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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8일 월요일

'정권비리' 덮으려 '연예특종', 정말일까?

연예뉴스는 어떻게 정치를 왜곡하는가

장면 1. 2013년 5월 15일. 가수 서태지와 이은성의 결혼 발표. 5월 14일. 시사IN 주진우 기자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피소에 대한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장면 2. 2014년 7월 25일. 김태용, 탕웨이 스웨덴 결혼 보도. 7월 24일. 세월호 사건 100일. 유족, 시민 첫 도심 행진.
장면 3. 2015년 4월 20일. 유리, 오승환 열애설 보도. 4월 21일. 4?29 재보선 8일전, 성완종 리스트 논란으로 이완구 총리 취임 63일 만에 사임 발표. 

▲  2013년 5월 15일. 결혼을 깜짝 발표한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은성
ⓒ 서태지컴퍼니

▲ 영장실질심사 받는 주진우 기자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진행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3년 5월 14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나꼼수' 공동진행자였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가 5촌 조카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주 기자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를 받고 있다.
ⓒ 권우성

이상은 2013년 이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디스패치>의 단독 보도를 비롯한 연예뉴스가 보도된 시점에 발생한 주요 정치 사건을 나열한 것이다. 매일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보도하는 뉴스 역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사건과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은 다를 수 있다. 이는 미디어의 상업화 현상이 심화되며 말초적 관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뉴스가 많아지는 뉴스의 연성화, 옐로우 저널리즘의 확산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디어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면 일견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스스로 권력에 대한 감시자를 자임하며 또 다른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실과 모순이 발생한다. 즉 연예뉴스의 확산은 옐로우 저널리즘으로 전락하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한 대중의 무지를 확산시키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용돌이의 정치'(politics of vortex)로 표현되는 권력의 추구와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연예뉴스의 확산은 정치적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차단하고 특정 세력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작동한 결과로 이해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일종의 음모론은 특히 <디스패치>의 단독 보도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첫째는 보도시점의 우연성 문제다. 디스패치는 보도 내용에 대한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특정 시점에서 보도한다는 의혹이다(http://gosunggo.tistory.com/229). 

둘째는 디스패치 배후설이다. 비교적 신생 매체인 디스패치가 특종 행진을 한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http://jeongrakin.tistory.com/3020).

디스패치에 대한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박근혜 정권 이후 단독 연예뉴스가 보도된 시점에는 늘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고, 어쩌면 우리의 삶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표1>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연예뉴스와 정치 상황
ⓒ 이규정

위의 <표-1>에서처럼 2013년에는 7건, 2014년 8건, 2015년 7건 전체 22건의 단독 연예뉴스가 정치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사건이 발생된 시점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연예뉴스 발생 시점의 정치뉴스를 대비하여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사실상 무한하며,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것은 각각의 매체가 중요한 것으로 규정한 것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인지 능력은 유한하고 각각의 성향과 개성에 따라 흥미를 갖는 것 역시 다양하다. 따라서 연예뉴스의 이해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로 정치이슈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지, 여론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예뉴스의 관심 분산 효과, 정말일까

