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일 수요일

카드 안되고 길가서 버스표 판매… 시골보다 못한 김포공항

낯뜨거운 국제선 리무진버스
5월 30일 정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의 서울 도심행 리무진버스 정류소에서 외국인 승객이 버스 회사 직원에게 현금을 주고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강남!” “동대문!” “잠실!”

26도를 넘는 더위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30일 낮. 서울 강서구 하늘길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1층 입국장 밖 6번 버스 정류소에서 안내 직원 5명이 서울 각지로 향하는 8개 노선의 리무진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승객들에게 행선지를 외쳤다. 버스 안내판이 있었지만 한국어와 영어로만 돼 있어 일본,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부채질을 하며 안내 직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던 20여 명은 간신히 행선지 버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 일본 도쿄(東京)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온 승객들이 우르르 몰려와 170cm 남짓한 높이의 안내판에서 자신이 타야 할 버스를 찾으려 했지만 상당수는 이해할 수 없는 안내문에 고개만 갸웃거렸다. ‘한류(韓流)의 관문’을 표방하는 김포공항이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김포공항은 인천국제공항보다 서울 도심 접근성이 좋아 비즈니스와 한류 관광의 길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 4월 말∼5월 초 일본의 ‘골든위크’, 중국 노동절 연휴 때 3만6000여 명의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김포공항은 일본 중국 대만 등 3개국, 6개 노선만 운영하고 있어 최근 한류 관광의 핵으로 떠오른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이 대거 몰리는 곳이다.

김포공항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3508억 원, 영업이익 1558억 원을 올렸다. 한국공항공사 매출의 43.2%를 차지해 지방공항 적자를 메우며 공사의 12년 연속 흑자를 이끌었다. 청사에 은행과 카페, 로밍센터, 카지노 영업소 등 수익시설을 대거 유치한 결과다.

하지만 10년 넘도록 도심행 리무진버스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 건물 앞 외부에 놓인 몇 개의 벤치가 전부다. 시골 동네 버스터미널에도 대기실이 따로 있는데 외국 손님들을 길가 시내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티켓 서비스도 엉망이었다. 이날 서울에 출장 온 일본인 F 씨(53)는 행선지를 부르며 오가는 정류소 직원에게 현금을 주고 티켓을 샀다. 실내외 매표소가 없어 카드 결제는 불가능했다. 환전을 안 한 승객들은 다시 은행에 들러 환전하고 나오기도 했다. F 씨는 “긴 여정에 피곤한 외국인에게 김포공항 버스 정류소는 힘이 드는 곳”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사 내 일본어와 중국어 서비스도 부족했다. 병원, 약국, 편의점 등의 위치를 안내하기 위해 입국장과 출국장을 잇는 에스컬레이터 옆에 설치한 청사 안내판은 한국어와 영어로만 쓰여 있었다. 급성 심근경색에 대비하는 자동제세동기(AED) 설명문, 세계적으로 전염병 공포를 몰고 온 지카 바이러스 대책, 테러를 비롯한 항공 안전 신고를 안내하는 입간판 등 안전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청사 내 음식점, 카페 등 민간시설 안내판이 대부분 일본어와 중국어를 병기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김포공항이 한국의 첫인상을 주는 관문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영민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는 “김포공항이 수익 추구에 집중한 나머지 승객 편의는 도외시한 측면이 있다. 부실한 서비스는 한국 재방문율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며 “관광객 중심의 대대적인 시설 점검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의 리무진버스 정류소 편의시설 미비 및 일본어 중국어 안내문 부족과 관련해 용역단체, 유관기관 협의를 거쳐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