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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일 일요일

1년 전 한 통의 전화가 상주터널 대형참사 막았다

수학여행 119대원 동행프로젝트, 어떻게 시작됐나


▲  지난 26일 경북 상주터널에서 신나가 실린 화물차가 폭발한 모습. 이 차 뒤에 있던 신대림초등학교 수행여행 버스 2호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 서울시소방재난본부제공
지난 26일 낮 12시 5분께 경북 상주시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안에서 시너를 실은 4.5t 화물차가 타이어펑크로 벽을 들이받고 폭발해 큰불이 났다. 차량 10여대가 불에 탔고, 화물차 운전자는 중화상을 입었으며 당시 터널에 있던 차량 운전자 등 19명이 연기를 마셨다. 
그러나 경주행 버스 2대를 나눠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서울 영등포구 신대림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교사 등 70명은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버스에 동승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대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사하다는 전화 올 때까지 큰일 난 줄 알고 있었다"

사고 순간 안상훈 소방장이 타고 있던 1호차는 불이 난 화물차의 앞에 있었기 때문에 진행방향으로 빠져 무사히 대피했으나, 문제는 화물차의 뒤에 있던 2호차였다. 

2호차 맨 뒷좌석에 타고있던 박상진 소방장은 순간적으로 이미 검은 연기로 가득찬 밖으로 뛰어나갔다. 금방 꺼질 불이 아니란 것을 직감한 박 소방장은 학생들을 차례로 하차시켜 진행반대 방향으로 대피시켰고 나중에는 버스도 후진시켜 터널밖으로 빼냈다.

이들 교사, 운전기사, 학생 모두는 덕분에 별 피해 없이 무사히 대피해 간단한 건강검진 뒤 1시간 후 다시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구조경력 15년째인 박 소방장은 불이 날 경우 연기질식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을 손수건으로 막고 자세를 낮춰 대피시켰다.

"사고 직후 1호차 안 소방장한테서는 '1호차는 빠져나와 조치를 완료했다'는 문자가 왔는데, 2호차 박 소방장은 전화를 안 받는 거예요. 그로부터 1시간 뒤 '다 피신했다'는 문자가 올 때까지 우리는 분명히 큰일이 생겼다고 생각했죠. 너무 긴 시간이었어요."

당시 사무실에서 일하다 현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이준상 소방위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며 몸서리를 쳤다. 

"장애인 아이 수학여행에 119대원이 동행해줄 수 없나요?" 

▲  초등학생 수학여행을 동행한 119구조대원이 여행지에 도착한 학생들을 뒤따라 걷고 있다.
ⓒ 서울시소방재난본부제공
봄 수학여행철이 끝물을 향해 가고있던 작년 6월 어느날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은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라며 아이가 수학여행을 가는데 119구조대원이 동행해줄 수 없냐는 것이었다. 통상 특수학교 수학여행은 인솔교사는 물론 안전요원과 보호자도 함께 가지만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보호자인 그 역시 장애인이었다.

당시는 단원고 학생 2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세월호 사고 난지 불과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이 한 통의 전화가 결국 지난 26일 일어난 상주터널 폭발사고에서 자칫 일어날 수 있었던 대형 인명사고를 막은 셈이 됐다. 

소방본부는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서울시교육청에 7개 특수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에 시범적으로 구조대원을 동행시키는 것을 타진했으나, 교육청은 특수학교 외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민간위탁으로 안전요원을 태우지 못하는 초등학교를 포함해 163개교를 선정해 구조대원을 태울 것을 역제안했다.

여러번의 의견 조율뒤 그해 8월 25일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이 업무협약 MOU를 맺고 수학여행 119대원 동행프로젝트 등 안전분야 7개 항목에 사인하게 됐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는 교육청과 일정을 조정하고 관내 23개 소방서에서 자원한 144명의 구조대원들을 적절히 배치하는 식으로 인력난을 해결했다.

예산도 올 1억5천만원을 배정받아 숙박이나 식비를 자체 해결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수학여행비를 축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엔 총 30건, 올 상반기는 메르스 영향으로 25건만 이뤄졌다. 

