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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6일 화요일

"태어날 아이 첫 선물" 상술에 놀아나는 원정출산

- 만삭 임산부, 하와이·괌·사이판 등 미 현지 출산 ‘기승’
- 제왕절개·산후 전문조리 등 이용시 수천만원 더 들어
- 유학 등 법망 헛점 이용해 이중국적 취득하는 편법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미국 원정출산으로 연 5000명 가량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다. 두달간의 원정 출산 기간동안 약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출산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어요. 전문가들이 미 출입국 심사 답변에서부터 숙소, 병원, 의료 컨설팅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태어나는 내 아이에 첫 선물이라고 생각하시고 투자하세요” (원정출산 전문업체 직원)

미국 시민권 취득을 돕는 원정 출산 전문업체들과 연결은 어렵지 않다. 이들은 미 현지에병원, 산후조리원 등과 연계한 출산 대행업체를 두고 한국에서 사무소를 운영한다. 

좀더 규모가 큰 업체는 미국 현지에 한국계 병원과 대형 산전·산후 조리원을 차려 놓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고객을 모집한다. 원정 출산에 따른 비용은 두달 동안 2000만~3000만원이다. 

현행법상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출국해 아이를 낳는 것은 관광비자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다. 그러나 원정 출산 전문업체들은 “도덕적인 문제일 뿐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부모들을 유혹한다.

실제로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 어느 한 국적을 포기하거나 이중국적을 신청할 경우 체류기간 등 제출서류를 보고 후행적인 심사를 할 뿐이다. 

◇ 태교여행 위장해 사이판·괌·하와이서 원정출산 성행 

원정 출산을 떠나는 산모들은 괌, 사이판, 하와이 등 미국 영토인 휴양지로 몰린다. 최근 유행하는 태교여행을 가장해 입국하기가 쉽고 몸조리를 하기도 편해서다. 원정출산 전문업체들은 휴양지에 대형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현지 병원과 연계해 원정 출산을 유도한다. 

본지 취재 결과 괌, 사이판에서 자연분만을 전제로 한 원정출산에는 비행기값 숙소비용 등을 모두 합해 임산부 1인당 2개월(60일) 기준 최소 2만 달러다. 하와이는 7000~8000달러 가량 더 비싸다. 

다만 미 현지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와이에서 출산 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산후 조리를 위해 친정 엄마나 남편 등 가족들이 오기 때문에 방 두 개가 있는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며 “이경우 최소 1만 달러 정도 비용이 더 든다”고 전했다. 

또한 남편과 친정 엄마 등 가족이 동행할 경우 비행기 값과 식사비 등은 별도다. 3주에 3500~5000 달러 가량 드는 산후 전문 조리사 서비스 등도 추가 옵션 사항이다.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하게 될 경우 의료비는 8000달러(자연분만)에서 1만 3000달러(제왕절개)로 5000달러 이상 늘어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정출산이 명백한 불법행위는 아니어서 제재할 수단은 없다”라며 “과도한 원정출산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등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유학생 위장하면 이중국적 가능” 편법 알선도

지난 2005년 개정된 국적법으로 원정출산의 경우 예외없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중 국적을 가질 수 없다. 현행법상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남자들은 정상적인 병역 의무를 마치기 전까지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원정 출산으로 이중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은 만 22세 이후 한 곳의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국적법상 예외규정은 있다. 자녀가 출생할 당시 부모가 유학이나 상사 주재원, 공무 파견 등의 사유로 외국에 있었다면 이중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최문정 법무부 국적과 사무관은 “부모가 자녀 출생을 전후해 2년 이상 외국에 체류하거나 외국의 영주권 등을 취득한 경우, 자녀 출생 당시 유학·공무파견 등 사유로 오랜 기간 외국에 머문 경우에는 원정출산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법규정의 헛점을 노려 유학 등을 빌미로 외국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도 있다. 

한 원정출산 전문업체 관계자는 “학생비자(F1)로 1년 이상 체류하면서 출산을 하게 되면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 한국에서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 방식으로 복수 국적 유지가 가능하다”면서 “미리 유학을 준비하거나 해외 파견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김명준(가명·38)씨는 “원정출산으로 내 아이가 해외에서 질 높은 교육을 선택해 받을 수 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세제, 의료 혜택 등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들었다”며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지만 범법 행위도 아니고 나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이데일리>

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기업직원 외국어 능력…룩셈부르크 1등, 한국 중간, 일본 꼴찌


영어 마을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한국 어린이.
1997년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2시간짜리 영어 과목이 개설됐다. 한국에서 영어가 초등교과 과정에 포함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다.

이제는 유치원생들도 영어로 의사표현을 하고, 대학에서 해외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기업에서 느끼는 직원의 외국어 실력은 중간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외국어 능력, 한국은 10점 만점에 5점대…"실무 회화능력 떨어져"

26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원의 외국어 능력은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29위에 그쳤다.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 직원이 기업의 필요에 맞는 '외국어 능력'을 갖추었는지 설문조사했을 때 한국의 점수는 5.83점(10점 만점)에 불과했다.

한국의 점수가 보통 수준을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직원의 실무 회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 대학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취업을 앞둔 4학년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과거보다 전반적인 영어 성적은 늘었다"면서도 "독해나 문법 점수는 좋은데 상대적으로 실무 회화 실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평가할 때 외국어 능력이 가장 좋은 인재를 갖춘 나라는 룩셈부르크(8.89점)였다.

