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냉철한 두뇌… 난민 수용해 노동력 부족 해결]
급격한 고령화, 늙어가는 獨… 경제대국 위상 흔들릴 위기
인구 증가하는 영국·프랑스, 난민 수용에 소극적 자세
초고령 사회 일본은 이민자 수용하고 싶어도 단일민족 성향으로 한계
중동 난민(難民) 수만명을 끌어안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의 행보는 단순히 '인도주의적 차원'이 아니라 냉철한 '경제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이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8일 보도했다. WP는 '늙어가는 나라'일수록 난민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을 원하고 있고, 이것이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행보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인구가 감소 추세인 독일 등은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고, 고령화가 더디고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등은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에서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는 주요 노동력으로 꼽힌다. WP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의 은퇴자 부양 부담은 2060년엔 지금보다 50% 이상 늘어난다. 이민자가 유입되지 않을 경우 젊은 세대가 느끼는 은퇴자 부양의 압박감이 커지는 것이다.
최근 독일 연방통계청은 "앞으로 독일이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돼 유럽 1위 경제 대국에서 물러날 날이 25년 내에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경영자총협회(BDA)는 올해 엔지니어 등 기술 인력 14만명이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당장 난민들에게 투입해야 할 막대한 비용보다 이들이 독일의 경제성장과 인구문제 해결에 주는 도움이 더 클 거라는 판단에서다. 통 큰 난민 포용정책으로 '난민들의 엄마'로 불리는 메르켈 총리의 냉정한 계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 재계에서 난민들은 '젊고 교육을 잘 받았으며 일에 대한 동기 부여가 높은 사람들'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밤베르크대학의 브뤼커 교수는 최근 한 연구에서 "독일로 오는 이민자·난민들은 교육 수준이 높아 취업률도 높다"고 밝혔다. 자동차 기업 다임러벤츠의 생산담당 대표는 "우리는 젊고 의지가 강한 이민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영국에서 난민은 골칫거리다. 영국은 고령화 속도가 더디고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기존의 이민자 비율도 높다. 이에 영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난민을 분담해 수용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5년 동안 시리아 난민 2만명을 수용하겠다"며 독자적인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도 영국처럼 높은 출산율 등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 또 올해 초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이후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한 경계심이 커져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다. 헝가리는 동유럽 중에서도 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나라지만 난민 유입은 거부하고 있다. 중동 난민 등 외국인이 자국민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상황에 놓인 아시아 국가들의 이민 정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정부는 작년 일본 국력의 상징인 '1억 인구'를 지켜내기 위해 "매년 외국 이민자를 20만명씩 수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은 약 2%로 이민 확대가 더디다. 외신들은 "일본같이 단일 민족 성향이 강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민자 대신 단기 인턴십 등으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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