▲  <표2 > 연예뉴스와 정치뉴스의 비교. ※( ) 안은 검색 키워드
ⓒ 이규정

위의 <표-2>는 네이버 트렌드 검색을 이용하여 연예뉴스의 관심 분산 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네이버 트렌드의 검색어 수치 통계에 사용된 데이터는 통합검색의 검색횟수를 0~100 숫자로 환산하여 표시한다. 특정 키워드가 통합검색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지점(주단위)을 기준(100)으로 하여 나머지 기간의 검색횟수를 상대값으로 환산하여 보여주며, 최대 5개의 키워드를 입력해 각 검색량의 상대적 추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연예뉴스의 관심 분산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뉴스의 관심도 측면에서 전체 22건의 연예뉴스 중에서 관련 사건이 발생한 해당 월의 키워드 검색량이 정치뉴스와 관련된 키워드 검색량보다 많은 것은 8건에 불과했다. 오히려 13건은 정치뉴스 키워드 검색량이 많았으며, 1건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는 연예뉴스가 대중의 흥미와 관심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사안에 따라 정치뉴스에 대한 관심도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전체적인 검색의 빈도나 양에서는 연예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최고검색일의 시간적 선후관계의 측면에서는 연예뉴스가 갖는 관심 분산 효과는 상당한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실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사건과 이슈에 대하여 연예뉴스가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은 해당 정치 사건이 발생한 직후라 할 수 있다. 또한 시간적으로 정치뉴스가 보도된 시점과 매우 인접한 상황에서 보도가 되었을 때 관심 분산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전체 22건의 연예뉴스 중에서 13건의 뉴스가 정치뉴스와 최고검색일이 일치하는데, 이는 미디어 이용자들이 동일한 날짜에 서로 다른 성격의 이슈에 대하여 관심을 나타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정밀한 분석을 위한 시간 단위의 검색량은 알 수 없지만, 같은 날짜에 상호 다른 성격의 뉴스에 대한 검색어 유입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은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이 분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뒤 보도된 연예뉴스가 1건, 1주일 이내 보도된 연예뉴스는 6건으로 나타났다. 하루에서 1주일 이내에 검색어가 유입된 것은 동일한 날짜에 검색어가 유입된 것에 비하여 관심 분산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하루 이상의 전개 과정을 갖고 있는 대중의 관심이 지속되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관심 분산 효과는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주일의 시간 차이를 갖는 연예뉴스와 관련된 정치 사건은 2014년 6월의 문창극 총리 후보 자격 논란, 2015년 1월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메모 파동, 3월의 박상옥 대법관 후보 자격 논란, 4월의 '성완종 리스트' 파문, 7월의 국정원 민간인 해킹 의혹, 10월의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과 같이 비교적 이슈 지속 기간이 오랫동안 이어진 사건이었다. 기타 연예뉴스가 먼저 보도된 것은 2건, 검색량이 아예 집계되지 않는 것이 1건으로 나타났다. 

연예뉴스 보도, 대통령과 여당에 유리한 효과?

이상에서 네이버 사용자들은 정치사건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예뉴스의 보도는 높은 정치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상에서 보도된 연예뉴스가 실제 여론 형성에 대하여 갖는 효과는 어떠할까.

▲  <그림1> 연예뉴스와 주간 정당지지율 변화. ※ 한국갤럽(www.gallup.co.kr) 주간 조사 자료 정리
ⓒ 이규정

▲  <그림2> 연예뉴스와 주간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 변화. ※ 한국갤럽(www.gallup.co.kr), 리얼미터(www.realmeter.net) 주간 조사 자료 정리
ⓒ 이규정

위의 <그림 1>과 <그림 2>는 연예뉴스가 보도된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1주와 직후 1주 총 3주간의 정당별 지지율과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지지도 변화를 정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예뉴스가 보도된 시점의 정치사건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게 불리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비슷한 시점에 보도된 연예뉴스가 관심 분산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하지 않거나 상승하는 효과를 나타내게 될 것이다. 즉 연예뉴스 보도 전후의 주간 정당 지지율은 여당에 불리한 정치 사건의 발생으로 인한 하락과 연예뉴스 보도의 관심 분산 효과로 인한 우상향 V자 형태의 변화를 보일 것이다. 반대로 야당의 지지율은 무당파 층을 제외할 때, 반사 이익을 획득하여 여당과 반대 형태의 변화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자료가 확보된 17건의 연예뉴스 보도 시점 전후의 여당 주간 지지율 변화를 살펴보면 우상향 V자 형태를 나타내는 것은 5건에 불과하며, 야당 주간 변화율이 여당과 반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4건에 불과했다. 

또한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변화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2013년 5월의 서태지 결혼 ? 주진우 영장 기각 사건, 2015년 4월의 유리, 오승환 열애 ? 성완종 리스트 논란과 관련된 사건 등 2건에 불과하였다. 다음으로 연예뉴스 보도 전후의 주간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 변화는 위의 <그림 2>와 같이 나타나고 있다. 

