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선배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선배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6년 3월 5일 토요일

대학신입생 OT 술자리 게임 …게임인가 범죄인가?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직접적 신체접촉 없어도 성적 수치심 유발 시 처벌가능
게임기획·분위기 조성 선배는 교사범이나 간접정범


최근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하 OT)의 술자리에서 벌어진 성추행에 가까운 게임과 벌칙 등이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건국대 OT에서는 성행위와 관련된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게임을 하고 여학생들을 방에 몰아넣고 남학생의 무릎에 앉아 술을 마시게 하거나 서로 껴안게 하는 벌칙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공론화하자 다른 대학의 학내 선후배 술자리에서 불쾌감을 느낀 학생들의 게임과 벌칙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SNS 등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이쯤되면 OT와 술자리에서 흥을 돋기 위해 하는 게임과 벌칙이 성추행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술자리게임 천태만상…여학생 쇄골에 술 부어 마시기도

술자리에서 흥을 돋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80년대 학번들이 OT와 MT에서 즐겼던 '디비디비딥'이나 '인디안밥', 90년대 학번들이 즐겨했던 '007게임'과 '눈치게임', 2000년대 학번들이 즐겨했던 아이스크림전문점 이름을 딴 게임과 '369게임' 등 어느 세대나 술자리 게임을 즐겼다. 

하지만 2016년 오늘의 대학 술자리 게임은 지난 세대 대학생들이 게임을 하고 벌칙으로 술을 마시게 했던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남녀 간의 신체접촉을 벌칙으로 하거나 아예 게임 자체가 신체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임을 주로 즐긴다. 이전 세대의 게임벌칙이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면 지금 세대 대학생들의 벌칙은 술에 '스킨십'을 더한다. 

SNS에 술자리 게임벌칙에 대해 하소연을 올렸던 한 학생은 '3단계' '4단계'라는 벌칙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3단계는 남학생의 무릎에 여학생이 앉아 술을 먹여주는 것을 뜻하고 4단계는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업히거나 마주보고 선채로 안아서 술을 먹여주는 것을 말한다. 

결국 스킨십 수위가 높아지면서 여학생의 쇄골에 술을 붓고 그 술을 남학생이 마시는 등 '게임과 벌칙'이라고 웃어넘기기 어려운 갖가지 행위들이 술자리에서 벌어진다. 

대학별 익명게시판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지난 2월29일 연세대의 한 입학생이 신입생 OT에서 학생들 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게임을 했다는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신입생은 "술자리에서 한 사람씩 순서대로 세 글자씩 이어서 19금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을 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게임이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연세대 선후배 술자리 모임에서 선배가 후배들에게 상대방의 가슴과 다리 등을 만지게 하고 포옹과 입맞춤 등을 시켰다는 내용도 있다. 

게임에서 벌칙을 받는 일방인 남학생이나 여학생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지만 선배들과의 관계나 분위기를 망치기 두려워 불쾌함을 참기도 하고 당시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동참하지만 뒤늦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도 다반사다. 

◇ 법으로 처벌하는 '추행'과 다르지 않아 ... 형벌로 처벌 가능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게임과 벌칙은 형벌로 처벌하는 '추행'과 다르지 않다.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상황에 따라 술자리 게임과 벌칙이 강제추행에 해당돼 처벌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 법무법인 세음 변호사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면 신체적 접촉 자체를 강제추행으로 본다"고 말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추행이라는 게 반드시 신체접촉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신체접촉과 동일한 정도의 성적 수치심을 준다면 반드시 몸의 접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직접적 신체접촉을 하지 않았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한 것을 강제추행으로 처벌한 법원의 판례도 있다. 

