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7일 수요일

아웃렛 사용설명서

서울·경기 프리미엄 아웃렛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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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경록 기자 ·그래픽=이주호 기자]

프라모델을 만드는 방법. 상자를 열면 모델을 구성하는 부품이 붙어 있는 틀과 사용설명서가 보인다. 틀에서 부품을 하나하나 떼어내 사용설명서에 따라 조립하면 원하는 형태를 갖춘 프라모델이 완성된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프리미엄 아웃렛 사용설명서다. 서울·경기권의 프리미엄 아웃렛 5곳과 최근 문을 연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을 직접 찾아가 사용법을 알아봤다. 2007년 프리미엄 아웃렛이 처음 경기도 여주에 생긴 지 10년 만에 서울·경기권의 프리미엄 아웃렛 수는 6개로 늘었다. 성격도 달라졌다. 해외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스포츠웨어, 생활용품, 아이용 장난감 등 살 수 있는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트렌디한 먹거리나 놀이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프라모델 사용설명서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부품을 조립하듯, 각 아웃렛의 특징과 살거리, 즐길거리를 낱낱이 살펴 아웃렛 사용설명서를 완성했다.


명품은 여주
스포츠용품은 파주
주방용품은 이천
백화점 그대로 옮긴 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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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심수휘 기자]


프리미엄 맛집 들어서고, 놀이시설 늘면서
쇼핑·모임·나들이까지 방문 목적 다양해져
상품도 주방용품과 장난감이 가장 잘나가



“요즘은 엄마들 브런치 모임을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해요.”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미연(44·서초구 잠원동)씨의 말이다. 학교 근처 카페나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하던 학부모 모임을 교외에 있는 프리미엄 아웃렛에 가서 한다는 얘기다. 김씨는 “2~3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인 데다 트렌디한 먹거리가 모여 있고 운이 좋으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도 있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요즘 프리미엄 아웃렛은 쇼핑을 위한 장소만이 아니다. 

할인된 가격에 옷이나 주방용품, 침구, 장난감 등을 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나들이 삼아 들러볼 만한 식당과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즐길거리까지 갖춘 나들이 공간이다. 원래 ‘프리미엄 아울렛’은 신세계가 사용하는 고유한 이름이었다. 

2007년 신세계가 처음 경기도 여주에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란 이름을 사용한 후 교외에 이와 비슷한 아웃렛이 많이 생기며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할인해서 파는 대형 매장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이후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도 프리미엄 아웃렛 시장에 뛰어들어 수도권 곳곳에 아웃렛을 열었다. 현재는 경기도 파주·이천·광명 등에 프리미엄 아웃렛이 들어섰고, 현대백화점은 구로에 이어 최근 동대문에 도심형 아웃렛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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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웃렛에서 인기 있는 품목은

최근 프리미엄 아웃렛에선 주방용품과 장난감이 가장 인기다. 지난달 20일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에서 만난 박은경(34·동작구 사당동)씨는 그릇이나 주방용품을 사러 이곳에 자주 들른다고 했다. 지난해 결혼한 박씨는 이곳에서 혼수 준비도 했다. 박씨는 “백화점에선 할인을 거의 안 하는 르쿠르제, 휘슬러, 실리트, 스타우브 같은 프리미엄급 주방용품을 여기선 30~50%까지 할인해줘 혼수 준비하기 최적의 장소였다”고 말했다.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원선(35)씨는 요즘 다섯 살배기 아들의 장난감을 아웃렛에서 산다. 주로 ‘레고’를 사는데 오랜 시간 가지고 놀 제품이 아닌데 제값 주고 사기엔 왠지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이씨는 “레고는 아웃렛에서 사면 기본적으로 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제품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리미엄 아웃렛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는 가족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놀이 시설이 많이 설치된 파주와 이천의 아웃렛이 특히 그랬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에서 만난 주부 최혜연(33·광진구 자양동)씨는 “아이가 좋아해 하루 코스 가족 나들이로 종종 나온다”며 “아이가 아빠와 놀 동안 엄마는 쇼핑할 수 있고 또 먹거리가 많아 1석 3조”라고 말했다.
 
 아웃렛별 특징도 제각각이다. 명품을 가장 많이 갖추고 있는 곳은 여주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이다. 발렌시아가·생로랑·지방시 등 요즘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를 싼값에 살 수 있다. 롯데쇼핑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 가기 좋다.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스포츠웨어와 용품, 아웃도어, 중저가 한국 브랜드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가 있고 아웃렛 구석구석에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기차와 자동차, 그네 등 놀이 시설을 만들었다. 가장 늦게 아웃렛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의 인프라를 십분 활용했다. 계열사인 패션업체 한섬의 소속 브랜드 매장과 프리미엄급 주방용품과 소형가전 등을 판매한다.

