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보조출연자 아르바이트를 하던 딸을 성폭행한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어머니가 ‘소송 제기 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성폭행당한 딸과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딸은 해당 사건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09년 모두 자살했다. 딸들의 자살로 인해 충격을 받은 아버지도 자매들의 자살 한 달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해당 사건은 ‘단역배우 자매 집단자살 사건’으로 2012년 네티즌들의 재수사 청원 운동까지 불러온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곽형섭 판사는 성폭행 충격으로 인해 자살한 자매의 어머니 장모 씨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 관계자 12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장 씨의 두 딸 중 언니인 A 씨는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연예인을 꿈꾸던 동생 B 씨의 권유로 2004년부터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A 씨는 평소에도 매우 심약한 성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
이를 눈여겨본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 직원들은 A 씨가 심신 미약에 반항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 갑자기 덤벼들어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기 시작했다. 성추행은 점점 악질적인 성폭행으로 이어졌다. 현장 반장, 부장, 캐스팅 담당자 등은 촬영지 모텔에 A 씨를 감금해 성폭행하거나, 반항할 경우 어머니를 살해하거나, 동생을 팔아넘긴다는 등 협박을 일삼았다. 심지어 이들은 다른 직원들이 자신과 똑같이 성폭행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걔한테 했던 것처럼 나한테도 해라’고 종용하며 변태적 성행위까지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참고 버티던 A 씨는 결국 2004년 12월 수사 기관에 해당 직원들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2년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고소 취하 진술에서 A 씨는 “진실을 밝히기가 힘들고, 다시 그 사건들을 기억하는 게 참을 수 없다”고 했다. 피고들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09년 A 씨는 해당 사건으로 인한 정신과 치료를 받다 결국 자살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자신 때문에 언니가 성폭행을 당하고 끝내 자살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동생 B 씨도 자살했다.
법원은 피고들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된다는 판결을 했다. 곽 판사는 “A 씨가 일부 피고들로부터 강간 내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이나 강제추행 등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소송 제기 시점이었다. 곽 판사는 “이 사건 소는 A 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 때로부터 약 9년6월, 자살한 때로부터 약 4년6월 지나서야 제기되었기 때문에 민법상 소멸 시효인 3년이 지나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기사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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