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료품 가격과 집값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뭇거리는 손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설 성수품에 쓰이는 주요 농·축·수산물 중 절반 이상의 수입가격이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농산물 36개 품목 중에선 20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으며 그 중 수입 축산물은 10개 가운데 삼겹살(33.7%), 소시지(13.6%) 소갈비(10.5%) 등 3개 품목 가격이 올랐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축산물 코너. 2017.1.13 2017.1.13 mon@yna.co.kr
15일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의 과일·쌀 등 식료품 12개 항목과 도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세계 119개국 가운데 상위 10%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식료품 가운데 바나나 1㎏ 가격이 3.42달러(약 4천원)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쌌다. 한국보다 바나나 가격이 비싼 국가는 몽골과 버뮤다뿐이었다.
사과와 오렌지, 토마토 가격도 세계 4위에 올랐고 쌀과 감자 가격은 5위였다.
이외에도 양파, 우유, 치즈, 쇠고기 가격이 세계에서 6번째로 높았고 흰 빵과 양배추 가격은 세계 11위 수준이었다.
넘베오가 집계하는 19개 시장 판매품 가운데 그나마 한국에서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것은 물과 술, 담배였다.
물과 국내산 맥주 시장 판매가격은 세계 38위로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고, 담배는 말버러 한 갑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44위에 그쳤다.
[연합뉴스TV 제공]
집값도 손꼽히게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도시 중심가 아파트 매매가는 ㎡당 6천659.57달러로 세계 9위였다.
한국보다 도심 아파트 가격이 비싼 곳은 세계에서도 땅값이 높기로 유명한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마카오, 영국, 일본, 룩셈부르크, 스웨덴 등 8개국이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13위였으며 미국은 44위에 그쳤다.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 아파트의 매매가도 ㎡당 3천604.61달러로 세계 13위였다.
다만 아파트 월세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다.
도심지역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536.35달러로 세계 41위, 방 3개짜리 아파트 월세는 1천309.6달러로 세계 37위였다.
커피콩[연합뉴스 TV 제공]
이외에도 식당에서 카푸치노 한 잔 가격은 세계 19위, 휘발유 1ℓ 가격은 세계 30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가운데서는 폴크스바겐 골프의 가격이 세계에서 25번째로 비쌌다.
넘베오가 집계하는 총 53개 항목 가운데 한국의 물가 순위가 하위권에 드는 것은 인터넷과 맥도날드 식사 가격 정도였다.
평균 속도 10Mbps의 무제한 광케이블·ADSL 인터넷 월간 이용액은 22.24달러로 세계 82위에 불과했고, 맥도날드 식사 가격은 5.11달러로 70위였다.
넘베오는 정부·언론 통계와 전 세계 35만여 명의 이용자들이 입력한 자료를 기반으로 119개국 6천여 개 도시의 생활비, 주거, 의료, 환경오염, 범죄율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실내조명은 밝게하고 조명 스위치와 콘센트는 알아보기 쉽게 벽지 색과 대비를 이루게 한다"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액자 등을 놓아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화투·책·퍼즐·악기 등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 되는 것들은 눈에 잘 띄게 한다"
서울시가 치매 예방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지건강 주거환경 가이드북'을 보급한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가이드북은 기본원칙과 공간별 개선사항, 체크리스트, 실제 시범가구 사례 등으로 구성하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그림과 사진 비교 등을 수록했다.
시는 "실제 치매고위험군인 독거가정과 치매부부 2가구를 대상으로 인지건강 변화를 6개월간에 걸쳐 분석한 뒤 효과가 입증된 아이디어를 가이드북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거실 시계는 자야 할 시간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큼직한 숫자로 된 시계를 두고 매일할 일을 확인할 수 있게 여백이 있는 달력(큰 숫자 달력이 좋다)을 두게 함으로써 기억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주방에는 친숙한 형태의 수도꼭지를 사용해 너무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도록 온도를 제한하고 찬장안은 어떤 물건이 있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투명한 문으로 교체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정원에는 감각을 자극하거나 행복한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통식물들을 심어두고 물품에는 이름표를 붙여 익숙하게 하는 것도 방법도 제안했다.