또 네덜란드(8.68점), 덴마크(8.63점), 스위스(8.57점)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권에 포진한 이들 나라는 대부분 여러 언어를 공용어로 쓰거나 모국어 이외에도 영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국가였다.

룩셈부르크는 공용어로 룩셈부르크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3개 국어를 사용하며 스위스 역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스어를 공용으로 사용한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유럽 국가 가운데 영어 능력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영어, 말레이어, 타밀어, 중국어를 사용하는 싱가포르가 7위(8.34점)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홍콩도 21위에 올랐다.

미국은 42위(4.79점)로 하위권에 속했으며, 영어로 길을 물으면 대답을 못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는 52위(3.67점)를 기록했다.

외국어 능력 평가에서 꼴찌 수준인 나라는 일본과 브라질이었다. 이들은 각각 60위(2.86점), 61위(2.48점)에 올라 낙제점을 받았다.

◇ 대학의 직무능력 교육도 중하위권…산학연 연계가 중요

대학 교육이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능력 교육에 들어맞는지를 묻는 '교육 시스템의 경쟁력 부합' 항목에서는 한국이 38위(5.17점)로 중하위권에 속했다.

1위에 오른 국가는 8.56점을 받은 스위스였고, 싱가포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도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불가리아가 2점을 받아 꼴찌를 차지했고 크로아티아, 브라질, 몽골 등이 하위권이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사기업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한국 대학이 세계 각국보다 기업 직무교육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른바 산학연(산업계와 학계, 연구 분야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불리는 대학과 기업 연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노동시장연구 TF 연구위원은 "(상위권에 든)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직업훈련이 잘 이뤄지는 국가"라며 "이들 국가는 직업훈련 시에 정부는 재원 지원을, 대학은 인력을, 회사는 커리큘럼을 짜는 협업 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변 연구위원은 "한국의 직업 훈련은 아직 공공부문 위주고 정부가 커리큘럼을 짜다 보니 빨리 변하는 산업 환경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11월 1일 일요일

검찰 ‘1+3 유학 프로그램’ 운영 대학총장 불기소 처분

검찰이 ‘1+3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한 전국 16개 대학 관계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위법 행위는 맞지만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박성근 부장검사)는 지난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서울교대와 중앙대, 경희대, 서강대 등 전국 16개 대학 총장과 10개 유학원 대표의 외국교육기관특별법 및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다만 대학과 연계해 ‘1+3 유학 프로그램’에 합격한 학생에게 영어교육을 한 5개 유학원의 대표에 대해선 벌금 5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다.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경희대, 서강대 등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1+3 유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을 선발했다. ‘1+3 유학 프로그램’은 1년 동안 국내 대학에서 교양, 영어과정을 이수하고 국제교류 협정을 한 외국 대학의 2학년으로 진학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1+3 유학 프로그램은 국내 학위와 무관하다”며 “고등교육법이 규정한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학에 폐쇄하라고 통보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대학 총장 12명과 부총장 4명 등을 고등교육법 및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두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은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 등 특정 지역에서 외국 대학을 설립, 운영할 때 적용하는 법으로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고등교육법 중 ‘사실상 비인가 대학 운영’도 적용할 수 없었다. 대학이 기존의 조직, 시설, 교수를 이용해 외국대학의 조건부 입학생에게 교양과목을 강의한 것에 불과해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유학프로그램은 교양과목 일부에 불과할 뿐 하나의 대학으로 볼만한 요소를 갖추진 못했다”며 “위법행위는 확인했으나 고등교육법이 규정한 ‘사실상의 비인가 대학 운영’ 혐의가 성립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서울 소재 H유학원 등 5곳의 대표는 학원 등록을 하지 않고 학생에게 영어수업을 한 혐의(학원법 위반)로 약식기소했다. 학원법에서는 학원을 운영하려면 교육감 등록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일부 유학원에 대해선 학생 유치를 위해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대학 관계자와 주고받은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적용했다.
<기사 출처 : 이데일리>

2015년 10월 21일 수요일

중국서 美SSAT 무더기 만점…시험 취소

중국에서 치른 미국 사립고교 입학시험(SSAT) 성적이 비상식적으로 높게 나타남에 따라 시험관리당국이 성적을 전면 취소했다. 

미국 SSAT 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상위레벨 SSAT시험을 치른 중국 수험생들에게 성적을 모두 취소키로 했다는 내용을 우편으로 통지했다고 중국 시정(時政)신문이 21일 전했다. 

위원회는 당일 두 지역에서 시험을 치른 357명의 학생들의 성적을 면밀히 조사 분석한 뒤 이번 성적의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만한 충분한 사유를 갖고 있다고 성적 취소 배경을 밝혔다.

SSAT 중국측 관계자는 위원회가 지나치게 고득점자가 많은데 대해 조직적인 부정행위나 편법이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수험생들이 사전에 낸 동의서와 SSAT 시험운용 규정 등에 근거해 상위레벨 SSAT 시험의 모든 성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중국 수험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선전(深천<土+川>)의 한 전문학원 출신의 학생들이 전원 2천400점 만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2천200점이면 최고수준의 점수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SSAT를 통해 들어가는 미국의 일류 사립학교는 미국에서도 2%의 학생만이 입학하는 곳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당일 시험을 마치고 나간 한 수험생이 기다리던 학원선생에게 "예상문제가 전부 나왔다"고 했다는 말도 전해졌다. 