 아웃렛별로 분위기는 다르지만 다양하고 트렌디한 먹거리를 손님 잡기에 활용하는 건 공통점이다. 홍대 앞의 유명 함박스테이크 집이나 파주에서 유명한 베이커리,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탈리안 디저트 등을 입점시키는 식이다.

언제 가면 좋은 물건 싸게 사나

아웃렛 이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언제 좋은 물건이 매장에 들어오는지다. 아웃렛의 가장 큰 매력은 좋은 브랜드의 물건을 원래 판매 가격의 30%에서 많게는 80%까지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할인율이 높고 품질이 좋은 제품은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동난다. 그 시기에 맞춰 아웃렛에 방문하는 게 좋다.

 실제로 아웃렛의 여러 매장 직원에게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는 시기와 일정을 물어봤다. 답은 하나같이 “수시로 들어온다. 정해진 일정은 없다”였다. 이번엔 아웃렛에 매장을 운영하는 패션 회사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의류나 잡화 같은 패션 상품의 경우 정상 매장에서 해당 시즌이 지나면 바로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금부터 8월까지 백화점 정상 매장에서 판매하는 봄·여름철 의류는 약 한두 달 후인 9~10월부터 프리미엄 아웃렛에 걸린다. 가을·겨울용 옷은 2월까지 백화점에서 팔고 3~4월에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간다.

 초기 프리미엄 아웃렛에서는 계절에 상관없는 상품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웃렛에서도 그 계절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는 추세다. 한 패션 회사 관계자는 “과거엔 시즌이 완전히 지난 상품을 아웃렛으로 넘겼지만 지금은 이월상품이라도 그 계절에 입을 수 있는 제품 위주로 판매한다”며 “옛날처럼 한여름에 겨울 상품을 판매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빨리 좋은 상품이 들어오는 시기를 알 방법은 없을까. 아웃렛을 즐겨 이용하는 이들에게 물어봤다. 주부 이모(42·강남구 압구정동)씨는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 직원에게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A라는 브랜드의 스카프가 사고 싶다면 아웃렛 매장 직원에게 “이번 시즌 스카프가 정상 매장에서 넘어오면 연락 달라”고 부탁하는 거다. 이씨는 “그 매장을 여러 번 방문해 직원과 안면을 터놓으면 물건이 들어왔을 때 연락을 해준다”고 말했다.

 백화점 등 정상 매장의 직원에게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직원에게 “저 상품이 아웃렛에 넘어가면 알려 달라”고 이야기해 놓으면 연락해 준다. 그 매장의 VIP 고객이라면 더 쉽다. 이씨는 “스카프나 벨트, 작은 파우치 같은 잡화류는 아웃렛으로 넘어가는 물량이 꽤 된다”며 “직원이 연락해주면 친구 두세 명이 모여 그 물건을 사러 아웃렛에 간다”고 말했다.



6개 아웃렛 활용 가이드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베이킹용품, DIY인테리어 전문점에 인기 맛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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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동대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도심형 아웃렛으로 문을 열었다. 가산동에 이은 현대백화점의 두 번째 도심형 아웃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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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패션몰 ‘두타’ 바로 뒤편에 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트렌디한 식음료 매장과 리빙용품, 베이킹, 인테리어 DIY 용품 등 라이프 스타일 상품이 많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둘러볼 만한 곳은 지하 2층이다. 지상 9층에도 식당가가 있지만, 지하 2층에는 현대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 같은 다양한 음식 매장이 있다. 티라미수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저트 브랜드 ‘폼피’, 바나나우유를 테마로 한 빙그레의 ‘옐로우카페’, 빙수집 ‘밀탑’ 등 식당·카페·베이커리 등이 있다. 한쪽에는 현대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와 같은 모습의 푸드코트 ‘h-키친’이 있다.

 그다음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2층이다. 주방·리빙 용품 층으로 체험형 라이프 스타일 몰을 매장 안에 넣었다. 빵 만드는 재료를 판매하는 ‘브래드 가든’은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다. 이곳에서 만난 최진희(33·영등포구 영등포동)씨는 “동대문에 현대백화점이 하는 아웃렛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왔는데, 이렇게 예쁜 베이킹 용품이 모여 있는 곳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 옆엔 셀프인테리어 용품을 파는 ‘문고리’가 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 특이한 디자인의 타일·문고리와 다양한 색상의 페인트 등이 있어 계산대 앞에 늘 줄이 생기는 매장이다.

