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5일 금요일

납치ㆍ인신매매 잔혹사…인도 14세 소녀의 눈물

#.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州)에 사는 나린데르 씨는 올해 36세인 노총각이다.

교사라는 번듯한 직업도 갖고 있지만 신붓감 찾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나린데르 씨는 “부자거나 정부에서 일하는 남자들만 신부를 얻을 수 있다”면서 “그보다 돈을 못버는 이들은 신부를 찾을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신부만 만나면 그의 세 형제 중 결혼 못한 두 명을 위해 ‘공유’할 생각까지 있다는 그는 최근엔 “다른 주에서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결혼정보업체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인도에서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부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뿌리깊은 남아선호 사상이 낳은 이 같은 사태로 어린 소녀를 납치해 인신매매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CNN이 현대판 노예를 소개하는 기획기사 ‘프리덤 프로젝트’를 통해 전했다.

인도에서도 신부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북서부 지방에 몰려있다. 
이곳은 대부분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 등 보수적 색채가 짙은 지역이다. 

또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인 이들 지역에선 태아 성별을 감별해 여아인 경우 낙태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남아 1000명당 여아 800명 꼴로 남초 현상이 극심한 곳이 많다. 

나린데르 씨가 사는 우타르프라데시만 하더라도 유아 성비는 남아 1000명에 여아 858명에 불과하다.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한 성비 불균형이 그대로 신부 부족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도의 아동(0~6세) 성비 현황 (2011년 기준). 남아 1000명당 여아가 850명 이하로 남초 현상이 극심한 펀자브, 하리아나는 빨간색으로 표시가 돼있다. 붉은색에서 녹색으로 갈수록 성비가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따로 검정색으로 표시된 델리, 잠무카슈미르, 히마찰프라데시, 아삼, 마니푸르는 인도 주(州) 가운데 납치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자료=CNN]

사정이 이러자 돈을 주고 신부를 ‘사오는’ 매매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난에 못이겨 스스로 매물로 나오는 여성도 있지만, 납치를 당해 신부로 팔리는 인신매매 피해자도 적지 않다. 

북동부 지역의 가난하고 어린 여성들이 주로 범죄의 표적이 된다. 

실제 아삼 주에선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3000명 넘는 여성이 실종됐다. 

당국은 이들 상당수가 납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인신매매 알선업자들 사이에선 납치해온 여성의 기를 꺾어 마음대로 부리기 위해 일부러 성폭행을 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어 문제다. 

성폭행 피해자를 되레 부도덕한 여성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들이 매매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2년 전 아삼 주에서 오토바이를 탄 괴한에게 납치됐었다는 14세 소녀 할리다는 “이틀 동안 감금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다”면서 “델리로 팔린다는 말을 들은 뒤 겨우 도망쳤다”고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렸다.

매매혼을 하더라도 일반적 부부처럼 살기도 힘들다. 

돈에 팔려온 신부들은 평생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 

이방인을 폄하하는 경멸적 단어인 ‘파로’(paro)로 불리기도 한다.

캘커타에 살다가 하리아나 주의 한 마을로 매매혼을 왔다는 한 자매는 “심지어 아이들까지 우리에게 말을 걸 때 개처럼 대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매의 남편들은 이에 대해 “알선업자에게 2000달러(약 200만원) 넘게 지불했다”고 일축하고 “지역 안에서 스스로 신부를 찾지 못하고 ‘파로’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낙인을 찍힌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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