갤럽의 조사 자료에서는 우상향 V자 형태를 나타내는 것은 서태지, 이은성 결혼 ? 주진우 영장 기각 사건 1건에 불과했으며, 리얼미터의 조사 자료에서는 서태지, 이은성 결혼 ? 주진우 영장 기각, 원빈, 이나영 결혼 ? 국정원 국정조사, 김연아 열애 ? 야당 통합, 김태용, 탕웨이 결혼 ? 세월호 사건 100일, 이병헌 동영상 ? 김영오 주치의 신상정보 요구, 신해철 사망 ? 자원외교 조사, 이민호, 수지 열애 ? 박상옥 대법관 파동, 유리, 오승환 열애 ? 성완종 리스트 논란 7건이었다. 

▲  <그림3> 연예뉴스와 일간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 변화. ※ 한국갤럽(www.gallup.co.kr)
ⓒ 이규정

<그림 3>은 더욱 세분화된 분석을 위하여 연예뉴스 보도 시점 전후의 일간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주간 정당별 지지도 변화와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 변화와 같이 우상향 V자 형태를 보여준 것은 김연아 열애 ? 야당 통합, 김태용, 탕웨이 결혼 ? 세월호 100일, 이병헌 동영상 ? 김영오 주치의 신상정보 요구, 신해철 사망 ? 자원외교 조사, 이민호, 수지 열애 ? 박상옥 대법관 파동, 유리, 오승환 열애 ? 성완종 리스트 논란, 신민아, 김우빈 열애 ? 국정원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 총 7건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음모론이 확산되는 이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예뉴스가 갖는 정치적 효과는 주로 정치뉴스에 대한 관심 분산 효과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정당별 지지율이나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에 일관성 있는 영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연예뉴스의 보도가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은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음모론이 지속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원인을 추론할 수 있다. 

▲  <그림4> 정권별 음모론 관련 검색어 변화 추이. ※ 출처 : 미디어가온 기사통합검색(www.kinds.or.kr) 2015년 10월 7일 검색
ⓒ 이규정

첫째,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차단이나 부재이다. 위의 <그림 4>는 정권별 음모론 관련 검색어 변화의 추이를 정리한 것이다. 미디어가온의 기사통합 검색 결과, 노무현 정권과 비교하여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특히 '유언비어'와 '불신'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수용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사회적 자본(socialcapital)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권에서 미디어법 개정을 통한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는 등 전통적 미디어의 기술적 다양화와 양적 증가가 이루어졌으나, 내용적 측면에서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하였다. 2005년 3월에 처음 몇몇 블로거에 의해서 알려지게 된 팟캐스트 방송이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된 이후, 2011년 정치 시사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2012년 10월 현재 그 수는 약 4650여 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다운로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정치 팟캐스트는 당파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가설이나 추정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제작과 이용에서 기존 미디어에 비하여 자유로운 특성을 보인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2). 이와 같은 변화는 기존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차단과 부재로 수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  <그림5> 한국 언론자유도 변화 추이. ※ 출처 : Reporters Without Borders(http://en.rsf.org)
ⓒ 이규정

둘째, 기존 미디어에 대한 불신의 확대이다. 앞에서 언급한 정보의 차단과 부재는 미디어 자유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위의 <그림 5>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도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언론자유도 순위는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69위 가장 하락하였으나, 낮을수록 언론자유가 보장된 것이라 할 수 있는 언론자유지수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며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2014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하락에 대하여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과 아버지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점을 지적하였으며, 2015년에는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과 관련된 보도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지국장의 기소와 관련이 된 것으로 보인다(미디어 오늘. 2015/02/13).