 이곳에는 쉬어 갈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많다. 지하 1층 교보문고는 아웃렛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공간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200석 규모의 좌석이 있는데 주말엔 1시간 넘게 대기해야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또 각 층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층별로 다른 특색의 널찍한 카페가 있다.

▶단점: 프리미엄 아웃렛이 아니다 보니 패션 상품은 기대에 못 미친다. 50~80% 할인 판매하는 국내 브랜드 위주다. ‘타임’ ‘마인’ 같은 한섬 브랜드 외에는 중저가 브랜드가 많고 명품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 개점 시기: 2016년 3월
○ 주소: 서울 중구 장충단로 13길 20(구 케레스타)
○ 규모: 지하 2층~지상 9층(영업 면적 3만7663㎡), 지하 3~6층은 주차장
○ 브랜드 수: 270여 개(식음료 포함)
○ 이곳에만 있는 브랜드: 빵 재료 전문점 ‘브래드 가든’, DIY인테리어 용품점 ‘문고리’, 키덜트숍‘남자는 영원한 소년이다’
○ 먹을거리: 백화점 분위기의 푸드코트와 층별 다른 콘셉트의 카페들
○ 주차: 지하 700대, 인근 국립중앙의료원 주차장 250대. 10분에 700원. 당일 4만원 이상 구매 시 1시간, 7만원 이상 구매 시 2시간 무료
○ 운영 시간: 일~수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 목~토요일 오후 11시 폐점
○ 문의: 02-2283-2233


[신세계사이먼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등 60여 개 명품 매장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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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아웃렛이다. 신세계그룹과 미국 부동산개발회사 사이먼 프라퍼티그룹이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개점 초기엔 미국 프리미엄 아웃렛 ‘첼시’와 손잡고 만들어 ‘신세계첼시’란 이름을 썼다가, 사이먼이 첼시를 인수하면서 2013년 ‘신세계사이먼’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지난해 2월 크기를 더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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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프리미엄 아웃렛 중 가장 많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60여 개의 명품 브랜드가 입점돼 있는데 그중 50개가 다른 곳에는 없는 단독 입점 브랜드다. 입점 명품 브랜드 수로는 일본의 고템바 프리미엄 아울렛, 미국 우드버리 커먼 프리미엄 아울렛을 앞선다. 이 밖에도 ‘샌프란시스코마켓’ ‘쿤’ ‘블러스’ ‘에이랜드’ 등 다양한 패션 편집숍이 있다. 보테가 베네타, 지방시, 생로랑, 발렌시아가, 몽클레르 등 최근 인기 있는 브랜드가 있다. “결혼기념일이라 남편에게 선물할 지갑을 사러 왔다”는 김지은(37·광진구 자양동)씨는 “거리가 멀어도 명품 브랜드 아웃렛으로는 여기만 한 곳이 없어 나들이 겸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보테가 베네타에서 40% 할인된 가격에 남편의 지갑을 구입했다.

▶단점: 서울에서 1시간30분 남짓 걸리는 먼 거리다. 차가 막히면 편도 2시간을 넘길 때도 있어 하루를 온전히 내지 않으면 방문하기 힘들다. 명품 위주 구성이다 보니 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 이외에는 싼 가격으로 쉽게 살 수 있는 중저가 제품이 적다.

○ 개점 시기: 2007년 6월 ??주소: 경기 여주시 명품로 360
○ 규모: 45만3100㎡(약 13만7000평)
○ 브랜드 수: 270여 개
○ 이곳에만 있는 브랜드: 발렌시아가, 생로랑, 지방시, 몽클레르, 올세인츠 등 50여 개
○ 먹을거리: 홍대 맛집으로 유명한 ‘구슬함박’, 광저우 요리 식당 ‘바오차이’, 일본라멘·돈부리 식당 ‘하코야’, 수제 햄버거집 ‘쟈니로켓’과 ‘스트릿츄러스’ ‘오슬로’ 등
○ 주차: 아웃렛 이용 시 무료
○ 운영 시간: 월~목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 금~일요일·공휴일 오전 10시30분~오후 9시
○ 문의: 1644-4001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국내 최대 레고 매장과 인근에 ‘태후’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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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사이먼이 여주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프리미엄 아웃렛이다. 2011년 처음 문을 열었고 2013년 규모를 키워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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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여주가 명품 위주로 연인과 여성 고객에게 집중했다면 파주는 어린 자녀를 가진 가족 고객이 중심이다. 국내 최대 크기의 레고 매장과 아동용품 편집숍 ‘마마스 앤 파파스’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로 주말엔 원어민 강사와 유기농 쿠키를 만드는 ‘키즈 잉글리쉬 쿠킹 클래스’를 열고, 회전목마·미니기차·바운스스핀 등 놀이시설을 갖췄다. 평일엔 레고놀이와 놀이기구 등 7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3시간짜리 ‘키즈케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이곳에서 만난 주부 이지원(34·양천구 목동)씨는 “아이가 어리다 보니 여주나 이천까지 나가기는 힘들다”며 “파주는 차로 30~40분 거리여서 레고 사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최근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캠프 그리브스가 가까이 있어 주말 나들이 코스로 부상하고 있다.

