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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최순실 딸 정유라씨가 말한 ‘내 말’은 누구의 말일까

ㆍ‘1인당 50억 지원’ 중장기 로드맵·미르·K스포츠재단 추진 시기 일치는 우연일까

“우리도 잘 모르겠다. 말 관련으로는…. 왜 우리가 거론되었다가 모나미가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말이 너무 비싸 임대로 돌려 교육프로그램을 다시 짜게 했다”고 <경향신문> 기사에 대해 해명한) 우리 쪽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10월 13일, 삼성 관계자의 말이다. 전날 JTBC는 유럽 승마잡지 <유로드레사지>가 보도한 승마장을 구입한 쪽은 삼성이 아니라 모나미라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서 JTBC는 “모나미 송하경 대표가 승마장 측과 지난 2월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석 달 뒤 인수가 확정되었다고 통화를 통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인수금액은 230만 유로(약 28억원)다.

다시 이어진 보도에서 송 대표는 승마장을 구입한 경위에 대해 “투자 목적이며 승마장을 샀다가 다시 팔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주식회사 모나미가 계열회사인 티펙스를 통해 구입한 승마장은 <유로드레사지>가 보도한 독일 엠스테텐에 있는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이다.

모나미 관계자는 <주간경향>에 “승마장뿐 아니라 말(현재까지 3마리)도 구입했는데, 되팔겠다고 한 것은 말이었고 승마장은 아니다”라며 “JTBC 기자가 잘못 알아들어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나미 측은 “송 대표가 오랜 시간 승마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 비인기종목인 승마에 대한 지원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선의로 사재를 털어 승마 지원에 나섰던 것”이라며 “승마장 구입에 대해서도 개인이 보증을 서고 대출 받는 등 대부분의 지원에 주로 개인 사재를 출연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9월 20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팀. 왼쪽에서 세 번째가 정유라 (당시 개명 전 이름 정유연) 선수다./연합뉴스
2014년 9월 20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팀. 왼쪽에서 세 번째가 정유라 (당시 개명 전 이름 정유연) 선수다./연합뉴스

‘삼성 언급’ 삭제 승마협회가 요청?

왜 독일에 승마장을 마련하려고 했느냐에 대해서는 “독일은 승마 훈련과 관련 사업이 매우 발달한 승마선진국이며, 이곳의 말이 각종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승마장 마련의 최적지”라며 “아직 소유권 이전이 되지 않은 상태라 모나미는 현재까지 승마장을 이용하지 않았고, 당연히 특정 선수의 훈련을 도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승마장 구입 MOU 체결 사흘 전 삼성과 99억 계약 체결’ 관련 의혹에 대해 모나미 측은 “99억원 대부분은 삼성의 물품가격이며 모나미는 삼성 물품을 평창 올림픽에 대신 지원하고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역할을 할 뿐이며, 모나미는 그 중 작은 수수료만 취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삼성과 거래된 총액은 5000억원에 이르며 99억 계약은 이례적이거나 큰 계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작 관심이 가는 대목은 논란이 되었던 <유로드레사지>의 2월 15일자 보도가 아무런 설명 없이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삼성이 구입했다”는 표현이 삭제되고 대신 “송하경이 구입했다”고 고쳐졌다. 앞의 삼성 관계자도, 모나미 측도 “기사 수정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10월 13일, 이 사안과 관련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타블로이드 주간지 <월요신문>은 <유로드레사지> 측과 인터뷰를 통해 “기사 수정 요청을 한 쪽은 대한승마협회”라고 밝혔다.(승마협회는 10월 14일, “보도정정을 할 필요도, 한 적도 없다”고 답변해왔다.) 인터뷰에서 <유로드레사지> 측은 앞서 이 주간지의 보도(“비타나V 말은 삼성에 팔지 않았고 덴마크 승마선수 안드레아스에게 팔았다”)를 뒤엎는 증언을 내놓았다. “말은 정유라에게 판 것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훈련을 돕기 위해 마사회 소속 승마감독을 독일에 파견했다”는 의혹을 다룬 지난주 <주간경향> 보도 이후, <주간경향>은 다시 김현권 의원실을 통해 흥미로운 마사회 산하 승마진흥원의 내부문서를 입수했다. ‘렛츠런 승마감독 파견지원 요청에 대한 타당성 검토(안)’이라는 제목을 단 이 문서는 <주간경향> 보도가 <경향신문> 인터넷 판에 올라온 하루 뒤인 10월 9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문서는 앞서 <주간경향> 보도 마감 시점까지 마사회 측이 제공하지 않았던 대한승마협회의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이하 로드맵)이라는 1장짜리 문서도 첨부되어 있다. (현명관 마사회 회장은 10월 13일 열린 보충국감에서 이 내부문서에 대해 “처음 보는 문서”라고 답했다.)

로드맵 문서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수를 선발해 해외(독일) 전지훈련 캠프를 개설해 장기간 상주하는데, 선수 1인당 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50억원의 내역과 관련해 문건이 제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마필 구매: 선수 1인당 3두(약 40억원 상당) 보유 필요. ○절정의 기량 보유마: 1두(약 20억원) ○잠재기량 보유한 나이 어린 말: 2두(10억원/두당), 전지훈련비 등 10억원.” 다시 말해 20억원+10억원×2+10억원으로 50억원이 든다는 설명이다. 승마협회 문서는 기안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승마진흥원 승마레저담당’이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는 내부문서 작성 시점은 날짜 표기 없이 2015년 10월로 되어 있다.

