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9일 목요일

영화 '마션' 촬영지 알고보니 여기네

요르단 와디 럼

요르단 남부 사막지대 ‘와디 럼(Wadi Rum)’의 모습. 화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션’은 사실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 케이채 제공



누구나 한번 우주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구를 떠나 모든 것이 전혀 다른 미지의 행성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두렵지만, 상상만으로도 무척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우리의 꿈을 대리만족시켜 주기 위해 과거로부터 참 많은 영화들이 우주 여행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최근 큰 히트를 기록한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The Martian) 또한 그중 하나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그런데 이런 우주 행성을 다룬 영화들을 보다 보면 의문이 든다.



대체 어디서 촬영한 것일까. 확실한 것은, 달이나 화성 등 우주의 어딘가에 위치한 행성의 모습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실제 그 행성에서 촬영된 영화는 아직 단 한 편도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지구스럽지 않은 행성의 모습들 대부분이 바로 지구에서 찾을 수 있는 풍경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마션에 등장한 화성의 모습은 어디에서 촬영된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화성이라고 확신하게 만들었던 그 거친 풍경의 주인공은 바로 요르단(Jordan)에 있었다. 요르단의 남쪽에 위치한 사막지대, 와디 럼(Wadi Rum)이 그 주인공이다.



와디 럼은 남쪽의 가장 큰 도시인 아카바(Aqaba)의 동쪽에 위치한 사막지대로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이 삶을 영위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바위에 새겨진 다양한 벽화들에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장소가 서양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영국인 고고학자이자 군인이었던 로런스(T E Lawrence) 때문이다.



1917년에 벌어졌던 아랍 반란 시절 이 지역을 여러 번 방문한 그의 활약상이 신문과 훗날 자서전을 통해 세계에 전파되었다.현재까지도 이 지대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전통 부족인 잘라비아 베두인(Zalabia Bedouin) 사람들로, 이들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와디 럼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데 일조했다. 그들의 노력으로 와디 럼은 현재 세계적인 친환경 관광지로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이들이 와디 럼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만들어낸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상품은 암벽등반과 트레킹이지만, 사륜구동 차를 타고 즐기는 사막 사파리나 낙타를 타고 즐기는 낙타 사파리 등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와디 럼에 온다면 적어도 하룻밤 이상은 꼭 캠핑을 하는 것이 좋다. 베두인 사람들의 천막에서 잠을 잘 수 있을 뿐 아니라, 늦은 밤 와디 럼의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어디 우주 행성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에 젖게 하기 때문이다.



모래사막뿐 아니라 이곳저곳 울퉁불퉁하게 하늘 위로 솟아 있는 바위산들의 모습. 고요함보다 더 고요한 그 적막함은, 마치 이 세상에 오직 나 혼자만 남겨져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늘 위로 보이는 별들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와디 럼의 다른 이름이 달의 계곡(The Valley Of The Moon)인 이유를 그곳에서의 밤에서 찾을 수 있다.



와디 럼의 모습을 보고 우주의 모습을 느낀 것은 비단 나 혼자가 아니었으리라. 최근 야후 무비와 가진 인터뷰에서 배우 맷 데이먼은 와디 럼이 그가 본 가장 대단하고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이며, 지구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뿐이랴. 마션뿐 아니라 여러 영화가 이미 화성이나 외계 행성의 모습을 위해 이곳을 촬영지로 활용했으니, 2000년작 레드 플래닛(Red Planet)이나 2012년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그 좋은 예다.



물론 와디 럼의 실제 모습은 화성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마치 이 세상 풍경이 아닌 것 같은 그 우주적인 아름다움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와디 럼의 푹신한 모래 베개에 머리를 누일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화성으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멀고 돈도 꽤나 많이 들지만, 와디 럼으로 향하는 길은 그에 비하면 정말 가깝고 꽤나 저렴하니까 말이다.








■ 여행정보



와디 럼으로 가는 길



한국에서 요르단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이스탄불, 카타르, 두바이, 혹은 아부다비를 경유해서 수도인 암만(Amman)으로 갈 수 있다. 와디 럼으로 가는 버스는 없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남쪽 도시 아카바로 먼저 향해야 한다. 그곳에서 투어 등을 통해 와디 럼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암만에서 출발하는 대부분은 와디 럼에서 멀지 않은 페트라로 먼저 향한 뒤, 페트라에서 와디 럼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한다.





[케이채 사진가·에세이스트]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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