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6일 화요일

폭언·폭행에 살해까지… 反이슬람 범죄 일상화 조짐

IS 테러·난민 문제 계속되자 무슬림 향한 부정적 정서 확산
英 브렉시트 결정 후 7월에만 他인종 대상 혐오범죄 6561건
유럽선 배타적 극우정당도 득세… 이슬람 복장 금지하는 국가 늘어
지난 14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각) 호주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약 76㎞ 떨어진 소도시 고스포드의 한 영국 성공회 교회 안으로 무슬림 복장을 한 10여 명이 뛰어들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조직원처럼 검은 천으로 얼굴을 휘감거나 여성들이 외출할 때 입는 전통 복장 부르카 등을 착용한 채였다. 이들은 예배가 진행 중인 교회 안에서 코란 암송 녹음을 크게 틀어놓은 채 무슬림처럼 매트 위에서 절을 하는 시늉을 했고, 교회 마당에서 '호주인(Aussie)과 난민들에게 행운을'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도 벌였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난동을 부린 사람들은 극우단체 '자유당' 지지자들로 난민을 적극 포용해 온 교회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자유당은 난동 현장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영상물 속에서 한 남성은 "신부(神父)가 이슬람과 다문화주의를 지지한다는 둥 헛소리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반(反)이슬람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범죄 피해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고, 다문화에 포용적인 교회가 공격을 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잇단 테러 피해와 이슬람 난민 유입에 따른 사회문제 증가가 주요인이지만,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워싱턴DC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한 무슬림 여성은 승무원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했다가 경찰에 의해 기내에서 쫓겨났다. 경찰은 기내 안전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3일 휴스턴에서는 새벽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무슬림 남성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 12일 시카고의 한 공원에선 히잡을 쓴 모녀가 다른 여성으로부터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 13일에는 미국 뉴욕에선 대낮에 이슬람 사원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이맘(무슬림 성직자)과 보조 사제가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밀라트 우딘은CBS 인터뷰에서 "너무 불안하다. (무슬림을 향한 증오가) 우리의 자유와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무슬림 정서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곳은 테러가 빈발하고 있는 유럽이다. 영국 경찰서장협의회(NPCC)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6월 23일) 직후인 지난달 1~28일까지 영국에서 무슬림 및 타 인종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 건수는 656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4887건)에 비해 34% 증가했다. 작년 한 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무슬림 혐오 범죄는 429건으로, 2014년(133건)의 3배를 넘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무슬림 옷차림을 금지하는 법안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달 초 독일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소속 주(州) 내무장관들은 테러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무슬림 여성 의상인 부르카(몸 전체를 가리고 눈까지 망사로 덮는 복장)와 니캅 착용 금지 방안을 발표했다. 13일엔 프랑스 남부 빌뇌브 루베시가 해수욕장에서 부르키니(전신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 수영복) 착용을 금지했다.
반무슬림을 내건 극우정당도 유럽 각지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5월 오스트리아 대선에선 극우정당 '자유당' 소속 노르베르트 호퍼가 50%에 근접한 지지율을 얻었다. 지난해 6월 덴마크 총선에선 과격 이슬람 성직자의 시민권 박탈을 추진 중인 '덴마크국민당'이 21% 득표율로 원내 제2당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이슬람 혐오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버밍엄시티대학교 범죄학 교수 임란 아완은 "무슬림과 비무슬림 구도로 가르는 정서는 사회 통합의 저해 요소"라며 "이슬람 혐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빌 더 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슬람 성직자 총격 사건 직후 성명서를 통해 "무슬림들은 편견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우리 도시의 위대함을 훼손하려 하는 사회 분열을 봉합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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