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맛집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맛집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6년 1월 6일 수요일

종로 3대 먹방빌딩

종로의 맛집 지도가 확 달라졌다. 청진동 일대의 구도심이 재개발되면서 마천루급 빌딩이 들어섰고, 빌딩 하부 공간에 주제가 분명한 맛집 블록이 생긴 것이다. 이 빌딩들은 종로 대로변 쪽을 골목 형태로 조성, 예전의 피맛골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제공한다. 끌리는 맛집들도 가득해졌다. 


빌딩마다 특별한 주제의 식당 공간 만들어

3대 먹방 빌딩의 주인공은 <그랑서울>, , <르메이에르 종로 타운>이다. <그랑서울>은 종각사거리 옆에 있는 건물로 지하철 종각역 통로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은 만화 <식객>에 등장했던 음식점들을 입점시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음식점들도 공력이 깊은 브랜드와 독특한 메뉴들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는 ‘빌딩으로 들어간 이태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 세계의 음식들을 모아놨다. 물론 그 중에는 한식도 포함되어 있다. 피맛골이 철거되던 20세기 말에 생긴 <르메이에르 종로>는 당시 피맛골에서 수십 년 동안 장사를 하다 망연자실하게 되었던 상인들의 새로운 둥지 역할을 자임했다. 그렇게 시작된 종로, 무교동, 종각 일대의 맛집 지도는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이 즈음 1단계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피맛골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이 빌딩들은 정겨웠던 옛 추억을 떠올릴 건물 구조도 제공하고 있다. 의 ‘소호골목’, <르메이에르>의 ‘피맛골’, <그랑서울>의 ‘식객촌’이라는 이름의 인위적 골목이 그것들이다. 각각 빌딩의 성격에 맞춰 명명한 이름들이지만 전 구간이 연결되어 있는 만큼 ‘21세기에 재생된 조선의 피맛골’이라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일본식 ‘가정식 백반’ <메스테이블>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좌석이 사라져버리는 인기 식당이다. 입구에 서서 메뉴 사진들을 보노라면 어서 먹고 싶어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 된다. 모든 가정식 백반에는 기본적으로 공기밥과 미소장국, 자완무시, 모야시, 쯔께모노 등이 제공되고, 메인 음식이 어떤 것들이냐에 따라 메뉴도 달라진다. ‘가마메시’(2만원)는 날치알, 돌솥밥을 메인으로 사시미, 스시, 새우장에 계절 요리 몇 가지가 올라온다. ‘우미유우항’(1만9000원)은 생선요리 메뉴로 구이와 연어, 사시미 등이 올라온다. ‘마재고항’(1만2000원)은 새우장 비빔 정식으로 날치알과 채소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찌라시고항’(1만3000원)은 초밥 위에 숙성된 사시미를 얹은 식단인데 일본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 모든 메뉴를 매일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때 그때 재료 상태에 따라 ‘오늘의 메뉴’ 몇 가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단 문 앞에 가야 정확한 먹거리를 알 수 있다. 또한 기본 공깃밥은 장어덮밥, 연어스테이크덮밥, 오차즈케 등으로 변경 주문이 가능하고(추가 요금) 야끼니꾸, 메로구이, 새우장 등 일품요리를 추가할 수도 있다(추가 요금).

영업시간 11:30~22:30(저녁 준비시간 15:00~17:30) 문의 02-2158-7977 *일요일 휴무


▶요즘, 아주 난리가 났음 <부산포어묵>

부산에서 대히트를 친 뒤 허영만의 음식 기행 만화 <식객>에 소개되면서 전국구 맛집이 된 오뎅 식당이다. 이 집 어묵이 맛있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묵의 기본인 생선 가는 작업을 멧돌로 해서 해산물의 섬유소가 파괴되지 않고 탄력이 오히려 강해진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쳐대서 식감이 쫄깃하다. 튀기기 전 스팀으로 살짝 쪄내 기름기가 덜하고 맛도 담백하다. 그렇게 만든 어묵을 개별냄비에 끓여먹는 ‘어묵두루치기’(1만5000원), 어묵꼬치(1만2000원), 어묵탕(1만8000원), 유부주머니(1만8000원), 스지어묵탕(2만8000원) 등을 맥주, 소주, 사케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점심 메뉴는 따로 있다. 유기농 채소와 함께 나오는 통영산 멍게비빔밥, 어묵전골, 이까슈마이(오징어 딤섬) 등이 그것이다. 저녁 시간에 오뎅바에 앉으려면 조금 서두르는 게 좋다. 예닐곱 사람이 앉을 만한 바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11:30~02:00(저녁 준비시간 15:00~17:30) 문의 02-2158-7989

