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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일 수요일

"'닭도리탕'은 순우리말"…국립국어원 "사실 어원 잘 몰라"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 인터뷰


'닭도리탕'이 메뉴에 적혀 있는 한 식당 모습. (사진=자료사진)"그러니까 결국 출처도 근거도 없는데 그냥 일본어 같아 보이니까 닭볶음탕이란 말을 만들었다 그거네요? 그럼 그냥 일본어라고 믿고 있는 사람만 닭볶음탕을 쓰면 되는 거지, 닭도리탕 사용이 틀린 것처럼 밀고 가는 정책은 문제 아닌가요? 같은 논리대로라면 "순화"시키고 새로 바꿔야 할 낱말이 한 두 개가 아닐 텐데요." (강**)

"닭도리탕이 어떻게 닭볶음탕입니까? 닭도리탕을 요리하면 '볶음' 과정은 전혀 없는데 어떻게 닭볶음탕입니까? 정말 웃긴다. 국립국어원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닭도리탕을 볶음탕이라고 해. '닭매운탕'이 옳은 것 아닙니까? 역시 자기들끼리 맘대로 정하다보니 허점이 보이는군." (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각각 2015년, 2007년 올라온 글이다. '닭볶음탕'으로 순화된 '닭도리탕'에 관한 갑론을박이 수년째 이어진 걸 알 수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닭도리탕' 어원에 대해 '닭'+'니와도리(にわとり, 鷄)'+'탕(湯)'이라고밝히고 있다. '니와도리(니와토리)'는 '닭'을 뜻하는 일본어다.

이를 두고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어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순화 대상이 됐던 '닭도리탕'이 순수 우리말이라는 게 요지다.

◇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 "닭을 도리쳐서 만든게 닭도리탕, 순우리말"

31일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식품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보여주기 식으로 비상식적인 결정을 하니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모든 걸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할머니들이 닭도리탕을 먹을 당시 일본어를 알지 못했다. 닭요리에 굳이 또 '새'를 붙여 음식 이름을 어렵게 부를 이유도 없다. (국립국어원이) 우리 어원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닭을 도리쳐서 만든게 닭도리탕"이라며 "'닭을 도리치다'라는 말이 있었다. 우리나라 음식은 닭으로 찜을 만들면 '닭찜'이라 불렀다. 재료 뒤에 과정이 들어간 거다. 닭을 도리쳐서 만든 탕이니까 '닭도리탕'은 순우리말로 맞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조어시 마지막엔 탕, 국, 찜, 찌개, 무침 등 종류가 들어간다"며 "찜인데 닭을 도려내면 닭도려찜. 도리쳐서 만들면 닭도리찜 같은 식이다. 오이무침도 그렇지 않느냐. 말 가운데 불필요한 '새'를 넣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 국립국어원측 "닭볶음탕으로 순화한 이유 명확하지 않다" 

다른 식당의 주방. 메뉴 '닭도리탕'이 눈에 띈다. (사진=자료사진)이같은 권 박사의 주장에 대해 국립국어원측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어간 '도리' 다음에 '탕'이 오면 조어법상 자연스럽지 않다"며 "닭볶음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을 아는데, 자꾸 설이 제기되면 일반인들은 믿을 수밖에 없다. 명백한 문헌 증거가 있어야 한다. 단순 의견 제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익명의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사실 '닭도리탕' 어원에 대해 답을 아직 못 찾았다"며 "국립국어원에서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순화한 이유에 대한 정보도 명확히 기록된 게 없다"고 인정했다.

관계자는 "당시 결정할 때는 '도리'가 일본어라고 인식해 순화했을 거라는 추측만 할 뿐이지 최초 자료로 거슬러 올라가도 '도리'에 관한 어원 표기가 어디에도 안 돼 있어서 확정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근거 자료만 분명하면 제시를 할 텐데 확실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리'라고 하는 것이 일본어 조어 발음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왜 닭이라는 말에 새가 붙었을까. 실은 그것도 석연치 않다"고 세간의 의심에 수긍했다. 이어 "'도려내다'나 '도리치다' 등 요리 방법과 관련이 있을 텐데 이조차 증거가 없어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식재단에서는 '닭매운찜'이라고 쓰고 있더라. 우리도 한식 재단이든 요리 관련 학자든 관련 단체서 어느 쪽으로 쓰기로 했다고 결정하면 내부 논의 후 순화어로 대체하든가 복수 형태로 둘 다 쓰게 하는 등 다른 방안을 취할 수 있다"고 절충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기존 순화된 말들 중에서 당시로서는 적절했지만, 시간이 흘러 현실에 맞지 않는 것들도 꽤 많다. 연구 용역 통해 알아보니 재검토 대상으로 500건 정도가 나오더라. '닭도리탕'은 거기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특별 건으로 한 번 다룰 만한 여지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CBS 노컷뉴스>

2016년 5월 11일 수요일

토마토를 즐기는 50가지 요리법


태양과 대지를 먹고 빨갛게 익은 제철 토마토를 베어 물면 무궁무진한 맛이 한 입에 터져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느새 높아진 태양을 짊어지고 서점에 갔더니 소설 코너에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에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패러디했다고 표지에 적혀 있다. 섹시한 요리사와 영계 아가씨의 은유적인 19금 성애가 화끈하게 펼쳐질 때마다 닭 요리가 하나씩 완성된다. 야하다가도 웃긴 혼합 장르 책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이후 미국에서 수많은 패러디 책이 나왔다고 한다. 요리 부문에서도 '케일의 50가지 그림자'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이 책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한다. 한국에 갓 번역서가 나왔다. 