정유라 선수와 최근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지인 ㄱ씨는 지난주 <주간경향>과의 접촉에서 “청와대나 삼성이 정씨를 지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말들을 보면 안다. 유라씨가 마필을 세 마리 구입했는데, 3살짜리 어린 말들이었다. 이 말들을 언제 훈련시켜 대회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회에 나가려면) 적어도 7살은 되어야 한다.” 공교로운 것은 1인당 3두가 필요하다는 로드맵의 ‘마필 구매’와 정씨가 구입한 말들의 ‘프로필’이 얼추 일치한다는 점이다. 논란이 되었던 ‘비타나V’는 문건이 언급한 ‘절정의 기량 보유마’일까.

이번 취재를 하며 다시 ㄱ씨를 접촉해 정씨가 구입한 말들에 대해 물었다. “사실 갑자기 한꺼번에 세 필을 구입했다길래 왜 그렇게 했냐고 물었다. 좋은 마필은 쉽게 시장에 안 나오니까 한 해에 한 필씩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했었는데. 구입 시점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말은 타기에도 좀 힘들어 (타기가) 무서웠다는 느낌을 (정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10월 9일 마사회가 국회에 제출한 '렛츠런 승마감독 파견지원 요청에 대한 타당성 검토(안)' 문건.(왼쪽) "선수 1인당 50억원 소요 지원계획"이 들어가 있는 대한승마협회 중장기로드맵 문서가 붙임문서로 붙어 있다. (오른쪽)

승마협회 문건과 맞아떨어지는 유라씨 ‘말들’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당연히 꿈이죠. 승마선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 아닐까요.” 유튜브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에서 정유라 선수의 말이다. 10월 13일, 국내 언론들이 이 영상을 보도하며 뒤늦게 화제를 모았다. 호스포인트TV(horsepoint TV)라는 매체의 인터뷰 영상이다. 이 영상이 언제 찍혔는지에 대해서는 이 영상 내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업로드일은 올해 8월 30일이다. 그러나 국제승마협회(FEI)의 DB 기록과 대조하면 이 영상이 찍힌 날짜를 특정할 수 있다. 정 선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 람프레히츠하우젠 호스딜럭스 승마학교(horsedeluxe event GmbH)에서 8월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린 국제승마대회에 참석했다. 기록에 따르면 세인트조지급, 인트메디어트 원급 경기에서 13~17위를 차지했다. “내일 경기도 잘 치르라”는 격려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 이 영상은 대회경기 첫날 찍힌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상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부분이다. 첫째, FEI의 기록에 따르면 정 선수는 이 곳에서 두 마리의 말을 탔다. ‘살바토르31’과 ‘라우징1233’이다. 다시 FEI에 등록된 말 이력을 보면 두 마리 다 2007년생, 그러니까 올해 9살된 말로 정씨가 최근 구입했다는 3년생 말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FEI에 등록된 말의 등록국가는 각각 독일(살바토르)과 스웨덴(라우징)이며, 살바토르의 소유주는 헬그스트란(Helgstrand Dressage)으로, 최근 그녀의 코치를 맡고 있는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다시 이 영상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코치는 안드레아스가 아니다. <주간경향>이 지난주 입수해 보도한 승마협회의 내부문서에서 독일 헤센주 비블리스 야거호프 승마장 등에서 정씨를 지도한 것으로 되어 있는 크리스티안 캄플레이드다. 다시 말해, 2015년 국가대표훈련 촌외(국외) 훈련승인 요청서 속에 등장했던 코치가 올해 8월 하순에도 여전히 그녀의 코치를 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합가자 #울애기 #오스트리아고고”. 정 선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8월 22일 말 사진과 함께 올린 태그다. 인스타그램에는 앞서 정씨의 지인이 언급한 ‘3년짜리 말’과 같이 찍은 사진이 ‘사진 찍을 줄 아는 내 새꾸(내 아이)’와 같은 캡션과 함께 올라와 있었다. (현재 정씨의 인스타그램은 전체 삭제되었다) 자신의 말이라는 것이다. 이 어린 말들의 출전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정 선수가 역시 인스타그램에 ‘우리 빠따나’, ‘내 말’이라고 올렸던 ‘비타나V’는 어찌된 일인지 FEI의 데이터베이스에는 10월 14일 현재까지 여전히 모르간 바르반콘 소유로 되어 있다. 정씨를 가르치고 있는 안드레아스는 앞서 <월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소유”라고 밝힌 바 있다. 어떻게 된 사정일까.