중국의 'SSAT 족집게 학원'은 매월 치러지는 SSAT 시험 때마다 자기 학원의 수험생들에게 문제를 기억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시험지를 유출시킨다. 일부 학생은 시험문제를 지우개에 베껴 시험장을 나서기도 한다.

이렇게 유출된 시험문제가 장기간 누적되면 이들 학원은 SSAT의 문제 풀(pool)을 대부분 확보하고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이 문제만을 학습시켜 쉽게 고득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지역에서 치러진 SSAT에서는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10월 12일 월요일

SAT만점도 명문대 낙방… 美아시아系 '대나무 천장'에 운다

[64개 아시아계 권익단체, 美교육부에 인종차별 항의 서한]
수학·음악 탁월 중국계 학생, 아이비리그大서 또 거부당해… 작년의 집단소송 재연 우려
야후 등 유명 IT기업서도 아시안 직원 40%대이지만 임원급은 10% 안팎에 그쳐
대학 입학을 앞둔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왕은 모든 면에서 우수한 학생으로 꼽혔다. 대학 입학시험에선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고, 전교생 1002명 가운데 2등으로 졸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래를 불렀고,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서 3등을 차지할 정도로 음악 실력도 뛰어났다. 전미 수학경시대회에서 최고 150명 안에 선정됐으며, 각종 전국 단위 토론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태어나 처음으로 '실패'를 맛봤다. 지원했던 7개 아이비리그 대학 중 6곳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은 것이다. 학교 측에 낙방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나보다 조건이 뒤지는 아이들도 다 합격했다. 대체 어떤 자격을 더 갖춰야 합격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잇따라 마이클처럼 입학과 승진에서 차별받는 아시아계의 스토리를 집중 보도했다.
2013년 하버드대 졸업식장 모습. 주류를 이루는 백인들 사이로 아시아계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사회에선 아시아인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추세지만, 이들은‘대나무 천장’에 가로막혀 대학 입학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2005년엔 중국인 유학생 지안 리가 대학 입학시험 만점을 받고도 프린스턴 등 3개 아이비리그와 MIT, 스탠퍼드에 모조리 떨어져 화제가 됐다. 최근 비슷한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64개 아시아계 미국인 권익단체는 "아이비리그가 아시아계 학생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항의 서한을 미 교육부에 보냈다. 작년엔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이 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입학 심사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했다는 집단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는 1970년대부터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특정 인종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이 대학들이 아시아계 학생들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뉴스위크는 "하버드대는 20세기 초 유대인 지원자들이 너무 많아 유대인 입학을 제한한 적이 있는데, 21세기에는 아시아계가 유대인 자리를 대체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학업 성적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약진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아시아계가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불과하지만, 전미 수학·물리 올림픽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은 30%에 달한다. 한국의 특목고에 해당하는 뉴욕 스타이븐슨과 브롱크스 고등학교의 아시아계 학생 점유율은 각각 75%, 60%로, 백인 학생들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 대학입학 능력시험인 SAT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백인 학생 평균보다 140점, 흑인 학생들보다는 310점 높다.
아시아계 미국인 제니퍼 리와 민 주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성취 패러독스'라는 책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이 학업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이유는 부모들의 집착에 가까운 열성"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 대학들은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수치를 비교하면 아시아계 학생들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서부의 MIT'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 공대는 인종 쿼터제 없이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데, 아시아계 미국 학생 비중이 2000년 25%에서 2013년 42%로 증가했다. 반면 쿼터제를 실시하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은 같은 기간에 14~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 입학에서 아시아계가 받는 불이익은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내 모범적인 소수민족인 아시안이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에 갇혀서 참을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따르면 구글·인텔·링크트인 등 미국 대표 IT 기업의 아시아계 직원은 전체 직원의 약 30~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임원급 비율은 10%대였다. 아시아계 직원과 점유율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백인이 임원급의 70~80%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한국 유학갔다 뇌사 … 4명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난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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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딸 우위안신(吳元馨·가명·25)! 오늘(7일) 아침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터)에서 화장(火葬)을 앞둔 너를 마지막으로 보고 있어. 관 속에 누워 고요히 눈을 감은 너. 그저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너를 끝내 저세상으로 떠나 보내면서도 못난 엄마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네가 뇌사 상태에 빠진 지 261일째인 어제. 아빠와 엄마는 인공호흡기를 뽑는 데 동의했어. 너는 이제 지긋지긋한 침대에서 벗어나 긴 여행을 떠나겠지.

 지난 1월 19일이었지? 지난해 3월부터 한국 대학에 유학 중이던 네가 서울 혜화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의료사고를 당한 게. 어려서부터 한국을 유난히 좋아해 유학 갈 때 그렇게 행복해했었는데….

 엄마는 유학을 떠난 지 10개월 만에 서울대병원 응급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널 보곤 정신을 잃고 말았어. 경찰들 말이 의사가 포도당수액을 과다 투여해 네가 뇌사에 빠졌다는 거야. 다행히 의료사고 부분은 과실이 명백해 너를 그렇게 만든 의료진은 모두 처벌을 받았어.