▶단점: 패션 위주의 프리미엄 아웃렛이긴 하지만 여주보다 명품 브랜드가 적다. 국내외 패션 브랜드가 많지만 아웃렛 특별 세일 기간이 아니라면 평균 할인율 30~50% 정도로 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파주 지역에 있는 롯데 아웃렛과도 입점 브랜드가 비슷한 데다 롯데에 비해 서울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다.

○ 개점 시기: 2011년 3월
○ 주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200
○ 규모: 8만6000㎡(약 2만6000평)
○ 브랜드 수: 220여 개
○ 이곳에만 있는 브랜드: 오디오 전문 브랜드 ‘보스’와 ‘소니’카메라 매장
○ 먹을거리: 미국식 수제 햄버그 ‘쟈니로켓’, 여의도 웰빙 맛집으로 유명해진 베트남 쌀국수 식당 ‘포하노이’ 등
○ 주차: 아웃렛 이용 시 무료
○ 운영 시간: 월~목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 금~일요일·공휴일 오전 10시30분~오후 9시
○ 문의: 1644-4001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
오클리·브라이틀링·태그호이어 등 남성시계·패션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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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의 첫 번째 프리미엄 아웃렛이다. 2011년 경기 북부권 최대의 프리미엄 아웃렛을 표방하며 신세계사이먼과 함께 파주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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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큼직한 건물 4개로 구성돼 있다. 건물마다 취급하는 상품 분야가 다르다. 이곳은 특히 나이키·아디다스·데상트 등 스포츠 브랜드와 오클리·아이더·머렐 등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어서 서울과 경기 북부권에 거주하는 20~30대와 청소년 자녀를 위한 가족 쇼핑객이 많이 모여든다. 또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브라이틀링과 고급 남성 브랜드 몽블랑·폴스미스 등의 매장이 많아 20~40대 남성 고객이 많이 찾는다. 이곳의 한 매장 직원은 “평일엔 일산과 서울에서 퇴근 후 혼자 방문하는 남성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의 공통점인 어린 자녀를 위한 부대 시설도 많다. 회전목마, 어린이 전동차, 미니 트레인, 꼬마 기차 등을 갖췄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뽀로로 파크’와 ‘플레이타임’ 역시 늘 사람들이 붐빈다.

▶단점: 건물 간 거리가 멀어 다른 분야의 상품을 보기 위해서는 한참 걸어가야 한다. 특히 패션과 스포츠 브랜드가 멀리 떨어져 있어 이동이 불편하다. 남성 시계 이외엔 명품 매장 수가 적고 요즘 인기 있는 브랜드가 적어 유행에 민감한 쇼핑객에겐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면이 있다.

○ 개점 시기: 2011년 12월
○ 주소: 경기 파주시 회동길 390
○ 규모: 3만5300㎡(약 1만700평)
○ 브랜드 수: 250여 개
○ 이곳에만 있는 브랜드: 프라다, 몽블랑, 브라이틀링 등. 어린이 시설 ‘뽀로로파크’.
○ 먹을거리: 중국 현지식 레스토랑 ‘금미덕’, 매운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군산오징어’, 연인들이 좋아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말리’
○ 주차: 지하 2800대, 야외 600대 규모. 아웃렛 이용 시 무료
○ 운영 시간 : 월~금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 주말은 오후 9시 폐점.
○ 문의: 031-960-2500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
한섬 브랜드 매장 많고 명품 주방용품 한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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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백화점이 처음으로 만든 프리미엄 아웃렛이다. 가산동의 도심형 아웃렛에 이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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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서울 도심과 가깝다. 바로 옆 아라뱃길에 요트 정박장 ‘아라 마리나’가 있어 요트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방문 코스로도 활용된다. 이곳은 현대백화점을 고스란히 옮겨온 것 같다. 고급스러운 매장 인테리어와 구성 이외에도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프리미엄급 브랜드 매장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타임’ ‘마인’ 등 현대백화점의 계열사인 ‘한섬’의 여성복 브랜드 이외에도 ‘쿠플스’ ‘타임 옴므’ 같은 브랜드의 매장이 크고 상품도 많다. ‘르쿠르제’ ‘실리트’ ‘휘슬러’ 같은 프리미엄급 주방용품 매장도 있다. 특히 르쿠르제는 정상가에서 20~30% 할인 판매를 하고 2개를 사면 추가 할인을 하는 세트 할인 등을 적용해 여성 고객으로 늘 붐빈다.