그러나 동행에 나선 구조대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발 전 안전교육에서부터 버스-숙소 안전점검, 부상학생 응급조치 등으로 하루종일 앉아있을 틈이 없다. 응급조치는 레일바이크가 충돌해 부상당한 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된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복통, 차멀미, 급체 등 가벼운 증상이었다.

한창 뛰어놀 나이의 아이들이라 힘이 넘쳐 조금도 쉬지 않는다. 태어나 처음 수학여행을 왔다는 흥분으로 새벽 5시까지도 잠을 안 자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도입 당시엔 '탁상행정' '전시행정' 반대여론 많았지만...

▲  초등학생 수학여행을 동행한 119구조대원이 부상당한 학생을 업어 후송하고 있다.
ⓒ 서울시소방재난본부제공
그러나 지금은 찬사를 받고 있는 119대원 수학여행 동행제도도 도입 당시에는 반대여론이 만만찮았다. 안 그래도 인력부족과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란 비판이었다. 언론은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 '전시행정'이라고 뭇매를 가했고, 박 시장의 SNS에는 욕설이 난무했다.
특수학교를 포함해 사정이 어려운 학교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전부 다 하는 줄 안 데서 비롯된 오해였다.

이준상 소방위는 "재난은 자신이 직접 잘못해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발생해 피해를 보는 만큼 사전에 합심해서 대비하는 게 최선"이라며 "이번에는 서울시, 교육청, 소방본부 등 관계기관 사이의 협업이 정말 잘된 사례"라고 말했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일로 해서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구조대원 동행 요청이 쇄도할까봐 걱정이다. 벌써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고, 직원들은 퇴직소방관이나 경찰, 교육청 안전지원단을 활용하고 수학여행에 동승할 전담인력을 양성하는 등 대안을 고심 중이다. 학부모들이 주황색 옷을 입은 정식 119구조대원만 원하는 것도 부담이다.

상주터널 사건 다음날인 27일 기자를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은 "100번을 낭비해도 한번만 효험을 본다면 아깝지 않은 것"이라며 "서울시는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재난 극복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수학여행 동행 119대원들, 상주터널 사고서 '활약'


상주터널 사고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초등학생들 안전하게 대피시켜

세월호 참사 후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도입한 119 소방대원 수학여행 동행 사업이 26일 상주터널 폭발 사고 현장에서 힘을 발휘했다.

이날 낮 12시5분께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안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하며 큰불이 나 1명이 중상을 당하고 연기를 마신 1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10여 대도 탈 만큼 큰 사고였다.

사고 당시 터널 안에는 경주행 수학여행 버스 2대에 나눠 탄 영등포구 신대림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교사 70명이 있었다. 그러나 버스에는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서울 119 특수구조단 소방장 2명도 함께 있었다.

평소 훈련을 받은 소방대원들은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즉시 매뉴얼에 따라 학생들을 안정시키고 침착하게 구미 방향 터널 출구와 상주 방향 출구 외부의 안전지대로 이동하게 도왔다.

덕분에 학생들은 큰 동요 없이 대피하고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시간 반 만에 다시 경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구미=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응급차량이 26일 오후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안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시너를 실은 차량이 터널 하행선을 지나던 중 벽면을 들이받아 차량 폭발과 함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18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0여대가 일부 탔다.
현장에 있던 서울소방본부 특수구조대 박상진 주무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차가 사고 현장 50m 뒤에 있어 연기가 많이 퍼지다 보니 아이들이 놀랐는데 그래도 잘 따라줘서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전했다. 

박 주무관은 "혹시 연기를 마셔 머리가 아프거나 한 학생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했는데 다행히 없었고 각자 부모님께도 전화해 안심시키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울소방본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119구조대원 동행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결과 큰 호응을 얻어 올해도 30개교에 지원하고 있다.

119대원들은 여행 출발 전 인솔교사와 학생을 상대로 화재, 교통, 심폐소생술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하고 수학여행 숙소와 탑승버스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숙소현장 확인과 화재대피교육, 수학여행지 비상연락망 확보, 학생 안전사고 발생 시 긴급구조와 응급처치도 책임진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