야할까 웃길까 망설여지는 가벼운 내용에 비해 레시피는 제법 번듯하다. 담백한 물성을 지녀 마치 도화지처럼 모든 맛을 포용하는 재료인 닭으로 할 수 있는 요리야 워낙 다양하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러고 보면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보다야 '토마토의 50가지 그림자'가 먼저 나왔어야 옳다. 닭이 흔한가, 토마토가 흔한가? 닭의 아성도 어마어마하지만, 아마도 한 줄기에 여러 송이가 주렁주렁 열리는 토마토가 앞설 것이라 감히 주장해 본다. 

토마토는 어디에나 있다. 토마토는 어느 대륙에서나 자라고, 어떤 음식 문화권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토마토가 채소라는, 상식 퀴즈 같은 정의가 굳어져 있지만, 실상은 과일인지 채소인지 중요하지 않다. 먼 옛날 미국을 드나들던 무역상이 더 유리한 관세를 적용 받기 위해 채소로 적어낸 것을 계기로 채소로 굳어졌다는 비화도 있다. 생으로 과일처럼 먹다가, 요리 재료로 가열 조리할 때엔 채소처럼 쓰기도 하는 만능 재료 정도로 정의하자. 

맛도 영양도, 조리법도 무궁무진

빨갛게 잘 익은 산 마르차노 품종의 토마토는 다시마 이상으로 감칠맛을 낸다. 글루탐산이 풍부해서다. 비타민C, 비타민E 외에도 강력한 항산화성분인 라이코펜이 풍부한데, 이 모든 성분들 역시 글루탐산과 마찬가지로 붉게 익으면서 함량이 높아진다. 라이코펜은 기름을 만나면 더 많이 몸에 흡수된다.

영양 면에서 이 모든 혜택을 누리자면 대체 얼마나 많이 먹어야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수치화된 자료는 찾기 힘들다. 일단은 열심히 먹어 보자. 적어도 맛은 대단히 좋으니까. 든든하게도 5대양 6대주 어디에서나 토마토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완료돼 있다. 

마침 여름이 다가온다. 토마토가 맛나게 영글고 있다. 토마토도 언젠가부터 사철 나오는 생활 작물이 되긴 했다. 그러나 텃밭에서 토마토를 키워봤다면 안다. 대지와 태양을 양껏 먹고 자란 6-7월의 제철 토마토는 온실에서 곱게 자라 플라스틱 상자에 참하게 담겨 나오는 하우스 토마토에 댈 게 아니다. 달다, 시다, 짜다 같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농축된 맛이 난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요, 일러도 토마토다. 토마토 철을 맞아 '토마토의 50가지 그림자'를 준비했다. 단, '치킨의 50까지 그림자'처럼 야하진 않다.

새콤달콤한 맛을 살린 차가운 토마토

추억 속 토마토는 여름날 엄마가 썰어 내 준 설탕 토마토(1)가 압도적이다. 냉장고에서 차게 식혀진 그 붉은 과실은 한 입 크기로 얌전히 놓여 있었다. 흰 설탕이 솔솔 뿌려져 있지 않으면 눈물을 쏙 뺄 정도로 서운했다. 흥건하게 빠져 나온 토마토 속즙은 설탕을 만나 화룡점정을 이뤘다. 후루룩, 언제나 토마토 간식의 대미는 진득한 설탕물로 마무리 됐다. 접시에 고인 즙은 달고 시원했다.

목 마른 한낮엔 주스(2)이기도 했다. 강판에 석석 갈아서, 아니면 믹서에 휙 갈아서 농도 있는 액체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설탕, 아니면 향 좋은 꿀을 한 술 듬뿍 넣으면 묵은 갈증이 다 풀렸다. 한 때 '미제 가게'에서만 팔던 V8 토마토 주스 캔(3)은 단맛에 앞서 짠맛과 감칠맛이 강하게 나 주스보다는 요리 같았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 지금은 정식 수입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오랜 팬들의 의리 덕분에 가능했던 일로 보인다.
잘 익은 토마토는 그 자체로 맛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가장 맛있는 것은 토마토를 통째로 베어 물 때(4)다. 터질 듯한 얇은 껍질을 치아가 통과하자마자 속의 풍부한 육즙이 뿜어져 나온다. 그저 토마토 자체로 맛 있으려면, 즉 풋풋한 흙의 향, 태양열에 녹아 섞인 듯 복잡한 맛이 다 담겨 있으려면 앞서 얘기한 제철, 노지, 완숙 토마토여야 한다. 철 밖에 나온 토마토, 다 익기 전에 따 유통 중 붉어진 토마토는 확실히 밍밍하다. 
소금과 오일로 맛을 낸 단순한 토마토 샐러드로도 충분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입 크기로 썬 토마토에 소금을 살살 뿌려 과일향을 지닌 좋은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뒤섞는 것으로 끝이다. 가장 간단한 토마토 샐러드(5)다. 이 간단한 방법에 다른 재료가 추가되면 각기 다른 이름의 샐러드가 된다. 슬라이스 한 토마토와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기왕이면 물소 젖으로 만든 것!)를 겹쳐 놓고 소금과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를 흩뿌리면 카프레제 샐러드(6)가 뚝딱 완성된다.
신선함이 돋보이는 토마토 샐러드. 게티이미지뱅크
토마토, 아니면 색색의 방울토마토와 비슷한 크기로 썬 리코타치즈(혹은 페타치즈), 아니면 두부를 곁들이면 그 또한 각각의 샐러드가 된다. 리코타치즈 토마토 샐러드(7), 토마토 두부 샐러드(8)다. 두부 샐러드엔 소금이나 발사믹 식초 대신 간장도 드레싱으로 어울린다. 

