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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9일 월요일

“부동산은 언제든지 당신을 배반할 수 있다”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게 된 건 지난해 말이었다. 전세가가 너무 오르고 있었고 전세 만료일을 2~3달 앞두고 있던 터라 고민이 깊었다. 세 들어 살고 있던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2년 사이 1억 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집주인은 예상대로 시세만큼 오른 전세금을 월세로 받기를 원했다. 결국 그 집에서 나오기로 했다.

전세라는 제도가 목돈이 들기는 하지만 주거비용면에서 따져보면 월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전세금을 떼일 염려만 없다면 집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만 보면 남의 집에 전세로 세 들어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문제는 전세금이 너무 올라 집값이나 전셋값이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전세금에 조금만 빚을 내면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전세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가장처럼 지난해 집을 살까 말까 고민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살(買)것인가, 살(居)것인가

덜컥 집을 살 여유는 없었지만 전세난에 계속 이사 다니느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편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매물로 나온 집들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팔려고 내놓은 집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집값 또한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동안 살아왔던 크기와 같은 평수의 아파트를 사려면 9억 원 중반에서 10억 원가량이 있어야 했다. 학군 수요 때문에 집값이 비싼 동네이기는 하지만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자괴감도 들었다. ‘왜 남들처럼 진작 집을 사놓지 않았을까?'

집값이란 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으니 지역에 따라 비싼 곳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생을 일해 돈을 벌어도 상당한 금액의 빚을 내지 않고서는 집을 도저히 살 수 없는 문제는 얘기가 다르다. 한국사회에 켜켜이 쌓인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집만큼은 사람이 사는데 가장 필수적인 조건 아닌가.

평소 ‘부동산’이라는 세 글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던 기자는 ‘도대체 한국인들에게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의문들도 꼬리를 물었다. 도대체 집값은 왜 이렇게 소득만으로는 살 수 없을 만큼 올라버린 것일까? 지난 한 해에 120만 채의 주택이 팔릴 만큼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주택시장에서 집을 샀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집을 살 수 있었을까?

70년대 중반부터 집값은 계속 오르기만 해왔다. 하지만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부터 집값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 사이 집값이 다시 오르기는 했지만 금융위기 직후 떨어진 집값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40년 넘는 부동산 불패신화도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리인상이나 집을 사줄 수 있는 연령대의 감소,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정책에 힘입어 2014년 후반기부터 건설사들이 쏟아낸 막대한 신규공급 물량, 90년대 초반 지어졌던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의 재건축 도래, 집 팔아서 자식들 결혼시키고 은퇴 자금 마련해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물량까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찾아볼 수 있는 요인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집값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기는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물가상승률 정도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다. 실질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이 말은 앞으로 집 사서 예전처럼 큰돈을 버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더욱이 집값의 상당 부분을 대출을 내야 하는 경우라면 집 사기를 재고해 보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장 이상적인 주택 시장의 모습은 감당할 만큼의 부채를 안고 내 집 마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꼭 내 집을 사지 않더라도 턱없이 오르는 전월세 가격 때문에 내쫓기는 사람들이 없도록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독일 도시정책국장 : 주택정책은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이다.

독일에서는 세입자와 집주인이 쓰는 임대차 계약서의 첫 번째 조항이 무기한이다. 일단 세입자가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 집주인이 꼭 그 집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세입자가 나가고 싶을 때까지 살 수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자기들이 왜 꼭 그 집에 들어가야 하는지 증거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전월세 가격을 올리기 위해 집주인이 들어가 살겠다고 속이고 더 높은 가격으로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소송 당하기 십상이다.

할아버지가 세입자로 들어온 집을 손자 손녀가 이어받아 3대째 세 들어 사는 경우도 흔하다. 임대료를 함부로 올릴 수 없도록 임대료 기준표를 만들어 기준표에 정해진 가격의 10% 이상을 집주인이 받을 수 없도록 해놓고 그것도 3년 동안 최대 15% 이상 월세를 올릴 수 없으니 우리나라처럼 죽기 살기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한국 현실에 비춰보면 독일의 주택정책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의 집을 바라보는 생각과 철학은 한국사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집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뿌리를 내리는 곳이라는 가치관이 깊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월세를 집주인 마음대로 올리면 집을 살 수 없는 절반가량의 국민들은 인상되는 주거비용 부담 때문에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런 국민들이 많아지는 것은 사회 전체의 안정에도 좋을 것이 없다는 독일 정부의 주택정책이 만든 결과물이다. ‘주택정책은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이다’라던 발터 부저 뮌헨시 도시개발국장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왜 이렇게 멋있는 주택정책 책임자들을 가질 수 없을까?’

