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개 아시아계 권익단체, 美교육부에 인종차별 항의 서한]
수학·음악 탁월 중국계 학생, 아이비리그大서 또 거부당해… 작년의 집단소송 재연 우려
야후 등 유명 IT기업서도 아시안 직원 40%대이지만 임원급은 10% 안팎에 그쳐
대학 입학을 앞둔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왕은 모든 면에서 우수한 학생으로 꼽혔다. 대학 입학시험에선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고, 전교생 1002명 가운데 2등으로 졸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래를 불렀고,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서 3등을 차지할 정도로 음악 실력도 뛰어났다. 전미 수학경시대회에서 최고 150명 안에 선정됐으며, 각종 전국 단위 토론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태어나 처음으로 '실패'를 맛봤다. 지원했던 7개 아이비리그 대학 중 6곳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은 것이다. 학교 측에 낙방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나보다 조건이 뒤지는 아이들도 다 합격했다. 대체 어떤 자격을 더 갖춰야 합격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잇따라 마이클처럼 입학과 승진에서 차별받는 아시아계의 스토리를 집중 보도했다.
2013년 하버드대 졸업식장 모습. 주류를 이루는 백인들 사이로 아시아계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사회에선 아시아인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추세지만, 이들은‘대나무 천장’에 가로막혀 대학 입학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2005년엔 중국인 유학생 지안 리가 대학 입학시험 만점을 받고도 프린스턴 등 3개 아이비리그와 MIT, 스탠퍼드에 모조리 떨어져 화제가 됐다. 최근 비슷한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64개 아시아계 미국인 권익단체는 "아이비리그가 아시아계 학생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항의 서한을 미 교육부에 보냈다. 작년엔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이 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입학 심사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했다는 집단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는 1970년대부터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특정 인종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이 대학들이 아시아계 학생들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뉴스위크는 "하버드대는 20세기 초 유대인 지원자들이 너무 많아 유대인 입학을 제한한 적이 있는데, 21세기에는 아시아계가 유대인 자리를 대체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학업 성적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약진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아시아계가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불과하지만, 전미 수학·물리 올림픽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은 30%에 달한다. 한국의 특목고에 해당하는 뉴욕 스타이븐슨과 브롱크스 고등학교의 아시아계 학생 점유율은 각각 75%, 60%로, 백인 학생들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 대학입학 능력시험인 SAT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백인 학생 평균보다 140점, 흑인 학생들보다는 310점 높다.
아시아계 미국인 제니퍼 리와 민 주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성취 패러독스'라는 책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이 학업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이유는 부모들의 집착에 가까운 열성"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 대학들은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수치를 비교하면 아시아계 학생들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서부의 MIT'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 공대는 인종 쿼터제 없이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데, 아시아계 미국 학생 비중이 2000년 25%에서 2013년 42%로 증가했다. 반면 쿼터제를 실시하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은 같은 기간에 14~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 입학에서 아시아계가 받는 불이익은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내 모범적인 소수민족인 아시안이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에 갇혀서 참을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따르면 구글·인텔·링크트인 등 미국 대표 IT 기업의 아시아계 직원은 전체 직원의 약 30~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임원급 비율은 10%대였다. 아시아계 직원과 점유율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백인이 임원급의 70~80%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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