타코, 부리토, 엔칠라다 등 남미 음식에 들어가는 살사 소스(9)는 재료와 조리법으로 보자면 샐러드가 그대로 소스가 된 것이다. 잘게 다진 토마토, 양파, 빨간 파프리카나 피망에 고수와 라임즙이 들어가면 근사하다. 

거칠거칠한 수퍼 곡물 퀴노아도 토마토와 잘 어울린다. 잘게 다진 토마토와 파프리카, 새싹채소, 양파 등을 뒤섞고, 익힌 퀴노아 위에 얹는다. 토마토 퀴노아 샐러드(10)다. 이때 겉과 속을 바꾸어 속을 파낸 토마토 안에 다른 재료들을 넣으면 눈이 즐거운 토마토 컵 샐러드가 된다.
콘킬리에 파스타를 이용한 토마토 파스타 샐러드. 게티이미지뱅크
퀴노아보다 무난한 조합은 사실 파스타다. 펜네나 푸실리 같은 한 입에 먹기 좋은 파스타를 잘 삶아 넣으면 샐러드 느낌의 토마토 콜드 파스타(11)도 만들 수 있다. 콘킬리에(조개 모양의 숏 파스타), 파르팔레(나비 넥타이 모양의 숏 파스타), 오르키에테(귀 모양을 닮은 숏 파스타), 아니면 마카로니 같은 작은 파스타를 이용하면 속을 파낸 토마토 안에도 쏙 들어간다. 토마토 컵 콜드 파스타를 만든다면 갖가지 채소보다는 바질페스토에 버무린 숏 파스타 하나만 넣어도 충분하다. 

곡물 모양과 크기의 중동식 파스타, 쿠스쿠스로 응용 메뉴를 만든다면 파스타보다는 퀴노아 레시피에 적용하는 게 더 잘 어울린다. 이름은 토마토 쿠스쿠스 샐러드(12) 정도면 적당하다.

토마토는 무엇이든 되는 요리 재료
시원한 토마토 수프. 토마토 가스파초. 게티이미지뱅크
시원한 토마토 요리는 샐러드와 파스타 외에도 또 있다. 토마토 가스파초(13)다. 차게 먹는 토마토 수프다. 토마토를 레몬즙, 소금, 후추와 함께 덩어리 없이 부드럽게 갈고, 오목한 그릇에 담아 올리브오일을 한 번 둘러주면 된다. 파프리카, 양파, 오이, 샐러리 등 더 풍부한 맛을 내는 다른 채소들은 취향대로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이다. 

뜨거운 토마토 수프(14)는 이 땅의 다이어터들에겐 '마녀 수프'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하지만 실제의 토마토 수프는 차라리 살 찌는 음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배추, 콩, 고기 등 더 많은 부재료가 듬뿍 들어갈 수 있다. 그 살 찌는 것들을 잘게 썰어 푹 끓인다. 강렬한 붉은 색을 크림으로 누그러뜨린 토마토 크림 수프(15)엔 고소하게 크림이 추가되고, 어지간하면 부재료를 갈아 넣는다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음식인 부야베스(16)도 수프에 가깝다. 게, 새우, 오징어 무엇이든 바다의 것과 갖가지 채소, 토마토를 넣어 끓인 국물 요리다. 

토마토를 맛있게 먹기 위한 도구 중 하나가 오븐이다. 토마토와 마늘을 갈아 소금간한 것을 얇게 썬 바게트 위에 발라 그대로 구우면 맛있는 토마토 토스트, 판콘토마토(17)가 된다. 가지 토마토 구이(18)도 맛있다. 가지를 길쭉하게 저며 간 토마토,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굽는다. 
선드라이드토마토. 게티이미지뱅크
토마토를 적당히 슬라이스해 말리는 정도로만 구우면 선드라이드토마토(19) 비슷한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최고는 쨍쨍한 햇살에 짭짤하게 말린 진짜 선드라이드토마토다. 같은 토마토 페이스트(20)라도 선드라이드토마토 페이스트가 훨씬 맛이 진하다. 
속을 채운 토마토 오븐 구이. 게티이미지뱅크
속을 파낸 토마토 안에 졸인 토마토 소스와 고기 종류, 혹은 삶은 콩 종류를 넣고 위에 치즈를 수북이 얹어 구우면 반칙 수준으로 맛있는 토마토 오븐 구이(21)를 만들 수 있다. 가지, 애호박 등 냉장고 속 채소를 자투리까지 모두 꺼내 슬라이스 하거나 한 입 크기로 썰어 토마토 소스를 붓고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우면 라타투이(22)가 된다. 

강렬한 존재감, 토마토 소스

토마토 소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흐름은 이제 더 빨라진다. 토마토와 양파, 마늘, 당근, 샐러리, 몇 가지 허브, 소고기 간 것이 들어가면 볼로네즈 소스(23)다. 라구 소스가 이 종류다. 간 고기를 소스에 풀어 넣는 대신에 따로 뭉쳐 놓고 소스를 끼얹으면, 토마토 소스 미트볼(24) 혹은 토마토 소스 햄버거스테이크가 된다. 소고기 대신 햄이 들어가면 나폴리탄 소스(25)가 된다. 소고기도 햄도 들어가지 않으면? 마리나라 소스(26)다. 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을 더하면 아라비아타 소스(27)라고 한다. 크림을 섞으면 부드러운 분홍빛을 띈 로제 소스(28)가 된다. 
토마토 소스 미트볼. 게티이미지뱅크
이름이 많고 낯설 뿐, 요체는 간단하다. 토마토를 끓이되, 제 각각의 맛을 더한 것에 불과하다. 원리가 같으니 이것만 제대로 알면 된다. 토마토 소스는 재료를 최대한 센 불에 볶다가 최대한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이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오래 공들일 가치가 있다.