 아웃렛 최대 규모의 지하 주차장이 있어 주차 공간은 넓다. 하지만 평일 오후에도 주차장이 거의 꽉 찰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 편의 시설로는 프리미엄 아웃렛 중 유일하게 5000㎡ 규모의 하늘 정원을 만들었다. 여기에 회전목마와 놀이 조형물을 설치했고 아웃렛 내부를 관통하는 450m 길이의 물길을 내 테마파크 같은 느낌을 냈다. 푸드코트내에는 수입 델리와 와인을 판매하는 전문 편집 코너가 크게 자리 잡고 있어 시선을 끈다.

▶단점: 동선이 복잡해 매장이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240여 개의 브랜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브랜드가 별로 없다”고 느끼는 쇼핑객이 많다. 백화점을 그대로 옮겨온 분위기다 보니 일반 백화점과 다른 특징을 찾기 힘들다.

○ 개점 시기: 2015년 2월
○ 주소: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육로 152번길 100
○ 규모: 15만3800㎡(약 4만6500평)
○ 브랜드 수: 240여 개. 이 중 해외 명품 브랜드는 54개.
○ 이곳에만 있는 브랜드: 지미추, 테레반티네, 제롬 드레이퓌스 등
○ 먹을거리: 2500㎡ 규모의 프리미엄 식품관을 운영한다. 일식 도시락 식당 ‘코코로벤토’, 도곡동 유명 태국식 쌀국수 식당 ‘포브라더스’ 등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분점과 ‘나폴레옹 베이커리’ ‘밀탑’ ‘고디바’ ‘도레도레’ 등 디저트 전문점 및 카페 등.
○ 주차: 지하 2100대, 야외 1000대 규모.
○ 운영 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 ??문의: 031-812-2233


풍년 밥솥에서 르쿠르제 냄비까지 혼수 장만에 딱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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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이 파주에 이어 경기권의 두 번째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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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이곳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로 북적인다. 아웃렛 내 꽤 여러 곳에 로봇마차·꼬마기차·그네 등 부대시설이 있는데, 부대시설에는 신나게 뛰어노는 어린 자녀와 그 자녀들을 돌보는 가족들이 가득하다. 또 ‘레고’ 매장과 장난감 편집숍 ‘키즈몰’, 아동용 의류매장 등이 편집숍 형태로 들어와 있다.

 이곳의 많은 고객은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부부와 그 가족이다. ‘실리트’ ‘휘슬러’ 같은 프리미엄 주방용품에서부터 ‘조셉조셉’ ‘헹켈’ ‘필립스’ 같은 다양한 주방용품과 소형 가전을 평균 30~50% 할인가로 판매하는데, 추가 할인 이벤트나 특가 상품이 많다. 휘슬러 매장의 한 직원은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서도 혼수 준비를 하러 많이 올라온다”며 “주로 모녀 등 가족 중심”이라고 전했다. 이곳에는 한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구두 전문관, 란제리 종합관, 키즈몰 등 같은 품목의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은 편집숍 형태가 많다.

 이천의 지역 특색을 살린 매장도 있다. ‘이천향토특산물관’ ‘이천도자기’ 등이 아웃렛 안에 있다.

▶단점: 매장이 일직선 형태로 길게 뻗어있는 형태라 다른 매장으로의 이동이 어렵다. 아웃렛의 규모가 큰 데다 중간이 뻥 뚫려있어 광활한 느낌마저 든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 많은데 일부 쇼핑객들은 이를 불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 개점 시기: 2013년 12월
○ 주소: 경기 이천시 호법면 프리미엄아울렛로 144-74
○ 규모: 5만2800㎡(약 1만6000평) ??브랜드 수: 340여 개
○ 이곳에만 있는 브랜드: 페라가모, 아르마니
○ 먹을거리: 파주 프로방스마을에서 유명한 ‘류재은 베이커리’, 한식뷔폐 ‘풀잎채’ 등
○ 이벤트: 주말마다 로봇마차, 인형극 등 이벤트.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는 보물찾기 행사
○ 주차: 지하 2500대, 야외 500대. 아웃렛 이용 시 무료
○ 운영 시간: 월~금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 주말은 오후 9시폐점.
○ 문의: 031-777-2500
<기사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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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행실도 열녀편 ‘여종지례(女宗知禮)’.