결과적으로 미디어 수용자들의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가 동반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06년부터 2년 단위로 조사한 언론인의 신뢰도(5점 척도: 1점 '매우 낮다' ~ 5점 '매우 높다')는 2006년 3.00, 2008년 2.82, 2010년 3.22로 다소 높아졌다가 2012년 2.81, 2014년 2.68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요컨대 한국 사회의 불신을 반영하는 음모론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 단초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차단과 부재, 그로 인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의 지속과 확대에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는 시민이 원하는 정보를 숨기거나 조작해서는 안 되며, 미디어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미디어 역시 대중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옐로우 저널리즘을 극복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는 행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건을 보도하고 보이는 현상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탐사 추적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2015년 9월 24일 목요일

사우디 이슬람 성지순례서 대형 압사 사고…최소 310명 사망

사우디 성지순례 압사사고 현장
사우디 성지순례 압사사고 현장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외곽의 미나에서 성지순례 도중 압사사고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하자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lkm@yna.co.kr
메카 모스크서 크레인 붕괴 13일 만에 또 참사…부상자도 수백명
메카 인근서 '마귀 돌기둥'에 돌 던지는 하지 의식 중 사고
올해 성지순례 차 사우디에 200만명 순례객 찾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외곽에서 24일(현지시간) 이슬람권 성지순례(하지) 기간 순례객들이 밀집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최소 310명이 압사했다.
사우디 국영TV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오전 메카로부터 약 5km 떨어진 미나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적어도 310명이 숨지고 45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들의 국적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태극기 불 태우면 국기모독죄…사법처리할 것"


세월호 참사 1년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 참가자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도중 태극기를 불태우고 있다. 2015.4.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경찰 "세월호 폭력시위로 경찰 74명 부상·경찰 버스 71대 파손"
"차량·장비 파손, 경찰 부상 등 '세월호 대책위'에 배상 청구할 것"


전날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과정에서 참가자 100명이 연행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이들 중 극렬 시위 혐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시위과정에서 경찰에 항의하며 태극기를 불태운 시위자도 신원을 확인한 뒤 소환조사해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경찰은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월호 1주기 기간임을 고려해 최대한 성숙하고 차분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했지만 불법폭력시위로 많은 시민에게 교통불편을 초래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시위 주동자 등에 대해 엄중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본부, 다른 15개 지방경찰청에 수사전담반 등을 편성해 이번 불법폭력시위의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를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파손된 경찰 차량이나 장비, 경찰관과 의무경찰 부상 등에 대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다.

또 채증을 통해 태극기를 태운 시위 참가자를 특정한 뒤 소환조사하고 국기모독죄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장시간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장비를 파손하는 등 불법폭력행위를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차벽과 최루액(캡사이신), 물대포 등으로 시위대 행진을 막았고 100명을 해산명령 불응, 교통 방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버스 71대와 캠코더, 무전기 다수 등 경찰장비가 파손됐고 진압장비 360여점과 의경·직원들의 지갑 등 개인소지품 130여점이 훼손되거나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또 시위대의 메가폰에 맞아 왼쪽 귀가 3㎝ 가량 찢어진 의경 등 3명이 중상을 입는 등 경찰 74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전날 오전부터 경찰버스 20여대를 동원해 광화문 누각과 광화문광장 사이에 차벽을 겹겹이 설치했고 광화문 일대에 1만4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청와대로 행진하는 시위대를 막았다.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이 차벽을 세워 통행을 방해하는 등 과잉진압을 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경무관)은 "집회의 기본방향이 청와대로 인간 띠잇기를 한다는 것이었고 실제로 집회 도중 참가자들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와 차로를 점거하고 청와대 쪽으로 집단 진출했다"며 "차벽을 설치해 막아야 하는 급박한 위험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원호 경찰청 경비과장도 "행진은 사전 신고 없는 미신고 불법집회였다"며 "경찰 차벽 설치는 집회가 끝난 뒤 일부 시위자들이 도로로 나오기 시작한 오후 4시30분쯤 설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연행된 100명 중 유가족 21명을 포함해 고등학생 6명, 부상자 등 29명은 이날 새벽 조사를 끝내고 귀가조치됐다. 현재 71명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기사 출처 : 뉴스1>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쌍용건설-두바이투자청, 매각 MOU 체결…남은건 본계약

쌍용건설이 중동의 큰손인 두바이투자청(ICD)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기업회생절차 중인 쌍용건설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두바이투자청 간에 양해각서(MOU) 체결을 허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 관리인과 두바이투자청은 이날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할 방침이다.