지난달 10일 이모(43·여) 원장은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대. 간호조무사 이모(47·여)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판사님이 이렇게 말했다더구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고 피해자 생명에 현저한 위험이 발생했다. 진료기록을 변조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

 올해 겨우 스물다섯 살인 우리 외동딸….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엄마와 아빠는 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깨어나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단다. 천진하게 웃으며 “엄마·아빠, 나 배고파” 하고 말하는 꿈을 꾸기도 했지.

그런데 시간은 냉정하더라. 시간이 흐를수록 네 상태는 더욱 나빠졌어. 의료사고 판결이 난 직후부턴 주변에서 조심스레 장기기증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지.

물론 처음엔 엄마·아빠도 펄쩍 뛰었단다. ‘씩씩한 우리 딸 살아 돌아올 게 분명한데. 어디서 함부로 장기기증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지.

 하지만 동신교회 사람들과 서울대병원 직원들이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지. “의료진 말이 우위안신이 깨어날 가망은 사실상 없다고 하네요. 장기기증을 해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방법도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아무 연고도 없이 한국에 온 우리를 보듬어주고 돌봐준 고마운 분들이 어렵사리 그런 얘기를 꺼내는데 엄마·아빠는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어.

 그런데 추석 하루 전쯤 아빠가 네가 중국에 있을 때 야채 파는 할머니 물건을 몽땅 사 갖고 왔던 얘기를 꺼내더라. “할머니가 너무 안돼 보여 남은 걸 전부 사왔다”고 네가 했던 말 기억나지. 그러면서 아빠가 “늘 베푸는 걸 좋아했던 우리 딸도 아마 장기기증을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고 그러더라. 장기기증을 하든 하지 않든 결국 화장하면 재로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왕이면 우리 딸이 새 생명을 주고 떠나게 해주자는 말과 함께.

 엄마는 너의 아름다운 결말을 생각했어. 그러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병원 측은 “중국인(한족)이 한국에서 장기기증을 한 건 처음”이라고 했어. 네 심장과 간, 신장 두 개가 기증될 거라고도 했지. 네가 한국인·중국인 등 모두 네 명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

 사랑하는 딸 우위안신! 엄마는 며칠 전 서울 시내에 처음 나가봤어. 서울이라곤 네가 261일간 줄곧 누워 있던 서울대병원 응급 중환자실과 병원 근처에 있는 동대문 동신교회밖에 몰랐던 엄마인데 말야. 적막한 병원과는 달리 서울은 참 소란하고 화려한 곳이더구나. 너는 사경을 헤매는데 거리는 분주하기만 했어.

 그날 엄마는 네게 마지막으로 입힐 옷과 신발을 골랐어. 수의(壽衣) 대신 여대생에게 어울릴 만한 옷으로 네 마지막을 꾸며주고 싶었어. 네가 치마를 좋아할까, 바지를 좋아할까. 먼 길을 떠나는데 짧은 팔은 춥겠지. 눈물이 범벅인 채로 마지막으로 네가 입게 될 옷을 고르고 또 골랐단다.

 어젯밤 힘겹게 장기이식 수술을 마친 너를 떠올리면 엄마 가슴은 무너진다. 수술실 앞에서 “왜 엄마를 불러놓고 일어나질 못하느냐”면서 오열하기도 했지. 이제는 마지막이 될 네 예쁜 얼굴과 두 눈, 작은 입에 가만히 엄마 얼굴을 맞대 본다. 병원 분이 말하길 오랜 시간 누워 있던 탓에 발이 퉁퉁 부어 엄마가 사 온 단화 구두는 신을 수가 없다고 해. 그래서 신발은 발 밑에 가지런히 놓았어. 저세상으로 가는 길에 혹시라도 발이 아프거든 꼭 신어야 해!

 마지막으로 네가 좋아하던 알사탕을 입에 넣어줄게. 엄마·아빠 생각하면서 조금씩 아껴 먹어. 자랑스러운 딸 우위안신! 네가 엄마·아빠의 딸이어서 너무 고마웠어. 다음 생애에도 우리 딸로 태어나주길 바라. 잘 가, 하나뿐인 우리 딸…. 하이쯔, 짜이젠(孩子, 再見·아가야, 안녕) 

 ※이 기사는 지난 7일 딸의 화장을 앞둔 어머니가 작성한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중국인 우위안신의 부모와 서울대병원 관계자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했습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2015년 10월 6일 화요일

8년간 아내·딸 뒷바라지 한 '기러기 아빠' 결국 이혼 소송

8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하는 딸과 아내를 뒷바라지 한 '기러기 아빠'가 낸 이혼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부산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1991년 아내 B씨와 결혼해 딸을 낳았다. 딸이 13세이던 2006년 9월 A씨는 교육을 위해 딸과 아내를 미국으로 보냈다. 당시 한 달 가량 미국에 함께 머문 뒤 귀국한 A씨는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교육비와 생활비를 꾸준히 보냈다. 미국에는 2009년 11월까지 2차례 가 아내와 딸을 잠시 만나고 돌아왔다.
A씨는 2009년 12월 아내에게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다. 우울하고 외롭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2010년 3월에는 국내로 돌아와 달라고 했고, 이듬해 1월에는 이메일로 이혼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건강이 좋지 않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메일을 보내며 국내로 돌아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2012년 3월 남편 A씨에게 8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혼 요구에 동의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A씨는 그 무렵 5000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아내 B씨는 여러 조건을 내걸며 귀국 의사를 내비치긴 했지만 결국 지난해 6월까지 8년 넘게 한 번도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옥곤 판사는 "장기간 별거 및 의사소통 부족 등으로 부부 사이에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돼 혼인 관계는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장기간 귀국하지 않은 아내에게 혼인 파탄에 대해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B씨는 남편이 다른 여성과 부정행위를 해 이혼을 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2015년 5월 24일 일요일