‘삼종지도’(三從之道)는 원래 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를 말한다. 어려서 아버지 말을 잘 듣고,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에 나온 말로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기본적 윤리로 존중됐던 ‘삼강오륜’(三綱五倫)에도 등장한다. 2016년 대한민국엔 ‘신(新) 삼종지도’라는 말이 등장했다. 삼종지도 속 여성을 남성으로 바꾼 것이다.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버전도 있다. 여자는 어려서는 아비의 뜻과 어미의 뜻을 함께 따르며, 시집가면 지아비를 가르쳐 평등한 가정을 만들고, 지아비가 죽으면 아들에 연연하지 말며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정 내 달라진 남녀 위상
아들아 넌 이렇게 살아라 … ‘가모장’이 교육·경제·노후 이끈다

“남자는 조신하게 살림이나 해라.” “어디 아침부터 남자가 인상을 쓰느냐.” “여자가 하는 일에 토 달지 마라.”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하던 말을 여성이 남성에게 하고 있다. 개그우먼 김숙이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에서 가상 부부를 맺은 남편 개그맨 윤정수에게 쏟아 붓는 말이다. 또 다른 방송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강주은은 마초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최민수를 아이처럼 다룬다. 이런 모습을 두고 전통적인 한국의 가부장(家父長) 사회가 가모장(家母長) 사회로 바뀌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최근에는 조선시대 여성의 덕목이던 ‘삼종지도’(三從之道)를 현대 남성의 덕목으로 패러디한 ‘신(新) 삼종지도’라는 말이 유행한다. 30~60대 남녀 30명으로부터 이런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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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정보력, 아빠는 따라갈 수 없어
자녀 교육에 대한 남성의 입지 줄어
“훈수 두느니 차라리 무관심이 나아”


여성의 역할이 가장 큰 분야가 자녀 교육이다. 올해 아들을 서울 명문대에 합격시킨 김모(49·여·대치동)씨가 좋은 예다. 교육열이 남다른 그는 아이 진학을 위해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닌 것은 물론, 대학별 입시 정보도 줄줄 꿰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참석한 입시설명회만 10번이 넘는다. 대입 수시 전형을 준비할 때는 유명하다는 컨설턴트를 찾아 조언을 들었고, 대입에 필요한 비교과 활동을 알아내 준비시켰다. 아이의 스펙이 어떤 학교, 학과에 유리할지 판단하고 전략을 짜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지원 대학과 학과 등을 남편과 상의는 했지만, 대부분 혼자 결정했고,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자기 뜻을 밀고 나갔다. 김씨는 “아이가 고3 때 대학선이수제(AP)나 종합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남편이 ‘학생들이 준비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반대했지만 ‘뭘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해 무시했다”며 “엄마 네트워킹을 통해 얻은 정보와 발품 팔아 쌓은 지식 덕분에 자녀 교육에서는 남편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뿐 아니다. 가정에서 자녀 교육을 도맡아 하는 건 대부분 여성이다. 이는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마찬가지다. 사실 엄마가 자녀 교육을 도맡아 하는 건 줄곧 이어져 온 일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자녀 교육에 대한 남편의 권한이 이전보다 더 줄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남편이 자녀 교육을 직접 담당하지 않아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심에서 밀려났다. 오죽하면 대입에 성공하는 요소 중 하나가 ‘아빠의 무관심’일까. 고3 자녀를 둔 김은경(47·여·서초구 우면동)씨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남편이 최근 입시제도나 교육 트렌드도 모르면서 훈수 두는 게 탐탁지 않다”고 말했다. 본인 학생 때만 생각해 ‘학원 다닐 필요 없다’거나 ‘공부는 혼자 하는 거’라고 할 때마다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단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자녀 교육만큼은 남편이 여자가 하는 일에 끼어들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자들은 자녀 교육에 상대적으로 뒷전일 수밖에 없다. 이모(42·남·서초구 세곡동)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육아 때문에 함께 거주하는 장인이 아내와 함께 아이 교육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굳이 나설 필요도 없다. 그는 “초등학교 선택이나 전학 등 큰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묻기도 하지만, 대부분 두 사람이 논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얘기해봐야 크게 바뀌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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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구 20년 새 13.2% 증가
여성이 재테크 도맡고 몫돈만 의논
“내 연봉이 더 높아 남편이 눈치 봐”


여성의 경제적 독립은 가정 내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1994년 30.7%에 불과했던 맞벌이 가구 비율은 2014년 43.9%로 13.2% 늘었다.

