다. 공업화 기반은 거의 없다.
라오스 제2 도시인 루앙프라방 역시 인구라고 해야 11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상주인구는 4만~5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툭툭'이나 '점보' 같은 오토바이 택시와 소형트럭의 엔진소음을 빼면 소란스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 식민지풍의 건물과 라오스 전통양식의 집, 수많은 사원들이 어울린 이 작은 도시는 승려와 아이들, 그리고 배낭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자유로움과 순진함, 종교적인 경건함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은 1353년부터 18세기까지 수도였다. 그랬던 까닭에 왕궁과 수많은 불상으로 가득한 동굴, 사원 등을 간직하고 있다. 1995년 12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루앙프라방의 옛 영화를 보여주는 곳이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사원 왓 시엥통.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 중 하나로 꼽힌다. 사원의 세 겹 지붕이 특이하고 벽면 장식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탁발 행렬이다. 탁발 행렬은 오직 루앙프라방에서만 볼 수 있다.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에서도 볼 수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다. 루앙프라방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새벽 탁발 행렬이 이어진다. 루앙프라방 각 사원의 승려들 수백 명이 마을을 돌며 아침거리를 공양하는데 장엄한 이 행렬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팍오 동굴도 꼭 봐야 할 핫스폿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메콩강을 따라 40㎞ 정도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팍오 동굴이다. 30분쯤 휘휘 돌아보면 될 법한 작은 동굴이지만 세계 여느 거대한 동굴 못지않은 깊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이 동굴에 깃들어 있는 4000여 개의 불상이다. 400년 전, 호티사랏이란 왕자가 치앙마이 공주와 백년가약을 맺고 메콩강을 거슬러 돌아오다 이 동굴을 발견한 뒤로 성역화됐다고 한다. 동굴 안 불상들은 지난 400년간 주민들이 1년에 한 개씩 모셔온 것이다.
경건함은 이쯤하고 본격적인 루앙프라방 투어. 생동감 있는 루앙프라방의 심장은 시장이다. 아침시장과 야시장이 있는데 아침시장은 탁발 행렬을 본 후 가보는 것이 좋다. 강변의 포티사랏 거리와 푸와오 거리의 교차점에 있다. 우리네 재래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좌판을 깔고 앉은 사람들이 인근에서 생산된 과일, 채소, 육류, 생필품들을 판다. 우체국 북쪽의 메콩강변에도 열대과일상과 야채가게가 몰려 있다.
야시장은 어둠이 거리에 깔릴 무렵 시사방봉 거리에 열린다. 낮 동안 산속에 있던 소수민족들은 여행자들에게 팔 기념품을 보따리에 싸서 하나둘 거리로 나온다. 10분 전만 해도 툭툭과 오토바이가 요란하게 지나다니던 거리가 어느새 기념품을 팔기 위해 좌판을 벌여놓은 상인들로 가득 찬다. 라오스 전통 문양을 새겨놓은 옷감과 지갑, 종이로 만든 실내등, 촉감 좋은 실크 스카프, 맥주 상표를 그려넣은 갖가지 색깔의 티셔츠, 나무로 만든 코끼리 조각, 직접 재배한 차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왓 시엥통 사원 그늘. 한 노비스가 경전을 읽고 있다.
야시장을 보기 전에 배낭여행자들이 찾는 포인트는 푸시탑. 노을 핫스폿이다. 이곳에서는 루앙프라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푸시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32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아찔한 전경이 충분히 보상해 준다.
잊을 뻔했다. 루앙프라방에서만큼은 꼭 해봐야 할 시간 죽이기, 킬링타임(killing Time) 놀이. 루앙프라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시간과는 사뭇 다른 시간을 보여준다. 시간 낭비가 죄스럽게 느껴지는 서울의 일상. 루앙프라방은 정반대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나무 그늘에 모여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수다를 떨거나,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루 종일 거리를 내려다보아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곳이 루앙프라방이다. 그러니, 루앙프라방을 가장 잘 여행하는 방법을 내게 묻는다면 나는 딱 두 가지를 일러준다. 시간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내버려두는 일, 그리고 최대한 게을러지는 것이라고. 어쩌면 루앙프라방은 여행과 휴식이 같다고 믿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인지도 모른다.