180만 외국인·유학생 외환송금 시장 활짝 열린다



증권·보험·핀테크업체에도 개방…수수료 낮아질 듯
100만원 송금때 은행 5만원…핀테크업체 5천원 수준

은행에서만 할 수 있었던 외환송금이 증권·보험사는 물론 핀테크 업체를 통해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외국인 체류자, 해외 유학생 등 주요 고객층이 180만명 이상인 외환송금 시장 문호가 활짝 열리는 셈이다.

경쟁업체가 많아지는 만큼 송금 수수료가 크게 낮아지고 절차 또한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외환송금을 포함해 그동안 은행에만 허용했던 외환업무 상당 부분을 비은행권에 개방하는 등 외환거래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소액의 외화 송금·수취 업무를 하는 '외환송금업'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외환송금은 은행의 고유 업무다. 이 법을 고쳐 '외환송금업' 면허를 취득하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관련 영업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체가 외환송금업자가 되면 카카오톡·라인 등 모바일앱을 이용해 집이나 직장에서 간편하게 외국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

해외에선 이미 트랜스퍼와이즈·커런시페어 등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외환송금을 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10만원을 보내려는 사람과 미국에서 한국으로 같은 액수를 보내려는 사람을 연결하는 'P2P(개인 대 개인)' 방식도 도입됐다.

그러나 국내법에서는 금융회사만 외국환업무를 할 수 있어 핀테크 업체들의 활동이 막혀 있었다.

외환송금 문호 개방으로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송금 수수료 인하다.

국내 은행에서 외화송금을 하려면 은행과 중개은행 수수료를 내야하고 상대방이 돈을 찾을 때 해외 현지은행 수수료를 또 내야 한다. 보통 100만원을 해외 송금하면 수수료가 5만원 정도 든다.

은행을 최소 3곳 이상 거치다 보니 이체가 완료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3일가량 걸렸다.

국내 영업을 준비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외화송금 서비스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위기의식을 느낀 은행도 수수료를 덩달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외환송금업자의 송금 범위를 개인 간 소액거래로 제한할 전망이다.

기업 거래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송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환치기' 우려가 있고 소액 거래 수요가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외환송금 수요자는 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 등 체류 외국인 158만명(2013년 기준)과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22만명(2014년 기준) 등 180만명 이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액 외환송금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정할지 논의 중"이라며 "일본은 2010년 법을 개정해 송금업자가 건당 100만엔(약 900만원)까지 외환송금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자지급 결제대행업자(PG)에 대해 외국환업무를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서 물건을 살 때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이용,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내국인이 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도 PG사를 통해 외화로 물건값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직구'와 '역(逆)직구' 모두가 한층 간편해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외화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불법거래를 걸러내기 위한 감시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송금 수수료 절감, 절차 간소화 등 규제 완화의 장점이 있지만 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규제를 푸는 대신 외화 자금 모니터링를 강화하고 규정 위반 시 제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5월 8일 금요일

기러기 아빠, 헌신하다간 '헌신짝' 된다? 맘 바꾸는 아빠들

해외유학 자녀들 U턴 외국인 학교行도 급증


기러기 아빠, 헌신하다간 '헌신짝' 된다? 맘 바꾸는 아빠들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서울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을 찾아 아이와 놀아주고 있는 아빠들. 요즘 아빠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 '기러기 아빠'가 되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가정 전체의 행복을 지키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진=뉴스1

"가족·건강 붕괴 싫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사립중학교 체육관에 목을 매 숨진 체육교사 A씨(52). 그는 기러기 아빠였다. 6년 동안 자녀와 아내를 캐나다에 보내두고 생활해오던 그는 우울증에 빠져 학교에 휴직계를 제출했지만 반려되자 몇 개의 쪽지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기러기 아빠라는 명칭이 탄생한 지 20여년, 아빠들은 이제 '헌신하다간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우울증''배우자의 외도''자녀와의 거리감' 등은 자녀를 유학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리는 단어가 돼 버렸다.

7일 자녀들을 유학 보낸 부모들의 커뮤니티에서는 '기러기 생활'을 만류하는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의 글을 볼 수 있었다. "집사람이 3년간 아이를 데리고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최후 통보를 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질문에 아빠들은 '절대 반대'라며 앞다퉈 의견을 제시했다.