토마토 소스는 어디로든 확장된다. 토마토 소스 파스타(29)부터도 종류가 한도 끝도 없다. 어떤 종류의 소스와 부재료가 들어가는가에 따라 이름이야 짓기 나름. 대신 토마토 소스와 치즈가 만두피 안에 꽉 들어간 라비올리(30)나 넓적한 파스타와 토마토 소스를 층층이 쌓고 치즈로 머리를 올린 라자냐(31)는 그에 비해 형태와 이름이 특징적으로 짝지어진다. 
소고기와 버섯이 들어간 굴라쉬. 게티이미지뱅크
토마토 소스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면 또 다른 이름을 갖는다. 중동 쪽에선 매콤한 토마토 소스 한 가운데 달걀 몇 알을 퐁퐁퐁 넣어 끓여 먹는다. 샥슈카(32)라고 한다. 헝가리에서는 굴라쉬(33)가 된다. 소스라기보다는 수프나 스튜에 가깝다. 고기와 콩을 잔뜩 넣고 매콤한 맛을 더하면 미국식 칠리가 되기도 한다. 일본식 ‘카레’, 혹은 인도식 ‘커리’를 만나면 토마토 카레 또는 토마토 커리(34)가 되기도 한다. 일반 카레와 똑같이 끓여도 감칠맛이 한층 깊다.

토마토 카레에서 카레(나 커리)를 빼면 그것이 곧 토마토 스튜(35)다. 볼로네즈 소스를 끓일 때와 원리가 같다. 간 고기 대신에 꽉 찬 한 입 사이즈의 고깃덩어리와 채소들이 들어가면 된다. 살코기 대신에 갈비가 들어가고 수분을 좀더 적게 잡으면 토마토 갈비찜(36)이 나온다. 갈비 대신에 소(기왕이면 송아지) 정강이뼈나 꼬리 부위를 넣으면 근사한 이탈리아 요리가 된다. 오소부코(37)다. 벌집양이나 양깃머리를 사용하면 트리파(38)가 되는데 여기에 도가니, 힘줄이나 곱창이 함께 들어가도 큰 탈은 나지 않는다. 토마토 갈비찜이나 오소부코, 트리파는 쿠스쿠스나 퀴노아, 아니면 묽은 죽 같은 폴렌타에 곁들여 먹기 딱 좋다.
단순함의 미학, 마르게리타 피자. 게티이미지뱅크
토마토 소스의 무한한 쓰임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루텐의 마법으로 쫀쫀하게 부활한 밀가루 도우 위에 토마토 소스를 펴바르고 치즈를 얹어 화덕의 강한 복사열에 구워야 한다. 피자다.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와 바질 잎, 토마토 소스 외엔 아무 것도 얹지 않는 마르게리타 피자(39)는 토마토 향을 물씬 즐길 수 있는 종류다. 이탈리아 각 지방마다 유서 깊은 피자가 이외에도 즐비하지만, 순혈주의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미국식 페페로니 피자(40)도 훌륭한 음식이다. 짭짤한 페페로니와 토마토 소스의 감칠맛이 이루는 조화는 오늘도 '1588'로 시작하는 주문 전화번호를 찾게 만든다. 

가끔 피자보다는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고 싶을 때도 있다. 어쩌면 두툼한 햄버거(41) 안의 토마토보다는 짭짤한 감자튀김에 따라오는 토마토 케첩(42) 맛이 그리워서일지도 모른다. 시판 케첩이 문득 달게 느껴진다면, 착각이 아니라 현실이다. 시판 토마토 케첩엔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설탕이 들어간다. 지나치게 달기만 달다. 원래는 단맛 외에도 여러 맛이 나는 음식인 케첩쯤은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보자. 잘 익은 토마토, 양파와, 설탕이나 꿀, 소금, 식초, 바질과 허브를 넣고 끓이면 완성된다. 생각보다 간편하고 쉽다. 시간 문제일 뿐이다. 잘게 썬 토마토와 양파가 녹아 형체가 없어지고, 액체라고 부를 수 없이 진득하게 졸아들 때까지 오래오래 끓이기만 하면 된다. 

달걀과 토마토의 환상적인 조화
방울 토마토를 듬뿍 넣은 프리타타. 게티이미지뱅크
끈질기게 끓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빠르게 볶는 레시피도 있다. 토마토를 볶을 때는 달걀이 잘 어울린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타타(43)다. 토마토와 시금치를 위시한 온갖 채소, 치즈, 햄, 파스타 등 넣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달걀과 함께 섞어 팬에 구워 갈색으로 겉을 익힌 프리타타는 오픈 페이스드 오믈렛이라고도 부른다. 
아침 식사로 든든한 토마토 스크램블드 에그. 게티이미지뱅크
토마토와 양파 정도를 잘게 다져 물기가 제거되도록 볶아 오믈렛 안에 넣으면 전형적인 토마토 오믈렛(44)이다. 오믈렛을 말다가, 혹은 뒤집다가 실패했을 때는 빠르게 뒤적뒤적 섞어 버리자. 토마토 스크럼블드 에그(45)로 변신시킬 수 있다. 서양 음식 같지만 중국 음식 중에도 토마토 달걀 볶음이 있다.

토마토 스크럼블드 에그 혹은 토마토 달걀 볶음은 달걀이 다 익기 전, 촉촉한 상태에서 부드럽게 먹는 게 맛있다. 수분이 다 날아갈 때까지 볶아버리면 퍽퍽해진다. 그럴 땐 고슬고슬한 찬 밥과 함께 기름에 볶아 토마토 달걀 볶음밥으로 환생시킬 수 있다. 밥이 있다면, 반찬도 필요하다. 오이 피클보다 단맛을 덜어낸 촛물에 담근 토마토 피클(46)이 적당하다. 피클처럼 산미가 톡 쏘는 토마토 물김치(47)도 달달한 향이 감도는 시원한 맛이 좋다. 