“삼성의 입장에서 너무 비싸서 유지비가 많이 들어 되팔고 리스 형태로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변명일 뿐이다.” 전 삼성그룹 구주(유럽)본부 고문을 맡았던 인사의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만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부진 등 동생 분들도 승마를 했다. 오래전 일이지만, 영국 왕실 같은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 귀족이 되려면 승마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옷도 그렇고, 도구도 그렇고 승마를 전담하는 인력이 있었다.” 이 인사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의 미래전략실에 해당하는 구주기구가 ‘삼성독일전략본부’였는데, 본부 소속 직원들은 ‘사이드 보직’으로 클래식 카에서부터 맹인도견, 승마 등 회장 일가와 관련한 사소한 일들을 업무분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야별로 독일 사람들과 라인이 있었고, 그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시 말해, “너무 비싸게 사서 되팔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만약 정유라씨 개인 또는 최순실·정윤회씨가 말을 구입한 것이라면? “그렇게 된다면 외환거래법 위반일 가능성이 많다. 삼성 정도 되어서 조직이 받쳐주고 해외지사 설립 등 테크닉이 따라줘야지 가능하다. 유학생 신분으로 수십억을 반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 선수의 아버지 정윤회씨가 1991년 설립한 ‘얀슨’은 업종으로 ‘승마업’ 등을 한다고 밝혀놓았지만, 이 회사는 2014년에 폐업했다.

앞서 모나미가 독일 엠스데텐의 승마장 구입의향서를 낸 날은 <주간경향>이 확인한 것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9일이다. 다시 앞서, 승마협회의 ‘중장기 로드맵’이 작성된 시기도 지난해 10월이다. 승마협회가 박모 감독 파견을 마사회 측에 요청한 시점도 공문에 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사인한 날짜는 지난해 10월 14일이다. 여기에 이번 국감에서 집중 의혹이 제기된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시기도 공교롭게 지난해 10월이다.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대한체육회를 통해 김현권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승마협회 측은 이 ‘중장기 로드맵’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은 실무선 검토 내용으로 실행 전에 폐기된 건입니다. 폐기사유는 검토단계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고, 재원의 확보가 어려워 폐기되었습니다.” 그런데 ‘실행 전에 폐기된 건’이라는 승마협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주간경향>이 지난호에 보도한 박 감독의 파견 근거가 바로 이 ‘중장기 로드맵’이었고, 이에 따라 독일 현지 훈련캠프 준비단장으로 박 감독이 파견되었기 때문이다. 마사회 측은 박 감독을 독일 어느 지역으로 보냈느냐는 <주간경향>의 질의에 대해 “독일이라는 것만 알 뿐 승마협회에 일임한 일”이라고만 답했다. 박 감독의 파견시기에 독일에서 훈련 중인 국가대표 선수는 정유라 선수 한 명뿐이라는 것이 이번 국감을 통해 밝혀졌다. 승마협회는 김 의원실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박재홍 감독은 장애물 종목 전문이며, 해당 선수의 국외 개인 마장마술 훈련과는 무관하다”며 박 감독이 정 선수의 지도나 교습을 위해 파견됐다는 것을 부인했다. 다시 말해 서로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지도를 받을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감에서 최순실씨 딸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뒤늦게 주목을 받은 정유라 선수의 인터뷰 영상. 8월 27일, 오스트리아의 국제대회에 출전 중 한 인터뷰로 밝혀졌다. /유튜브 캡처
국감에서 최순실씨 딸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뒤늦게 주목을 받은 정유라 선수의 인터뷰 영상. 8월 27일, 오스트리아의 국제대회에 출전 중 한 인터뷰로 밝혀졌다. /유튜브 캡처

박 감독은 왜 독일에 파견되었을까

정 선수의 지인 ㄱ씨는 정씨를 지도하는 코치가 안드레아스인가 아니면 크리스티안인가에 대한 <주간경향>의 질문에 흥미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마필 관리하는 사람을 그룸(Groom)이라고 하는데, (독일 현지에 있는 정 선수가) 마부아저씨가 좀 좋은 사람이 없다고 고민하고 있어서 국내 교관 중에 데려가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은 <주간경향>이 애초의 제보를 통해 확보했던 내부 이야기가 대부분 사실과 가깝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답변에서 “마사회가 박모 감독의 파견을 승인한 기간이 지난해 11월 7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인데, 박 감독이 파견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올해 1월 9일부로 중도귀국해 1월 12일부로 파견 해제했기 때문에 파견기간이 1월 11일까지”라고 답변해 왔다. 다시 말해 “‘현지에서 트러블’이 박 감독의 중도귀국 사유가 되었고, 이때 밉보인 것이 계약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라는 제보를 뒷받침하는 방증이다. 어쩌면 현지에서 박 감독의 역할이 정 선수에 대한 ‘지도’가 아니라 ‘다른 허드렛일’이었고, 그것으로 자존심이 상한 박 감독이 중도에 귀국한 것이 마사회와 승마협회 주변에 퍼져 있는 ‘공공연한 소문의 실체’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의혹들’은 여전히 터져나오는 중이다. 모나미 측은 “현재까지 계약이 완료되지 않아 승마장을 이용하지 않았고 특정 선수 훈련을 도울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모나미가 구입했다는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 관계자를 접촉해 “얼마 전까지 한국 승마선수가 이곳에서 훈련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김현권 의원은 “중장기 로드맵에 따르면 종목 담당 코치가 선수를 선발한다고 되어 있는데, 올림픽을 위해 50억씩 지원해 국가대표가 되는 선수를 코치가 지목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그 자체가 벌써 ‘누군가’를 상정해놓고 위인설관식으로 만들어진 계획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주간경향>은 여러 차례 박 감독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박 감독은 응하지 않았다. 10월 13일 박 감독의 보충국감 증인 출석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불거진 승마특혜의혹