아빠들은 "기러기 아빠는 돈 보내는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족한테 무슨 죄 진거 있냐, 아빠가 왜 혼자 남아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느냐", "기러기 아빠 생활을 2년간 해본 뒤 이제는 자녀유학을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을 도시락 싸 가며 말리고 다닌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올해로 4년차 기러기 아빠인 대기업 부장 B씨(49)도 "지금 기러기 아빠가 아니라면 생각조차 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러기 아빠 생활에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며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이 생활에 대해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돈도 많이 들뿐더러 떨어져 있다보니 가족 간의 사랑도 줄어든다"며 "자식 때문에 이런 생활을 감내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우 힘들고 전화통화로 외로움이 채워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힘든 생활 끝에 돌아올 보상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기러기 아빠들이 이 생활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큰 요인이 됐다. 자녀의 해외 적응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고, 해외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유학파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한 몫 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아이를 호주로 보내 3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다가 최근 국내로 다시 불러들인 아빠 C씨(47)는 "10년 전만 해도 외국에서 대학을 나오거나 MBA를 이수했다고 하면 국내 취업할 때 눈에 띄었다"라며 "그러나 이제는 유학생이 많고 해외에서도 취업이 쉽지 않아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부적응 문제로 유학을 보냈다가 아이들을 국내로 다시 'U턴'시켜 외국인 학교를 보내는 가정도 많다. 이승현 센테니얼 크리스천 스쿨 홍보실장은 "조기 유학의 주요 목적이 열린 교육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함인데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공부하다보니 문화적 괴리감을 느끼거나 향수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사춘기를 잘못 보내고 적응에 실패한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와서는 또 한국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외국인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유학 열풍이 시작된 때와 달리 국내에서도 영어공부를 현지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다양하게 마련되자 기러기 아빠들은 자녀의 유학을 대신할 대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8년 정부가 '동북아 교육 허브'를 조성하겠다며 약 1조7806억원을 투입해 시작한 '제주영어교육도시'로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국제학교 3곳 중 하나인 NLCS-jeju의 경우 지난해 첫 졸업생 중 52명이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예일대 등 세계 40위권(2014년, 타임지 선정)의 명문대에 합격하기도 했다.

이렇게 '기러기 아빠'의 폐해에 대한 경험이 쌓여가고 국내에서도 유학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들이 늘자 가정의 평화와 자신의 삶을 지키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아빠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원총연합회 대변인은 "그동안은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을 통해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껴왔고 이를 본인의 삶 앞에 두는 경향이 컸다"며 "그러나 희생의 결과에 대해서마저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굳이 기러기 아빠가 되지 않는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2015년 3월 10일 화요일

독일 15세 소녀의 일침... 한국 중학생이 보면 열받겠죠?

평범한 열다섯 살 독일소녀 프라피아의 일주일

열 다섯 살. 성인이 된 누군가는 '한창 좋을 때'로 기억하고 있을 시절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그 의미와 상황이 좀 다른 듯합니다. 대입의 전초전인 '고입'을 앞두고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혹은 부모들이 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줄 세우기, 경쟁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길을 찾는 등 애를 씁니다. 올해로 창간 15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는 세계 각국 15세 아이들의 현재와 그들의 고민을 담은 기획 '세계 속 15세'를 몇 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  부의 불평등, 배움의 불평등 -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오랜 시간 동안 학교를 다니고 끝내 졸업한 후에 돌아오는 것은 빚더미인 사회.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꼽으라면 바로 교육문제일 것입니다. 대체 해답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 권은비

누군가 저에게 '인생에서 가장 혼돈스러웠던 시기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중2 때"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이른바 '중2병'에 혹독하게 시달렸던 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옷은 교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 더 이상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참 애매했던 때, 어른들의 사회를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때, 그래서 때론 정체모를 우울감에 허우적거렸던 나이 열다섯 살.

제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 그랬듯 지금 한국의 열다섯 살들도 그럴까요? 그렇다면 독일의 청소년은 어떨까요? 일단 독일의 복잡한 학제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서 이해를 위해 표를 그려보았습니다. 복잡해 보이는 표만 봐도 알 수 있듯, 독일 교육과정은 다양한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게다가 독일의 각 연방주별로 교육시스템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모두 설명하려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필요할 듯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독일의 그룬트슐레의 4년 동안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학업능력과 적성을 바탕으로 어느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지를 정한다는 것입니다. 학업수행능력이 높은 약 30~40%정도가 김나지움에 진학할 수 있고 그 외에 레알슐레-하웁트슐레 순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  독일의 학제
ⓒ 권은비

한국으로 따지면 10살, 즉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향후 진로가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레알슐레 또는 하웁트슐레에 진학하게 될 경우 학생의 적성별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직업학교에 가게 된다면 은행이나 공무원이 될 수도 있고 이른바 마이스터(Meister, 장인)가 되기 위한 길을 걷게 됩니다.

한편 레알슐레, 하웁트슐레에 진학하더라도 학생의 능력에 따라 김나지움으로 옮기거나 아비투어(Abitur 김나지움졸업시험)를 응시할 수 있습니다. 아비투어는 한국으로 따지면 수능시험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연방주별로 시험유형이 다를 수도 있고 학교별로 교장과 교사에게 시험에 대한 권한을 주기 때문에 한국의 수능과는 많이 다릅니다. 

또 아비투어는 객관식보다는 학교에서 기존에 정기적으로 치르는 시험과 비슷한 형태인 주관식과 구술시험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시험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대학에 진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독일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40%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한국과 비교해봤을 때 좀 다른 모습입니다. 