오밤중에 라면이 생각날 때는 토마토 라면(48)이 제격이다. 토마토가 들어가면 니글거리는 라면 맛이 개운해진다. 먹어 보기 전까진 상상하기 힘든 맛이지만, 뜨거운 국물의 국수 요리에 토마토가 들어가는 것은 동남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다. 토마토 쌀국수(49)는 특히나 맛이 좋다. 거기에 아직 푸릇푸릇한 토마토를 슬라이스해 튀김옷을 입혀 튀긴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50)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요리에 적합한 토마토가 따로 있다

제철 토마토에겐 미안하지만 토마토 요리에는 수입된 캔 제품이 적합하다. 토마토 종류가 아예 달라서다. 토마토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새빨간 가열용 토마토와 완숙되어도 분홍 빛을 띈 생식용 토마토다.

가열용 토마토는 껍질이 두껍고, 홍옥마냥 붉은 색이 특징인데, 국내에서는 유통되고 있지 않다. 맛 차이도 크지만 영양소 면에서도 생식용에 비해 주요 성분 함량이 월등히 높다. 생식용 토마토는 과일처럼 먹기나 주스용으로는 적합하나, 푹 끓여 놔도 특유의 감칠맛이나 풍부한 맛이 부족해 많이 아쉽다.

대신 이탈리아, 스페인 등 토마토를 사랑하는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제조된 캔 제품이 다양하게 들어와 있다. 토마토 캔은 가장 잘 익었을 때 수확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껍질을 벗겨 토마토 퓨레(토마토를 3배로 농축한 것)에 담가 밀봉한 후 가열 살균한 것이다. 수출하긴 하지만, 본 목적은 수출용 가공품이 아니다. 노지 재배하는 가열용 토마토를 여름 한 때뿐 아니라 철 없이 1년 내내 먹기 위해, 즉 그들 자신의 식탐을 위해 고안한 저장법이다. 토마토 캔은 크게 토마토를 통째로 넣은 것(홀 whole),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썬 것(다이스드ㆍdiced)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용도에 따라 골라 쓰면 된다. 두 종류 이외에 으깬 것과 간 것도 있다.

생 토마토의 신선함을 포기할 수 없다면 짭짤이 토마토나 방울토마토 종류가 맛이 좀더 진해 요리에 쓸 만하다. 이때도 캔 제품을 밑바탕으로 쓰되, 요리 완성 직전에 생 토마토를 더하는 방법으로 신선한 맛을 더할 수 있다. 
<기사 출처 : 한국일보>

2016년 1월 8일 금요일

「오늘의 레시피」바지락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재료(2인분)
칼국수 면 200g, 바지락 1봉지, 양파 1/2개, 애호박 1/4개, 당근 약간, 대파 1/4대, 청양고추 1개, 다진 마늘 0.5 , 멸치 한스푼 2,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과정 1
1. 바지락은 껍데기끼리 비벼가며 깨끗하게 씻고 소금물에 담가 해감 한다. 


과정 2
2. 양파, 애호박, 당근은 채썰고, 대파와 청양고추는 송송 썬다. 


과정 3
3. 물 5컵을 냄비에 붓고 끓여 끓으면 바지락을 넣어 거품을 걷어내며 끓이다가 멸치 한스푼을 넣는다.


과정 4
4. 바지락은 건져내고 국물에 칼국수 면과 채썬 양파, 호박, 당근을 넣고 끓인다.


과정 5
5. 면이 알맞게 익으면 건져 놓은 바지락과 대파, 청양고추, 다진 마늘을 넣어 한소끔 더 끓여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글ㆍ사진=네츄르먼트 제공
<기사 출처 : 아시아경제>