기자는 2009년쯤부터 이른바 ‘박근혜의 비선실세 정윤회’ 의혹을 주목하고 추적해 왔다. 정윤회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이름은 정유연)를 주목한 것은 정 선수가 중학생 때였다. 당시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도 “중학생 치고는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 아니냐”는 말이 없진 않았지만, 1996년생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따라 4살 때부터 승마를 했다”고 밝힌 정 선수가 선수로 등록한 때는 2006년,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이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정 선수의 ‘경기실적 증명서’에 따르면 그가 첫 실적을 얻은 대회는 2007년 6월 11일 열린 ‘제39회 이용문장군배 전국승마대회’에서 마장마술경기 칠드런1 초등부로, 1위를 했다. 실적 증명서를 보면 그의 출전 성적은 3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혜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2014년 3월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던 시점 전후부터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다. 승마협회의 2014년 자료에는 정씨가 “2012년 3월부터 중급 이상의 마장마술 경기에 참여했으며, 2013년부터 가시적인 경기력 향상을 나타냈음”으로 그의 국가대표 발탁 이유를 밝혀놓고 있다. 승마협회는 “국가대표 선발은 통합순위 배점기준표를 만들어 전년도 통합포인트를 계산해 가장 많은 통합포인트를 획득한 선수를 기준으로 1위부터 4위까지를 각 세부 종목의 국가대표선수로 선발한다”는 선발기준을 밝혀놓고 있지만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정 선수가 독일에 체류함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자동으로 국가대표선수 자격을 상실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정씨가 해외체류하면서 훈련하는 것과 관련해 10월 13일 대한체육회는 “개인적으로 선수 혼자 진행한 해외 개인 훈련이다”라고 밝혀 왔다.
<기사 출처 : 주간경향>

"우리가 뭘로 보입니까"…대학생들 시국선언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썩어빠진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 에 참석한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를 둘러싼 국기문란 사태를 밝히고 국민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전대미문의 '대통령 비선 실세' 사태가 터지면서 대학가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이화여대는 26일 오전 11시쯤 이대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대 최은혜 총학생회장은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외교, 안보, 심지어는 해외 정상과의 통화 내용까지 모두 최순실 씨에게 보고됐다"며 "명백한 국정 농단이고 국기문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회장은 이어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가 관용 메일이 아닌 개인 메일을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선거 기간 내내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한국에서는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극비 자료들을 보내주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고작 녹화방송으로 국기문란 사태를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며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실시하고, 박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해 온전히 책임지고,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물러나야한다"고 말했다.

사범대학 허성실 공동대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썩어빠진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도대체 누가 최순실 씨에 권한을 줬고, 그 권한은 누가 인정한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청년들은 매일같이 토익, 토플에 시달리는 등 바늘 구멍을 뚫어보기 위해 아등바등거리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청년들을 우롱하지 말라"고 외쳤다.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 에 참석한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를 둘러싼 국기문란 사태를 밝히고 국민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학생들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력히 규탄했다.

우지수 암행어사 실천단장은 "최경희 전 총장은 특혜가 없었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특혜가 없다고 할 수 있느냐"며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는 대한민국과 이화가 당신들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걸로 보이느냐"고 외쳤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도 이날 '오늘, 대한민국의 주인을 다시 묻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대통령 자신이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도 이날 오후 12시쯤 부산대 정문에서 시국선언을 열고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가원수 위에 실세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실세에 의한 비리가 정·재계를 비롯한 이 나라 곳곳에 만연해있다는 사실이 통탄스럽다"고 규탄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는 이날 오후 2시쯤 서강대 정문에서 "선배님께서는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사 출처 : CBS노컷뉴스>

[사설] 부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 전은 물론 취임 후 상당 기간 최순실씨에게 '연설과 홍보'에 관한 의견을 물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도 안 돼 최씨가 연설·홍보만이 아닌 국정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각 언론 보도로 무더기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 관련 서류, 북한 관련 정보가 최씨나 그 측근 사무실에서 나왔다. 정부 차관이 최씨 측근에게 수시로 이력서를 보내며 인사 청탁을 했다. TV조선이 확보한 동영상에서 최씨는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대통령 옷 제작을 지휘하고 있었다. 최씨가 국정 자문위 비슷한 모임을 여러 개 운용했다는 또 다른 측근의 폭로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최씨 국정 농단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흔들지 마라"고 하더니 이날 자신의 국기 문란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는 자리에서까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심지어 최순실 의혹을 덮기 위해 개헌이라는 국가적 사안을 이용하기도 했다.