교육시스템은 복잡하지만, 학교생활은 '평온'

▲  프라피아는 학교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라면서 나를 학생식당으로 안내했다.
ⓒ 권은비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복잡한 독일 학교 시스템에서 공부하고 있는 독일 학생들의 일상은 어떨까요? 10살 때부터 진로가 정해지는 시스템이니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노출돼 더욱 치열하게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베를린에서 태어나, 누가 봐도 영락없는 열다섯 살 평범한 독일 소녀처럼 보이는 프라피아(Flavia Dittrich)를 그녀의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줄래요?
"제 이름은 프라피아 디트리히이고요. 베를린에서 태어났고 엄마, 아빠, 여동생, 그리고 앵무새 두 마리랑 살고 있어요. 엄마는 독일 사람이고 아빠는 스위스 사람이에요. 현재 하인리히 슐리만 김나지움(Heinrich-Schliemann-Gymnasium)에 다니고 있어요." 

- 지금 다니고 있는 김나지움 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하하, 우리 학교 처음 와보시죠? 비록 우리 학교가 보기에는 좀 삭막하지만 저는 이 학교가 마음에 들어요.(실제로 하인리히 슐리만 김나지움은 다소 투박한 빨간 벽돌 건물에 실내는 어두컴컴하고 여기저기에 노후의 흔적이 보여 당황스러웠다. - 기자 말)

우리 학교 이름이기도 한 '하인리히 슐리만'은 탐험가였어요. 그는 다양한 언어를 섭렵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학교는 외국어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학교에서 고대그리스어,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를 배워요. 물론 학생마다 배우고 싶은 언어를 선택할 수 있어요. 저는 고대그리스어가 특히 재밌어요. 아, 참고로 재작년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와서 역사수업을 했어요. 그때 메르켈 총리는 독일 분단에서부터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가르쳐줬어요."

"학원이 뭐죠? 학교 끝난 뒤 왜 같은 과목을 배우죠?"

-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나 싫어하는 과목이 있나요?
"외국어수업은 늘 재밌어요. 다양한 언어의 어휘와 문법을 배우는 것도 재밌어요.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미술이에요. 무언가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멋지지 않아요? 

또 싫기보단 재미가 없는 수업은 자연과학수업들이에요. 화학, 생물, 물리를 일주일에 총 6교시(1교시 : 45분 수업)나 배우거든요. 그 외에 역사, 지리, 윤리, 체육, 국어, 수학, 음악을 배워요. 그중에 중요한 수업은 국어, 수학, 영어, 라틴어고요. 하지만 역사수업도 중요하죠. 독일 학교는 늘 역사, 역사하잖아요."

- 학원을 다닌다거나 과외를 받진 않나요?
"학원이 뭐죠?(독일어에는 '학원'의 뜻을 가진 명사가 없다. 오직 '학교'라는 뜻의 슐레(Schule)만 존재한다. - 기자말) 학교가 끝난 뒤에 왜 또 같은 과목을 배우러 다른 학교를 가죠? (실제로 프라피아에게 '학원'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 기자 말)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는 자유 시간을 가져야죠. 뇌도 좀 쉬고 자유롭게 해줘야 다시 공부할 때 좋지 않을까요. 우리 반에 학생이 총 25명인데 과외를 받는 애들은 한두 명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친구들은 외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돼 독일어가 서툴러서 과외를 받는 경우예요."

▲  생각보다 낡은 분위기의 학교 모습에 내심 놀랐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수다소리가 들려왔다.
ⓒ 권은비
- 예습을 하기도 하나요?
"예습이요?(이 질문을 하고 난 후에 '아차' 싶었다. 말하고 난 뒤에야 어리석은 질문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습은 또 뭐예요? 하하~ 수업이 끝난 후에 선생님께서 다음시간까지 읽어오라고 하거나 조사를 해오라고 하는 경우는 있어요. 그렇지만 그건 숙제의 개념이죠." 

- 학교성적으로 인한 부담이나 스트레스는 없나요.
"학교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라고 할 것은 거의 없어요. 하루 종일 공부하는 것도 아닌 걸요. 학년이 올라가면 모르겠지만요. 물론 아비투어(김나지움 졸업시험)를 치를 땐 스트레스를 받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배워오고 시험 봐온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크게 부담으로 느끼진 않아요. 주로 주관식으로 쓰거나 말하기 시험이니까요. 갑자기 공부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언론기사를 통해 가끔 한국 교육에 대해 들었어요. 학교가 끝난 후에도 계속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한국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요?"

매주 한 번 토론모임... 테러, 인종차별 등에 대해 토론

-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는 보통 뭘 하나요?
"요일마다 달라요. 요일마다 숙제와 끝나는 시간이 다르거든요. 월요일에는 오후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요. 학교 끝나자마자 하는 일 중 제일 중요한 건 밥 먹는 거예요. 하하하. 그 다음엔 대부분 1시간 동안 컴퓨터를 해요. 메일과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확인하죠. 음악도 듣고요. 

그 다음에 숙제를 해요. 아무리 길어도 오후 5시 전에는 끝내요. 매주 월요일 오후 6시에 토론 모임이 있거든요. 교회에서 모이는데 예배를 보거나 종교적 행사를 하는 건 아니고 같이 밥을 먹고 공유하고 싶은 음악을 듣거나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을 해요. 이 시간은 늘 재밌어요."

- 그 모임에서는 어떤 주제로 토론하나요. 
"다양한 것이요. 얼마 전에 있었던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이라든지, 인종차별이라든지, 환경문제라든지요. 아, 전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작년에 교환학생으로 이스라엘에 다녀왔었거든요. 그저 남의 나라의 민족 간 분쟁이 아니라 당장 나와도 관계될 수 있는 문제라는 걸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생각하게 됐어요."

