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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9일 화요일

'대체공휴일, 대체로 공휴일인가요?'..불만 가득 출근길

중소기업 직원 55% "대체공휴일에 정상 출근"


서울의 한 광고회사에 다니는 A씨는 추석 다음 날인 28일 오후 고향에서 부랴부랴 귀경길에 올랐다.
대체공휴일까지 포함하면 연휴는 하루 더 남아있지만, 지난 광복절 임시공휴일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휴일 적용을 받지 못한 그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다음날 출근할 채비를 해야 했다.
A씨는 "남들 다 쉬는데 출근할 생각 하니 짜증이 난다"며 "사장님이 결정하신 사안이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지만 다른 직원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매일 같이 야근에 쫓기던 직장인 한모(29)씨도 이번 대체공휴일에 출근 지시를 받아 울상이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서울 구로구의 한 IT 회사 개발자인 그가 29일 출근할 수밖에 없는 건 최근 이 회사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술 개발을 의뢰한 제작사에서 먼저 이번 대체공휴일에 정상 근무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갑'인 제작사가 정상 근무하는 동안 기술 개발사에서 직원들에게 대체공휴일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한씨는 "이날은 우리에게 휴일이 아니고 그냥 평범한 화요일일 뿐"이라며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체휴일이라는 헛된 희망이나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은평구의 한 제과점에서 근무하는 김모(20·여)씨 역시 지난 광복절 임시공휴일과 이번 추석 대체공휴일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심지어 이번 연휴 기간엔 단 하루의 휴일만 주어져, 부모님과 동생이 내려가는 동안 홀로 집을 지켜야 했다.
그는 "대체공휴일 안 지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혼자서 문제를 제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가 쉰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더 언짢았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절반만 대체공휴일 즐길 수 있어
이처럼 대체공휴일에도 상당수의 직장인이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개정된 대통령령이 규정한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이 제한적인 까닭이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3조에 따르면,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 공휴일 등이 토요일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날까지 쉬도록 돼 있지만, 그 기준은 공무원에 그친다.
여기에 민간기업 중 기업 규모가 크고 노조 가입률이 높은 일부 사업장이 이 규정을 사규로 지정해 따르고 있는 것.
하지만 사업장이 작거나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경우 이같은 혜택에서 제외되기 다반사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대체공휴일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기업(종업원 수 1000명 이상)에 다니는 이들 중 이번 대체공휴일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은 72%였던 반면, 중견기업(종업원 수 300~999명)은 62%, 중소기업(종업원 300명 미만)은 55%의 직장인만 쉴 수 있었다.
◇ "사규 개정하거나, 현행법 개정하는 수밖에"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선 사규를 개정하거나 현행법 자체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이승욱 교수는 "민간기업에서 대체공휴일의 혜택을 보기 위해선 사규를 개정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흔쾌히 바꿔주지 않는다면 노조를 만들어서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심재진 교수는 "지난번 임시공휴일 때나 이번 대체휴일 때나 휴일을 못챙기는 건 노조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들인 경우가 많다"며 "대체공휴일도 근로자의날처럼 아예 유급휴일로 지정하도록 현행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휴일을 꼭 같은 날로 특정하기보다는 근로자들이 탄력적으로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전체 휴일 일수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CBS노컷뉴스>

2015년 9월 15일 화요일

‘노조’가 없다면…이제 당신은 언제든 잘릴 수 있습니다

‘일반해고·취업규칙 완화’ 합의 파장
노조 울타리 밖 노동자 1800만명 ‘고용 불안’ 내몰릴판

해고요건 ‘완화’ 표현 없다지만
정부·회사쪽 ‘업무부진자’ 거론
시행원칙도 ‘합의’ 아닌 ‘협의’로
정부 일방추진해도 막을길 없어

노동자 90%가 무노조·비정규직
1998년 ‘정리해고 악몽’ 재현 우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조합원들이 최근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결국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할 길이 뚫렸다. 정부는 기간제 사용 기간을 늘리는 등을 내용으로 한 비정규직 대책도 밀어붙일 기세다. 전체 노동자의 90%에 이르는, 노동조합 울타리 밖에 방치된 노동자 1800만명의 고용안정성은 거센 폭풍우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13일 밤 노사정위원회 대표자가 잠정 합의한 문서에는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동안 노동계가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요건 관련 항목이다.

물론 합의문 초안은 “명확히 한다”고 했을 뿐 ‘완화’라는 표현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사용자 쪽은 일반해고와 관련해 ‘저성과자’니 ‘업무부진자’를 거론했다. 절차와 요건이 강화될 리는 없는 것이다. 취업규칙 관련 내용도 정부가 이미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과반 노조나 노동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바뀐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합의문은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했다. ‘합의’가 아니라 ‘협의’다. 협의를 거듭해도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동안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한 뒤 성난 황소처럼 노사정 논의를 밀어붙여온 정부의 태도를 봐서는 더욱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노사정이 더는 협의할 게 없다고 할 정도로 협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노사정 대타협 시한일인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4인 대표자회의가 열렸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자리에 앉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요건 완화가 정책으로 실현되면, 결국 고용불안의 폭풍우 앞에 서는 건 무노조 사업장의 노동자와 비정규직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대부분 취업규칙보다 훨씬 구속력이 강한 단체협약(단협)을 두고 있어 취업규칙이 바뀌더라도 단협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저항에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해고를 당하면 회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문제를 제기할 세력이 없어 해고자 스스로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고 회사 쪽과 법적 다툼을 힘겹게 벌이는 수밖에 없다.

“1998년 악몽의 재판”
정리해고 재현 우려


국내 노조 조직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낮은 10.3%다. 열에 아홉은 노조의 우산 밖에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률은 2%뿐이다. 요컨대 회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비정규직은 극소수다.

취업규칙·일반해고 요건 완화에 비정규직 종합대책까지 고려하면 이번 합의는 ‘노동유연성 강화 대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정부가 강조하는 노동유연성은, 노동자 말로는 불안정노동의 확대다. 기간제·파견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 등과 관련해 합의문은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란 제목을 달아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 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 시 반영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기권 장관은 14일 간담회 때 “비정규직은 유연화 차원에서는 인정하되, (기업의) 인건비 절약을 위한 남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기업이 집단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정리해고제와 파견노동을 받아들여 고용안정성에 큰 생채기를 남긴 ‘1998년의 악몽’이 17년 만에 개별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흔드는 방식으로 재현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취업규칙과 일반해고 완화는 합의문에 담는 것 자체가 산업현장과 노동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무노조 사업장에선 ‘사회적 합의가 됐다’며 밀어붙일 터라 굉장히 우려된다”며 “노동시장 전반을 바꾼 1998년의 재판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열린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김만재 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미리 준비한 시너로 분신을 시도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노총 중집은 표결로 잠정합의안을 추인했다. 노사정은 15일 오전 7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의문에 서명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편 논의는 앞으로 국회와 노사정위, 거리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전망이다. 근로기준법 등 입법 사항을 두곤 국회에서 야당과 여당이 맞붙고, 애초부터 논의에서 빠진 민주노총은 장외투쟁을 벌이리라 예상된다. 노사정위는 관련 일정을 추진할 계획인데, 한국노총의 목소리가 위원회에서 힘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사 출처 :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