지금 시중에는 대통령 탄핵까지를 요구하는 격앙된 민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상실했고 권위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다. 청와대 전 비서실장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부 부처에 대통령의 영(令)이 설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레임덕(임기 말 현상)이 아니다. 대통령 국정 운영 권능의 붕괴 사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와중에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박 대통령의 권위·권능이 무너졌다. 여기서 대통령이라는 직위(職位) 자체까지 공백이 될 경우 국가적 재난을 감당할 수 없다. 박 대통령과 야당 모두가 나라를 지키고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이제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이 시간 이후로 국내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고 그 분명한 행동으로 여당을 탈당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 대해서는 관심을 버리고 중립적 관리 역할로 남을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금 모습으로 대선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허망한 일이다.

지금 우리 헌법 체계와 현실에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외에 안보 문제를 지휘할 구심점이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나 남은 1년간 북핵 위기 대처에만 전념하는 것이 옳다. 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국민적 지지를 유지하고 임기를 끝낼 수 있는 길은 이 것밖에 없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관들은 당장 전원 사퇴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몰락은 그 스스로 자초한 것이지만 용기 있는 참모가 몇 명만 있었어도 이렇게 처참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못된 길로 가는 대통령 편에 서서 국민을 우롱한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야당은 내각 총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에서 정부 각료 전부가 사퇴하고 다시 청문회를 통해 내각을 구성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금 내각의 무능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내각 전면 개편 대신 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거국(擧國) 총리를 임명해 남은 1년간 경제와 내정(內政)을 맡겨야 한다. 남은 1년에 무슨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없다. 나라를 거덜낼 수 있는 조선 산업 부실 사태와 공중 분해된 해운 산업 문제 등 구조조정 현안, 대형 부실이 예상되는 주요 업종 정책, 심상치 않은 부동산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거국 총리 임명 때 야당의 뜻을 물어 핵심 경제 대책에 야당의 협조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야당도 지금 정치적 이익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도한 정략은 역풍을 맞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시국 인식이 어떤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제 회견에서 모습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국가 마비 사태에 봉착할 수 있다. 누구보다 대통령이 먼저 자신을 버려야 한다. 지금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최태민과 다섯째 부인 사이서 태어난 최순실… 국내외 재산 수천억說

[최순실의 국정 농단]
최순실(60)씨는 고(故) 최태민씨의 다섯째 딸이다. 최태민씨는 다섯 명의 부인과의 사이에서 3남 6녀를 두었다.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 장남을, 둘째 부인과의 사이에 딸과 아들을, 셋째 부인과의 사이에는 딸을 낳았다. 넷째 부인과의 사이에서는 아들을, 다섯째 부인과의 사이에서는 최순실 등 딸만 넷을 두었다. 최순실씨는 1982년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대구 출신 김모씨와 결혼했다가 4년 만에 이혼했다. 후에 최태민씨의 비서출신인 정윤회씨와 1996년 재혼해 딸 정유라씨를 낳았다. 정씨와도 지난 2014년 5월 이혼했다.
최순실씨는 친모(親母)가 낳고 키운 자매 넷과 각별히 지냈다고 알려져 있고, 재산도 이들에게 집중돼 있다. 네 자매 가족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수천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씨가 정윤회씨와의 이혼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공식 재산만 365억원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7층 건물 200억원, 신사동 4층 건물 85억원, 역삼동 대지 30억원, 시세 40억원 정도의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대형 음식점 부지, 강원도 평창 땅 7억~10억원 등이다. 그러나 독일 등 해외 재산 등을 합치면 실제론 수천억대 자산가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씨의 동생인 최순천씨는 가구·외식사업이 주업인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 대표를 맡고 있다. 최순천씨의 남편 서모씨는 국내 유명 유·아동복업체인 서양네트웍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00억원이었다. 이들 부부는 서울 한남동 고급 아파트 외에, 강남 노른자위 땅에 1300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 역시 서울 도곡동 고급 빌라 외에도 삼성동의 7층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최씨, 20代부터 朴대통령의 말벗·분신 역할… 언니라 부르기도