두바이투자청은 앞으로 3주 동안 쌍용건설에 대한 확인실사를 거친 뒤 양해각서에 따른 투자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본계약을 체결하고 변경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두바이투자청은 운용자산만 1600억달러(약 176조원)에 달한다. 아부다비국부펀드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의 양대 국부펀드로 알려졌다. 두바이투자청이 한국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8일 열린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바이투자청은 1월초에 쌍용건설 관리인과 매각 MOU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법원에서 연내 MOU를 체결하여 달라고 요청해 두바이투자청과 쌍용건설 측은 연말 휴일도 반납하고 MOU 체결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은 2013년 3월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절차를 거친 끝에 지난 7월부터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기사 출처 : 조선비즈>

2014년 12월 28일 일요일

인도네시아 구조당국 "에어아시아기 추락 추정"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은 28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가던 에어아시아 QZ8501기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가수색구조청은 에어아시아기가 벨리퉁섬에서 약 145㎞ 떨어진 남위 03.22.46, 동경 108.50.07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자카르타포스트 온라인판이 보도했다.

국가수색구조청은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는 벨리퉁섬으로 구조팀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사고기는 벨리퉁섬 근처에서 폭풍우를 피하려고 바다 위 상공을 선회하다 심한 난기류를 겪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466명 태운 그리스 카페리서 불…승객 긴급대피 중

승객 등 466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카페리에서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 중이다.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불은 28일(현지시간) 오전 6시께 222대의 차량을 실은 차고에서 발생해 순식간에 선박 전체로 번졌으며 선장은 승객들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그리스 방송사와 전화연결이 된 승객들은 대피를 시도하고 있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헬리콥터 한 대와 구조선 2대가 카페리에 접근하고 있으며 현장에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동포들이 국내에서 느끼는 차별은 거주국보다 심해"

박민철 교수 분석…"좌절감으로 유동적 정체성 보여" 
고국으로 돌아온 재외동포는 한국 사회에서 갈등을 겪으며 고유한 정체성이 변화하는 '유동적 정체성'(liquid identity)을 갖게 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민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학술지 '디아스포라 연구'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 '국내 이주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변용과 가치 지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으로 온 재중 조선족, 구소련 고려인, 재일 조선인, 탈북자 등 '코리안 디아스포라' 5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들이 '유동적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코리안 디아스포라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고국으로 돌아와 한국 사회에서 갈등과 충돌에 직면하며 정체성의 변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들이 한국에 오기 전에는 거주국 중심의 '국민 정체성'과 한반도 중심의 '민족 정체성'이 공존하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지만 고국에 돌아와 겪는 사회적, 경제적 좌절과 갈등 탓에 이러한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는 것. 
박 교수는 "이들이 겪는 차별과 배제는 오히려 거주국에서의 차별보다 더욱 직접적이고 더 큰 좌절로 다가온다"면서 "그들이 겪는 좌절감은 정체성의 변용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인과 직접 마주친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민족적 동일화 욕망이 좌절되면서 정체성이 갈등·분화하는 '유동적 정체성'을 갖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여전히 민족적 일체감을 유지하려는 욕망이 있는 만큼 이들에게 유동적 삶이 주는 불확실성을 없애고 민족적 일체감을 주기 위한 일종의 '정박지'(碇泊地)가 필요하다고 박 교수는 제안했다. 
이를 위해선 ▲한국과 코리안 디아스포라 사이에 새로운 민족적 연대 구축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생활문화적·정서적 통합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인터넷쇼핑몰서 아이디·비밀번호만으로 신용카드 결제한다

29일부터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디(ID)와 비밀번호(PW)만으로 신용카드를 통한 물품 구매가 가능해진다.

지난 3월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강조하며 '천송이 코트'를 처음 언급한 이후 9개월만에 온라인상의 간편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셈이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카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카드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시 인증 절차가 필요없는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원클릭' 서비스를 29일부터 운영한다. 

