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일 수요일

"새끼 길고양이 구조? 무작정 하면 안 됩니다"

최모씨(25)가 발견한 어미 고양이와 새끼들.(사진 최씨 제공) © News1
전문가들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건지 확인한 뒤 구조 결정해야"

직장인 최모씨(25)는 지난 29일 회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옆 작은 화단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작디작은 고양이는 사람이 무서웠는지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했다. 

'어미는 어디 간 거지?' 어미젖을 먹으며 보살핌을 받아야 할 새끼가 혼자 있는 모습을 본 최씨는 당장이라도 구조하고픈 맘이 들었지만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 하루 뒤 다시 찾아오기로 했다. 

이튿날 최씨가 다시 찾은 장소에는 새끼와 형제로 보이는 다른 새끼 세 마리, 그리고 어미까지 있었다. '어제 그냥 새끼를 데리고 왔더라면 큰일 날 뻔했네.' 최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깽이(고양이 보호자들이 새끼를 귀엽게 부르는 말) 대란'이 시작됐다. 날이 따뜻해지는 3~6월이면 발정기 때 새끼를 가진 길고양이들이 하나둘 출산을 하기 때문에 이맘때면 동네 곳곳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아깽이 대란' 때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새끼들이 단체로 우는 통에 사람들의 불평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지방자치단체와 동물보호단체엔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 민원이 끝없이 이어진다. 

지자체 관할 유기동물 보호소에도 새끼 고양이가 쉴 새 없이 입소한다.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무원들이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보낸 아기 고양이만 최근 2개월 사이 80여 마리에 이른다. 

동물보호단체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자체에 민원을 넣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지면 공고기간 후 안락사 시킨다는 걸 아는 이들은 대부분이 동물보호단체에 구조요청을 하기 때문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매년 이맘때면 새끼 고양이 구조 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토로했다. 


어미로부터 버림받았다가 구조된 새끼 고양이들이 수유가 가능한 다른 어미의 젖을 먹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시의 한 주택 보일러실에서 이들 고양이를 구조했다.(사진 카라 제공)© News1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끼 고양이를 무조건 구조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씨처럼 하루이틀 정도 지켜본 뒤 구조를 결정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어미 젖을 먹으며 보살핌을 받는 새끼가 어미와 생이별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6년차 '집사'이자 3년차 '캣대디'인 오영주씨(43·서울 성북구)는 "어미가 간혹 아픈 아이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먹이를 구하러 가면서 자릴 비우는 것"이라면서 "도시엔 먹이가 부족하니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니 주위에 어미가 없더라도 하루 정도 지켜본 뒤 구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대표 임순례)의 전진경 상임이사도 새끼 고양이가 버려진 건지,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건지 등을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새끼 고양이가 어떤 상황에서 발견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아늑한 곳에서 우는 아기 고양이들은 잠시 외출한 어미 고양이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으니 먼저 지켜봐야 한다"면서 "어미가 돌아오는 걸 확인했다면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다니며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추가 발정 때문에 새끼를 버리고 도망가지 않도록 먹이를 공급하고, 임시 주거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할 수만 있다면 주변 고양이들을 중성화 수술해 발정을 억제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이사는 최근 새끼 구조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 제보자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를 발견했는데 세 마리는 죽어 있었고 두 마리만 살아 있었다"면서 "이런 고양이는 사람이 버린 것이므로 꼭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도시에는 숨어서 새끼를 키울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띄어서 새끼를 잃는 고양이가 많다"면서 "새끼들이 처한 환경, 어미의 모성애 여부, 계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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