▶ 루앙프라방 즐기는 Tip
1. 시차 = 한국보다 2시간 늦다.
2. 가려면 = 루앙프라방 직항편은 없다. 베트남항공을 이용,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간다.
3. 통화 = '킵(kip)'을 사용한다. 태국 '바트(baht)'와 미국 달러도 일상 통화처럼 사용한다. 요즘 환율은 1달러에 1만킵 안팎이다. 우리 돈 가치의 10분의 1이라고 생각하면 계산하기 쉽다.
4. 숙소 = 메인 스트리트와 메콩강 주변에 게스트하우스가 몰려있다. 어떤 곳에 묵어도 좋다.
■ 여행작가 최갑수는…
탱크다. 발길 닿는 대로, 카메라 렌즈 향하는 대로 무작정 진군한다. 그는 글을 발로 쓴다. 그래서 힘이 있다. 저서로는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2007년 예담) △구름그림자와 함께 시속 3㎞ (2008년 상상공방) △목요일의 루앙프라방(2009년 예담) △맛있다 제주(2015년 덴스토리) 등이 있다.
왓마이 사원. 루앙프라방 소년들은 대부분 노비스(견습승려) 생활을 한다. 우리로 치면 행자승 단계로 보면 된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루앙프라방에서의 시간은 사람이 걷는 속도로 천천히 흘러간다. 여행자들은 최대한 게을러지기 위해,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루앙프라방에 머물다보면 모든 욕망은 덧없어진다. 그래서 어떤 여행자들은 당초 계획보다 라오스에 더 머물고, 어떤 여행자들은 서둘러 라오스를 떠난다.' 루앙프라방은 나에게 특별한 스폿이다. 오죽하면 '루앙프라방'만으로 단행본을 냈을까. 그 책에 써놓은 루앙프라방에 대한 단상이다. 뉴욕타임스가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꼽았을 때, 가장 짜증이 났던 사람이 나다. 이 보석 같은 곳, 나만 딱 알고 싶은 곳. 그곳에 여행객들이 들끓게 되는 게 싫어서였다. 라오스의 국토 면적은 23만6000㎢. 남북한 면적의 1.1배다. 하지만 인구는 6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3000달러 수준이다. 공업화 기반은 거의 없다.
라오스 제2 도시인 루앙프라방 역시 인구라고 해야 11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상주인구는 4만~5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툭툭'이나 '점보' 같은 오토바이 택시와 소형트럭의 엔진소음을 빼면 소란스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 식민지풍의 건물과 라오스 전통양식의 집, 수많은 사원들이 어울린 이 작은 도시는 승려와 아이들, 그리고 배낭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자유로움과 순진함, 종교적인 경건함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은 1353년부터 18세기까지 수도였다. 그랬던 까닭에 왕궁과 수많은 불상으로 가득한 동굴, 사원 등을 간직하고 있다. 1995년 12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루앙프라방의 옛 영화를 보여주는 곳이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사원 왓 시엥통.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 중 하나로 꼽힌다. 사원의 세 겹 지붕이 특이하고 벽면 장식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탁발 행렬이다. 탁발 행렬은 오직 루앙프라방에서만 볼 수 있다.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에서도 볼 수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다. 루앙프라방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새벽 탁발 행렬이 이어진다. 루앙프라방 각 사원의 승려들 수백 명이 마을을 돌며 아침거리를 공양하는데 장엄한 이 행렬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팍오 동굴도 꼭 봐야 할 핫스폿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메콩강을 따라 40㎞ 정도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팍오 동굴이다. 30분쯤 휘휘 돌아보면 될 법한 작은 동굴이지만 세계 여느 거대한 동굴 못지않은 깊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이 동굴에 깃들어 있는 4000여 개의 불상이다. 400년 전, 호티사랏이란 왕자가 치앙마이 공주와 백년가약을 맺고 메콩강을 거슬러 돌아오다 이 동굴을 발견한 뒤로 성역화됐다고 한다. 동굴 안 불상들은 지난 400년간 주민들이 1년에 한 개씩 모셔온 것이다.