즉 게임과 벌칙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신체접촉을 하게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지 않고 다른사람의 행동을 보거나 말을 듣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새내기 대부분이 아직 만19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새내기들에 대한 추행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이하 청소년성보호법) 7조 5항에 따라 위계, 위력에 따른 청소년 추행으로 처벌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구체적 상황을 판단했을 때 게임이나 벌칙이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해당된다면 OT나 MT에서 게임을 사전에 기획한 이른바 '선배학생'들은 범행을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후배들에게 벌칙을 수행하도록 한 선배들은 성희롱과 성추행의 '교사범'이나 '간접정범'으로 처벌된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위계·위력으로 청소년을 추행하면 6월~2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교사범이나 간접정범도 직접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같은 형을 받기 때문에 게임과 벌칙을 사전 기획하고 다수인원으로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참여하게 한 '선배학생'들도 6월~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 '재미'를 찾다가 평생 성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갈 수도 있다.
<기사 출처 : 뉴스1>

2016년 2월 22일 월요일

“꼴사나운 선배들이 술 강권…안 마시면 왕따 걱정”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에 등장한 학과나 대학 이름을 붙인 술병(위, 가운데)과 집단 음주 뒤 모아놓은 빈 병들. [사진 인스타그램]
“선배와 새내기가 조를 짜서 술 먹이기를 하는데 꼴사나운 선배들을 많이 보게 되고 술도 억지로 많이 마시게 된다.” 트위터 이용자 ‘@vanill****’가 이달 초에 올린 글이다. 한 대학 신입생이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의 줄임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궁금증을 보이자 답으로 썼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선배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터=술’ 또는 ‘새터=군기’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해마다 2월 말께 반복되는 현상이다.

23일 새터에 참석해야 하는 서울의 한 신학대 신입생 이모(19)씨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데 안 마시면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왕따를 시킬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건국대 신입생 김모(19)씨도 “소주 3잔도 못 마시는데 괜히 술을 많이 마셔 실수할까 봐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이미 호되게 당한 학생도 많다. 최근 새터를 다녀온 서울의 한 국립대 신입생 김모(19·여)씨는 “강요하진 않았지만 말리는 사람이 없다 보니 과음을 해 응급실에 간 친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큰 사고도 심심찮게 생긴다. 지난해 2월에는 광주교대 신입생 이모(19·여)씨가 술을 과도하게 마신 뒤 심정지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2013년 2월에는 서울 지역 대학생 김모(20)씨가 술을 마신 뒤 콘도에서 추락해 숨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오리엔테이션 음주 사망자는 매년 1~3명씩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선배 갑질을 보여주는 글과 사진이 수북하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사립대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우리 과에는 페트병 윗부분을 자른 뒤 입구를 신입생의 입에 물리고 소주와 물을 섞어 붓는 전통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는 ‘나도 처음 할 때 말도 못할 압박감에 벌벌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겁나 무섭다’ ‘XX대에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강압적인 ‘군기 문화’나 고액의 참가비도 논란거리다. 최근 경희대 체육대학교 학생회가 새터 비용으로 38만원을 책정하고 참석을 강제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학생회 측은 “참석을 강제한 적이 없고 금액도 학생회비(11만원)와 단체복 구입비(15만원)가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교대에선 일부 학과 학생회가 ‘불참비’를 거둬 말썽이 됐다. 지난해 2월 전남대 음악학과에서는 선배들이 새터 날 신입생들의 동아리와 아르바이트 활동을 금지시켰다.


이 같은 대학 문화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중·고 내내 입시 위주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민주 시민의 덕목을 키우는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의료·법조계에서도 ‘기수 문화’와 같은 서열주의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성인으로서 첫발을 딛는 학생들도 ‘서열주의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인식하게 돼 선배가 후배 위에 군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2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새터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한양대·수원대 등 참여 학생 500명 이상인 13개 교가 점검 대상이다.

점검단이 교육부가 2014년 배포한 ‘대학생 집단연수 운영 안전 확보 매뉴얼’ 내용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각 대학은 음주·폭행에 관한 사전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의 줄임말. 대학교 학생회가 학교 생활을 안내한다는 취지로 신입생을 한자리에 모으는 행사를 일컫는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으로 오랫동안 불렸으나 최근에는 ‘새터’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인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