현재는 온라인에서 결제시 본인임을 확인하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나서 결제 금액이 30만원을 넘으면 문자메시지(SMS)나 전화자동응답장치(ARS) 등을 통해 추가 인증을 해야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29일부터 모든 쇼핑몰에서 '간편결제 아이디' 입력만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를 시행한다. 

신한카드 고객은 자신의 컴퓨터(PC)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살 경우, 사전에 등록했던 '아이디'만 입력하면 카드 결제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삼성카드도 감독당국의 심사가 끝나는 29일부터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모든 쇼핑몰에서 결제가 가능해진다. 

결제 보안성 강화를 위해 고객이 지정한 컴퓨터에서는 SMS인증 등의 추가 인증 절차가 필요없다. 

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약관 승인 심사가 끝나는대로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감독당국의 심사가 끝나는대로 29일부터 결제 금액에 상관없이 아이디와 패스워드 입력만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대카드로 결제 가능한 4만개 이상의 가맹점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30일부터 일부 가맹점을 대상으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점차 가맹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카드도 늦어도 31일까지 7만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ID·PW 결제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비씨카드는 앞서 지난달부터 G마켓, 옥션, 11번가 등 12개 가맹점에서 로그인 후 카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 가능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카드도 지난 18일부터 국내 대형 온라인몰에서 로그인만 하면 추가 인증 절차가 필요없는 결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고객이 처음 1회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롯데닷컴 등 롯데그룹사와 G마켓, 옥션 등 국내 주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추가 아이디나 패스워드 입력없이 결제할 수 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드라마 속 의상을 사기 위해 한국 인터넷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에 실패했다"고 언급하고 나서 9개월 만에 온라인상에서 추가 인증이 필요없는 결제가 사실상 전면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에는 "중국이나 다른 외국같이 우리나라도 온라인 시장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면 외국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5월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시 필요했던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가 없어졌고, 지난 7월에는 공인인증서 외에 휴대전화 인증 등 손쉬운 인증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인증체계가 추진됐다. 

이후 30만원 이상 온라인 결제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인증 등 별도 대체 인증 절차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런 인증이 없어도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 철폐와 함께 카드사들의 발 빠른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으로 앞으로 고객들이 좀 더 편리하게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일부러 한글 그려넣는 미얀마 버스, 왜?

여행자의 나라 미얀마 그 일상의 얼굴-세번째 얼굴, 미얀마의 탈것


'양곤발 광나루 한강공원 수영장행 340번 버스'

거짓말 같지만 나는 분명히 미얀마 양곤 시내에서 서울 광나루 가는 340번 버스를 목격했다. 양곤 외곽 달라 지역을 구경하고 양곤시청 앞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낼 때였다. 

시청 앞을 달리는 많은 버스 중에 눈에 익은 게 있어 살펴 보니 '340'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옆면에는 '한강공원 수영장(광나루)'이라는 한글이 또렷하게 보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버스를 향해 뛰었다. 왠지 놓치면 안 된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가까이 가서 보니 버스에는 한글 외에도 미얀마 문자가 도배되어 있었다. 

'아차 여기는 양곤이지'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양곤에도 타요버스가 있다

양곤은 모든 시간이 공존하는 도시다. 특히 도시를 달리는 차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반 세기는 굴러 다녔음직한 오래된 차들도 보이고 최신형 벤츠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버스는 더 천차만별이다. 저게 어떻게 굴러 다닐까 하는 구닥다리 버스부터 최신 에어컨 버스도 보였다.

