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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8일 월요일

눈곱·눈살·눈거풀, 틀린 말 1개는?

눈곱·눈살·눈거풀, 틀린 말 1개는?
최근 개인 사정으로 연예인 정형돈이 방송을 쉬고 있는데요. 연초 한 프로그램은 그를 대신해 소녀시대 써니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써니는 방송에서 정형돈을 "(자신에게) 눈□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는데요. "떼면 또 생기고 또 생긴다"는 재치있는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가 붙은 저것은 매일같이 우리가 접하는 물질인데요. '눈곱'입니다. 발음만 생각하면 '꼽'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곱'이란 지방이 엉겨 굳은 것, 고름 모양 물질을 뜻합니다. 눈에 끼는 이것도 곱이라고 부릅니다. 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손발톱에 낀 때를 가리켜 손곱, 발곱이라고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에도 같은 말이 들어 있는데요. '꼽창(×)' 아닌 '곱창'이 그것입니다. 풀어 설명하면 곱이 낀 창자입니다.

눈곱처럼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말 중엔 '눈살'도 있습니다. 눈살은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살'의 주름을 뜻하는데요. 주름살을 주름쌀(×)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눈곱·눈살·눈거풀, 틀린 말 1개는?
눈살은 등쌀이란 말 때문에 혼동되기도 하는데요. '몸시 귀찮게 구는 것'을 뜻하는 이 말은 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등살이라고 하면 등에 있는 근육을 가리킵니다. 

인터넷에선 '요긴하게 잘 썼다'는 걸 "욕이나게 썼어요"라고 글쓴 것이 웃긴 사례로 돌고 있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만 쓰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기기 쉬운데요. 눈과 관련된 말 중에 눈독, 눈길도 잘못 쓰는 경우가 간혹 보입니다. 눈독은 눈에 '독'기가 있다(욕심내 눈여겨 보는 기운)는 말이고, 눈길은 눈과 길이 더해진 말로 바라보는 방향 또는 관심을 뜻합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역시 들리는 대로 그냥 쓰면 틀리기 쉽습니다. '~효과', '~힘'이라는 뜻을 만들어 주는 빈 칸에 들어갈 이 말은 무엇일까요.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2015년 12월 8일 화요일

[우리말 톺아보기] “사겨라” “바꼈어요”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나란히 토크쇼에 출연했다. “이 참에 둘이 아예 사귀는 게 어때요?” 사회자가 이 말을 하자마자 화면에는 ‘사겨라’라는 자막이 나타났다. ‘사귀어라’의 준말이 ‘사겨라’ 맞나?

‘사겨’뿐만 아니라 ‘바뀌어’의 준말을 ‘바껴’로 쓴 것도 여러 번 본 것 같다. 포털 검색창에 ‘바꼈어요’를 입력하니 ‘번호 바꼈어요’ ‘밤낮이 바꼈어요’가 연관 검색어로 자동 추천된다.

‘사귀다, 바뀌다’의 어간이 어미 ‘어’와 결합한 ‘사귀어, 바뀌어’의 음절이 줄어드는 현상이 우리말에 있다. 즉 우리는 때때로 ‘사귀어, 바뀌어’처럼 3음절이 아니라 2음절로 발음한다. 그런데 이것을 한글 문자로는 나타낼 방법이 없다. 만약 ‘ㅜ’에 ‘ㅕ’가 합쳐진 글자가 있다면 그 소리를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런 글자는 지금은 물론 옛 문헌에서도 사용된 적이 없다. 소리로는 존재하지만 적을 방법이 없어서 표기할 때는 항상 ‘사귀어, 바뀌어’처럼 줄어들기 전의 형태로만 써야 한다. ‘뛰다, 쉬다, 나뉘다’ 등 어간이 모음 ‘ㅟ’로 끝나는 용언은 모두 마찬가지다.

‘사겨, 바껴’ 등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가져다 쓰는 표기형일 테지만 맞지 않다. 국어 문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모음 ‘ㅕ’는 ‘ㅣ’와 ‘어’가 합쳐져서 줄어든 소리를 나타내지 ‘ㅟ’와 ‘어’ 소리의 결합을 나타내지 못한다. ‘신을 신기다’의 ‘신기어’가 ‘신겨’가 되거나 ‘끼어들다’가 줄어서 ‘껴들다’가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또 ‘사귀어’의 준말이 ‘사겨’로 발음되지도 않으므로 그런 표기는 실제 소리를 온전히 반영하지도 못한다. 입말로는 가능한 소리가 글로는 표현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므로 불편하더라도 ‘사귀어, 바뀌어’ 등으로 써야 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기사 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