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6일 토요일

박희성의 맛깔난 잉글리시 -원어민의 명사구분 장치를 분석하면…

영어 문법에서 대단히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항상 우리를 괴롭히는 품사가 있다. 바로 명사다. 영어의 명사는 셀 수 있는 명사와 셀 수 없는 명사를 엄밀하게 구분해서, 셀 수 있는 명사는 반드시 단수일 때 앞에 a(n)를, 복수일 땐 뒤에 -s를 붙이고, 셀 수 없는 명사는 이런 것을 붙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명사가 셀 수 있는 명사이고, 어떤 명사가 셀 수 없는 것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에 존재하는 수십만개 명사의 카운팅 여부를 전부 암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원어민들은 당연히 이것을 외워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명사를 생각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셀 수 있는(없는) 명사의 리스트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원어민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명사 자동 분류장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서 우리들의 머리 속에서도 그 장치가 작동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우리말에도 명사가 있다. 단수 복수 개념도 존재한다. 우리말은 복수명사를 말할 때 뒤에 ‘-들’을 붙인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엄밀하게 지키지 않는다. 가령 ‘밤하늘에 별이 참 많다’와 ‘밤하늘에 별들이 참 많다’ 이 두 문장을 비교해보라. 어떤 것이 더 자연스러운가. 하늘에 별은 여러 개가 있으므로 ‘별들’이라고 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별이 참 많다’ 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원어민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명사 구분장치를 한번 분해해보자.

명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셀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인데,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 영어에서 셀 수 있는 명사는 ‘하나’를 정의할 수 있는 명사다. 가령 pen(펜)과 chalk(분필)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우리말의 관점에선 ‘펜 하나’이든 ‘분필 하나’이든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펜’이라고 하면 우리 머리 속엔 하나의 펜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이제 그 펜을 분해해보자. 뚜껑, 용수첼, 볼펜심… 그리고 그 중에 하나를 집어 들어보자. 그것을 여전히 펜이라 부를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펜은 완전한 하나의 개체로 존재해야 펜이다. 즉 ‘펜 하나’라는 개념이 정의되고, 그래서 셀 수 있는 명사다. 분필은 상황이 좀 다르다. 분필은 절반을 부러뜨려도 분필이고, 거기서 또 절반을 부러뜨려도 여전히 분필이다. 즉 분필은 펜과 달리 ‘분필 하나’라는 개념을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셀 수 없는 명사다.

다른 명사도 한번 생각해보자. 보통 우리가 ‘물질명사’라고 부르는 액체, 고체, 기체는 모두 셀 수 없는 명사다. 왜? 분필과 마찬가지로 ‘물 하나’를 정의할 수 없잖은가. 물론 ‘물 한잔’이라고 말할 순 있다. 이땐 물을 센 것이 아니라 ‘a cup of water’ 이렇게 물을 담은 단위 cup을 센 것이다. ‘빵’은 어떨까. ‘빵 하나’는 정의가 될까? 빵을 반으로 잘라보자. 여전히 빵이다. 거기서 또 반으로 잘라도 마찬가지다. 즉 빵은 셀 수 없는 명사다. 

커피(coffee)는 어떨까. 기본적으론 액체이므로 water와 마찬가지로 셀 수 없는 명사다. 그런데 실제로 원어민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을 들이보면, “Two coffees, please”와 같은 표현을 흔히 쓴다. 카페 안에선 원어민 두뇌의 명사 분류장치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coffee는 더이상 물질명사가 아니다. 메뉴판에 적혀있는 여러 메뉴 중에서 coffee라는 메뉴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 출처 : 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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