경건함은 이쯤하고 본격적인 루앙프라방 투어. 생동감 있는 루앙프라방의 심장은 시장이다. 아침시장과 야시장이 있는데 아침시장은 탁발 행렬을 본 후 가보는 것이 좋다. 강변의 포티사랏 거리와 푸와오 거리의 교차점에 있다. 우리네 재래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좌판을 깔고 앉은 사람들이 인근에서 생산된 과일, 채소, 육류, 생필품들을 판다. 우체국 북쪽의 메콩강변에도 열대과일상과 야채가게가 몰려 있다.
야시장은 어둠이 거리에 깔릴 무렵 시사방봉 거리에 열린다. 낮 동안 산속에 있던 소수민족들은 여행자들에게 팔 기념품을 보따리에 싸서 하나둘 거리로 나온다. 10분 전만 해도 툭툭과 오토바이가 요란하게 지나다니던 거리가 어느새 기념품을 팔기 위해 좌판을 벌여놓은 상인들로 가득 찬다. 라오스 전통 문양을 새겨놓은 옷감과 지갑, 종이로 만든 실내등, 촉감 좋은 실크 스카프, 맥주 상표를 그려넣은 갖가지 색깔의 티셔츠, 나무로 만든 코끼리 조각, 직접 재배한 차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왓 시엥통 사원 그늘. 한 노비스가 경전을 읽고 있다.
야시장을 보기 전에 배낭여행자들이 찾는 포인트는 푸시탑. 노을 핫스폿이다. 이곳에서는 루앙프라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푸시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32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아찔한 전경이 충분히 보상해 준다.
잊을 뻔했다. 루앙프라방에서만큼은 꼭 해봐야 할 시간 죽이기, 킬링타임(killing Time) 놀이. 루앙프라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시간과는 사뭇 다른 시간을 보여준다. 시간 낭비가 죄스럽게 느껴지는 서울의 일상. 루앙프라방은 정반대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나무 그늘에 모여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수다를 떨거나,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루 종일 거리를 내려다보아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곳이 루앙프라방이다. 그러니, 루앙프라방을 가장 잘 여행하는 방법을 내게 묻는다면 나는 딱 두 가지를 일러준다. 시간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내버려두는 일, 그리고 최대한 게을러지는 것이라고. 어쩌면 루앙프라방은 여행과 휴식이 같다고 믿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인지도 모른다.
▶ 루앙프라방 즐기는 Tip
1. 시차 = 한국보다 2시간 늦다.
2. 가려면 = 루앙프라방 직항편은 없다. 베트남항공을 이용,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간다.
3. 통화 = '킵(kip)'을 사용한다. 태국 '바트(baht)'와 미국 달러도 일상 통화처럼 사용한다. 요즘 환율은 1달러에 1만킵 안팎이다. 우리 돈 가치의 10분의 1이라고 생각하면 계산하기 쉽다.
4. 숙소 = 메인 스트리트와 메콩강 주변에 게스트하우스가 몰려있다. 어떤 곳에 묵어도 좋다.
■ 여행작가 최갑수는…
탱크다. 발길 닿는 대로, 카메라 렌즈 향하는 대로 무작정 진군한다. 그는 글을 발로 쓴다. 그래서 힘이 있다. 저서로는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2007년 예담) △구름그림자와 함께 시속 3㎞ (2008년 상상공방) △목요일의 루앙프라방(2009년 예담) △맛있다 제주(2015년 덴스토리) 등이 있다.
왓마이 사원. 루앙프라방 소년들은 대부분 노비스(견습승려) 생활을 한다. 우리로 치면 행자승 단계로 보면 된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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