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6일 화요일

"태어날 아이 첫 선물" 상술에 놀아나는 원정출산

- 만삭 임산부, 하와이·괌·사이판 등 미 현지 출산 ‘기승’
- 제왕절개·산후 전문조리 등 이용시 수천만원 더 들어
- 유학 등 법망 헛점 이용해 이중국적 취득하는 편법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미국 원정출산으로 연 5000명 가량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다. 두달간의 원정 출산 기간동안 약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출산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어요. 전문가들이 미 출입국 심사 답변에서부터 숙소, 병원, 의료 컨설팅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태어나는 내 아이에 첫 선물이라고 생각하시고 투자하세요” (원정출산 전문업체 직원)

미국 시민권 취득을 돕는 원정 출산 전문업체들과 연결은 어렵지 않다. 이들은 미 현지에병원, 산후조리원 등과 연계한 출산 대행업체를 두고 한국에서 사무소를 운영한다. 

좀더 규모가 큰 업체는 미국 현지에 한국계 병원과 대형 산전·산후 조리원을 차려 놓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고객을 모집한다. 원정 출산에 따른 비용은 두달 동안 2000만~3000만원이다. 

현행법상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출국해 아이를 낳는 것은 관광비자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다. 그러나 원정 출산 전문업체들은 “도덕적인 문제일 뿐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부모들을 유혹한다.

실제로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 어느 한 국적을 포기하거나 이중국적을 신청할 경우 체류기간 등 제출서류를 보고 후행적인 심사를 할 뿐이다. 

◇ 태교여행 위장해 사이판·괌·하와이서 원정출산 성행 

원정 출산을 떠나는 산모들은 괌, 사이판, 하와이 등 미국 영토인 휴양지로 몰린다. 최근 유행하는 태교여행을 가장해 입국하기가 쉽고 몸조리를 하기도 편해서다. 원정출산 전문업체들은 휴양지에 대형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현지 병원과 연계해 원정 출산을 유도한다. 

본지 취재 결과 괌, 사이판에서 자연분만을 전제로 한 원정출산에는 비행기값 숙소비용 등을 모두 합해 임산부 1인당 2개월(60일) 기준 최소 2만 달러다. 하와이는 7000~8000달러 가량 더 비싸다. 

다만 미 현지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와이에서 출산 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산후 조리를 위해 친정 엄마나 남편 등 가족들이 오기 때문에 방 두 개가 있는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며 “이경우 최소 1만 달러 정도 비용이 더 든다”고 전했다. 

또한 남편과 친정 엄마 등 가족이 동행할 경우 비행기 값과 식사비 등은 별도다. 3주에 3500~5000 달러 가량 드는 산후 전문 조리사 서비스 등도 추가 옵션 사항이다.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하게 될 경우 의료비는 8000달러(자연분만)에서 1만 3000달러(제왕절개)로 5000달러 이상 늘어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정출산이 명백한 불법행위는 아니어서 제재할 수단은 없다”라며 “과도한 원정출산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등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유학생 위장하면 이중국적 가능” 편법 알선도

지난 2005년 개정된 국적법으로 원정출산의 경우 예외없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중 국적을 가질 수 없다. 현행법상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남자들은 정상적인 병역 의무를 마치기 전까지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원정 출산으로 이중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은 만 22세 이후 한 곳의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국적법상 예외규정은 있다. 자녀가 출생할 당시 부모가 유학이나 상사 주재원, 공무 파견 등의 사유로 외국에 있었다면 이중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최문정 법무부 국적과 사무관은 “부모가 자녀 출생을 전후해 2년 이상 외국에 체류하거나 외국의 영주권 등을 취득한 경우, 자녀 출생 당시 유학·공무파견 등 사유로 오랜 기간 외국에 머문 경우에는 원정출산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법규정의 헛점을 노려 유학 등을 빌미로 외국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도 있다. 

한 원정출산 전문업체 관계자는 “학생비자(F1)로 1년 이상 체류하면서 출산을 하게 되면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 한국에서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 방식으로 복수 국적 유지가 가능하다”면서 “미리 유학을 준비하거나 해외 파견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김명준(가명·38)씨는 “원정출산으로 내 아이가 해외에서 질 높은 교육을 선택해 받을 수 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세제, 의료 혜택 등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들었다”며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지만 범법 행위도 아니고 나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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