▶식객촌에 어떤 식당이 있을까? 식객촌 리스트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등장한 전국의 맛집은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그랑서울 식객촌으로 들어온 식당들로는 위에 소개한 부산포어묵 외에도 한우 코스요리로 유명한 ‘참누렁소’,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다 유명 맛집이 되어버린 ‘전주밥차’, 김치명인 이하연 씨와 한정식 명인 김성근 셰프가 만든 한정식 식당 ‘한정식 봉우리’ 등이 있다. 한우청미설렁탕, 한우꼬리탕, 한우우거지탕, 한우차돌된장찌개 등 11가지의 탕과 찌개를 맛볼 수 있는 ‘벽제설렁탕’, 그리고 잡곡과 제철 식재로 만든 정갈한 건강식을 제공하는 ‘무명식당’, 1993년 경기도 파주 오두산 근처에 문을 연 뒤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집으로 성장한 ‘오두산’ 등도 그랑서울 식객촌에 들어와 있다.







▶연어가 실컷 먹고싶을 땐 <수사>

연어와 해산물 천국 뷔페다. 연어스시, 연어롤, 연어샐러드, 유부초밥, 계란스시, 타코와사비 스시 등 각종 해산물 스시는 물론 ‘하카다 명란마요밥’, ‘수제어묵’, ‘가마보코 나베’, ‘고추어묵’, ‘볶음면’, ‘홍합탕’, ‘우동’ 등 한끼 식사로도 충분한 메뉴에 면 종류, 디저트까지 없는 게 없다. 완성된 메뉴를 접시에 덜어 먹는 것도 편안하고 즐겁지만 메뉴에 따라서는 손님이 직접 재료를 골라 취향대로 먹는 메뉴들도 있어서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카이센라멘, 부타동, 크림카레우동, 돈베야끼, 부타노가쿠니 등 일본에서 맛보았던 별미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이용법을 알고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일단 선결제 후 식사다. 대기 손님들이 많아서 취한 조치라고 한다. 주차는 2시간까지 무료이다. 샐러드바 이용료는 평일 점심(11:00~17:00) 1만2900원, 평일 저녁(17:00~22:00) 1만9900원, 주말과 공휴일 1만9900원, 초등학생 9900원, 미취학 36개월 이상 6500원이다. 테이블 이용은 입장 시간 기준 100분이다.

영업시간 11:00~22:00 문의 02-2251-8413


▶이태원이야? <파워플랜트>

D타워 맛집 공간 가운데 또 다른 섬이다. 이태원, 강남 등 서울의 핫플레이스에서 보았던 식당들이 이곳에서 또 다른 분위기와 맛을 선보이고 있다. 이국적 인테리어와 개성 강한 음식들로 특히 저녁 시간에는 좌석이 없어 거의 20~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파워플랜트에 입점해 있는 맛집들로는 이태원 피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부자피자’, 멕시코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코레아노스’, 바닷가재를 재료로 하는 각종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랍스터쉑’, 미국사람이 좋아하는, 미국 여행길에서 제일 먹어보고싶은 음식 가운데 하나인 ‘길버트버거’,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는 ‘매니멀 바베큐’ 등이 있다. 생맥주 등 알콜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바는 파워플랜트 초입에 별도로 있다. 이곳에서 대동강 에일맥주도 맛볼 수 있다. 고기는 1만원대에서 6만원대, 피자는 4만원대, 멕시코 음식은 1만원대, 랍스터는 2만원대에 즐길 수 있다.