시는 아이디어를 적용한 결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독거가구 36.36%, 부부가구 77.78%로 향상됐으며 만족도는 최대 35.7% 상승하고 일상생활 수행시간은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대한치매학회 정지향 교수는 "실내·외 주거환경 디자인 개선을 통해 치매환자들의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인지건강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며 "주거환경이 변하자 가정 분위기는 물론 대상자의 치매, 인지, 정서, 일상생활 등이 호전됐고 보호자의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변태순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어르신들의 주거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이드북이 치매에 대비하고 인지건강에 좋은 주거환경에 대한 방법을 잘 몰랐던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가이드북은 25개 구청과 자치구 치매지원센터와 서울시 광역치매센터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으며 시민청 서울책방과 연계 판매처로 등록된 서점 16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국치매케어학회와 노인연구정보센터에서 제작을 후원해 관련 공공기관·협회·학회 등을 통해서도 2000부를 배포할 예정이다. <기사 출처 : 뉴시스>
베이징은 젊은 중국인들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도시 중 하나다. 행정의 중심지이면서 상업, 산업, 문화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 출신 청년들이 베이징에 정착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첫 번째 이유는 감당할 수 없는 집값 때문이다. 베이징의 주거 문제는 빈부격차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고리 모양의 간선도로를 기준으로 베이징은 6개의 큰 원, 이른바 ‘6환(環)’으로 나뉜다. 메이징징(梅京京ㆍ22)은 “베이징에선 1환씩 중심으로 갈 때마다 집값이 훌쩍 뛴다”며 “갓 졸업하고 시내에서 일하면서 혼자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순 없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온 청년들은 집값이 싼 베이징 외곽의 쪽방촌으로 밀려났고, 2009년 대외경제무역대학 롄쓰(廉思) 교수가 출간한 책을 통해 ‘개미족(蟻族)’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베이징의 개미족은 10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한 아파트에서 각각 방과 거실을 나눠 쓰고 있는 티엔페이(왼쪽)과 왕페이가 왕페이의 방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주영기자주거 빈곤의 현실은 굳이 개미족까지 찾지 않더라도, 베이징 청년들의 삶 속에서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었다. 4환과 5환 사이에 위치한 차오양(朝?)구 왕징(望京)은 베이징 북동쪽의 주거지역이다. 이 곳에서 만난 티엔페이(田?ㆍ32) 와 왕페이(王?ㆍ가명ㆍ31)는 한 집의 각기 다른 방에 세 들어 사는 홈메이트다. 베이징 청년들에게 셰어하우스는 가장 흔한 주거 형태다.
자신을 베이징 외곽 출신이라고 꼬집어 밝힌 티엔페이는 2006년 대학 졸업 후 수백명이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서 생활했다. 싼 가격을 찾아 선택한 300위안(5만4,000원)짜리 지하실 방에는 침대 한 개 놓을 공간뿐이었고,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이용했다. 화장실은 100여명이 나눠 써야 했고, 5위안(900원)짜리 샤워실을 이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2007년 지상으로 옮기며 방값은 500위안(9만원)으로 올랐다. 다음엔 750위안(13만5,000원)짜리 방으로 이사했다. 이 곳에선 아파트의 거실을 두 개로 나눠 그 중 한 공간을 룸메이트와 함께 썼는데, 이 집에선 총 12명이 함께 살았다.
티엔페이의 방 모습. 김주영기자그리고 2010년 지금 살고 있는 왕징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방 3개 중 제일 큰 방에 혼자 살면서 1,000위안(18만원)을 지불했다. 매년 100위안씩 올라 지금은 1,500위안(27만원)을 낸다. 중국어 개인 교사로 일하면서 월 평균 4,000위안(72만원)정도를 버는 티엔페이에겐 만만찮은 가격이다. 지금은 3명이 살고 있지만, 예전엔 남녀 세 커플과 함께 7명이 살았었다. 그 중 가장 큰 거실엔 신혼부부가 살았다고 했다.
신혼부부가 쓰던 칸막이 쳐진 거실엔 이제 왕페이가 산다. 월세는 1,600위안(29만원). 지린(吉林)성 출신인 왕페이는 후난(湖南)성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광둥(廣東)성 선전(深?)시에서 일하다가 2009년 베이징에 왔다. 직장까지 1시간 거리에 처음 구한 집은 3명이 함께 사는 1,300위안(23만5,000원)짜리 아파트 방 한 칸이었다. 같은 동네에서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살려면 3,500~4,000위안(63만~72만원)은 필요하다. 티엔페이는 “지금은 왕페이와 친하게 지내지만, 다른 홈메이트와 친하게 지낸 적은 없다”며 “서로 신뢰가 부족해 방문을 잠그고 살았다”고 했다.