[최순실의 국정 농단]
- 朴대통령과 최순실의 40년
朴대통령 멘토였다는 최태민이 1970년대 중반 딸 순실 소개
朴대통령이 명예총재로 있던 새마음봉사단 대학생 회장 맡아
2006년 유세 중 '커터칼 테러' 때 崔가 병원 드나들며 일처리
2012년 대선 직전까지도 비선조직 신사동팀 깊이 관여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崔가 朴대통령 의원 시절 추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인연'의 시작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씨는 20대 초반부터 네 살 많은 박 대통령의 '말벗'이자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이후 박 대통령 후광을 빌려 자신의 활동 범위와 사업을 확장해왔다. 박 대통령이 두 동생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박 대통령 주변 생존 인물 가운데 가장 끈끈하게 얽힌 최측근은 최씨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정신적 멘토였다는 고(故) 최태민씨 소개로 1970년대 중반 최씨의 딸 순실씨를 만났다. 최씨는 자신이 세운 단체 '대한구국선교단'에 박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추대하고, 이후 '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꾸며 조직을 급속히 키웠다. 최씨는 새마음봉사단에 중·고교·대학생은 물론 종교계·재계 등을 모아 각종 산하 기구를 만들었는데, 1979년 단국대 재학 중이던 딸 순실씨에게 대학생 총연합회장을 맡겼다. 새마음봉사단은 국민 정신교육이나 봉사 활동도 했지만, 어물시장 운영권을 따내는 등 각종 이권 사업도 벌였다. 이때 대기업 총수·임원들을 불러 거액의 운영기금을 갹출했다고 한다. 당시 태평양을 시작으로 현대·동아·대농·쌍용 등 재벌들이 차례로 '새마음 직장 봉사대'에 참여했다. 현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기업 모금 방식과 유사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 시절인 1979년 6월 10일 최순실(앞줄 왼쪽서 셋째)씨와 함께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열린‘제1회 새마음제전’에 참석해 웃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새마음봉사단 명예 총재와 새마음대학생 총연합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뉴스타파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박 대통령이 칩거에 들어가면서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최씨가 1985년 재회 이후 박 대통령을 '언니'라고 불렀다는 목격담도 있다. 지난 2006년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유세 때 '커터칼 테러'를 당했을 때도 "최씨가 병원 입원실이나 삼성동 자택을 드나들며 필요한 일을 처리해줬다"는 얘기가 있다. 최근까지도 최씨가 청와대에 박 대통령의 옷·액세서리·여성용품 등을 챙겨 보낸 것은 수십 년 된 일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씨 역할이 단순히 '말벗'이나 '여자 수행원'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최씨는 1980년대 들어 박 대통령과 관련된 조직·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우선 1986년 박 대통령이 이사장인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을 강남에 개설했고, 박 대통령이 삼양식품에서 넘겨받아 이사장을 맡은 '한국문화재단' 부설 연구원 부원장을 맡아 출판이나 장학사업 등의 실무를 맡았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국문화재단은 2002년 박 대통령이 잠시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 탈당 선언문을 작성하는 등 비선(�線) 업무를 수행한 장소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대선 국면에서 해체되기 전까지도 박 대통령이 드나들어 일명 '신사동팀'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최씨가 실무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 정계 입문을 전후해 최씨가 밀착 수행했던 정황은 정계에서도 극소수만 기억하고 있다. 한 인사는 본지에 "1994년 야인(野人)이던 박 대통령이 한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 최씨가 따라오더라. 인터뷰 뒤 방송사 사장·국장 등 고위간부들과 식사 자리가 이어졌는데, 최씨가 배석해 깜짝 놀랐다. 그냥 수행비서면 그런 자리엔 합석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된 뒤 의원외교 활동차 영국에 갈 때 당시 정식 보좌관이 아닌 최씨가 함께 왔다"며 "최씨가 영어를 꽤 잘해 통역도 했고, 박 대통령을 대신해 크고 작은 중요한 일들을 결정했다. 굉장히 자신감 있고 유능해 보였다"고도 했다. 한 여당 중진급 인사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최씨 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씨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1996년부터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았으나, 부부 사이가 멀어지면서 정씨도 자연스레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나게 됐다고 한다. 최씨와 정씨 부부가 박 대통령 의원 시절 추천해 들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보좌관 등은 현재도 청와대에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서 최씨는 '회장님'으로 불리면서도 공식 직책은 전혀 맡지 않았고, 다만 측근 남성들을 내세워 인사와 사업·자금 운용 등을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그래픽뉴스] 모든 것을 삼킨 블랙홀 '최순실 게이트' 관계도

  • [그래픽뉴스] 모든 것을 삼킨 블랙홀 '최순실 게이트' 관계도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연설문이 사전 공개된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박대통령 사과후에도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휴가, 의상에서 부터 인사와 안보문제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정국은 더욱 요동치고 있다. 박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제안한 개헌논의도 하루만에 동력을 상실할 처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블랙홀' 최순실씨의 주변에 어떤 인물들이 등장하는지 한눈에 알기쉽게 관계도로 정리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2016년 7월 17일 일요일

터키, 쿠데타軍·법조인 6천명 체포·해임…대대적 '피의 숙청'


에르도안 지지자들이 흔드는 터키 깃발(AFP=연합뉴스)
전국 판·검사 2천745명도 쿠데타 동조 혐의 해임·체포영장
에르도안, 배후지목 귈렌 신병인도 미국에 요청 
사형제 부활 거론…국제사회 '법치 통한 후속대응' 당부

터키 정부가 군부의 쿠데타를 빠르게 진압하며 3천명 가까운 쿠데타 세력을 체포했다. 또 쿠데타에 동조한 혐의로 전국의 판사와 검사 2천700여명을 해임하고 이들에 대한 체포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세력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사형제 부활까지 거론돼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예상된다.

터키 쿠데타 가담자 체포[AP=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쿠데타 후폭풍으로 또 다른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터키에 법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정권은 전날 밤 발생한 '6시간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 등 2천839명을 체포했다. 

여기에는 쿠데타의 주모자로 알려진 전직 공군 사령관 아킨 외즈튀르크와 육군 2군 사령관 아뎀 후두티 장군, 제3군 사령관 에르달 외즈튀르크 장군 등도 포함됐다. 