- 다른 요일에는 방과 후에 뭘 하나요?
"화요일에는 학교가 끝난 후에 테니스를 치러 가요. 겨울에는 실내에서, 여름에는 야외에서. 저 테니스 잘 치거든요(수줍어하며 웃는다). 테니스 치는 건 정말 중요해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건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수요일에는 대부분 여가를 즐겨요. 친구들을 만나서 밥도 먹고, 요리도 하고 빵도 구워요. 하지만 모두 채식으로요. 전 채식주의자예요. 공장식 축산업은 정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또 수요일에는 가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사진촬영을 하러 가요. 사진들을 모아서 직접 앨범을 만들기도 하고요. 목요일에는 작은 오케스트라 모임에 나가요. 저는 플루트를 연주하죠. 또 금요일에는 춤추러 가요. 어른들처럼 클럽에 가는 건 아니고요. 모던댄스에 관심이 많아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또 금요일에는 친구들과 도서관에 가서 영화나 책을 빌려서 보곤 해요. 또 커피숍에 가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요. 가끔 영화관도 가요. 그래도 금요일에는 친구들과 맛있는 케이크와 쿠키를 놓고 파티를 하는 게 제일 재밌죠."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수업했던 학교로 유명한 하인리히 슐리만 김나지움(Heinrich-Schliemann-Gymnasium)의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학교 행사들과 수업내용들을 볼 수 있다.
ⓒ 하인리히 슐리만 김나지움

- 주말에는 뭘 하나요?
"주말에는 가족들과 지내요. 그게 중요해요. 부모님도 항상 그렇게 이야기 하세요. 주말에는 베를린에서 열리는 여러 문화행사를 보러 가거나 친척집에 놀러가곤 해요. 제일 좋아하는 것은 프리마켓에 가는 거예요. 또 가끔 연극을 보러 가거나 전시를 보러 가요.

한 달에 한 번쯤 혹은 두 달에 한 번쯤은 친구들과 쇼핑을 가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것들은 반드시 가장 싼 물건들이어야 해요. 돈이 많지 않잖아요. 그렇지만 물건을 사기 전에 생산지나 생산과정을 알려고 노력해요. 부당한 임금과 노동환경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은 사고 싶지 않거든요."  

- 부모님과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그냥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요. 아빠는 아빠의 회사생활과 일이 어떤지 자주 설명해줘요. 그리고 각자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곤 해요. 또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고요. 엄마는 독일 사람이지만 아빠는 스위스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스위스에 대한 문화나 정치, 사회 이야기도 많이 해요. 독일과 스위스에 대해 비교를 많이 하곤 해요.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꿈이 뭐냐고요? 평화로운 세상이요"

▲  등하교길은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프라피아가 인터뷰를 마치고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 권은비
- 꿈이 뭔가요?
"음... 평화로운 세상이요."

- 뭐라고요?(나는 장래희망을 물어보기 위해 이 질문을 했으나, 역시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세계가 좀 더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에요. 인종차별과 성차별도 마찬가지이고요. 우리는 이미 많은 차별을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잖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요." 

- 그럼 10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싶나요.
"10년 뒤요? 모르겠어요.(웃음) 하지만 반드시 외국에 가보고 싶어요. 꽤 오랜 시간 동안요. 아직 어느 나라가 좋을지는 결정을 못했지만요.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게 재밌거든요. 그 외에는 모르겠어요. 공부가 재밌으면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을 수도 있겠죠."

'1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프라피아의 얼굴에선 불안이나 걱정 따위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대학에 가고 싶다거나,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이것이 프라피아가 저에게 준 대답이었습니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일지 모릅니다. 

사실 프라피아가 공장형 축산에 반대해서 채식을 하고, 물건을 사기 전에는 생산과정을 알아보려 하고, 자신의 꿈은 이른바 '세계평화'라고 말할 때, 저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대답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대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가 15세가 맞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프라피아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말투, 수줍은 미소는 영락없는 열다섯 살 소녀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에선 모범적인 교육시스템 중 하나로 독일의 예를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독일교육에서 무엇이 가장 좋으냐고 묻는다면... 저는 한 독일친구가 제게 한 이야기를 그 대답 대신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중요해. 머리가 똑똑한 것이 나무로 의자를 잘 만든다거나 기계를 잘 고친다는 것보다 우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른 것뿐이잖아.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면 그만큼 따분한 세상이 어디 있겠어."

독일 청소년들 앞에 열린 다양한 진로

물론 독일 매스컴들도 독일학교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많이 합니다. 독일의 교육제도도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많이 변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날이 갈수록 학교 내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고, 이주 2세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켠에서는 직업학교와 마이스터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독일학교 시스템도 시대가 지남에 따라 변화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김나지움과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기도 합니다. 

독일이 한국만큼 대학입시경쟁에 대해 민감해 하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대학 진학'이라는 단일하고 획일적인 길이 아닌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아주 중요한 사실은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리고 직업학교 혹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만큼은 누구나 차별 없이 마음껏 공부를 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만났던 프라피아처럼 학교가 끝나면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친구들과 노는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이 대한민국의 열다섯 살에게도 허락될 수 있을까요? 희망대학이나 희망직업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능할까요?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