티엔페이와 왕페이는 남자 홈메이트 1명과 함께 살지만 “이젠 공기 같은 존재가 됐다”며 “화장실을 함께 쓰는 것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하지만 이런 불편함과 불안함을 감수하고서 셰어하우스에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왕페이는 “월급이 1만위안(180만원)인데, 혼자 살려면 이 중 절반을 월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월급 전부를 월세로 쏟아 부어야 하는 티엔페이에겐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티엔페이는 “하지만 80년대 후반생들인 ‘주링허우’와 90년대 후반생인 ‘바링허우’는 다르다”며 “비록 10년 차이지만 경제력이 든든한 부모의 도움으로 혼자 사는 친구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지방 출신 발목 잡는 호구(?口)… 애증의 베이징
두 번째 이유는 집이 있더라도 호구(?口)가 없으면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위레이(李昱?ㆍ26)는 차오양구에 혼자 산다. 5환 바깥 동네지만 살기 나쁜 곳은 아니다. 2012년 베이징에 오면서 200만위안(3억 6,000만원)에 64㎡(19평)짜리 아파트를 샀다. 부모님이 계약금 140만위안(2억5,000만원)을 지원해주셨고 나머지 60만위안(1억1,000만원)은 대출을 받아, 월급 1만2,000위안(218만원) 중 매달 5,000위안(90만원)씩 스스로 갚고 있다. 리위레이는 “어차피 월세 낼 바에야 집을 사는 게 투자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높은 계약금을 낼 여유가 없고, 베이징에 오래 살 생각도 없기 때문에 집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통 지방 친구들은 남자는 35살, 여자는 30살쯤에 고향으로 많이들 돌아간다고 했다. 그들이 귀향을 선택하는 이유는 베이징의 호구를 받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베이징 하이디엔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김주영기자 중국의 호구는 특정 지역의 합법적인 거주권이며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호구가 없는 지방 출신들은 권리나 혜택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수많은 베이퍄오족(北漂族ㆍ고향을 떠나서 베이징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들 중 일부는 정부가 베이징 호구제한을 철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호적제도개혁조사에 응답한 도시의 시장들은 모두 호구제 완화에 반대했다. 제한된 특권을 나누기 싫기 때문이다.
리웨레이 역시 베이징 호구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그녀는 “결혼 후에도 베이징에 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베이징 출신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며 “타지 출신끼리 결혼해 낳은 자녀는 베이징 호구를 얻지 못해 질 좋은 공립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한국일보>
노숙인 사망, '고인 물'처럼 갈수록 심각해져 '의자 뺏기' 딜레마 갖힌 노숙인, 공간 부족해 누군가는 노숙해야 전문가들 "기존 '관리' 중심 대책서 '주거 중심' 대책으로 전환해야"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자는 사람.’
‘노숙인’(露宿人)을 글자 그대로 풀면 이렇다. 얼핏 시처럼 들리지만 집 없이 이곳 저곳에 몸을 기대야 하는 이들의 삶은 전혀 시적이지 못하다. 요즘처럼 추위가 뼛 속을 파고드는 겨울이 오면 특히 그렇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 노숙인들은 오늘도 죽음의 공포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다.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고인 물’처럼 심각해지는 노숙인 사망= ‘350여명’. 매해 거리 및 자활·재활·요양 시설 등에서 사망하는 노숙인들의 숫자다. 대략 하루에 한 명 가량의 노숙인이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수치는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난 IMF 시절 이후 급증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따르면 1998년 5명에 불과했던 노숙인 사망자는 2010년 142명, 2002년 273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고, 2005년 이후부턴 ‘30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300명을 처음 넘어선 2005년 이후 한해 노숙인 사망자수는 350 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숙인의 사망은 입구는 있는데 출구는 없는 고인 물과 같아서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10만명당 사망률을 의미하는 ‘표준화 사망비’로 보면 노숙인들의 사망률은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특히 질병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낮은 20대 노숙인의 사망률은 같은 또래에 비해 최대 1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환경 자체가 노숙인들 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주영수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1999년~2009년까지 사망 원인을 종합해 보면 다쳐서 사망하는 사례들이 가장 흔했고, 술과 관련한 간 질환이 그 다음이었다”라고 분석했다.