터키 정부는 또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도 붙잡았으며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터키 전역의 판사와 검사 약 2천745명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터키 검찰이 이들 법조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이미 상당수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수사 당국이 현재 100명이 넘는 판사와 검사를 전국에서 잡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쿠데타 반대" 터키 시민들[AP=연합뉴스]
민영 도안 통신은 전체 수사는 수도 앙카라 검찰이 이끌고 있다며 터키 콘야에 44명, 가지안테프에 92명의 판검사가 밤새 구속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 법조인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에 동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눈 쿠데타 세력을 엄히 다스리겠다고 밝힌 만큼 판사의 해임을 넘어서는 '숙청 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발생 당시 휴가 중이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새벽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연설을 통해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도 터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와 정당들이 사형제 부활이 합리적인지를 놓고 논의를 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며 터키에서 금지된 사형제의 부활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런 가운데 소셜미디어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쿠데타 시도에 가담한 군인들을 참수했다는 주장, 동영상,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 

'쿠데타 진압' 터키 시민들[EPA=연합뉴스]
다만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이런 주장, 영상물이 과거의 것으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 당국이 쿠데타 진압 후속 작업에 발 빠르게 나선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추방해 터키로 넘길 것을 미국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터키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테러리스트 추방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귈렌을 터키로 넘기라고 촉구했다. 

다만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동지에서 정적으로 바뀌어 미국으로 망명한 귈렌은 "민주주의는 군사행동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자신이 쿠데타 배후라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터키 당국은 또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웃 그리스로 도망가 망명 신청을 한 군인 8명에 대해서도 그리스에 송환을 요구했다. 

국제사회는 쿠데타에 가담한 세력에 대한 '피의 숙청' 가능성을 우려하며 터키 정부에 법치에 따른 대처를 주문했다. 

이스탄불 국제공항 정상화 수순[EPA=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당사자가 법치에 따라 행동을 하고 추가 폭력이나 불안정을 야기할 어떤 행동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터키 내 모든 당사자가 민주주의와 법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역시 성명을 내고 터키에 군부 쿠데타로 발생한 유혈사태를 진정시키고 민주주의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전날 쿠데타가 발생하자 발 빠르게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던 국제사회가 유혈 피바람은 안된다며 에르도안 정권에 날린 '견제구'다. 

터키에선 쿠데타로 통제됐던 공항 등 주요 시설의 운영도 점차 정상화하고 있다. 

쿠데타 세력이 한때 봉쇄한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다리의 통행이 재개됐고 아타튀르크 공항도 점차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은 터키가 완전히 안정을 찾기 전까지 여객기 운항을 전면 또는 일부 중단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12월 31일 목요일

산케이 前지국장 또 망언…"검사 손 떨리더라…타협안해서 무죄"


산케이신문의 가토 전 서울지국장(연합뉴스 자료사진)
무죄 판결받은 가토 전 서울지국장, 1면에 기사

'이상한 법정, 떨리는 검사의 손' 기사 싣고 궤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의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전 서울지국장은 "중도에 타협하지 않은 것이 무죄를 이끌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31일 산케이신문에 실린 '이상한 법정, 떨리는 검사의 손'이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한국측에 의해 기소된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 지인을 통해 자신과 신문사 경영진에 대한 압박과 사죄 요청이 이어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청와대와 교감을 하는 한일관계 전문 학자는 휴일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 '일한관계 악화가 우려된다. 유감 정도는 표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청와대도 들어올렸던 주먹을 내려놓을 타이밍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산케이 신문에 실린 가토 전 서울지국장 수기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전 서울지국장이 31일자 산케이 신문에 실은 수기. 그는 "중도에 타협하지 않은 것이 무죄를 이끌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부터 한국측은 조기에 사죄와 기사 삭제를 이끌어내 산케이신문의 신용을 국내외에서 실추시키려 했다"며 "한 신문사 퇴직 선배는 20년만에 연락을 하면서 나에게 '회사를 사직하고 유감 표명을 하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죄, 유감표명을 하지 않은 것을 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한국 검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나를 조사하고 공판에도 나섰던 검사가 조사 당시에는 프라이드도 높아 보였다"며 "그러나 첫 공판에서 기소사실이 기재된 서류를 들고 있는 그 검사의 손은 크게 떨렸다"고 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는 고발인들, 방청석을 채운 40여명의 방청객, 그리고 박 대통령의 안색을 본 법무부, 검찰 간부로부터 다루기 힘든 사건을 공판까지 책임지도록 명령을 받은 중압감 때문으로 보인다"며 "검사의 떨리는 손은 이후 심리에서 검찰의 궁핍한 상황을 상징하는 것으로 기억됐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최태원 “노소영씨와 결혼 지속 어렵다”

본지에 편지… 이혼 의사 밝혀 “아이 있다” 과거 고백도

사면 이후 왕성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는 최태원(52) SK그룹 회장이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부인 노소영(51)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다른 여성과 아이를 낳았다는 부끄러운 과거까지 고백하면서 용서도 구했다.

이 기회에 가정사를 정리하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최 회장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6일자 편지를 세계일보에 보내왔다. 