주택정책은 산업 전반의 경기와도 연관도 있고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들도 워낙 많아서 주택가격의 흐름을 전망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매번 집값이 오른다느니 내린다느니 하는 전망이 뒤섞여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적인 측면에서 보면 주택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선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KB국민은행의 박원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 인터뷰 중간에 이런 말을 했다. “예전처럼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동산은 언제든지 당신을 배반할 수 있다” 이 말을 새겨두길 권한다. “돈 있는 사람이 집 사는 걸 말리는 게 아니다. 집을 살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상당액의 대출을 받아 집 산다면 앞으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큰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이 줄곧 강조했던 말이다.

무리하게 빚 내서 집사는 건 앞으로의 전망을 따져볼 때 좋은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남이 좋아하는 집, 즉 팔기 위한 집 말고 내 가족들 오순도순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내 집 장만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출퇴근이 멀지 않은 곳에 자투리땅을 사서 3~4층짜리 협소 주택을 짓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그래서 땅값이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소행주)도 육아와 높은 주거비용을 해결하면서 내 집 마련까지 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을 꼭 사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버는 돈으로는 도저히 집을 살 수 없으니 대안을 고민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고 있다. 매번 이사 다니면서 안정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이나 어른이나 한 곳에 뿌리내리고 이웃과 소통하며 삶을 가꾸기를 원한다.

자신의 집에서 추억을 쌓아가는 건 인간으로서 누리고 살아야 할 기본 권리에 속한다. 현재의 삶을 저당 잡혀 얻을 수 있는 미래의 행복이 있을까? 살(買)것인지, 살(居)것인지, 집이란 게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지금 아닌가 싶다. 
<기사 출처 : KBS>

2015년 10월 12일 월요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중



반전세, 집주인과 세입자의 타협의 결과 
집주인, 전세 기대수익 줄어 월세를 선호
세입자, 높은 월세 부담으로 반전세 선택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전세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월세가 일반화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집값은 소득 수준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높은 집값을 바탕으로 책정된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과도기적 형태로 등장한 게 반(半)전세다. 반전세는 빠른 속도로 전세를 제치고 무주택자를 위한 주거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반전세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타협 결과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에 불과한 데다 과거처럼 집을 사놓기만하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아주 낮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은행에 넣어둔다고 해도 이자 수입은 크지 않다. 더욱이 집값과 전셋값의 차액은 무수익(無收益)자산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집을 전세로 내놓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앞다퉈 전세대신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로서는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월세를 선택하면 적게는 50~6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을 매달 주거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으면 이같은 월세는 아주 큰 부담이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타협점을 찾았다. 그게 바로 반전세다. 보증금을 전셋값보다는 낮추는 대신 그 차액은 월세로 돌리는 형태다. 

◇'반전세' 전환 크게 늘어

반전세(준전세)는 보통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에 월 임대료를 부담하는 형태다. 전세와 월세가 결합된 상품이다. 기존의 월세도 1000만~2000만원의 보증금을 걸어놓지만, 보통 임대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때를 대비한 보험 성격이 짙다. 

부동산114 임병철 책임연구원은 "지난 2~3년 전부터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기 시작했다"며 "월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의 저항 때문에 전세금 중 상당액은 보증금으로 유지하고, 일부만 월 임대료로 돌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반전세"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위원은 "반전세란 말은 전세난이 시작되며 등장한 말"이라며 "전세난이 시작된 2~3년 전 처음 등장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전세거래는 줄어드는 데 반해 월세 거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과도기적 형태로 반전세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월세거래는 ▲2012년 12만2450건 ▲2013년 14만6267건 ▲2014년 16만2600건 등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10월 초까지의 월세 거래도 14만3018건에 달했다. 

한편 지난 2013년부터 14년 전세에서 반전세로 전환한 거래건수는 1만9977건을 기록했다. 

◇전세난 완화되더라도 '반짝 현상'에 그칠 듯

전세난이 지속되자 상당수 무주택자들이 "차라리 내집을 마련하겠다"며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아파트 매매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매 거래가 늘어나면 전세난 완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세수요 일부가 매매로 돌아서면서 전월세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2~3년 뒤면 전셋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건설경제연구실장은 "2년 뒤 아파트가 많아지면 역으로 세입자보다 아파트 물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싸게 내놓으면서 전세난이 완화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반짝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실장은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는 데다 집값이 크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주인이 전세를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월세로 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세난은 반복될 것"이라 말했다. 

◇반전세, 당분간 높은 비중 유지할 전망 

월세 전환 현상은 집값이 낮은 지역일 수록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월세를 매달 150만원이나 내고 살긴 어렵지만, 100만원 이하는 감당할 수 있다"며 "집값이 비싼 지역은 월세가 100만원을 웃돌기 때문에 월세 전환이 느리게 이뤄지는 반면 집값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지역에는 외벌이 가족이나 사회초년생 등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되지 않은 이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주거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며 "반전세시대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라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전세나 월세보다는 반전세가 시장에서 지배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위원은 "그동안 전세로 살면서 매달 주거비를 내는데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매달 월세를 내는데 저항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전세가 종말을 맞고 월세시대로 옮겨가겠지만 '100% 월세'보다는 반전세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