2016년 1월 6일 수요일

더 사지 마세요, 파먹어도 충분합니다

[냉장고 속 남은 재료만으로 음식 해먹는 '냉장고 파먹기' 인기]
장보기 금지, 자투리 재료 활용
식비 절약… 음식쓰레기도 줄어
식재료 목록 만들고 식단 작성… 레시피 집착않고 있는 재료 써
채소는 1회분씩 나눠 냉동 보관
'냉장고 파먹기'에 도전하는 젊은 주부들이 늘고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오래 묵은 재료만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걸 말한다. 줄임말로 '냉파'라고도 한다.
제1 원칙은 '장보기 절대 금지'. '먹을 게 없으니 마트 가서 사와야겠네'라는 생각 대신, 냉장고를 뒤져서 나오는 자투리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끼니를 해결한다. 최종 목표는 모든 재료를 남김없이 먹어치워 냉장고를 깨끗하게 비우기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젊은 주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냉파 인증'이라는 이름의 사진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만든 요리나 텅 빈 냉장고 내부, 요리비를 얼마 줄였는지 보여주는 가계부 내역 등을 찍은 사진들이다. 한 게시판에는 '미쳤죠. 냉파 하려다가 냉장고 뜯었어요'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냉장고 파먹기라는 말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재테크·절약에 관심 있는 이들의 모임인 '다음 짠돌이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확산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짠돌이카페 대표 운영자인 '대왕소금'(아이디) 이대표씨는 "이 말이 생겨난 건 4년 전쯤"이라고 했다. "짠순이(짠돌이카페 여성 회원)들끼리 쓰기 시작하더군요. '냉파 인증'이란 코너를 2013년 별도로 만들었죠. 그러더니 작년에 확 유행을 타더라고요."
냉장고 파먹기를 통한 경제적 이득은 여러 가지다. 우선 식비가 절약된다. 짠돌이카페 '쪼동이' 회원은 "한 달 만에 80만~100만원씩 쓰던 식비가 45만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음식이 줄어들면 냉장·냉동 효율이 높아지니 전기료도 줄어든다. 상해서 버리는 음식이 줄어드니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고, 쓰레기봉투 비용이 절약된다.
주부 서재은(37)씨는 "장 보러 가면 '이것도 해서 아이한테 먹이고, 저것도 해서 남편 먹여야지' 하고 의욕이 충만해 잔뜩 사지만, 결국 냉장고에 처박아뒀다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직 식비가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 못 했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확 줄어 속 시원하다"고 말했다.
냉장고 파먹기의 첫 단계는 우리 집에 어떤 음식이 있는지 확인하기다. 냉장고와 냉동고는 물론 김치냉장고, 다용도실에 어떤 식재료가 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우리 집 식재료를 종이에 적어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고수들은 "A4 용지를 세로로 반으로 나눠서 왼쪽에는 식재료를 적어두고, 오른쪽에는 그걸로 어떤 음식을 만들지 식단을 짜놓으면 효과적"이라고 귀띔한다. '황금 레시피'에 집착하면 안 된다. 카레를 만들 때 돼지고기가 없으면 냉동 칸에 꽁꽁 언 채 누워 있는 닭이나 통조림 참치를 넣어도 괜찮다. 상하기 쉬운 채소는 아예 얼려버린다. 깨끗이 씻고 물기를 없앤 다음 요리에 바로 쓸 수 있는 크기로 자르거나 다져서 1인분 또는 1회분씩 나눠서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한다.

냉장고 파먹기의 끝은 어디일까? '냉동실에 보관한 음식은 다 먹어야' '냉장칸은 물론 냉동칸까지 다 비워야 냉파의 완성이다' 등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대표씨는 "냉파 레벨1은 '김치·장류·소스류 외 다 먹었다', 레벨2는 '냉동실에 얼려 보관한 음식 다 먹었다', 만랩(최고 레벨)은 '냉장고를 없앴다'는 말이 우리 카페에서는 돌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버섯, 물에 씻지 말고 진한 양념 피하세요

건버섯 불린 물은 '천연 조미료'로… 살짝 굽거나 데쳐야 풍미 살아나
만추(晩秋), 다양한 풍미의 버섯이 미식가들을 즐겁게 하는 시기다. 백화고·송화고·대왕버섯 등 다른 계절엔 보기 힘든 자연산 버섯도 다양하게 나온다. 한국·일본에선 솔향 그윽한 송이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서양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송로버섯(트러플)이 제철이다.
버섯, 절대 물로 씻지 마세요
흙이 잔뜩 묻은 버섯은 손질부터 까다롭다. 물로 씻는 주부도 꽤 많지만 전문가들은 "절대 씻지 마라"고 입을 모은다. 표고버섯 주산지인 제주의 해비치호텔&리조트 한식당 '하노루' 오경준 조리장은 "생버섯을 씻으면 맛과 영양이 확 빠진다"며 "씻지 말고 요리해도 되고, 찜찜하면 물에 적셨다가 꼭 짠 행주로 살살 닦거나 흙이나 이물질이 묻어 있는 밑동만 잘라내라"고 조언한다.
자연의 향이 가득한 버섯 솥밥. 오경준 조리장이 제철 버섯을 써서 만들었다. /허재성 객원기자
버섯 불린 물은 천연 조미료
건표고 등 말린 버섯을 불린 물은 감칠맛의 주성분인 핵산이 잔뜩 우러난 천연 조미료. 버리지 말고 버섯 솥밥이나 된장찌개 등 각종 요리의 육수로 활용한다. 음식 연구가 강지영씨는 "너무 뜨거운 물에 우리면 영양이 파괴되니 찬물에 천천히, 한 시간 정도 두라"고 했다. 진한 육수를 원하면 물 1L 기준으로 건표고의 경우 15개 정도, 버섯 향만 나는 옅은 육수는 10개면 충분하다. 버섯 육수는 차게 식혀 냉장고에 넣어두면 1주일 정도 보관 가능하다. 요리 전문가 박성주씨는 "버섯물은 신체의 방어 기능 강화(표고), 면역세포 증식(상황), 기력 회복(목이), 자양 강장(석이) 등을 돕는다"며 "물 대신 상복해도 좋다"고 했다.
마늘처럼 강한 양념 피해야
버섯 풍미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조리법은 살짝 데치거나 구워 먹는 것이다. 오경준 조리장은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 버섯 풍미를 가리는 강하고 진한 양념은 피하는 대신 국간장, 들기름, 들깨를 잘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버섯 솥밥]
재료: 물에 불린 쌀 50g, 버섯 육수 50g, 얇게 썬 표고버섯 2~3개, 씨 빼고 채 썬 대추 2개, 잣 6~7알(1인분 기준)
만드는 법: 쌀과 버섯 육수를 솥에 안치고 센 불에 올린다. 끓기 시작하면 버섯을 넣는다. 밥물이 넘치지 않게 약불로 줄이고 15~20분 뜸 들인다.
더 맛있게 먹으려면: 여러 버섯을 섞어 넣으면 향이 풍성해진다. 양념장에 비비지 말고 장아찌처럼 간간한 밑반찬을 곁들여 먹을 것.
<기사 출처 : 조선일보>

2015년 11월 21일 토요일

넘쳐나는 우유 해결책은 '치즈'



