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7일 화요일

경제학자

사이언스북스의 노의성 편집장님이 얼마 전 ‘사람을 위한 경제학’이란 책을 보라고 주셨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이야기가 참 재밌더군요. 칼 마르크스로 시작해 아마르티아 센(인도인·노벨상 수상)으로 책이 끝납니다. 경제학자란 복잡한 이론을 만들어내는 두통거리 제공자인 줄 알았는데,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쓴 치열한 삶을 산 사람들이었습니다.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주목을 끌고 있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한때 살았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결혼 직후 돈이 궁하자 카이로에 가서 변호사로 일했다는군요. 1907년입니다. 미국인 저자 실비아 나사르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당시 이집트는 20세기 전환기의 중국이었다”고 말합니다.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상당한 경제 붐이 있었답니다.
   
   주간조선 이번호의 이집트 사태 기사는 카이로에 있는 이집트 기자 아므르 이맘씨가 썼습니다. 제가 조선일보 카이로특파원이었던 2008년에 그와 가까이 지냈습니다. 영어로 기사를 써서 보내왔는데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기사 속에 인물을 많이 등장시키고 현장 이야기를 집어넣어 달라고 주문했는데, 그렇게 해줬습니다.
   
   이집트는 위대한 문명국입니다. 고대는 물론 중세, 근대까지도 역내 강국이었죠. 요즘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의 저자는 “수에즈운하 파산 때문에 이집트 정부를 법정관리 상태로 만들지 않았다면 20세기 전환기의 이집트는 일본보다 규모는 작았겠지만 어쨌든 일본 같은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아쉬움을 말합니다. 오늘날 무르시 퇴진 이후 카이로 모습을 보면, 이런 말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주간조선을 마감하는 오늘, 제 눈에 띈 주요 뉴스 중 하나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980조원이라는 것입니다. 1000조원이 다 된 것이죠. 이 폭탄이 어떻게 될지 정말 우려됩니다. 바깥 사정도 좋지 않죠. 지금은 인도의 외환위기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도에 한때 외국 자본이 앞다퉈 들어갔는데 성장률도 높았습니다만 예전 같지 않습니다. 영국 역사가 니얼 퍼거슨에 따르면 옛 제국들은 조공을 뜯어갔지만 현대의 제국들은 자본을 주입하고 경제성장을 부추겼다는군요. 이게 인도에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파장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롭지 못한 건 확실하겠죠.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굶기 전문가’라는 굶는 기술에 대한 단편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얼마나 배를 곯았으면 그렇겠습니까? 21세기 초반의 한국이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2013년 중반 우리의 경제 현실은 참 불투명합니다.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솜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독자님 고맙습니다.
<기사 출처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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