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일곱 번째 달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16세기 프랑스에 살았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다. 사람들은 이 예언을 ‘태양계 천체가 특정 모형으로 배치되는 순간 종말이 온다’고 해석했다. 달·화성 등 행성이 예언에 등장했고, 노스트라다무스가 천체 운행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점성학자였기 때문이다.그의 예언처럼 정유년 다섯 번째 날(음력 1월 5일)인 1일 실제로 달과 화성이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은 “1일 일몰 후부터 밤 9시까지 달-화성-금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천문 현상이 일어난다”고 31일 밝혔다.오후 5시가 지나면 남서쪽 하늘에서 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서울 기준으로 오후 5시56분 해가 지면 금성이 보이고, 조금 더 기다리면 달과 금성 사이에 자리 잡은 화성도 볼 수 있다. 이때부터 약 3시간 동안 세 행성이 거의 일직선상에 위치한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행성과학그룹장은 “지구에서 봤을 때 달과 화성, 금성의 궤도상 위치가 같은 방향에 놓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날엔 망원경 없이도 토성까지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행성이 일렬로 배치되는 이런 현상은 종종 지구 종말론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했던 일부 과학자는 행성 배치를 두고 태양계 멸망을 예측했다. 이들은 “82년 달을 포함한 태양계의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면 서로 인력이 작용해 대규모 지진·해일 등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99년 8월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계의 행성이 십자가 모양(grand cross)으로 배열했고, 2000년 5월에는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이 우주공간에서 거의 일직선상(grand alignment)으로 늘어섰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은 이때 다시 활개를 쳤다. 많은 사람이 갑자기 생업을 벗어나 성지와 예배당으로 몰려들었다. 행성 직렬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공중부양할 수 있다는 이론이 나오기도 했다.박한얼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태양계에서 태양의 중력은 전체 행성의 99%”라며 “행성 간 거리가 가까워져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중력이 커질 일은 없다”고 말했다.행성들이 가까워진다고 서로 끌어당겨 부딪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태양계 행성이 일자로 배열돼 행성 간 인력 때문에 종말이 온다는 얘기도 완전히 허구다.해일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을까.최영준 그룹장은 “행성 직렬 시 영향력은 달이 지구에 미치는 힘의 수만 분의 1 수준”이라며 “행성이 일렬로 늘어선다고 해도 이게 지구의 조석·조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천체들이 특이한 모양으로 배열하는 현상은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 사람이 그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99년 행성이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하는 현상과 종말을 연결 지은 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본다. 중국에서 주나라가 들어설 때 ‘다섯 개의 행성이 한곳에 모였다(오성취합·五星聚合)’는 주장도 왕조의 흥망성쇠를 점성학적으로 풀어 보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1일 밤처럼 서너 개의 행성이 일렬로 모이는 현상은 2년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 태양계에서 가장 무거운 4개 행성들(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은 179년에 한 번 일렬로 늘어선다. 9개의 행성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천체 공전주기상 불가능하지만 7개 행성이 거의 일렬로 늘어선 것은 2만 년 동안 수십 차례 있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성지순례를 떠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유엔기후협약 파리 회의
오바마 ‘새 기후체제’ 마련 주도적
여소야대 의회비준 사실상 불가능
‘강제성 없는 자발적 감축’ 가능성
개도국-선진국 갈등도 여전
4위 배출국 인도 “개발 기회 뺏지 말라”
중국 “선진-개도국 책임·의무 달라”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개막 하루 전인 29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의회 건물에 프랑스 예술가와 미국 영화인이 함께 만든 작품이 비치고 있다. 작가들은 파리에서 안전 문제로 행진이 금지됐지만, 각국 정상들한테 총회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도록 촉구하는 의미에서 세계 각국 500여명의 사진을 이용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파리/AP 연합뉴스프랑스 파리에서 30일 개막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20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에 대한 협상이 타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성공하려면 미국이 참여해야 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얼마나 부담을 나눠질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1995년 첫 총회 이후 반복되는 해묵은 문제로 여전히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다.1997년 채택된 이른바 ‘교토의정서’는 미국의 참여 거부로 사실상 좌초됐다. 이번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기후체제’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거의 20년 만의 반전이다.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에서 ‘새 기후체제’를 들고와도 미국 내에서 의회의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교토의정서 때와 마찬가지로, 의회는 공화당이 지배하는 ‘여소야대’다. 공화당은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기세다. 민주당이 과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원의 3분의2의 지지를 얻어 비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파리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신에 ‘자발적 감축안’을 추진하는 것도 의회의 비준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더 큰 문제는 개도국 재정지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의 재정적 지원과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안을 사실상 연계시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30억달러를 녹색기후기금(GCF)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예산권을 쥔 공화당의 하원이 반대하면 이런 약속을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갈등도 여전하다. 교토의정서 때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선진국만 지고 개도국은 지지 않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9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부유한 세계가 기후 변화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개도국은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의 생활양식이 개발의 사다리 첫 단계에 있는 많은 이들의 기회를 앗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디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공통이지만 다른’ 책임의 원칙이 우리의 공동 사업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이와 다른 원칙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인도는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4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모디 총리는 재생에너지 개발로 개도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여지가 더 생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술이 있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접근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중국은 2009년 코펜하겐 회의 때와 달리 이번 회의엔 전반적으로 협조적인 태도이지만, 지금까지 밝힌 온실가스 감축 목표 외에 추가로 양보할 뜻은 없어 보인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5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파리 총회에 참석해 개막연설을 한다면서 “기후변화 문제는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한 결과”라며 “선진국과 개도국의 책임과 의무가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한편, 오바마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모디 총리 등 세계 20개국 정부 지도자와 28개 투자그룹은 현재 약 100억달러 규모인 청정에너지 연구·개발 투자를 향후 5년간 2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서명국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포함됐다.
<기사 출처 :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