치즈, 우유 10배 압축 영양풍부…부가가치 7배 높아

우유가 넘쳐나고 있다. 원유를 말린 분유 재고량이 26만톤을 넘어섰다. 적정 재고량인 1만톤보다 1.6배로 많다. 유업체에서는 재고물량을 쌓아둘 공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지만 낙농가에서는 매일 나오는 젖을 짜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원유의 소비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양한 유가공품을 만드는 것이다. 유가공품 가운데 치즈는 원유가 10배 압축돼 원유 사용량이 많은데다가 부가가치가 7배 높아져 낙농가나 유업체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유를 정리하고 있다. © News1 손형주 기자


하지만 국내 치즈산업은 걸음마단계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치즈 10만1000여톤 가운데 순수 국내산 치즈는 4429톤으로 4.4%에 불과하다. 나머지 95.6%는 미국과 유럽연합, 뉴질랜드에서 수입됐다. 국산 원유 가격이 비싸 유가공업체들이 수입산 원유를 선호한 결과다. 

수입산 원유 1리터 가격은 300~320원으로 국산 원유가격(1100원)의 4분의 1수준이다. 최근에야 국내 유업체들이 국내산 원유를 사용해 자연치즈 제품화에 나서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자연치즈의 국내 생산량은 4420톤으로 자급률은 6%에 그쳤다. 반면 자연치즈의 소비량은 2002년 이후 연평균 10%씩 늘어날 만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연치즈는 서양에서 우리나라의 김치 만큼이나 매일 접하는 음식이다. 영양적으로 열량이 낮고 단밸직 25%, 지방 27%, 비타민과 미네랄이 약 8%로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치즈 1㎏을 생산하는데 우유가 10㎏ 정도 필요하므로 우유의 영양이 10배 압축됐으며 발효과정 중에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증가해 우유보다 더 고영양식품이다. 

치즈는 인과 칼슘이 100g당 600~800㎎정도로 많이 함유되고 흡수도 쉬운 편이라 성장기 어린이들의 뼈 발육에 매우 좋다. 칼슘은 혈압을 낮추고 피를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체다, 고다, 까망베르 등 숙성치즈에서는 혈압을 높이는 원인물질 '앤지오텐신II'의 생산을 억제하는 항고혈압 펩타이드가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입안의 산도를 낮춰 치아의 칼슘, 인 등이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할 뿐 아니라 손상된 치아에 미네랄을 보충해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 


© News1


현재 판매되는 치즈는 800여종으로, 단단한 정도에 따라 연질치즈, 반경질치즈, 경질치즈, 초경질치즈 등 4가지로 나뉜다. 

연질치즈(수분함량 45~52%)는 바로 먹는 신선치즈와 숙성기간을 거치는 숙성치즈로 나뉜다. 신선치즈는 수분함량이 45~80%로 많아 숙성시 생기는 냄새가 없어 샐러드 등에 많이 이용된다. 4~8주간 숙성시간을 거친 연질치즈는 페타, 까망베르, 브리, 네프샤텔 등이 속한다. 

반경질치즈(수분함량 40~45%)는 2~3개월간 박테리아와 곰팡이로 숙성되며 브릭, 포트살루와 블루치즈류(록포르, 블루, 스틸톤, 고르곤졸라)가 포함된다. 경질치즈(35~40%)는 4~6개월간 박테리아로 숙성시키는데 치즈 눈이 있는 에멘탈 그뤼에르와 치즈 눈이 없는 체다, 고다, 에담, 콜비 등으로 나뉜다. 초경질치즈는 수분함량은 30~35%로, 8~14개월간 박테리아로 숙성시키는데 매우 단단한 종류로 파마산, 로마노가 대표적이다. 

나머지는 우리가 흔히 사먹는 가공치즈와 식품첨가물로 이용되는 모조치즈가 있다. 가공치즈란 2가지 이상의 자연치즈(50% 이상)을 혼합해 녹인 다음 다른 재료나 첨가물을 넣어 만드는 치즈로 슬라이스 형태로 포장돼 대형매장에서 팔리거나 크림과 혼합해 빵에 발라먹거나 얹어먹는 용도로 많이 이용된다. 

모조치즈는 식물성 지방을 녹여 유화제를 넣은 후 식물성 또는 우유단백질을 넣어 치즈형태로 만든 제품으로 엄격히 말하면 치즈로 볼 수 없어 기타식품류로 분류한다. 보통 저가형 피자나 과자 등에 많이 쓰인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치즈 소비량은 2014년 기준 2.4㎏이다. 세계에서 가장 치즈 소비가 많은 스위스(21.8㎏)의 1/10 수준이다. 치즈 자급율은 6%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주로 미국, 뉴질랜드,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다. 

원유 1㎏을 팔면 1000원 조금 더 받지만 치즈 100g을 만들어 팔면 7000원으로 7배의 부가가치 향상 효과가 있어 목장형 유가공 농가가 조금씩 늘고 있다. 

정부는 국산 원유를 유가공농가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지원사업을 최근 들고 나왔다. 내년부터 연간 유가공업체 6개소에 총 100억원을 지원해 수입산 원유와 국산 원유와의 가격차이를 보전해 준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흰우유 중심의 낙농에서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종합 낙농산업으로 낙농가가 변모해야 할 시기"라며 "목장형 유가공으로 전환을 원하는 농가에게 지원할 수 있는 경영, 낙농제품 제조기술에 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하고, 다른 농가와 차별화가 가능한 제품 개발연구가 이뤄질 때"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2015년 11월 20일 금요일

올가을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끓여야 하는 이유


프렌치 어니언 수프(사진=헬스조선DB)
마음이 심란할 때면 가끔 양파를 볶는다. 우선 양파 2~3개를 최대한 곱게 채썬다. 칼날이 무디고 요령이 부족하면 매운 기운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수선할 땐 이 또한 카타르시스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중약불로 달궈진 팬에 버터를 녹이고 채썬 양파를 볶기 시작한다. 고소한 버터향과 날것 그대로의 양파향이 스멀스멀 느껴진다. 조급한 마음에 불을 세게 하는 건 금물. 약한 불로 꾸준히 볶는 것이 관건이다. 양파가 숨 죽으면 수분이 나온다. 이를 그냥 방치하면 단맛만 날 뿐 양파 특유의 향이 죽는다. 그래서 부지런히 저어 수분을 날려줘야 한다. 방심할 틈이 없으니 번뇌 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다.