노숙인들은 “살아서도 존중받지 못한 인생인데 죽어서도 존중받지 못하다”고 토로한다.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사체 인수를 포기한 고립 사망자의 경우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시체 처리 규정 때문에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을 포함해 이처럼 아무도 돌봐주지 못한 외로운 죽음들이 매해 1,000명에 이른다. 그 해 사망한 노숙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동짓날 열리는 ‘홈리스추모제‘의 공동기획단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법적 연고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노숙인들은 동료의 죽음을 애도할 기회마저 얻지 못하고 있다“며 “적절한 장례를 보장받기 위한 공영장례제도의 도입과 기초생활보장 장제급여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계를 배회하는 노숙인들= 정부에 따르면 국내 노숙인 수는 지난해 기준 1만 2,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자활·재활 시설 및 일시보호 시설 등에 임시적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1만1,000여명 가량 된다.
특히 시설 생활 노숙인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1,000여명 가량의 노숙인들은 그 숫자가 줄지 않은 채 거리를 배회하는 일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거리 노숙인들은 가정 불화 및 가족 해체를 경험했고, 자퇴 및 퇴학 등 정규 교육 과정에서도 배제되고, 법률 위반 등의 범죄 행위에 노출된 경험이 높은 편“이라며 “약물 및 술의 의존 경험도가 높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통계 자체가 과소 추계돼 있다는 점. 정부 수치엔 찜질방이나 PC방, 고시원, 만화방 등 관리의 사각지대를 전전하는 이들이 빠져 있다. 이런 주거 취약 계층을 모두 포함할 경우 그 수는 정부 추산 22만 여명에 달한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노숙인은 인구학적으로 고정된 양상이 아니라 역동적인 생활 상태에서의 한 국면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행정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으론 노숙인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거의 불안정성은 많은 문제를 낳는다. 죽음의 공포, 건강의 위협이 이들에겐 일상화 돼 있다. 지난해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노숙인 300명을 대상으로 사례 분석한 결과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율이 전체의 36.2%에 달했고,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도 19.3%나 됐다.
범죄로의 노출도 문제다. 유홍준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 등이 실시한 2011년 연구 프로젝트에 따르면 무임승차나 노상방뇨, 음주소란 등 일탈 행동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숙인 비율이 66.8%에 달했다. 이 중 폭력, 절도, 금전 갈취 등을 해본 이들이 각각 11.3%, 4.4%, 24.3%나 됐다.
반대로 노숙인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여성 노숙인이 성착취 및 성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21.7%에 달했다. 일반인들에 의한 언어·신체 폭력 뿐 아니라 인신·장기 매매 위협, 최근엔 명의 도용에 따른 금융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노숙인 관련 단체들의 지적이다. 노숙인들은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 ‘의자 뺏기‘ 딜레마 갖힌 노숙인들 = 우리나라의 노숙인 시설은 현재 150곳이다. 자활시설이 64개소로 가장 많고, 재활요양 시설(58), 쪽방상담소(10), 종합지원센터(10), 일시보호시설(8) 등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배치돼 있다. 자활 시설의 경우 1곳당 노숙인 30.5명이, 재활·요양 시설은 1곳당 144.1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한의 사적 공간이 담보되지 못하는 집단 거주 환경은 시설 노숙인들으로 하여금 ‘일탈’을 욕망하게 만든다. 최성남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정책위원장은 “장애인 단체의 경우 대규모 시설이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인권침해의 구조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30인 이상의 생활 시설은 없애기로 결의하고 있다”며 “반면 평균 140명이 넘는 노숙인들의 재활 및 요양 시설의 소규모화에 대해선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평’ 쪽방은 자기 공간을 갈구하는 노숙인들이 거리에 나앉기 전 몸을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다. 다른 곳에 비해 거주 비용이 저렴한 덕에 많은 노숙인들이 쪽방 생활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개발 열망이 쪽방에도 들이닥쳤고, 노숙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터전’을 잃고 있다.