예전에는 남편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는 가정이 대부분이라 남편이 가정에서 권력을 잡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맞벌이 부부가 절반 가까이 되는 요즘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거나 여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모(36·여·송파구 잠실동)씨는 “어렸을 때는 아빠 외벌이라 엄마가 항상 아빠 눈치를 보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춰줬지만, 이제는 연하인 남편보다 내 연봉이 더 높고 육아까지 내가 담당하니 남편이 내 눈치를 보고 모든 걸 나한테 맞춰주는 게 당연한 것 같다”며 “가정 내 의사 결정권이나 주도권은 경제력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계 관리를 여성이 하는 경우도 늘었다. 예전에는 회사에 다니거나 사업하는 남편이 아내에게 일정한 금액을 갖다 주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남편이 월급을 통째로 아내에게 맡기고 용돈을 타 쓰거나 체크카드로 생활한다.

   맞벌이하는 고모(32·여·경기도 광명시)씨도 그중 하나다. 남편은 월급 전액을 고씨의 통장으로 이체시키고 자신의 명의로 된 카드를 사용한다. 남편은 고씨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 알 수 없지만, 고씨는 자신의 통장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그는 “이런 상황 자체가 가정 내 경제 주도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했다는 증거 같다”며 “주택 구입이나 재테크처럼 목돈이 들어가는 일만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맞벌이가 아닐 때도 마찬가지다. 외벌이를 하는 송모(39·남·경기도 일산)씨는 10년 전 결혼하는 순간부터 월급 전부를 아내에게 맡기고 하루에 2만원씩 용돈을 타 쓴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재테크 수완이 아버지보다 좋았고, 적은 월급으로 재산을 불리는 모습을 보면서 ‘돈 관리는 여자가 하는 게 맞다’는 가치관을 갖게 됐다. 그는 “솔직히 여자가 남자보다 꼼꼼하고 섬세하기 때문에 돈 관리도 잘한다”며 “주변 친구 중에도 70~80%가 아내에게 가계를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각각 독립적으로 가계를 꾸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맞벌이하더라도 남자나 여자에게 전액을 맡기는 게 아니라 공통의 통장을 만들어 일정한 금액을 생활비로 내는 식이다. 통계청의 2015년 가족실태조사도 이를 잘 보여준다. 가족 내 의사결정을 묻는 질문에 ‘부부가 함께한다’는 의견이 자녀 교육은 36.8%였지만, 주택 구입은 57.5%, 투자·재산관리는 43.6%였다. 남성이나 여성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아니라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가계를 꾸려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결혼 2년 차인 직장인 이모(33·여·송파 가락동)씨는 “맞벌이하면서 자신이 모든 돈을 관리하는 세 살 터울 언니와 달리 나는 서로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남편이 ‘귀찮다’며 모든 걸 내가 하길 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경제력을 갖길 원했고, 혼자 관리하기 힘에 부칠 때가 많아 동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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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최정윤(39)씨는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가정에서도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결혼 10년차 주부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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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양, 남녀 구분 사라진 지 오래
남성 38.5% 처가살이 할 의향 있어
“출가외인, 이젠 여자가 아니라 남자”


부모 부양에서도 여성의 역할은 늘어났다. 딸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거다. ‘출가외인’(시집간 딸은 집 사람이 아니고 남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대학생 자녀를 둔 김혜라(52·여·양천구 목동)씨는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들 키워봐야 장가가면 아무 소용없다는 의미로 ‘아들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며 “출가외인은 이제 여자가 아니라 남자에게 해당하는 사자성어가 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아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남녀 구분 없이 능력이 되는 사람이 모시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부모 세대도 굳이 자식들에게 의지하려는 생각이 옅어졌다. 서모(63·여·서초구 방배동)씨는 “손주를 돌보거나 돈을 모으는 것처럼 특별한 목적이 없는 이상 아들이나 딸 그 누구와도 함께 살고 싶지 않다”며 “능력이 되면 따로 살다가 더 나이 들면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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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딸 대신에 손주를 보는 친정엄마가 늘면서 처가살이하는 젊은 부부도 많아졌다. 이모(42·남·강남구 세곡동)씨는 “육아 때문에 장인·장모와 살림을 합친지 올해로 6년째”라며 “장인이 자녀 교육에 앞장서고, 장모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해 주시니 여러모로 편하다”고 말했다.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하랴’는 속담이 옛말이 된 거다.

 처가살이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2014년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미혼 직장인 1362명을 대상으로 부모 부양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남성의 38.5%는 ‘처가살이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여성이 ‘시집살이를 하겠다’고 말한 비율은 19.1%로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 고모(32·여·경기도 광명시)씨는 “외동딸이라서 결혼하기 전부터 엄마를 모시고 살 생각을 했고, 남편도 동의했다”며 “고부관계보다 장서관계가 수평적이기 때문에 남자들도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보다 상대적으로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도 부모가 딸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요소다. 여성이 남성보다 관계 지향적이고 공감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1남 2녀 삼남매를 모두 출가시킨 권모(63·여·송파구 가락동)씨는 “어렸을 때는 ‘아들이 최고’라는 생각에 집안일도 딸들만 시킬 정도로 편애해서 키웠는데, 막상 다 키워놓고 보니 부모를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건 딸이더라”며 “아들은 장가간 후 어쩌다 한 번씩 일 있을 때만 연락을 하지만 두 딸과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카톡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고 말했다.