영업시간 11:00~23:00 문의 02-2251-8333


▶젊어진 사리원 <시별리>

북한식 불고기와 냉면으로 유명한 사리원이 북한에서 식당을 할 때 이름이 ‘시별리’였다. 그 이름을 다시 부활시켰다. 사리원에서 맛보았던 전통 불고기와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저온 숙성시킨 고기에 양념불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육수불고기 세트’(1만9500원)가 대표 메뉴다. 식사로 물냉면, 비빔냉면, 된장뚝배기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요즘 불고기 장르의 최강자로 떠오른 ‘바싹불고기 세트’(2만9800원)도 인기가 있다. 얇게 저민 불고기를 직화로 구워 고기에 불 냄새가 스며있다. 그 밖의 일품 요리로는 두툼한 갈빗살이 식감을 올려주는 영양갈비탕(1만1000원), 우거지갈비탕(1만1000원), 사골육개장(1만원), 차돌된장뚝배기(8500원) 등이 있고 오리지널 사리원불고기와 남도에서 인기있는 ‘쇠고기육전’도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 점심 식사 11:00~22:00(점심 특선은 15:00까지) 문의 02-2251-8330


▶격조높은 한식 뷔페 <자연별곡>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진 한식 뷔페 맛집이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며, 조선 시대 궁궐내 대장금에서 조리했던 ‘고추장양념제육구이’, ‘들깨홍합미역국’ 등도 원없이 맛볼 수 있다. 궁중 음식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부산의 유부전골, 강원도 두부보쌈, 광양불고기 등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 전통음식을 손님들이 직접 마무리해 먹는 것도 자연별곡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팥죽에 시용자가 스스로 꿴 경단을 담가 하나하나 빼먹는 ‘팥죽퐁듀’가 그것. 또한 겨울철에 특히 먹기 좋은 음식으로는 묵은지 돼지목살찜, 통영 멍게비빔밥, 순살닭강정, 군고구마, 돌솥삼계탕, 버섯 영양돌솥밥 등이 있다. 워낙 가짓수가 많으니 어차피 전부 먹지는 못한다. 무엇을 먹을지 미리 작정하고 가는 게 실속 있다. 테이블에서 직접 끓여먹는 전골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겨울 메뉴다.

영업시간 평일 점심 11:00~16:00 / 평일 저녁 16:00~22:00
평일 저녁 16:00~22:00 / 주말과 공휴일
문의 02-2251-8540

요금 평일 점심 1만2900원 / 평일 저녁, 주말, 공휴일 1만9900원 / 취학 아동 9900원, 미취학아동 6500원 / 36개월 미만 어린이 일행당 2명까지 무료이용(증빙자료) / 입장후 2시간까지 이용





▶백년 해장국 <청진옥>

지금 그랑서울이 들어선 자리에 원래 청진옥이 있었다. 1937년에 그 자리에 개업했다가 2000년대 후반에 이곳으로 이전했다. 80년을 바라보는 해장국집으로 24시간 동안 고은 소 뼈 국물에 선지와 소의 양지, 내장, 우거지 등을 넣어 뚝배기에 내오는 해장국(9000원)이 대표 메뉴다. 많은 양을 원한다면 ‘특해장국’(1만2000원)을 주문하면 된다. 해장국은 원래 술 마신 다음날 속을 풀기 위해 먹는 음식인데, 이 집은 담백한 해장국 외에 안주국(1만3000원), 뚜구국(2만원), 모듬수육(3만5000원), 빈대떡(1만3000원) 등 술을 부르는 메뉴들도 줄줄이 있어서 속 풀러 갔다 결국 술 푸고 오는 경우도 많다.

영업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문의 02-735-1690


▶이곳에서 벌써 10년 <청일집>

청일집을 보면 역시 음식만큼 강력한 유전자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70년 전 피맛골에서 시작한 얼큰한 우리 음식과 국밥, 그리고 탁배기 안주로 내놓기 시작한 부침개들을 70년 전 아저씨들도 좋아했고, 그 아들이 아저씨가 되어서도 좋아했고, 이제 그 아들의 아들들인 오늘의 30~40대까지 좋아하고 즐겨찾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 집의 식사 메뉴는 황태북어국, 굴국밥, 순두부찌개, 차돌된장찌개, 사골우거지탕 등이고 저녁 술안주로는 족발, 빈대떡, 파전, 낙지볶음, 데친낙지 등이 있다. 청일집이 피맛골에서 이 빌딩으로 이전한 지가 벌써 10년이다. 이전 당시 50년 이상을 함께해 온 맨질맨질해진 탁자, 막걸리잔, 주전자, 재떨이, 메뉴판, 현판 등 1000여 점의 ‘유물’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 전시회 이후 영구보관 중이다. 여전히 돈 만원(1인당) 이하로 든든한 한끼를 해결하거나 얼큰히 취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소중한 식당이 또 있을까.