최 회장 부부를 둘러산 파경설은 그동안 분분했지만, 최 회장이 직접 나서 전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먼저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한다”며 “노 관장과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고,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며 “수년 전 여름에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고백을 이어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지난 23일 최신원 SKC 회장 (〃 〃 세번째)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의 한 가게를 찾아 송년회를 하고 있던 SK이노베이션 계열 임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 제공
최 회장은 A씨와 슬하에 6살 난 아이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힌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다 보니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몇년이 흘러갔다”며 “이제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고, 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 한다”며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로써 1988년 당시 재벌가와 대통령가의 혼인으로 세간의 이목을 한몸에 받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7년여 만에 각자의 길을 걸을 전망이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웃기는 사람이네”…세계는 왜 ‘유머’에 빠졌을까


오바마 유머
현대인은 그야말로 ‘핵노잼’ 시대에 살고 있다. 핵폭탄 급으로 재미가 없는 상황 또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인 핵노잼은 경제위기, 테러, 가난, 질병 등 고난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상을 대변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에서 즐거움과 재미, 유쾌함을 주는 유머 감각은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세계 정치무대에서 호감을 이끌어냈고, 한국에서는 개그맨이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활동한다. ‘웃기는 사람이네’라는 말은 더 이상 조롱이나 비난이 아닌 칭찬과 부러움의 표시가 됐다.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이 인기도 높다는 관념은 그저 설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2012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은 대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어떤 성격의 배우자를 원하는지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는 ‘유머 감각’, ‘놀기 좋아함’, ‘장난기 많음’을 ‘친절하고 이해심 많은 성격’에 이어 2~4위에 올렸다. 재밌는 사람, 특히 재밌는 남자가 호감도도 높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사진=포토리아
국적과 인종을 떠나 많은 이들이 핵노잼 보다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 왜 세계는 이토록 유머에 푹 빠졌을까. 그토록 원하는 유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생이 엄숙하면 엄숙할수록 그만큼 유머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마치 무기없이 전투를 치르듯 살아가고, 매체들은 이 세계가 얼마나 절망에 빠져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를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좀처럼 웃을 일을 찾기 힘든 각박한 현실에서, 유머는 짧은 시간이나마 휴식을 제공한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명언인 ‘인생이 엄숙하면 엄숙할수록 유머가 필요하다’는 왜 현대인들이 재밌는 것과 재밌는 사람에 열광하는지를 알게 한다. 작금의 세계가 유머에 빠지고, 유머러스한 사람에게 환호를 보내는 이유는 그만큼 세상이 지나치게 어렵고 엄숙하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현대인과 유머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유머러스한 사람과 언어가 주는 웃음이 질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2014년 미국 로마 린다 대학 의과대학 연구팀이 60, 70대의 건강한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코미디 비디오를 본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기억력이 상승했다. 유머러스한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핵노잼 시대에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유머 감각은 남성의 본능이다?

이처럼 삶의 휴식과도 같은 유머 감각이 남성에게는 본능에 가깝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2007년 영국 노리치대학병원의 샘 슈스터 교수가 직접 길거리에서 외발 자전거를 타며 남녀 400여명의 반응을 살핀 결과, 여성들은 대부분 슈스터 교수를 칭찬하거나 격려했지만, 남성의 75%는 도리어 거친 농담을 건네거나 조롱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슈스터 교수는 “남성들의 농담에는 일종의 공격성이 숨겨져 있다. 이러한 공격성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량과도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남성은 외발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다른 남성을 보면 주변 여성들의 관심이 쏠릴 것을 두려워하며 그를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남성은 경쟁자로 낙인찍은 다른 남성 앞에서 유머감각의 탈을 쓴 공격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현상은 짝짓기 경쟁에 막 발을 내딛은 젊은 남성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유독 남성에게서 강한 유머 욕심이 발현되는 까닭은 본능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핵노잼’ 원인? “친구를 탓해라”

재밌고 웃기는 사람(특히 남성)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유머 욕심을 내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모든 사람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유머 DNA’의 부재 외에도 최근에는 가장 가까운 친구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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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교 연구진이 11~13세 남녀 청소년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친구는 누구인지, 또 각자의 유머감각은 어떠한지 등을 나타내는 질문지에 답하게 했다. 6개월이 지난 뒤 다시 실험참가자들의 유머감각과 관련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처음에는 서로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칭한 친구 사이에서 유머 코드의 공통점은 찾을 수 없었지만 6개월이 지난 뒤 두 사람의 유머 코드가 유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친한 친구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공격적인 유머를 좋아할 경우, 또 다른 한 친구도 전과 달리 공격적인 유머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 한다는 것이다. 즉 A라는 사람이 즐겨하는(또는 좋아하는) 유머가 타인의 웃음을 유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A의 친한 친구가 재미없는 유머코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미래에는 친구의 재미없는 유머에 전염될 바에 차라리 로봇에게 유머를 배우겠다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가벼운 유머가 가진 진지한 의미

2006년 붕괴된 지하갱 속에서 14일 간 갇혀 있다가 구조된 호주 광부 토드 러셀은 2010년 칠레 광산에 매몰됐던 광부 33인에게 “유머 감각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러셀은 “(매몰 당시)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 고통이 훨씬 힘들었다”면서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행동 중 하나가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헬조선’, ‘난세’ 등의 표현이 난무하는 요즘, 유머가 주는 의미는 자뭇 진지하다. 때때로 유머는 극한 상황에서 삶의 희망을 놓지 않게 해주는 동아줄의
<기사 출처 : 서울신문 나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