서양요리의 기본인 양파 캐러멜라이즈
1시간쯤 지나면 양파는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양파의 색이 짙어질수록 단내가 올라온다. 단내가 강할수록 양파의 단맛 또한 놀랄 만큼 증가한다. 최소 두 시간 이상은 볶아줘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양파 캐러멜라이즈라고 한다. 서양요리의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이다.

이렇게 한바탕 양파를 볶고 나면 심란했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안정을 찾는다. 게다가 맛이라는 뜻밖의 보상까지 받는다. 캐러멜라이즈한 양파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따뜻할 때 바게트나 식빵에 올려 먹으면 어지간한 잼보다 낫다. 햄이나 치즈가 있으면 근사한 샌드위치가 그냥 만들어진다. 카레의 루(Roux·서양요리에서 소스나 수프를 걸죽하게 하기 위해 밀가루를 버터로 볶은 것)로 사용하면 훨씬 농후한 카레를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가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조미료로 사용하면 단맛은 물론이거니와 감칠맛까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캐러멜라이즈한 양파가 가장 돋보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만들었을 때다. 흔히 양파수프라 부르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는 캐러멜라이즈한한 양파에 와인과 육수를 붓고 뭉근하게 끓인 다음, 먹기 전에 치즈를 듬뿍 올리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오븐에 익히는 음식이다.

양파·와인·육수·치즈가 어우러져 만드는 조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달고 농후한 맛을 낸다. 일단 한번 맛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좋아하게 되는 음식이다. 듬뿍 들어간 치즈가 뜨거운 열기를 보듬고 있어 먹는 내내 따뜻한 기운이 유지된다. 그래서 양파수프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며 생기가 돈다. 요즘처럼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컨디션이 나쁘거나 환절기를 맞아 감기·몸살을 앓는 이가 많을 땐 이보다 좋은 음식은 없다.

다른 음식과 섞이지 않을 때 진가 발휘하는 양파수프
그런데 ‘프렌치’라는 수식어 덕분인지 양파수프를 프랑스사람의 소울푸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위 여부를 확인해봤더니 사정이 좀 달랐다. 파리에 살면서 국내 유명 방송의 현지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은 꼬꼬뱅이나 달팽이요리처럼 프랑스 사람들의 일상적인 음식은 아니고 관광상품 정도의 상징성에 그친다고 했다. 파리의 유명 미슐랭 레스토랑을 거쳐 현재는 국내 프렌치 요리의 대표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윤화영 셰프 역시 프랑스에서 사는 12년 동안 딱 한 번 사먹어봤을 정도로 흔한 음식이 아니라고 했다. 마치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은 매일같이 불고기나 삼계탕을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처럼 상대 문화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는 오히려 본질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오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파수프가 마치 프렌치의 시그니처 메뉴쯤으로 인식되다 보니 양파수프의 완성도를 놓고 프렌치 레스토랑의 수준을 따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음식인 까닭에 그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당연할 일이지만, 요리사들의 입장에서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양파수프는 그 자체로 맛이 지나치게 강하고 양도 많기 때문에 이후에 이어지는 음식의 섬세함을 느끼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요리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식이 양파수프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러 음식과의 조화보다는 단품으로나 어울리는 음식이다.

요섹남·요섹녀 시대… ‘감성푸드’인 양파수프가 딱
그럼 정통 프렌치 요리사가 생각하는 양파수프의 포인트를 한번 알아보자. 윤화영 셰프는 우선 육수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리지널 리옹식은 소뼈(사골)를 우려낸 국물을 사용하는 반면, 파리식은 사골육수와 닭육수를 섞어서 사용한다. 닭육수는 감칠맛이 풍부한 대신 들큼한 맛이 도드라지고 콜라겐이 우러나와 농도가 걸쭉하다. 사골육수는 단맛이 적어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맞는 대신 농도가 묽고 맛의 복합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치즈의 선택이다. 일반적으로는 모차렐라나 에멘탈 치즈 등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치즈는 그 자체로 단맛이 있어 양파와 육수의 단맛과 결합했을 때 자칫 물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윤 셰프는 그뤼에르 치즈를 추천한다. 숙성기간이 긴 그뤼에르 치즈는 염도가 높고 특유의 향과 감칠맛이 있어 양파수프의 밸런스를 도와주고 복합적인 맛을 낸다.

이처럼 양파수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올가을엔 당신만의 레시피를 꼭 한번 만들어보라는 의미다. 요리 잘 하는 남자와 여자가 섹시해 보인다는 ‘요섹남’, ‘요섹녀’의 시대. 이제 어지간한 요리로는 주목을 받기 힘든 시절이 도래했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는 감성에 호소하는 음식만큼 좋은 것도 없다. 양파수프가 딱 그렇다. 만든 사람을 돋보이게 하고 먹는 사람을 위로해 주는 음식. 이만하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지 않으신가?

/박상현 음식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고 추적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맛 칼럼니스트. 현재 건국대 아시아콘텐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며, 페이스북에서 ‘여행자의 식탁’이라는 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맛깔 나는 맛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가 있다.
<기사 출처 :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