영업시간 10:00~24:00, 토일 23:00 문의 02-732-2626


▶대를 잇는 충성 고객 <서린낙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피맛골 첫째 골목(교보문고 앞에서 무교동까지) 마지막 한옥에서 수십 년을 장사하던 서린낙지 역시 이곳으로 이전한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카운터를 지키던 아버지 사장님 자리에 아들이 서 있다. 손님들 또한 세대교체가 된 느낌이다. 서린낙지가 무교동의 쟁쟁한 낙지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낙지볶음(1만8000원)이다. 일단 맵고, 부드러우며, 뒷끝이 개운하기 때문이다. 먹을 때는 매워 죽을 것 같지만 계산하고 나갈 땐 말짱해진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맛도 서린낙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조개탕(1만원), 공깃밥과 함께 먹으면 조화가 잘 이뤄진다. 서린낙지의 또 하나 히트 상품은 ‘베이컨소시지’(1만5000원)이다. 피맛골 시절에 새로운 메뉴로 내놓았는데, 당시 그 맛에 열광하던 여인들이 어느덧 중년이 되었고 당시 아버지 손에 이끌려 생전 처음 낙지를 맛보았던 어린이가 청년이 되어 이집의 단골이 되었다.

영업시간 10:00~23:00 *명절 휴무 문의 02-735-0670


▶지금도 미진은 피맛골에 있다 <미진국수 보쌈>

1954년에 문을 연 집이다. 60년도 넘었다. 그 세월 변함없이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은 음식이 메밀국수와 보쌈이다. 대표 메뉴는 역시 냉메밀국수다. 모밀 소스 재료와 모밀을 테이블에 올려주면 손님이 직접, 갈은 무, 김, 송송파, 와사비 등을 육수에 적당히 넣어 제조해야 한다. 사실 건장한 남자라면 젓가락질 대여섯 번 하면 뚝딱 끝날 양이다. 그래서 메밀국수는 조금씩 말아 천천히 육수에 적셔 먹어야 영양과 맛이 제대로 흡입된다. 추운 겨울에는 온메밀 인기도 좋다. 온메밀은 어묵이 듬뿍 들어간 일종의 우동이다. 추위에 칼칼해진 입맛이 돌아오고 몸이 후끈해지는 메뉴다. 최근에는 짬뽕메밀면도 등장했다. 국물은 맵고 면은 부드러운, 부조화 속의 조화로움이라고나 할까? 이밖에 비빔메밀, 우동, 비빔밥, 만두, 메밀전병 등을 1만원 미만에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 10:00~22:00 *추석, 설 당일 휴무 문의 02-730-6198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기사 출처 : 매일경제>