 남아선호사상이 옅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딸 둘을 낳으면 ‘금메달’이고, 아들 둘을 낳으면 ‘목메달’이라는 얘기는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3 외아들을 둔 김모(43·여·관악구 성현동)씨도 “언니에 이어 둘째 딸로 태어난 탓에 신생아일 때 아버지가 쳐다보지도 않았을 정도로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심했다”며 “요즘 딸과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언니를 볼 때마다 딸 한 명 더 안 낳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김혜라씨는 “예전에는 결혼한 이후 친정에 드나드는 게 남편이나 시댁 식구 눈치가 보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오히려 남편이 부모님 챙길 때 아내 눈치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가모장, 고달픈 수퍼우먼
가정에선 역할 늘고, 사회에선 유리천장에 갇혀


가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전문가들은 “가모장 사회로의 변화는 시대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입을 모은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고 산업이 한창 부흥할 때는 사회의 중심 가치가 ‘가정’보다는 ‘일’이었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가족’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늘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 살림만 하던 이분법적 구조도 깨졌다.

TV 속 김숙 보며 가부장 해체 카타르시스
OECD 여성 고용 차별 1위, 유리천장 1위
실제론 여성 우위 아냐…맘충 등 여혐도


 이런 움직임은 선진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해나 로진은 책 『남성의 종말』에서 “남자들은 4만 년 동안 세상을 지배했고, 여자들은 40년 전부터 남자를 밀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책에서 2009년을 기점으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력의 균형추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기울어진 여성 우위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지식과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후기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들었다. 과거엔 몸집이나 체력이 약한 여자가 남자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사회 지능과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 현대에 접어들면서 육체적 힘의 우위가 주도권을 결정하지 않는 세상이 된 거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세대 간의 소통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여자들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고령화, 저출산 시대도 여성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가 여성에게 긍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정 내에서 성 역할의 경계가 무너진 게 마치 여성의 지위가 올라간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에서 과장해서 가모장을 다루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상수 평등사회연구센터장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는 건 맞지만, 마치 우리 사회가 여성 우위 사회인 것처럼 비치는 건 위험하다”며 “아직 사회 곳곳에서 불평등하게 사는 여성들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가모장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거다.

 가모장 사회라는 말 자체에도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다. 가모장이라는 말을 가부장의 미러링 효과(상대의 말과 행동을 모방해 상대의 잘못을 깨닫게 하는 방법)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박모(37·여·강남 역삼동)씨는 “가부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권위적’이라는 말과 이어지는 것처럼 ‘가모장’이라는 말도 ‘여성이 남성을 지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김숙이나 강주은의 행동을 보면서 여성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아직 우리 사회가 가부장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혐오심이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기를 펴지 못하고 지내는 일부 남성들이 여성 비하에 앞장서기 시작한 거다. 백모(33·여·송파구 신천동)씨는 “남자들이 여자들을 ‘김치녀’ ‘된장녀’ ‘맘충’이라고 매도하는 저변에는 ‘여자는 조신하고 남자의 말에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가부장적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최근 이슈가 된 반(反) 여성혐오 사이트 ‘메갈리아’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가모장 사회가 여성에게 과도한 역할을 부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전에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아이만 키우면 됐지만 이제는 회사에 다니면서 자녀 교육도 해야 하고, 가정 경제도 이끌고, 부모도 부양하는 말 그대로 ‘수퍼우먼’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 10년 차 구모(33·은평구 진관동)씨는 “시어머니는 ‘여자도 일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했던 역할까지 기대한다”며 “가모장 사회가 결코 여성에게 좋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모(36·서초 잠원동)씨는 “회사 일이 많아서 집에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죄인이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며 “전업주부라 집안일만 신경 썼던 엄마가 부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남녀차별이 여전히 심한 것도 문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국가로 꼽힌다. OECD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래 계속 1위다.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비판하는 말) 지수도 여전히 낮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6년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25점을 받아 OECD 주요 29개국 중에 꼴찌를 차지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고등교육과 남녀의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산출하며 지수가 높을수록 사회에서 양성평등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집에서는 수퍼우먼이 돼야 하고,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벽을 깨야 하는 게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