그 버스들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한참을 달렸을 중고버스도 종종 눈에 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서울시의 타요버스도 큰 눈망울을 굴리며 달리고 있었고, 녹색의 7739번 마을버스, 일반 시내버스였던 차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흥미로운 것은 수입 후 새로 도색 작업을 했을 텐데 한글 몇 개를 남겨두었다는 점이었다. 버스마다 어느 부분에는'~녹색발전소' '한강공원 수영장 광나루행' 등 한글이 지우다 만 것처럼 남아 있었다. 그런 버스를 만나니 반가웠다. 여행자의 쌓인 피로감 때문인지 금방이라도 서울로 데려다 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 타요버스와 지붕에 한글이 선명한 7739번 버스 7739번은 현재 은평차고지~이대부고를 순환하는 마을버스다. 저 중고차를 보며 일본에서 들여온 중고배 세월호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 전병호

미얀마의 탈것들

대부분 여행자들은 이색적인 환경이나 체험으로 스스로 여행자라는 것을 깨닫고 싶어 한다. 현지 사람들의 탈 것들을 관찰하는 것도 낯선 곳으로 여행의 별미가 된다. 현지인들의 탈것들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고, 그 속에 실려 있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첫 해외 여행지는 필리핀이었다. 필리핀에 대한 여러 추억 중에 하나가 거리를 달리는 '트라이시클'과 보라카이섬에서 타 본 전통배 '방카'다. 그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태국의 '툭툭이'와 베트남의 '시클로'도 그 나라를 못 잊게 하는 탈것이다. 

미얀마에도 이런 이색적인 탈것이 있었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보았던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싸이까', 태국의 툭툭이와 비슷한 '사잉게까(모터바이크, 모터사이클)', 바간에서 재미있게 탄 '호스까'라 부르는 마차도 있었다. 

이 중에서 내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라인까(Line Car)'라 부르는 미니버스다. 라인까는 한국으로 치자면 마을버스쯤 되는 미얀마의 대중교통 수단이다. 미얀마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으며, 뒤칸에 많은 사람을 싣고 차 꽁무니에 조수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승합차나 트럭을 개조해 만들었기에 모양도 차량에 따라 달랐다. 어떤 차는 개조한 뒤공간에 군용트럭처럼 양 옆으로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또 어떤 차는 바닥에는 장판이 깔려 있어 승객들이 앉았다. 지붕이 있는 차량은 사람이나 짐을 태웠다. 

▲ 라인까1 따웅지 시장에서 빠오족을 실은 라인까, 라인까에는 미얀마 서민들의 삶이 실려 있다.
ⓒ 전병호

라인까 타보니

낭쉐에서 따웅지를 갈 때 '라인까'를 타 보았다. 일반 버스도 있었지만 현지인들의 이동수단을 경험해볼 요량이었다. 지나친 방심은 재앙을 낳는다. 이색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우리 일행은 닥쳐올 1시간 30분 동안의 험난한 고행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탔던 라인까는 토요타에서 나온 픽업트럭을 개조한 것이었다. 그 조그만 차에 상상을 초월하는 짐과 사람을 태웠다. 세어 보니 무려 26명이나 되었다. 눈대중으로 봤을 때는 많이 태워봤자 12~15명일 것 같았는데 조수는 능숙한 솜씨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맞춰가며 거짓말처럼 26명을 태웠다. '사람 많이 태우기' 기네스 기록에 도전해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불편한 승차감에도 처음에는 그럭저럭 버텼다. 그런데 30분쯤 지나자 구불구불 길을 울퉁불퉁 달리는 통에 차멀미가 올라왔다. 좁은 공간 때문에 몸은 점점 쪼그라져 있었고, 낮은 천장으로 머리는 접혀 있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고 등줄기로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우리와 달리 미얀마 사람들은 익숙한 듯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그 와중에 어떤 이는 눈을 감고 자기까지 했다. '내가 다시 라인까를 타나 봐라'하며 빨리 도착하기만 간절히 기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따웅지는 차멀미도 잊게 하는 묘한 매력의 도시였다. 다시는 안탈 것처럼 말했지만 모든 것을 흡수한 따웅지 덕분인지 낭쉐로 넘어오는 길에도 다시 라인까를 탔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잠잘 정도는 아니었어도 그럭저럭 탈 만했다. 올 때도 승차 인원은 26명이었다. 아마도 그들만의 '적정 인원'인 듯했다.