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동네 맛집 유치 백화점 혈투

11월 17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 평일 오후인데도 일반 고객과 인근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백화점이 장기 불황의 탈출구로 먹거리에 주목하고 있다. 백화점 내 먹거리 집결지는 식품관이다. 업계에서는 백화점 식품관이 집객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고 있다. 익명의 백화점 바이어는 “예전에는 식품관이 백화점 구성의 일부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고객 방문을 유도하는 관문으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최근 3~4년간 통계를 보면 백화점 식품관의 성장세는 전체 매장보다 훨씬 두드러진다. 2012~2014년 롯데백화점 전체 품목 매출 신장률은 매해 2.1%, 3.9%, 1.5%였던 데 비해 식품 매출은 18.7%, 13.5%, 10.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전체 품목 매출 신장률은 7.4%, 2.0%, 0.1%에 그쳤지만 식품은 11.3%, 12.4%, 5.4%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의 여성패션 매출 신장률은 2.8%, 3.7%, 2.9%였으나 식품 매출은 12.5%, 14.1%, 15.2% 상승했고 올해는 10월까지 14.9% 올랐다. 백화점에서 쇼핑하지 않는 소비자도 식품관에서는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 때문에 백화점마다 인기 식품업체를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백화점 식품관 경쟁이 ‘혈투’라 할 만큼 치열해졌다”며 “예전에는 백화점이 ‘갑’이고 입점업체가 ‘을’이었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요즘은 백화점이 100% 업체를 모셔간다”고 말했다.
30분 이상 줄 서야 ‘동네 맛집’
백화점 식품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식품관 맛집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지역에서 유명한 ‘동네 맛집’ 또는 해외 유학파 소비자가 알 만한 외국 유명 식품 브랜드다. 업체 후보는 까다로운 검증으로 선정된다. 서울시내 모 유명 백화점은 식품업체 선정을 위해 세 가지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 총 노출 건수가 3000건 이상이고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높아야 하며 △고객이 많을 땐 30분 이상 줄을 서는 곳이다.
이 요건이 충족되면 바이어들이 업체 설득에 나선다. 그중 1순위는 발로 뛰는 것. 같은 매장을 수십 번 방문하거나 정기 회식장소로 삼아 접촉 횟수를 늘리는 식이다. 접촉 시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롯데백화점 일산점에 입점한 ‘세컨스쿱젤라또’의 유한석(35) 대표는 “한 바이어가 부산에서 미팅을 진행한 다음 날 새벽 첫차를 타고 충남 천안에 있는 과자 가게로 가더라”며 “업체 사장이 바쁘다며 만나주지 않으니 매장이 영업을 준비하는 이른 아침에 명함이라도 건네려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 F·B(식음료사업부) 임직원들도 서울 한남동 피자 맛집 ‘핏제리아 디 부자’를 본점에 유치하기 위해 비오는 날 특별 제작한 과일바구니를 들고 매장으로 찾아가 미팅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브랜드 입점 경쟁도 치열하다. 백화점 바이어인 윤모(29·여) 씨는 “일본 디저트업체와 수개월 전부터 접촉한 후 현지에 갔더니 다른 백화점들도 입점 경쟁을 하고 있었다”며 “경합하는 국내 벤더(매장 관리) 회사만 17곳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현지 업체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업체를 설득하는 강력한 수단은 특혜다. 첫째, 매출 수수료를 할인해준다. 식품관 입점업체는 매달 매출액의 20~40%에 달하는 수수료를 백화점 측에 지불하는데, 두 군데 이상 백화점에서 유치 경쟁이 붙으면 서로 상대 백화점보다 수수료를 낮춰주겠다고 제안한다.
둘째, 영업에 유리한 위치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핏제리아 디 부자는 한화갤러리아 본점 입점 시 “장작 화덕이 없으면 입점이 힘들다”고 요구해 백화점 측이 화덕 설치 공간을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위치의 유동고객도 중요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에 롤케이크 브랜드 ‘몽슈슈’를 입점한 몬쉘코리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쟁력 있는 업체는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식품관 입구 앞이나 에스컬레이터 앞, 마트 계산대 근처가 고객이 많이 다니는 요지다. 창고나 냉장고 위치도 중요하다. 고객 응대 속도와 직원들의 근무 효율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백화점이 서로 유치하려는 업체는 이 같은 조건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다.”
업체의 입점 비용을 백화점이 일부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 입점 비용은 매장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업체와 백화점이 각각 부담하는 부분이 다르다. 업체는 3.3㎡당 350만~500만 원의 인테리어비와 설비비, 3.3㎡당 50만~100만 원의 설계비를 낸다. 백화점은 전기·배수공사, 천장 및 바닥 공사로 3.3㎡당 100만~200만 원 비용을 댄다. 높은 초기 비용은 백화점과 업체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래도 백화점이 꼭 들여오고자 하는 업체는 인테리어비 일부를 대신 내주거나 식품 쇼케이스 등 설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업체 사이에서는 ‘어느 백화점이 무슨 특혜를 줬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돈다”며 “협상에서 우위에 선 업체들은 이런 정보를 입수하고 백화점과 계약할 때 더 높은 수준의 특혜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 2012년 선보인 식품관 ‘고메이494’. 한 장소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문화를 만나는 콘셉트다.
온갖 특혜에도 망설이는 숨은 맛집들
지역의 유명 맛집 가운데는 백화점 입점에 관심이 없는 곳이 적잖다. 3월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중국집 ‘송탄 영빈루’의 왕석보 대표는 “2년 전부터 백화점 직원들이 입점을 설득했는데 처음엔 내키지 않아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말했다. 왕 대표는 “백화점 영업이 절차상 까다로운 측면이 많고 밤에는 운영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직은 운영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숨은 맛집 사장들은 백화점보다 지역 내 알짜배기 상권이나 가맹점 증설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백화점 바이어들은 애가 탄다”고 말했다.
식품관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윤 바이어는 “백화점 식품관의 변화는 오너들의 관심사”라며 “식품 바이어 인력도 식품학 전공자뿐 아니라 패션 전문가, 파워블로거, 셰프 등으로 확장 중이다. 해외 브랜드를 최초로 유치하거나 기존에 없던 식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혈투는 이미 시작됐고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