서울 동자동, 영등포동, 남대문 지역 등에 있던 쪽방 자리 일부를 이미 마천루 건물, 게스트하우스 등이 점령했고, 현재 남아 있는 쪽방도 임대 사업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서울역 연세빌딩 부근 쪽방촌 주민 260명에 대한 건물주의 퇴거 통보가 있었고, 그곳에서 수년간 생활을 꾸려갔던 주민 대부분이 방을 뺐다. 동자동 쪽방 주민 김정호씨는 최근 서울 중구청에서 열린 집회에서 “우리는 한쪽 어깨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요구할 것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살아 있는 목숨이니, 제발 살게 좀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남기철 교수는 노숙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부족을 ‘의자 뺏기’로 설명한다. “한 사회에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택 수와 전체 수용자 수의 차이만큼 ‘의자’에 앉을 수 없어 결국 구성원 중 누군가는 노숙 생활에 처할 수 밖에 없는 ‘게임 규칙’을 갖고 있다”는 것.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탈노숙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해 시설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회전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집 한 채를 주는 게 비용이 싸다” =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현행 노숙인 정책이 “시설 입소를 중심으로 한 ‘관리’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노숙인 문제의 ‘실질적 해결’보단 대규모 시설을 활용한 ‘집단 관리’를 주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인데, 이는 ‘시설→쪽방→고시원→거리→시설’이라는 만성적 회전문 현상을 낳는 주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서울시 노숙인종합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숙인 시설을 이용한 이들 가운데 ‘노숙 생활을 마친다(탈노숙)’는 이유로 퇴소한 비율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선진국에선 1990년대 이 같은 ‘시설 중심’ 정책의 한계를 일찌감치 인정하고, ‘주거 중심’으로 정책적 사고를 변화시켰다. ‘주거 중심 정책’은 노숙인 지원의 방점을 ‘안정된 주거’에 두겠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노숙인 각자에게 ‘살 집을 마련해 준다’는 얘기다. 미국의 ‘하우징 퍼스트(HosingFirst)’, 노숙 종식을 위한 캐나다 연합(CanadianAlliancetoEndHomelessness)의 주거 지원 캠페인, 스웨덴 스톡홀름시의 ‘도심 영구 거처 제공 정책’, 영국의 ‘연속 이틀 노숙 방지(NoSecondNightOut)’ 프로그램 등?대표적 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주거 중심’ 정책이 경제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것. 만성적 거리 노숙인을 양산하는 시설 대책 대신 차라리 집을 한 채씩 주는 정책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 및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숙인들에게 주거지를 지원해주는 데 들어가는 한 해 비용은 1인당 1만4,000달러(약 1,649만원)로 이들을 거리에 방치하는 데 따른 의료 및 사법 비용 3만9,458달러(약 4,648만원)의 35%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최소 비용만 받고 집을 제공한 결과 응급실 및 병원 이용이 80% 가까이 줄어 18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고, 위법 행위로 이들이 사법 처리 되는 비율 역시 72%나 급감했다.
우리나라는 서울시 등 재정 여력이 있는 소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거 우선 정책을 선별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시가 실시한 ‘단기월세지원(임시주거지원)’ 사업은 프로그램 이용자의 80%가 노숙을 청산했을 정도로 뚜렷한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노숙인 정책 대부분이 지자체 소관인 현실에선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대다수 지자체가 정책 집행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노숙인 재활요양 시설을 제외한 모든 업무가 지자체 소관으로 지방 정부에 과도한 위임이 이뤄진 실정”이라며 “주거 지원 사업은 국토교통부와 복지부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거 지원 정책’은 이런 행정적 한계를 압도하는 걸림돌이 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이 그것. 쉽게 말해 “ 게으름뱅이 노숙인들을 왜 도와줘야 하느냐”라는 사회적 비난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더 큰 과제다. 논픽션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서 이렇게 썼다.
“사회적 혜택엔 일정한 도덕적 정당성이 따라야 한다. 장애유공자가 저소득 싱글맘에게 혜택을 주는 일은 정당하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에 빠진 노숙자에게 아파트를 주는 일은 또 다른 논리에 기반을 둔다. 그것은 철저하게 (경제) 효율성을 추구하는 논리다. (중략) 이 문제는 우리에게 불쾌한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는 도덕적 원칙을 고수하거나 아니면 효율적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 두 가지를 모두 얻는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