▲ 라인까2 따웅지 갈 때 탔던 라인까, 이 차에 26명이 탔다는 게 믿어지는가?
ⓒ 전병호

미얀마 버스의 한글 표기 비밀이 밝혀지다

낭쉐(인레)에서 바간으로 갈 때 탄 심야버스도 우리나라에서 쓰던 중고버스였다. 그 버스에는 수입하기 전 한국에서 어디를 달렸는지 짐작할 수 있는 한글이 남아 있었다. 새롭게 도색을 하면서 일부러 한글을 다시 그려 넣은 듯한데 디자인하는 사람이 한글을 몰랐던지 '정안 휴게소 환승 차량'이라는 글자가 좌우측에 틀리게 달려 있었다. 

오른쪽에는 띄어 쓰기가 틀린 채로 '정 안휴 게소 환승 차량' 이라 그려져 있었고, 왼쪽에는 두 글자가 틀린 채로 잘못 그려져 있었다. '정 안휴 게소 환승 차량'을 보고 베낀 듯한데 '안'을 '인'으로 '환'을 '흐ㅏㄴ(자판으로 표기 불가능, 사진 참조)'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었다. 

이 버스로 보니 양곤 시내버스에 남아 있는 한글의 비밀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미얀마 사람들이 중고 버스에 한글을 달고 다니는 이유는 돈이 없거나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새롭게 도색하면서 '정안 휴게소 환승 차량'이라는 한글을 다시 그려 넣은 이유는 한국산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한국산 과시용으로 한글 표기를 활용한 것 같았다. 아니라면 도색을 새로 하면서 일부러 '정안 휴게소 환승 차량'이라는, 의미 없는 한글을 그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버스를 보면서 나는 이런 추정을 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중고버스라도 한국산을 무척 좋아한다. '정 안휴 게소 환승 차량' 이 글자가 확실한 증거다.'

▲ 증거 왼쪽에는 두 글자가 틀렸고, 오른쪽은 글자는 맞지만 띄어쓰기가 틀리게 그려 놓았다.
ⓒ 전병호

☞ 알고 가면 좋은 정보:미얀마 탈것들
미얀마는 아직 교통체계가 불편하다. 한국의 대중교통을 생각하고 가면 큰 코 다친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대 하지 말고 가면 실망은 줄어든다.

1. 국내항공편: 미얀마는 국토가 남한보다 7배 정도 넓기 때문에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격부담만 빼면 가장 편리하다. 프로펠러 비행기가 많지만 국영 미얀마 에어 웨이 항공사는 제트비행기도 보유하고 있다. 비행기 출발이나 도착 시간은 원래 출발 시간보다 1시간 정도는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기존의 출발시간 개념은 버려라.

2. 기차: 미얀마에는 총 4천키로가 넘는 철도노선이 있다. 하지만 식민지 시절 건설되어 노후화되어 있고 기차도 낡아서 느리고 지저분하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타보면 타 볼 만하다. 양곤외곽을 순환하는 양곤외곽순환 열차는 꼭 타보시길 추천한다.

3. 버스: 여행지간 이동은 기차나 비행기가 아니면 주로 익스프레스 에어컨버스(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도로 사정도 그렇고 워낙 지역간 거리가 멀어 보통 10시간에서 12시간씩 이동한다. 각 도시에는 시내버스도 있는데 노선이나 내릴 곳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라면 타는 것을 권장하지 않겠다.

4. 택시: 미얀마는 아직 미터기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타기 전 반드시 흥정을 통해 가격을 정하고 탈 것을 권한다.

5. 라인까: 마을버스라 생각하면 된다. 조수에게 목적지를 정확하게 물어보고 타는 게 좋다.

6. 싸이까: 양곤외곽 달라지역을 방문할 경우 한번씩 타보게 되는데 달라지역 2시간 정도 도는데 5천짯 정도 받았다. 요즘 관광객이 넘쳐나 바가지 씌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타기 전 흥정은 필수다.

7. 호스까: 바간에 가면 한번쯤 타게 된다. 반나절 일정, 하루 일정 등 일정에 따라 가격은 다르며 하루 일정이 1만5천짯 정도였다. 바간에는 호스까 이외에 자전거나 요즘 새롭게 등장한 전기오토바이도 있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